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그림의 효능 이탈리아의 한 연구팀이 ‘아름다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육체적 통증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의 보도에 의하면, 이 연구팀은 피실험자들의 손에 레이저 파에 의한 자극을 가할 때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하게 했다.이 때 이들의 뇌에서 일어나는 전기적 활동을 측정한 결과, 추한 그림이나 빈 벽을 보고 있을 때보다 아름다운 그림을 볼 때 피실험자들이 느끼는 고통의 강도가 3분 1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왼쪽) 제3기 행복이 가득한 교실 예술문화 아카데미에서 ‘교양을 뛰어넘는 그림 이야기, 명화 감상으로 자아 찾기’라는 주제로 명강의를 펼쳤던 미술 평론가 유경희 씨. 그는 문학, 미학, 정신분석학 등 다방면의 전공을 두루 섭렵한 경력과 특유의 유쾌한 화법으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술가와 뮤즈>, <테마가 있는 미술여행> 등이 있다.
(오른쪽) 민화에 등장하는 사물은 모두 상징하는 바가 있다. 만개한 모란꽃은 부귀영화를, 연꽃은 다산과 집안 평화를, 복숭아는 3천 년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하여 장수를, 석류는 씨가 풍부히 들어 있어 많은 자손을, 화병은 보병의 의미를 담고 있어 평안을 상징한다. 특히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도는 부잣집 딸이 시집갈 때 여덟 폭 병풍으로 만들어 혼수로 장만해갈 정도였다. 침실을 장식하고 있는 화병모란도는 동산방 갤러리(02-733-5877) 소장품이다.
미술 평론가 유경희 씨의 단상
“민화에는 살맛 나는 힘이 있다”
근래 ‘위로를 주는 그림’ ‘치유가 되는 그림 이야기’라는 주제로 대중 강좌를 진행하고 있는 나는 현대미학 전공자로, 미학과 미술사 그리고 정신분석학적 틀에 따라 현대미술사의 유명 작가를 중심으로 치유가 되는 명화를 찾아서 강의를 한다. 이를테면 그림에 관한 에피소드, 작가의 유년기 체험, 작가 특유의 트라우마와 억압, 심리적 상태 등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곤 한다. 강좌를 진행하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정작 나 자신에게 치유로 다가오는 그림은 무엇인지 자문해보았다. 이때 내 마음속에 꽃을 피운 그림이 바로 모란도였다. 우연히 들렀던 한 식당에서 보았던 풍만하기 이를 데 없던 모란도. 아주 오래되어 보이지도 그렇다고 요즘 것 같지도 않은, 어설프고 어눌하기 짝이 없는 그래서 더 활기 찬 생명력이 느껴지는. 나는 치유의 그림으로 모란도를 으뜸으로 꼽고 싶다. 흔히들 꽃 그림을 생명과 에너지로 해석한다. 그러나 꽃 그림에 대한 진정한 이해는 꽃을 가꾸어보고 시든 꽃을 바라보며 아픈 가슴을 쓸어내려본 사람에게 가능한 것. 실제 모란꽃을 보고 있노라면 그 처연하도록 붉디붉은, 흉내 낼 수 없는 빛깔과 만개한 모습에서 ‘나도 저렇게 살아야 하는데’ 하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그 어떤 꽃도 모란 특유의 풍성함을 따라오지 못한다. 인간이 가진 생명력을 자극하고 잃어버린 삶의 에너지를 회복시켜주는 모란의 힘은 여성성이 가지고 있는 여신과 같은 측면, 소위 예쁘고 아름다운 것을 넘어선 당당하고 도도하며 거침없는 에너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모란은 더할 나위 없는 활달함과 긍정의 힘, 사람을 살리는 에너지, 바로 생명력 그 자체인 것이다. ‘좋은 그림이란 모름지기 보는 이로 하여금 그리고 싶게 만든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민화는 우리로 하여금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안의 꿈틀거리는 생명에 대한 갈망이 터져나오게 만든다. 서양의 명화들이 우리를 주눅 들게 만든다면 민화는 나도 할 수 있다는 만만한 감정과 자신감 등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어준다. ‘좀 못 그리면 어때! 바로 그게 나인걸.’ 이와 같이 자연스러운 본성을 인정하고 찾아가게 만드는 그림이다. 그리하여 내 마음에 더 간절히 와닿는 것은 도화서 화원이 그린 정교하고 세련된 그림이 아니라 그야말로 이름 없는 민초가 그린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기 짝이 없는 모란도다. 유머를 잃은 그대, 우울한 그대, 치유가 너무도 필요한 그대, 집 안에 모란도 한 폭 들이고 모란을 그려보라. 만개한 그 화려한 꽃잎을 그리는 순간 당신의 육체가 아름다운 영혼과 더불어 다시 태어날 것이다.
