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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여자의 아파트] 여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4인 열전 여자 마음은 여자가 안다
집은 여자의 공간이다. 아내의 세심한 관심과 정성으로, 엄마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가족의 쉼터가 되는 곳. 주거 공간이 갖춰야 할 실질적인 기능과 정서적 배려를 온전히 이해하고 여자의 마음을 알아주는 여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네 명과 그들이 작업한 아파트를 찾았다.
1cm의 숨은 공간도 활용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길연 씨
자신의 신혼집 하나만큼은 제대로 꾸며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예단 비용을 아끼고 휴직까지 감행하며 직접 공사한 82m2(25평) 아파트. 대학에서 섬유공예를 전공하고 여성복 브랜드에서 디스플레이어로 일했던 이길연 씨는 이 경험을 토대로 인테리어 디자이너라는 새로운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신혼집 공사를 지켜본 주변 사람들은 알음알음으로 도움을 요청했고, 그렇게 개조 공사를 진행한 아파트가 잡지에 소개되면서 일명 대박을 터트린 것.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한 지 불과 3년. 디자이너로서 그리 길지 않은 경력이지만 그의 디자인에는, 이제 겨우 결혼 4년 차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알뜰한 살림 솜씨만큼이나 살뜰한 ‘실력’이 드러나 있다. 철제나 거울 등의 소재를 사용한 과감한 디자인 이면으로 더욱 돋보이는 것은 그의 수납에 대한 완벽에 가까운 이해. ‘양념장 높이는 33cm’가 되어야 샘표간장 큰 병을 넣을 수 있고, 하이힐과 부츠를 제외하면 신발장 한 칸의 높이는 7cm면 충분하며, 드레스 룸 설계의 기본은 그 집의 남자 어른 바지 길이라는 등의 데이터를 기본으로, 버려진 구석 하나 없이 철저하게 설계한 수납공간. 이길연 씨는 인테리어 디자인은 단지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삶의 질을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한 주거 공간 디자인은 사용의 편리함과 효율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의 www.cyworld.com/kilyeon76


1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길연 씨. 그의 잠원동 아파트는 리모델링을 하면서 일종의 실험장이 되었다. 평소 사용해보고 싶었던 소재나 마감재를 그의 집에서 마음껏 활용한 것.
2 잠원동 아파트.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반신욕을 즐기는 남편을 위해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침실 베란다 자리에 황동으로 된 욕조를 설치하고 한쪽 구석에는 다육식물로 작은 정원을 꾸몄다. 
3 목동 아파트. 베란다 확장 공사를 하면서 남겨진 내력벽 뒤로 붙박이 책상을 설치해 공부하는 아내를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1 목동 아파트. 박공지붕을 터서 천장고를 높이고 한쪽 벽에 책장을 설치해 서재로 꾸민 거실. 테이블은 윤현상재에서 주문 제작한 것이고 테이블 위 펜던트는 톰 딕슨이 디자인한 제품으로 aA뮤지엄에서 구입.
2 목동 아파트. 거실을 서재로 꾸민 뒤 작은 방 하나를 가족실로 꾸몄다. 합판으로 천장을 마무리하고 전선을 돼지꼬리 모양으로 만들어서 설치한 조명등이 독특하다.


3 목동 아파트. 화이트 컬러를 기본으로 심플하게 정리한 침실.
4 목동 아파트. 천장고를 높이고 상부 장을 없앤 부엌.
내추럴한 질감의 타일과 거울은 이길연 씨가 즐겨 사용하는 재료다. 그는 마루에 비해 변형이 없고 디자인이 다양해 타일을 좋아한다고.

오픈 하우스에 <행복> 독자를 초대합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길연 씨는 이번 기사에 소개한 잠원동 아파트 자택에서 <행복이 가득한 집> 독자를 위한 오픈 하우스를 개최합니다. 반신욕을 즐기는 남편을 위해 욕조를 침실 창가로 옮기고, 요리와 손님 초대를 즐기는 자신을 위해 방 하나를 없애고 다이닝 룸을 마련하는 등 과감하게 변신한 공간을 보는 재미뿐 아니라 알뜰한 수납 아이디어와 세련된 스타일링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독자 일곱 분을 초대합니다.

일시 2008년 6월 12일(목) 오후 2시~4시
참가 비용 3만원(정기구독자 1만원)
이메일 신청 sekim@design.co.kr(선착순 마감, 이름·연락처·정기구독 유무, 참가 이유 게재) 선정된 독자에게는 개별 연락 드립니다.


1, 2, 3, 4 인테리어 디자이너 홍기원 씨는 트레이드마크인 네이비블루를 즐겨 사용한다. 그의 공간에서는 모던하고 심플한 디자인이 보여주는 힘을 느낄 수 있다. 빈 공간에서조차 허전함보다는 조형적인 간결함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여자의 꿈을 리모델링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홍기원 씨
건설 회사에서 획일적으로 짓는 아파트는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를 겨냥한 평균치 디자인이다. 그 안에서 모든 사람이 만족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 새로운 인테리어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의 삶이 반영된 고유의 공간. 인테리어 디자이너 홍기원 씨에게 리모델링을 의뢰하는 여자 고객에게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것이 있는지 물었다. 이에 돌아온 답은 ‘여자들은 그저 일상이 그대로 표현된 집을 원하지 않는다. 집을 고치는 과정을 통해 다시 꿈꾸기를 바란다’. 어찌 보면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여자들이 ‘집’을 통해 꿈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인 셈. 그는 집을 고치는 것이 남자에게는 그저 결과인 경우가 많지만 여자에게는 과정이라 한다. ‘과정’이란 얼마나 많은 사연과 이야기가 담긴 말인가. 그는 사연과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며 또 다른 여자의 꿈꾸기를 도와줄 수 있는 주거 공간 작업이 즐겁다. 주로 비슷한 취향의 디자이너와 고객이 만나게 마련이므로 여자와 여자가 만나 일으키는 시너지 효과는 여자 디자이너만이 누릴 수 있는 강점이라고. 문의 annayale@hotmail.com


