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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ural house 오스트리아의 자연을 향한 목조 건축
오스트리아 서쪽 끝 포어아를베르크 주에서 나무는 전통적으로 가족의 역사를 담아왔다. 마리타와 그의 남편 마르탱은 이곳 브레겐처발트 지역의 예쁜 마을에 자리한 오래된 농가를 모던하면서 생태학적인 건축물로 개조했다. 오래 지속되는 건축을 예찬하는 사람들에게 심플함에 대한 귀중한 교훈을 전해주는 집이다

(왼쪽) 초원 위에 지은 커다란 외양간. 벽은 자연스럽게 색이 바랜 나무로 마감했다. 
(오른쪽) 계곡이 조용히 잠을 깨는 아침이 오면 건초 냄새가 번지고 초원의 소들은 풀을 뜯어 먹는다.

스위스 국경과 가까운 오스트리아 서쪽 비자우Bizau 마을은 잠들어 있는 듯 고요하고 아름답다. 마을 입구에 걸린 메마른 환영 꽃다발 대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우리의 발걸음을 인도한다. 마리타는 그만이 알고 있는 비법으로 딱총나무 시럽을 만들었다. 그가 좋아하는 푸르고 달콤한 향기가 나는 여름날, 방금 자른 신선한 건초 향과 6월의 뜨거운 햇빛으로 따뜻해진 나무 냄새가 그윽하다. 이곳에서는 온화한 기후가 여름 내내 지속된다. 둥글게 자른 나무 기와와 큰 처마가 눈길을 끄는 이 오래된 집은 브레겐처발트 계곡에 자리한 전형적인 농가다. 이런 농가는 오스트리아의 알프스 계곡에서 수도 없이 볼 수 있지만 이 집에서는 유독 젊은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특별한 분위기가 발산된다. 바로 ‘간결함’과 ‘자연스러움’이다.
마리타는 옆 마을에서 장애아들을 돌보고, 마르탱은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한다. 여름 휴가 동안은 등산을 하거나 숲 한가운데 있는 브레겐처 아르크 강에서 수영을 한다. 그들이 이 버려진 집을 물려받았을 때 집을 새로 고치려면 너무 많은 비용이 들고 일거리 또한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들과 이웃의 도움으로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모습을 갖춰나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집은 진정한 의미에서 가족의 전통을 담은 집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목수인 마리타의 아버지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결코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가 함께 생태학적인 안식처를 만들었고 포어아를베르크의 창조적인 정신을 충실히 따라 간결하게 지었다. 이 지역은 목재 건축의 선구자이며 동시에 모던한 건축과 생물기후학(오랜 기간에 걸쳐 물리적 환경이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기후학의 한 분야)의 콘셉트를 담은 건축의 선구자이다.

(위, 아래) 초원에 놓인 거대한 벤치를 연상시키는 목조 주택은 가족 모두에게 편안한 휴식처이자 놀이터가 된다. 아이들이 토끼 인형과 티타임을 갖는 동안 마르탱은 커피를 마신다.

일반적으로 이 새로운 건축은 정제된 선과 넓은 공간감에서 전통적인 오두막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비자우 지역의 농가가 이를 증명해주는 완벽한 예다. 두 가지 건축적인 점에서 그러한데, 바로 훌륭한 장인의 노하우, 그리고 소재와 구조의 모던함이다. 모던한 건축물이 어떻게 이 지역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을까?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 지역의 건축가들은 거창한 이론을 부여하기 전에 건축 재료인 나무를 보호했다. 그리고 엄격한 건축 허가 규정을 재검토하고 모던한 건축물을 대중화시켰다. 몇 년 내에 포어아를베르크는 건축의 실험 장소가 되었다. 마을에는 모던한 오두막집이 세워졌고, 열 방출이 적은 큰 유리창과 빗물을 모으는 시스템을 갖춘 비자우의 옛 농가도 환영받았다. 열렬한 환경보호자인 이 부부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건강에 좋고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재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들은 생산 활동과 교통 수단에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이곳 사람들은 문자 그대로 환경을 존중할 줄 안다. 이 지역에서는 환경 보호에 참여하는 건축업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며, 에너지 협회에서는 매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분야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세운 프로젝트에 상을 수여한다. 이는 독일과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 광범위하게 발달한 선구적인 건축 운동이다. 이제 막 이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프랑스보다 더욱 앞서 있는 독일의 경우, 트랜스솔러 클라이밋 엔지니어링Transsolar Climate Engineering사와 함께 기후와 환경을 반영한 건축 연구에 앞장서고 있다. 올해 건축과 전통 가옥 협회에서 만든 글로벌 어워드와 EPAMSA(Etablissement Public d’Amenagement du Mantis Seine Aval, 센 강 하류 망투아 지역의 개발 공공 시설)에서는 환경 분야에 참가한 건축가를 선정해 수상한다. 다섯 명의 후보 중에 포어아를베르크 출신도 한 명 있다.