민화를 배울 수 있는 곳
가회민화박물관(www.gahoemuseum.org)
국립민속박물관(www.nfm.go.kr)
남정예민화연구원(www.namjungye.com)
성신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www.sungshin.ac.kr)
한국민화작가협회(www.folkpainting.net)
(왼쪽) 마티스의 작품 세계로부터 영향을 받아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김경화 씨는 꽃 그림 화가로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 속에서 만나게 되는 꽃은 언제나 찻잔이나 노트 등 평범한 물건들과 함께 놓여 소소한 일상의 풍경을 그려낸다. 그는 자신이 꽃을 그리며 그러했듯, 누군가 자신의 꽃 그림에서 용솟음치는 생명과 희망의 빛을 보길 기대한다. www.artsoho.net에서 그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오른쪽) 가족을 위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는 여인의 마음만큼 행복한 것이 또 있을까? 식탁 풍경만큼 그 가정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도 없다. 활기 넘치는 빨강색과 춤을 추는 듯한 아라베스크 무늬가 창문을 통해 전해지는 봄바람과 뒤섞여 온 집 안을 휘감는 모습에서, 약동하는 봄기운을 느껴본다. 작품은 마티스의 하모니 인 레드.
화가 김경화 씨가 전하는 감동
“아는 만큼 전해지는 명화의 힘”
“내가 꿈꾸는 것은 균형의 예술, 순수하고 평온한 예술, 고통을 주거나 침울한 주제라고는 없는 영원히 정신적인 노동자를 위한 것일 수 있는 예술, 정신을 진정시키고 가라앉히는 작용을 하는 것, 피곤이 풀리게 하는 편안한 안락의자 같은 어떤 것이다” 1908년 살롱 도톤느Salon d’Automne에 ‘하모니 인 레드Harmony in red’를 발표하면서 마티스가 ‘작가의 노트’에 남긴 말이다. 하모니 인 레드는 러시아의 수집가 슈추킨이 자신의 집을 장식할 요량으로 마티스에게 의뢰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마티스의 후원자였던 그는 당시 아내와 아들 등 가족을 잃고 큰 고통과 좌절 속에 살고 있었다. 이때 그를 위로하고 활기를 찾아주기 위해 마티스는 원래 파랑이었던 작품의 주조색을 빨강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슈추킨에게 활기와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는 정신적인 친구였고 삶의 위로자였던 셈. 이후 그는 마티스의 작품 40여 점을 수집해 마티스의 방을 따로 만들 정도였다 하니, 그림 한 점이 한 사람의 삶에 얼마나 큰 위안과 영향을 끼쳤는지 알게 한다. 나 또한 힘든 시절을 보낼 때 마티스의 ‘하모니 인 레드’를 보면서 삶의 희망과 활기를 보았고 다시 붓을 들 수 있었다. 10여 년간 수차례 수술을 반복해서 받다 보니, 활기 넘치고 아름다워야 할 젊음의 한가운데서 나의 삶은 정지된 것 같았다. 희망도 없었고 우울한 나날이 계속되던 중 그림을 다시 시작했고 어느새 나는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림을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은 나는 그림이 갖는 치유의 힘을 믿는다. 그리고 다른 이들도 고전 명화에서 그 힘을 찾아보길 바란다. 고전 명화에는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선, 시공을 초월하는 감동의 힘이 있다. 그리고 그 힘은 작품의 시대와 배경을 이해함으로써 온전히 전해진다. 고흐의 초기 작품 중에 ‘구두’라는 것이 있다. 어둡고 거칠게 표현된 이 작품은 한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훗날 고흐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그저 어느 노동자의 신발로 알려졌던 이 그림이 고흐가 동생 테오와 자신의 신발을 한 짝씩 놓고 그린 것으로 밝혀졌다. 자신의 후견인이자 동생인 테오에 대한 사랑과 애틋함을 담은 이 그림에서 우리는 신발이 아닌 사랑을 보게 된다. 이렇듯 고전 명화 속에는 소설이나 영화 못지않은 감동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성경을 알아야 16세기 작품들이 비로소 이해되듯, 명화 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알게 되면 그림을 보는 이해의 깊이가 달라지고 감동의 크기도 배가되기 마련. 그림과 나누는 ‘무언의 대화’를 통해 우리는 나를 살게 하는 치유의 힘을 경험할 수 있다.