1 낮은 천장고의 답답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분적으로 천장을 들어내고 콘크리트를 노출시켰다.
여기에 젊은 신혼부부를 위해 모던하고 심플한 디자인의 가구를 배치했다. 소파와 테이블 모두 살림 제품.
2 까사미아 리모델링팀의 류화숙 팀장. 그의 디자인은 까사미아 디자인의 콘셉트이기도 한 모던과 내추럴을 기본으로 한다. 
3 침실 베란다에는 데크를 설치하고 접이식 문을 달아 침실과 데크 공간이 필요에 따라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했다.


4 서재 공간은 맞은편 벽에 벽걸이 TV를 설치하고 운동 기구를 배치해 서재 겸 운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5 세면대 옆에 벽을 세우고 타일로 마감해 샤워 부스를 마련했다. 모던하면서도 내추럴한 디자인이 욕실을 좀 더 아늑하게 만든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주목한다
까사미아 리모델링팀 류화숙 팀장
류화숙 팀장은 경력 11년 차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까사미아 리모델링팀에서 근무한 지 7년째. 까사미아가 리모델링 사업을 시작한 지 8년이니 까사미아 리모델링팀의 노하우는 곧 그의 노하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는 직장에서 남자 디자이너들과 함께 일하다 보니, 확실히 주거 공간 디자인에서는 여자 디자이너가 남자 디자이너보다 강점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살림을 해보지 않은 남자들이 설계하는 부엌과 수납공간 디자인은 아무래도 여자들이 원하는 디테일을 집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전문직 여성이 늘어나는 만큼 디자인의 디테일에 대한 요구도 많아지는데, 화장대 서랍에서 화장품의 위치까지 지정해주는 고객도 있다고.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많아 인테리어 공사를 의뢰하면서 재택근무가 가능한 오피스 공간을 요구하는 경우와 아이들을 ‘감시하지 않는 듯’ 살펴볼 수 있는 오픈된 공간 활용에 대한 의뢰가 많아졌다. 리모델링 작업을 하다 보면 고객에 대해 많을 것을 알게 되므로 종종 자녀 문제 등 업무와 직접 연관이 없는 일을 상담해 오기도 한다. 같은 여자로서 아내 혹은 엄마의 입장으로 서로를 이해하다 보니 생기는 친밀감 때문이다. 의도하지 않았던 이런 과정은 고객의 성격이나 정서를 좀 더 자세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이는 물론 디자인에 반영되어 새롭게 디자인하는 공간의 정서적 기능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문의 02-518-9695


1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정민 씨. 그는 마감재나 기본이 되는 가구에는 강한 디자인이나 컬러를 사용하지 않는다. 화이트 마감을 기본으로 악센트가 되는 디자이너 가구나 소품으로 공간에 개성을 부여한다.
2 세이지 컬러를 기본으로 한 침실에 카펫을 깔아 아늑한 분위기를 더했다. 천장고가 낮은 아파트의 단점을 보완하며 침실을 좀 더 여유로운 공간으로 연출하기 위해 평상형 침대를 선택했다.
3 베란다를 확장하면서 부엌 자리를 옮기고 냉장고와 수납장을 다용도실로 이동시켜 확보한 식탁 공간은 30평대 아파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넓은 공간이 되었다.

디자인의 절반은 수납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정민 씨
마음 맞는 고객을 만난다면 여자 디자이너에게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는 특별한 재미가 있다. 처음에는 고객과 디자이너로 만나지만 두세 달간 함께 작업하다 보면 오랜 친구 못지않은 인연으로 남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집주인의 생활을 이해하는 실용적인 디자인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고, 이를 이해하는 과정은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므로. 이정민 실장은 이것이 바로 주거 공간 디자인의 매력이라 말한다. 그는 아파트 리모델링을 할 때 지극히 담백하고 실용적인 제안을 한다. 수납 공간을 완벽하게 해결하면 좋은 디자인의 절반은 해결한 것과 다름없다. 언제나 작은 방 하나 정도는 세 면을 수납장으로 채워 워크인클로짓walk in closet으로 만들고 마감재는 화이트를 기본으로 모던하게 정리한다. 이제 스타일링이라는 그림을 그릴 도화지가 완벽하게 준비된 셈이다. 수입 벽지 등 마감재에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것보다는 취향에 맞는 디자이너 가구를 하나씩 컬렉션하는 것이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지름길이라고. 이정민 실장은 월간지 기자 출신이다. 주거 문화와 라이프스타일링에 관심이 많았기에 기자 시절에도 주거 문화를 담당했고 미대 출신이 아니지만 고등학교 때까지 미술을 공부했던 덕에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입문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문의 mini0306@yahoo.co.kr

김성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