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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집]신봉철, 이윤하 씨 부부의 파주 전원주택 남편의 원칙, 아내의 감각으로 완성한 집
경기도 파주에 있는 한 전원주택단지. 그 안에 자리한 신봉철·이윤하 씨 부부의 집 현관에 들어서면 탁 트인 공간과 그 끝 창 너머로 자연이 한눈에 들어온다. 현관과 이어진 공간은 어떤 가구도 놓여 있지 않은 단정한 모습이다. 담백하고 기능적인 것을 좋아하는 주인의 취향이 시작되는 곳이다.


1 천장고가 높은 1층 거실에 온 가족이 모였다. 피아노 의자에 앉은 상언이와 아빠 신봉철 씨,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던 상리와 엄마 이윤하 씨. 거실 벽에는 이윤하 씨와 신봉철 씨가 가족들의 소소한 일상을 기록해 놓은 사진들이 걸려있다.

집을 취재하다 보면 으레 그 집을 디자인한 건축가 혹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부터 만나곤 하는데, 이번은 예외였다. 이 집엔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따로 필요치 않았다. 집주인 부부가 디자이너로 나설 만큼 뚜렷한 성향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7년 10월 이 집으로 이사 오면서 집 인테리어를 진두지휘했던 남편의 직업은 SBS 제작본부 드라마 기획 프로듀서. 기획이 업業인 사람답게 인테리어도 콘셉트부터 잡아 계획적으로 접근했다. 그는 이 내용을 ‘우리 집 인테리어의 원칙’이란 제목으로 엮어 <행복> 편집부에 7장의 문서로 보내왔다. 각 장에는 이 부부의 가치관이 그대로 투영된 ‘원칙’과 집 안에 놓인 요소 하나하나가 ‘왜 그래야 했고, 왜 그것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집에 무언가가 필요해 아내 이윤하 씨가 ‘이런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면 남편 신봉철 씨가 바로 도면을 그려 가구 제작을 맡기거나, 이윤하 씨가 직접 나서 적절한 가구와 소품, 패브릭을 선택했다. 경제성과 기능성의 측면에서 꼼꼼히 따지다 보면 무지나 이케아 같은 브랜드를 선택하게 되었다. 출장 중에는 영국 현대 디자인의 아버지라 불리는 테런스 콘란의 숍에 들러 이것저것 장만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군더더기 없이 가족들의 애정이 구석구석 배어든 집이 완성되었다.


2 경사면에 지어진 이 집의 대문은 바로 2층과 연결된다. 현관을 들어서면 2층의 전실 겸 작은 거실이 있고, 그 너머로 1층의 메인 거실을 내려다 볼 수 있다. 그리고 창밖으로는푸른 자연이 펼쳐진 자연과 마주한 집이다.

집은 기능적이어야 한다 신봉철·이윤하 씨에 따르자면 집 인테리어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기능이다. 평소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 프랑스판 <엘르 데코레이션Elle Decoration>을 정기구독하고, 틈만 나면 디자인 서적을 뒤적인다는 이들은 디자인을 ‘알면 행하게 되는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집 인테리어를 설명하는 관점도 아카데믹했다. 여느 디자이너와의 인터뷰 못지않게 개념적인 용어가 많이 등장했으며, 가구와 조명은 물론이며 커튼 하나까지도 그것을 선택해야만 했던 구체적인 이유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인테리어란 돈을 많이 들여야만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얼마든지 경제적으로 인테리어를 바꿀 수 있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집의 기능, 즉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성향이며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살펴 집의 콘셉트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집 인테리어에 들이는 비용과 가족들의 만족도가 결코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오히려 경우에 따라서는 ‘버리는’ 것만으로도 인테리어가 완성될 수 있다고 본다. 결국 디자인이란 기능을 따르는, 좀 더 나은 환경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1 거실에서 주방쪽으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이윤하 씨가 아이들이 항상 마실 수 있도록 물을 준비해 놓은 작은 테이블이 나온다. 주방의 아일랜드 카운터에서 아침 식사를 한다.
2 신봉철 씨가 직접 만든 다이닝 테이블 뒤로 평소에 사용하는 그릇을 이용해 데커레이션했다.