명화 포스터를 살 수 있는 곳
우리 집에 명화를 걸어놓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명화 포스터를 구입하는 것. 이때 주의할 것은 복제화가 아닌 라이선스가 있는 원본 작품의 필름을 이용해 제작한 것을 구하는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미술관 아트숍, www.artshopkorea.co.kr, www.artwise.co.kr 등에서 정품 명화 포스터를 구할 수 있다.
(왼쪽) 동양화를 전공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육대학원 미술관 교육학과를 졸업한 어린이 미술교육 전문가 김이삭 씨. 광고 만드는 아버지와 그림 그리는 어머니 덕에 어린 시절부터 세계 여러 미술관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고. 그는 어린이들이 예술과 함께 뛰어놀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어린이 미술관 헬로우 뮤지움을 운영하고 있다.
(오른쪽) 그림 속 망아지와 엄마 말은 꿈을 꾸듯 행복한 모습이다. 아이와 함께 작품 속 망아지와 엄마 말의 표정을 관찰해보자. 그리고 거울을 보면서 아이와 함께 다양한 표정을 지어보고 표정에 따른 감정을 이야기해본다. 화가 났을 때, 행복했을 때, 슬펐을 때 등 엄마와 아이의 감정을 하나씩 대화로 이끌어내 보자. 평소에는 잘 내보이지 않던 속마음을 아이는 자연스럽게 끄집어내게 된다. 그림은 김점선 작가의 작품으로 헬로우 뮤지움 소장.
어린이 미술 교육 전문가 김이삭 씨의 철학
“그림은 엄마의 사랑이다”
아이의 내면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것. 바로 우리 아이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지켜줄 수 있는 기본이다. 아이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들여다보는 데 함께 그림을 감상하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 집 안에 그림을 걸면 우리 집도 미술관이다. 아이와 함께 미술관에 온 것처럼 벽에 걸린 그림을 보면서 감상에 집중해보자. 작품에 담긴 이미지를 꼼꼼하게 관찰하면서 아이로 하여금 관찰한 내용을 말로 표현하게 한다. 아이의 그림에 대한 표현을 들어보면 그 안에 아이의 생각과 감정 상태가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똑같은 그림 속 동물의 얼굴이라도 웃고 있다고도, 슬퍼 보인다고도 한다. 이런 대화를 반복하다 보면 하나의 그림을 보면서 아이들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앞에서 아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쉽게 드러나지 않던 속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이 된다. 최근 미술 교육은 잘 그리고 잘 만드는 것을 가르치는 것에서 감상 교육을 통한 소통과 이해 중심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미국의 국립예술관(National gallery of art) 교육부에서 일하던 시절,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마티스의 작품 앞에서 30분이 넘도록 미주알고주알 설명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아이는 작품 속에 그려진 방과 자신의 방을 비교하면서 자신의 방이 얼마나 좋고 아늑한 공간인지 설명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작품 혹은 작가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작품 자체를 바라보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연결하고 감정을 드러낸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아이들의 창의력과 감수성을 계발시킬 뿐 아니라 감추어진 상처를 드러내게 도와준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다며 원색 위주의 동화적인 모티프를 담은 그림만을 고집한다면 이는 매우 어리석은 생각이다. 아이들은 그림 앞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에 집중하고 그를 토대로 무지개 빛보다 더 화려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예를 들어 현대미술의 거장 루이스 부르주아의 거미 앞에서 아이들에게 작가가 거미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엄마의 사랑임을 이야기해보자. 