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은 일식기에, 양식은 양식기에 담아 먹으면서 왜 한식은 우리 그릇을 사용하지 않는가? 낯설게 생각하거나 의심해보지 않았던 문제를 지난 4월 25일부터 5월 5일까지 일산 킨텍스KINTEX 전시장에서 열린 2008 경기국제도자페어에서 일깨워주었다. 최근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그릇은 강화유리, 플라스틱 등 가볍고 깨지지 않는 소재의 그릇이다. 물론 사용의 편의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내 몸에 들어가는 음식을 담는 그릇은 ‘실용’보다 ‘정성’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밥과 국과 김치 등 우리 음식을 아는 우리나라 작가들이 손수 빚어 구운 우리 그릇에 담은 음식은 건강하고 정성이 가득한 식사를 만들어줄 것이다.
금강산은 식후경, 음식 맛은 식전목食前目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수많은 도자기 축제가 열린다. 경기도에서 열리는 도자기 축제만 헤아려도 세계도자비엔날레, 이천·여주·광주 도자기축제 등이 있다. 올해 처음 열린 국제도자페어에서 단연 눈에 띈 것은 생활 도자기 부문. 감상용도자기가 아닌 생활 속 도자기를 실현하기 위한 2008 경기국제도자페어의 전시 의도는 <테이블웨어전>에서 더욱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테이블웨어전>의 주인공은 바로 음식을 담은 도자그릇. ‘금강산이 식후경食後景이면 음식 맛은 식전목食前目’이라고, 흙·불·물·땀·혼으로 빚은 도자기에 예쁘게 담은 음식은 바라보기만 해도 정성과 맛이 절로 느껴질 것이다. <테이블웨어전>은 개그맨 출신으로 도예 회사 ‘우리 요’ 대표이사인 김한석, <조선일보> 김성윤 기자, <중앙일보> 유지상 기자 등 일반인들에게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음식 문화 분야의 전문가 열다섯 명과 이영후, 김판기, 이윤신 등 도예작가들이 각각 짝을 이뤄 ‘春夢-봄을 꿈꾸다’라는 주제로 도자기를 이용한 다양한 테이블 세팅을 선보였다.
도자기가 생활이 되는 우리 그릇의 쓰임새
1 모던하게 연출하고 싶을 땐 검은 자기를 선택하라 모던한 테이블 연출을 위해 우리 그릇을 멀리했는가? 도자기라고 해서 늘 ‘내추럴’한 것은 아니다. 백자 도기에 흑유를 시유한 검은 자기는 모던한 느낌을 발산한다. 검은색 도자기를 사용해 테이블을 연출할 때는 붉은 계열의 테이블클로스 등 포인트 컬러로 레드를 선택하면 실패할 확률이 적다.
* <중앙일보> 음식 전문 기자 유지상 씨가 ‘산아래 작업실’(031-638-1737)의 류난호 작가의 도자기로 세팅한 일장춘몽一場春夢’의 테이블 세팅.
2 그릇으로 탑을 쌓아 센터피스를 만든다 한식 테이블 세팅에도 센터피스의 활용은 중요하다. 감각적인 센터피스는 음식이 서빙되기 전 분위기를 정돈해주고, 건조한 식탁 위에 악센트를 준다. 일반적인 센터피스용 도자기 말고도 접시와 사발을 번갈아 쌓은 뒤 조약돌과 풀잎 등으로 장식하면 충분히 근사한 센터피스가 완성된다.
* 푸드 디자인 스튜디오 사이間 대표 이윤혜 씨의 테이블 중 ‘고덕우 도자기’(02-3449-5192)의 고덕우 작가의 자기로 연출한 센터피스.
3 와인을 곁들일 때는 도자기 와인 쿨러를 와인 잔까지는 무리가 있지만 와인 쿨러는 우리 그릇으로 활용할 수 있다. 도자기는 유리나 스테인리스 소재의 와인 쿨러보다 보냉 효과가 뛰어날뿐더러 완성도 높은 한식 상차림을 연출해준다. 한식 요리에 와인을 곁들일 때 활용해보자.
* 이윤신 씨의 그릇 가게 ‘이도’(02-722-0756)의 스타일리스트 안영선 씨가 이윤신 작가의 도자기로 연출한 ‘마음과 담음’ 세팅 중 와인 쿨러.
