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 이길연 씨는 옷걸이와 조명등과 같은 작은 소품을 고르더라도 발품을 팔아 그 공간에 가장 어울리는 것을 고른다.
지난 6월 <행복> 지면을 통해 소개했던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길연 씨의 잠원동 아파트는 거실을 압도하는 사선형 벽과 커다란 황동 욕조가 눈길을 끄는 집이었다. 독특한 개성 때문이었을까? 이길연 씨의 오픈 하우스의 인기는 여느 때보다 뜨거웠다. 오픈 하우스에 초대된 행운의 주인공은 이은주·이정배·김영주·오영순·김영범·이중배·지은순 씨. 그중 오래전부터 블로그를 통해 이길연 씨의 집을 구경해 왔다는 한 독자의 사연이 눈길을 끌었다. 이정배 씨는 자신을 이길연 씨의 아파트를 눈을 감고 그릴 정도로 열광적인 팬이라 소개했고, 머릿속으로만 그렸던 집을 눈으로 꼭 확인해보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물론 그는 행운을 얻었다.
3 반신욕을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황동 욕조를 놓은 침실.
4 오늘 오픈 하우스의 주인공인 이길연 씨.
6월 12일, 이길연 씨의 부엌이 분주하다. 상큼한 생과일 주스, 꽃처럼 예쁜 카나페 등으로 정성스레 차린 식탁에서 손님 초대를 위한 집주인의 배려가 느껴진다. 오후 2시, 한 손에 작은 화분을 들고 등장한 이중배(유일한 남자) 씨를 마지막으로 일곱 명의 독자가 모두 도착했다. 이길연 씨는 환한 웃음으로 <행복> 독자를 맞이했고 간단한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이제 모두 저를 따라오세요. 저와 같은 동선을 따라 집을 구경하시면 이곳이 32평 아파트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거예요. 이는 베란다를 확장하고 천장고를 높여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현관부터 주방까지 이어지는 벽면을 사선형으로 처리한 탓이죠. 공간을 반사시키는 흑경 마감도 한몫을 했습니다. 현대적인 마감재 때문인지 사람들은 흔히 우리집을 보고 모던하다고들 하지만 사실 저는 무슨 무슨 스타일이라 규정짓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스타일에 연연하기보다는 내 집이 가장 돋보일 수 있는 디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죠. 그다음은 사용하는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해 작은 것에서부터 디테일을 만들어나갑니다. 보기에 예쁘고 사용까지 편리하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게 없죠.”
5 집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오픈하우스 현장.
이길연 씨는 집 안에 숨어 있는 자투리 공간까지 알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수납 노하우를 알려주었다.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서랍의 높이와 깊이까지 수치화한 꼼꼼함에 4년 차 주부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 퇴근한 남편을 위해 만든 동전과 열쇠를 올려놓는 선반, 앞으로 태어날 아이에게 수족관을 만들어주기 위해 미리 설치한 배관과 수도, 부엌 옆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만든 ‘나만의 독서 공간’ 등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6 필요에 따라 높이를 다르게 구성한 부엌 선반.
7 사선형 벽이 시선을 압도하는 거실 공간.
벽 마감은 물론 방문, 커튼, 조명 하나까지 어떤 디자인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이길연 씨의 세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집을 둘러본 후에는 평소 집을 꾸미면서 어려웠던 점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이길연 씨는 자신이 공사한 집들의 사례를 들어가며 인테리어 공사를 계획할 때 꼭 고려해야 할 점을 알기 쉽게 짚어주었다.
“설마 이 음식까지 손수 장만하신 건 아니겠죠? 이렇게 살뜰한 살림 솜씨에 음식 솜씨까지 뛰어나다면 너무하잖아요.” 독자 이중배 씨의 소감에 모두들 웃음 터트렸다. 독자들은 이길연 씨가 손수 만든 훌륭한 음식에 다시 한번 감탄했고, 초여름의 즐거웠던 오픈 하우스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