1 집 앞 계단에 앉은 조카들에게 마리타가 집에서 만든 딱총나무 시럽을 주고 있다. 이 집은 오래된 부분과 새로 지은 부분의 나무를 끼워 맞추는 방식으로 지었다. 
2 부엌 옆에 마련한 간이 식탁 공간. 
3 모던한 형태의 목재 계단.
4 아이 방에는 마리타의 아버지가 나무 각재로 만든 침대를 놓았다. 
5 레일을 단 가구는 마리타의 아버지가 만들었다. 내추럴한 집 안 분위기에서 예술 작품 같은 역할을 하는 가구로 이 집 가구 중에서 가장 독특하다. 사다리를 오르면 지붕 아래 마련된 서재로 올라갈 수 있다. 
6 목장을 향해 열린 침실 창. 창가에 잘 마른 수건을 담은 바구니가 놓여 있다. 신선한 공기에서는 방금 깎은 풀밭에서 나는 냄새가 풍긴다.

자연을 향한 건축적 탐구에서 나무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재료이며 이 지역의 주요한 자원이기도 하다. 혁신적인 해결책을 찾던 이 부부에게도 이는 명백한 해답이었다. 기술자인 친구 헬뮤트 바틀로그의 조언에 따라 마르탱과 마리타는 오래된 집을 개조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공간을 재구성해 가족이 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원래의 집이 지닌 느낌을 보존하기 위해 자연을 마주하는 큰 창을 만들고, 특히 바닥과 벽을 집중적으로 개조했다. 한 단계 한 단계 집은 예전의 매력을 되찾았다. 각각의 오브제가 상징적인 가치를 지니는, 극도로 심플한 공간으로 재탄생되었다. 마리타는 목수인 아버지에게 실용적이면서 우아한 가구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이 가구들은 이 집에서 유일하게 색을 띠고 있다. 바닥에는 기름을 칠하거나 밀랍을 입혀 자연 상태 그대로 두었는데 이로써 각 공간의 기능을 나누었다. 문은 옆으로 밀어 여닫고 겉창은 들어 올려 보이지 않는 틈 뒤로 사라지도록 만들었다. 외관을 마감한 나무 널빤지는 거대한 수평선을 그리며 오스트리아의 전통적인 정자인 ‘스코프schopf ’를 부각시킨다. 이 새로운 구조물은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쾌적한 공간도 제공한다. 그날 오후 그들은 야생화를 모아 와서 왕관을 엮어 서로 씌워주었다. 비자우 마을에서 이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화로운 모습이다.

1 2층에 있는 침대 역시 마리타의 아버지가 손수 만든 것.
2 욕실 중앙에 모던한 욕조가 놓여 있다.
3 마리타와 마르탱은 크롬으로 만든 매우 모던한 부엌에 오래된 난로를 그대로 두었다. 이 난로는 난방을 시작하기 전 가을부터 부엌을 따뜻하게 해준다. 난로 앞의 나무 바구니 안에는 나뭇조각이 가득 담겨 있고 난로 위에는 오래된 냄비와 샐러드 그릇이 놓여 있다.


(왼쪽) 욕실의 샤워 부스는 벽 뒤쪽으로 자리하고 있다. 
(오른쪽) 부엌 옆 거실에 놓인 식탁. 간결함이 매력적인 이 공간은 부드러운 나무 질감이 더해져 온화하고 따듯한 분위기를 낸다.

글 바바라 디브리Barbara Divry 진행 성정아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