엄마 아빠의 아이디어로 채워진 집 처음 이 집을 방문하던 날, 아들 상언이는 손님이 찾아온다며 나름대로 방 안을 단장했다고 한다. 창틀에 장난감 자동차도 나란히 세워놓고 자신이 보던 작은 책 하나도 얹어놓았다. 엄마는 버리고 싶어 하지만 상언이는 좋아한다는 전화기(신문 정기구독 신청할 때 받은 유선 전화기)를 의자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경사면에 지은 이 집의 ‘대문’은 2층에 있다. 대문을 들어서면 전실 겸 작은 거실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TV 시청용 방과 안방이, 왼쪽에는 상언이 방과 욕실이 있다. 1층으로 내려가면 2층까지 뚫린(void) 천장고 높은 거실이 있다. 마당을 따라 길게 자리 잡은 거실의 한쪽 끝은 다이닝룸. 그 사이에는 벽난로와 시선만 차단되는 높이의 벽이 서 있다. 다이닝룸의 핵심은 아빠가 직접 디자인한 테이블과 벤치. 이곳으로 이사 오기 여러 해 전 18평형 여의도 시범 아파트에 살았는데 그 집을 위해 디자인한 것이다. “시범 아파트에 살 때 최대 고민은 ‘좁은 집에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살 수 있을까’였습니다. 식탁도 필요했고 책상도 필요했는데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킬 만한 크기의 테이블이 없었어요. 그래서 폭이 좁고 긴 테이블을 직접 디자인하게 되었지요. 물론 소재는 나무였고요.”

거실 한쪽, 피아노 옆으로 아이들 놀이방 문이 있다. 그 안에는 부부가 직접 디자인한 책장에 아이들과 부부의 책이 꽂혀 있다. 바닥에는 아들 상언이와 딸 상리의 장난감 바구니들이 놓여 있다. 신봉철·이윤하 씨는 책장을 디자인할 때 최대한 슬림하게 만들어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싶었다. 그러나 폭이 좁은 책장은 안정적이지 않으므로 나사못으로 책장 뒷면을 벽에 고정시켜야 했지만 이 방의 벽이 석고보드로 되어 있는 탓에 책장 위쪽의 폭을 좁히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그들은 이처럼 디자인이란 좀 더 나은 생활 환경이 될 수 있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신봉철 씨는 특히나 조명에 신경을 많이 썼다. 한때 취미 삼아 사진을 공부하며 조명이란 요소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집 안에서도 조명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래서 정한 원칙이 조명은 최대한 공간을 부드럽게 만들어주어야 하며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적합한 위치에 달려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전체 조명과 직접 조명은 지양했다. “광원은 직접 노출시키지 않아 눈부시지 않게 할 것이며, 각 밝기의 균형을 따져볼 것, 그리고 전체적인 조명은 어둡게 한다는 원칙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야 국부 조명으로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이 살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원칙을 따르기 위해 조명기구를 구입해 사용하기도 했지만 직접 시공한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싱크대 작업대를 효율적으로 밝히기 위해 상부장 밑면에 조명등을 설치하고, TV 및 오디오 기기가 놓인 장은 그 뒷면을 밝혀줌으로써 TV 시청 시에도 어둡지 않고 방해가 안 되도록 했다.

3 마당이 넓은 이 집은 다이닝 룸 밖으로 테라스가 있어 주말이나 신봉철 씨의 퇴근이 이른 날이면 이곳에서 여유로운 식사를 즐긴다.


4 요리 솜씨 좋기로 소문난 신봉철 씨가 가족들을 위해 테라스 테이블에 점심 식사를 마련해 놓았다.


5 신봉철 씨가 직접 디자인해 만든 다이닝 테이블과 벤치.

