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새로 생긴 숍] 시간의 향기를 음미하다
나무로 만든 가구는 오래 쓰면 귀퉁이가 닳고 손때가 묻으며 윤이 나 더 마음이 끌린다. 마치 늘 함께 있는 가족처럼 곁에 두고 쓸수록 더 진가를 발휘하는 가구를 만날 수 있는 두 곳을 소개한다.

일본 고가구의 새로운 주소 가헌 아트
인사동에 있는 ‘가헌 아트’는 일본 고가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이다. “원래 나무와 가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사업 차 일본에 자주 드나들면서 하나씩 모으다 보니 이제는 함께 나누고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취미로 시작해 숍까지 열게 된 박기영 대표는 일본 고가구의 매력으로 높은 완성도와 담백한 디자인을 꼽았다. “일본에서는 정부의 정식 허가를 받은 사람만이 고가구를 판매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관 상태가 좋은 편이고 믿고 구입할 수 있지요.” 가헌 아트는 정기적으로 일본을 방문해 현지 골동상을 통해 엄선한 가구와 소품을 들여온다. 고전 영화 속에서나 봄 직한 수납장을 비롯해 향로와 지게까지 있어 마치 작은 박물관에 온 듯 구경하는 재미가 크다. 짧게는 수십 년에서 길게는 1백 년 전에 만든 가구는 각기 숨은 이야기도 다르다. 시골에 살던 노부부가 세상을 떠난 후 집 안 물건 전체가 경매로 나온 것도 있고, 가정집의 오래된 나무 계단의 절반이 뚝 떼어져 나와 있기도 하다. 바람이 차가운 날에는 이곳에서 내주는 색이 고운 차를 마시며 가구의 사연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도 좋겠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연다. 인사동 수도약국에서 도보 3분 거리. 문의 02-722-1280

1 메이지 시대 초기에 만든 찻주전자. 은으로 만들었으나 1백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독특한 색으로 변했다. 손잡이 소재는 대나무. 1백50만 원 선.
2 가헌 아트 지하 1층.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있다.
3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고가구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아름다운 나무의 집 알베로 벨로
‘알베로 벨로’는 이탈리아어로 ‘아름다운 나무’를 의미한다. 숍 이름에 걸맞게 원목의 자연미를 최대한 살린 가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모든 가구는 목질이 좋기로 유명한 인도네시아산 나무로만 만든다.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시선을 압도하는 커다란 테이블은 인도네시아산 티크 나무를 통째로 잘라 만든 것. 듬직한 크기의 등받이 의자는 거뭇거뭇하게 불에 그을린 흔적이 남아 있어 시선을 끈다. 리사이클링 우드라고 해서 심해 속에 가라앉아 있던 배의 갑판, 고택의 마루 등을 뜯어 새로운 가구로 만든 것이다. 알베로 벨로 이사이자 리빙 스타일리스트인 권정선 씨는 이곳의 가구는 세상에 오직 하나뿐이라 희소성이 뛰어나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이탈리아 브랜드 메멘토의 소품을 비롯해 그가 해외에서 깐깐하게 골라 온 그릇과 촛대도 볼 수 있다. 앞으로 가구를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플라워 스타일링 레슨도 진행할 예정이다. 역삼역에서 양재대로 방향에 있으며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연다. 일요일은 휴무. 문의 02-508-2406

1 알베로 벨로의 가구는 나무의 거친 느낌이 살아 있도록 가공을 최소화해 원시적인 아름다움과 힘이 느껴진다.
2 알베로 벨로 이사 권정선 씨.
3 인도에서 온 독특한 촛대.


고현경 객원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