거미줄을 치고 있는 거미를 보면서 어린 시절 늘 뜨개질을 하고 계시던 엄마의 모습을 발견한 작가. 세상의 모든 악으로부터 자신의 아이를 보호하고자 하는 강력한 모성애를 거미로 표현한 것임을 들려주면 아이들은 어느새 징그럽게만 여기던 거미 작품에서 엄마의 사랑을 느끼게 된다. 아이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서 엄마의 사랑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아이와 함께 집 안에 걸 그림을 선택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 안에 엄마의 사랑을 담아내자. 아이에게 엄마의 사랑은 이 세상 둘도 없는 만병통치약이다. 예술과 사랑의 만남이니 오죽하겠는가.
예술과 놀이가 하나되는 어린이 미술관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작품을 설치하고 아이들이 작품을 친근하게 여기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문 도슨트(안내인)가 있는 어린이 전용 미술관. 미술관 방문이 단지 작품 관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감상에 따른 표현과 소통, 창작 활동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예술 감상과 놀이가 하나 되는 새로운 교육의 장이 되도록 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내 어린이 미술관(02-2188-6130, www.moca.go.kr), 장흥아트파크(031-877-0500, www.artpark.co.kr), 쌈지어린이미술창고(031-957-0636), 씽크씽크미술관(02-562-1328, www.thinkthink.net), 헬로우 뮤지움(02-3217-4222, www.Hellomuseum.com)등이 있다.
(왼쪽) 독일 뮌헨 국립미술대학에서 서양미술을 전공하고 10여 년간 작가로 활동했던 김정애 씨. 동 대학 예술치료대학원에서 수학한 뒤 독일에서 미술 치료사로 활동하다 2003년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예술치료학과 개설과 함께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동국대와 가천의과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며 통합조형미술치료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오른쪽) 아름다운 자연 풍경은 언제나 우리에게 큰 위로와 휴식이 된다. 들꽃이 만발한 푸른 들판, 그 끝을 알 수 없는 지평선 너머로 자욱한 안개의 숨결이 느껴진다. 노인과 해녀, 오름과 바다, 들판과 구름, 억새 등 사진작가 김용갑 씨가 찍지 않은 제주도 풍경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제주도에 매료되어 1985년 아예 섬에 정착하면서부터 2005년 생을 마감하기까지 그는 그 섬에서 ‘외로움과 평화’를 담은 사진을 찍기 위해 영혼과 열정을 모두 바쳤다. 작품은 ‘잃어버린 이어도’로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www.dumoak.co.kr) 소장.
미술 치료 전문가 김정애 씨의 생각
“그림은 내 마음의 거울이다”
미술 치료란 내담자로 하여금 그림을 그리는 등 미술 활동을 하게 함으로써 그 결과물을 통해 자신의 현재 상태를 스스로 읽어내고 문제를 파악하도록 하는 것. 이들의 미술 활동 과정은 갈등이나 흥분 등 추상적인 감정 상태를 창의적인 과정을 통해 형태화하고 드러냄으로써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다. 미술 치료는 오랫동안 억제되어온 심리적 문제가 병적인 단계에 이르기 전에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효과적이다. 특히 병적 진단이 모호한 정서적 문제를 안고 있는 아동의 경우 지속적인 미술 치료를 통해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직장 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이 개발되는 등 미술 치료의 영역이 좀 더 확장되었다. 이렇듯 직접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통한 미술 치료를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차원의 미술 치료로 본다면 미술 감상은 수동적인 미술치료의 하나로 보아도 무방하다.