4 그릇의 문양과 여백을 살려 음식을 담자 테이블 세팅은 음식을 담아야 비로소 완성된다. <테이블웨어전>에서 진짜 음식을 놓았던 작품 ‘도원桃園’은 그릇 위에 발사믹 식초로 나뭇가지를 그리고 꽃 모양으로 만든 치즈를 담아 복숭아꽃을 표현했다.
* <조선일보> 음식 전문 기자 김성윤 씨가 ‘이죽도방’(031-634-7497)의 김대훈 작가 도자기로 세팅한 ‘도원桃園’에 놓인 그릇과 치즈 꽃.
우리 그릇을 놓을 땐 개인 매트도 도자기로 전통 상차림 방식인 개별 상을 마련하지 않는 요즘, 테이블 세팅을 할 때 우리 그릇과 함께 도자기로 만든 개인 매트를 활용하면 각상차림처럼 연출할 수 있다. 이때 그릇과 매트의 컬러를 통일하면 안정감이, 그 반대면 화려함이 느껴진다.
5 한국플라워디자인협회 부이사장 장은의 씨가 ‘지선도예’(031-636-9585) 유미숙 작가의 도자기로 연출한 ‘봄, 봄봄’의 1인 반상기 세팅.
6 ‘이야기 있는 외식공간’ 상무이사 윤경하 씨가 ‘비즐도예공방’ 박은미 작가의 도자기로 선보인 ‘雨水에 맛보는 전통주 첫맛’의 1인 주안상 세팅
2008 경기국제도자페어의 이모저모
1 ‘일본의 이천’이라 불리는 도코나메 도자전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다기는 도코나메를 대표하는 이미지다. 일본의 이천이라 불리는 도코나메 특별관에서는 붉은 흙으로 빚은 다기부터 도코나메의 전통을 자랑하는 작가 21명이 참가한 도코나메식 전통과 현대의 도예 세계를 볼 수 있었다.
2 한·중·일 삼국 작가의 도자 시연 이벤트 가장 많은 관객의 관심을 끌었던 이벤트로 한·중·일 도예 문화가 현대 도예가들의 손끝에서 어떻게 계승·발전하고 있는지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장독 등 옹기 제작 시연을 보여준 허진규 작가의 스케일이 큰 작업부터 일본과 중국 작가의 정교하고 밀도 높은 작업 시연이 매일 열렸다.
3 중국 도자 천 년의 꿈, 중국 도자 특별전 꽃을 뿌리며 하늘로 올라가는 선녀의 형상을 빚은 도자기, 도자기 판 위에 채색 수묵화를 그려 만든 액자, 웬만한 성인의 키와 맞먹는 도자기 조명등과 같이 스케일과 스타일이 새로운 중국 도자관은 중국 도자 문화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했다. 이천 세계도자센터에서 7월 26일까지 연장 전시를 연다.
4 작품으로서의 도자기를 만나다, 세라믹전 공간 디자이너 마영범 씨가 거대한 나무, 부식된 철판 등으로 공간을 만들고, 도자를 포함한 목조·금속·섬유 분야의 작가 17명이 오브제를 전시했다. 공예 작품과 인테리어가 결합된 이 공간은 만지고 쓰다듬을수록 사용자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만족스러운 환경을 조성해 주는 오브제와 인테리어의 힘을 담았다.
5 전시장 한쪽에서 요요히 빛난 우리 도자 넉넉하고 푸근한 생김새로 풍만함이 매력인 달 항아리부터 자유로운 표현 기법이 빛나는 분청사기, 5월 신록의 빛이 영롱한 청자, 비대칭이 매력적인 사발 등 전시장에서는 생활 도자기 외에도 한국전통가마보존협회, 한국전승도예가협회가 마련한 우리나라 도예가들의 도자 작품도 만날 수 있었다.
- 2008 경기국제도자페어 우리 그릇의 쓰임새 다섯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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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 열린 2008 경기국제도자페어의 화두는 ‘생활 도자기 가치 증진’. 생활 속 우리 그릇의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선보이기 위해 특별 전시한 <테이블웨어전>에서 우리 그릇의 살뜰한 쓰임새를 발견할 수 있었다. 생활 속으로 들어왔을 때 더 멋스러운 식탁 위 도자기 활용법을 소개한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