집은 취미를 위한 무대 신봉철 씨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어지간한 대가들의 이름을 줄줄 읊으며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는 책을 통해 디자인을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고 있는 아내 이윤하 씨도 남편과 함께 디자인을 취미처럼 생각한다. 두 사람은 사진에도 관심이 많다. 평범한 일상의 모습일지라도 종종 사진으로 기록해두고 그것으로 집 안을 꾸미기도 한다. 안방은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기록해놓은 작은 갤러리 같다. 안방에 놓인 가구라고는 침대와 서랍장밖에 없어 사진 액자들과의 대비가 더함도 덜함도 없는 딱 이 집의 대표적인 분위기를 보여준다. 첫째 아이 상언이의 돌을 맞이해서 그동안 자라온 과정을 기록한 사진들을 모아 한 갤러리에서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신봉철 씨의 또 다른 취미는 요리이다. <행복> 2007년 3월호에 그의 요리 솜씨를 소개한 적도 있다. 그의 집 촬영이 있는 날도 스태프들을 위해 틈틈이 샌드위치와 과일 등을 준비해주며 빠르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요리들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마침 휴가였던 신봉철 씨는 아이들을 위해 식사와 간식을 만들며 꽤나 많은 시간을 주방에서 보내고 있었다. 주방의 아일랜드 카운터를 기준으로 안쪽은 주방, 바깥쪽은 다이닝룸으로 나뉘는데, 주로 아침과 점심 식사는 아일랜드 카운터에서 하지만 신봉철 씨가 집에 있을 때면 그가 직접 만든 다이닝 테이블에서 식사를 한다. 그러다 화창한 날이면 다이닝룸과 연결된 테라스로 나가 한가로운 식사 시간을 즐긴다.


안방은 이 집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대변해준다. 군더더기 없이 깨끗한 공간. 무지의 침대와 이케아의 조명등으로 기능적이면서도 아늑한 안방을 완성했다.

집은 교육의 공간이며 각성의 공간이다 이들 부부에게 집은 단순히 가족들이 모이고 쉬는 공간이 아니다. 생활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교육이 될 수 있기에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아이 스스로 깨우쳐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역시 집의 역할이라 했다. 그래서 가구 하나 놓는 것도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의자를 든다. 이 집에는 임스 체어도 있고 팬톤 체어도 있다(사실 오리지널 제품인 것도 있고 카피 제품인 것도 있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요소들이 필요했지만 100% 오리지널 제품으로 들여놓기에는 적잖은 예산이 필요했기에 ‘카피’ 제품도 놓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이는 임스 체어에 앉아 왜 의자 다리가 네 개여야 하는지, 왜 의자는 이렇게 생겨야 하는지,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하고 엄마와 아빠는 ‘왜냐하면’으로 시작하는 답을 준다. 때로는 그 답을 말이 아닌 ‘보여주는 것’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따라서 인테리어는 아이의 교육적 효과와도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집은 각성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각성과 긴장은 약간 다른데요, 온전한 각성은 사람의 정신과 몸이 이완되었을 때 가능한 것 아닐까요? 명상하기 전에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온전히 명상에 집중하기 위해서인 것처럼요.” 회사에서 요가 동호회 사범을 맡기도 했었던 그는 마치 요가를 할 때처럼 집 안에서 정신적 각성이 일어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집은 생활을 담는 그릇이라 했다. 달리 생각하면 집은 생활의 방식을 만들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구는 사람의 활동을 도와주는 것으로 ‘생활에 자극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많을 필요도 없고, 그 생김이 과할 필요는 더 더욱 없는 것이다. 그렇게 덜함도 더함도 없이 완성된 이 집은 신봉철·이윤하 씨 부부가 살아가는 방식과 꼭 닮아 있었다.

1 첫째 상언이의 방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정면에 보이는 나무 수납 의자는 상언이의 보물상자다.
2 TV 시청용 방에 놓인 가족사진.

3 아이들의 놀이방이자 독서를 위한 방. 부부가 직접 디자인한 책장이 있다. 책장이 안정적으로 설 수 있도록 윗부분의 폭을 좁혔다.



















김명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