‘감상’은 보이는 것을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들여다보는 것. 즉 감상은 하나의 이미지에 집중하고 그 느낌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가는 것으로, 자기 자신과의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똑같은 작품에서도 서로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되며, 어떤 사람은 슬픔을 보고 어떤 이는 기쁨을 읽어내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작가가 의도한 것과 상관없이 내가 그 안에서 찾아낸 것이 진실이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미술 치료와 마찬가지로 현재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읽어내고 문제를 파악할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사람은 슬프면 슬프다고, 아프면 아프다고 표현해야 한다. 그 표현을 억누를 때 마음의 병이 깊어지는 것. 내 마음이 닿은 그림 한 점은 내 호소를 들어주고 함께 울어주는 친구가 된다. 더불어 감상은 무감각해진 현대인의 감성을 치유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독일과 한국에서 미술 치료사로 활동하면서 발견한 가장 큰 차이점은 한국 사람들은 색이나 이미지에 대한 본인 고유의 느낌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랑이라는 하나의 색만 보아도 우리는 개나리나 병아리 등 누구나 비슷하고 한정된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러나 노란색이라는 범주 안에는 수백 수천 가지 빛이 존재한다. 이는 모두 자연에서 찾아볼 수 있는 스펙트럼으로 우리는 이미 이 수백 수천 가지 빛을 경험했음에도 그 차이를 찾아내지 못한다. 감각과 감성도 노력과 훈련을 통해 되찾을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미술 감상은 잃어버렸던 감각과 감성을 일깨우며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미술 치료 어떻게 시작하나?
국내에 국가공인자격증이나 통일된 자격증 제도가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검증된 미술 치료사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 다만 미술 치료사의 정규 미술 치료 교육과정과 임상 경력을 사전에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미술 치료 정규 교육과정의 임상 실습현장은 정신병동 및 아동병원, 복지관 등이며, 임상 현장에서는 미술 치료가 심리 치료의 보조 요법으로 진행되고 있다.
- Arttherapy 미술이 나를 치유한다, 아트 테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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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와 융으로 대변되는 19세기 현대 정신의학과 함께 정신 치료 분야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미술 치료가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문명이 발달하고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우리의 일상은 점차 복잡해지고 정신적 스트레스와 정서적 빈곤은 커져만 갑니다. ‘병’이라 진단할 수 없지만 ‘건강’하다고도 할 수 없는 우리의 삶에 필요한 것은, 의학적인 치료가 아닌 정신적이고도 정서적인 치유이기에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고단한 삶에 서 예술은 커다란 위로가 되어줍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던 미국 병원예술재단 존 파이트 이사장은 24년간 전 세계 병원을 돌아다니며 환자들에게 그림으로 희망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던 20여 년간의 직장 생활 중 우연한 기회에 그림을 통해 경험했던 자신의 정신적·육체적 치유의 경험을 다른 이들에게도 나누어주고자, 현재 그는 전 세계 병원을 방문하며 그림을 그려주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술 치료라 함은 스스로 그림을 그리거나 작품을 만들면서 내면의 감정을 노출시키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는 것을 의미하지만, 우리는 예술로서 미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음의 상처를 위로받기도 하고 생명의 에너지를 얻기도 합니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첫눈에 내 마음을 사로잡는 그림, 나를 향해 활짝 미소 짓는 그림,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통해 감동으로 다가오는 그림, 백 마디 말보다 따뜻한 위로로 다가오는 그림 한 점. 미술 치료 전문가, 미술 평론가, 화가, 어린이 미술 교육 전문가 등 미술 전문가 네 명을 만나 미술과 치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우리의 메마른 가슴에 단비를 뿌리고 때로는 삶의 희망이 되어주는 그림 한 점, 그 아름다운 힘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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