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 3 바오밥(02-3461-2921)의 카펫 샘플. 실로 도톰하게 직조한 것. 파일(섬유)의 길이와 굵기, 질감이 조금씩 다른 카펫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파일이 가늘고, 길고, 부드러운 것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진정한 햅틱은 손끝과 피부에 닿는 감촉이다
<행복>은 지난 1월호에서 2008년 생활 디자인 트렌드로 햅틱haptic을 이야기한 바 있다. 이제는 휴대폰에도 ‘햅틱폰’이 있지 않은가? 시대는 바야흐로 햅틱을 주장하는데, 햅틱이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말 그대로 촉감이다. 손과 피부가 느끼는 그 무언가, 눈으로 알아채지만 결국 손을 거치면서 상상 이상의 촉감에 매료된다면 그것이 바로 햅틱의 정수인 것이다. 촉감은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사물 사이에 단절된 관계를 회복시켜주는 구실을 한다. 스킨십으로 더욱 가까워지는 남녀관계처럼. 관계를 한 단계 발전 시키는 데에는 접촉이 필요하고 피부가 느끼는 무언가가 있어야 애착이 생긴다. 나무의 물성을 활용한 디자인도 결국은 촉감에 대한 표현과 연관된 것이다.
1 천연 소가죽을 이용해 만든 러그로 화려한 색으로 염색했다.
2 상아타일에서 론칭한 온라인 타일 쇼핑몰 차우토로(www.ciaotoro.com)의 엠보싱 쿠션 타일 ‘꼬모세테’. 슬립 캐스팅 방식으로 도자에 볼륨감을 넣어 만든 타일이다.
3 클레이미니(031-718-6415)의 다용도함 ‘로터스’. 연꽃 모양으로 디자인한 것으로 풍만한 느낌이 인상적이다.
4 토드 분체가 디자인한 어덴틱스사의 보관 용기 스노우맨 시리즈. 이노이즈(02- 3142-0128)에서 판매한다.
거실 바닥에 맨발로 섰을 때, 폭신한 카펫을 밟고 선 것과 부드러운 소가죽을 밟고 선 것의 느낌을 떠올려보자. 내 발은 무엇이 편안하고 기분 좋은 것인지 느낄 것이다. 바오밥의 카펫과 러그는 이런 발끝의 감촉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물론 천연 가죽에 염색을 하여 시각적으로도 구미가 당기기도 하지만 왠지 한번 딛어보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D.H 인터내셔널의 전시장을 둘러보다 보면 패브릭에 드러난 여러 가지 패턴과 질감이 패브릭을 타일처럼 보이게도 만들고 하늘하늘거리는 홑겹 천처럼 사용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매년 해오듯 여러 개의 방으로 나누어 전시 부스를 연출했는데, 올해는 패브릭 느낌과 가구 느낌을 대비시키며 다양한 질감을 통해 만져보고 싶은 패브릭과 마감재를 선보였다. 안에 놓인 가구들은 그 느낌을 더욱 강조해주었다. 비단 촉감이란 소재의 특징에 의해서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풍만한 달 항아리처럼 그 넉넉하고 푸근한 생김새에 쓰다듬고 품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 역시 촉감을 자극하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클레이미니의 돔플레이트와 어덴틱스의 로터스처럼 눈으로 한번 품어보고 손으로 감싸 만져보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만든 형태, 이는 분명 기계적으로 깎은 반듯한 것들에 비하면 훨씬 편안하고 푸근하다. 상아타일의 차우토로Ciao Toro에서는 울룩불룩 양감이 느껴지는 타일을 선보였다. 평면적이었던 타일에 양감이 생기고 푹신할 것 같은 착각이 들도록 했다.
1 벤텍(031-764-0010)의 전시 부스 입구에 걸린 조명등. 벤텍 한기만 대표가 디자인했다.
2 AHEC 전시장 입구의 문.
3 텍스필(02-542-1938)의 패턴 벽지. 패턴에 벨벳 같은 패브릭을 사용해 질감에 변화를 주었다.
디자인으로 진화한 나무와 꽃
나무처럼 친숙하고 다재다능한 소재는 없을 것이다. 나무는 자연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물론 그렇다. 하지만 같은 자연으로부터 온 것이지만 물이나 돌 같은 것도 나무만큼 친숙하고 유용하게 느껴지는가? 나무는 물성 때문에 디자인의 소재로 백만 가지 가능성이 있다. AHEC(미국활엽수수출협회, www.afpa-korea.org) 공간에서 이를 엿볼 수 있었다. 가구가 되어도, 그릇이 되어도, 그 어떤 것으로도 손색이 없을 뿐만 아니라 나무 맛이 강하게 살수록 값어치는 높아진다. 그 맛을 살리는 방법에는 곱고 매끈하게 만드는 것도 있겠지만 거칠고 무작위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방법도 있다. 반질반질 빛나며 유연한 곡선이 특징적인 야오의 팜 화병과 고온·고압·고주파를 이용한 곡면 가구 제작의 노하우를 가진 벤텍의 제품. 특히 올해에는 벤텍의 전시 부스 연출에 사용한 조명등처럼 나무 자체의 유연한 물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디자인이 있는가 하면, 가나아트갤러리에서 소개한 네덜란드 디자이너 피트 헤인 엑Piet Hein Eek의 가구처럼 엉성하게 짜깁기한 듯 거친 가구도 나름의 매력을 발산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왼쪽) 라이프스타일 101에서 선보이는 가구 브랜드 ‘플라이’(02-517-6533)의 거실 가구 세트.
(오른쪽) 우드워킹숍(031-768-3303)의 나무로 만든 티테이블.
이와는 반대로 라이프스타일 101의 가구 브랜드 ‘플라이’는 정갈하게 다듬은 밝은 색상의 가구로 나무가 지닌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했다. 이 외에도 올해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만든 나무 가구가 지배적이었다. 거기에 색을 더하기도 하고 오히려 색을 빼기도 해 시간의 켜가 느껴지도록 만드는가 하면 마치 동화 속 나라에서나 볼 법한 아기자기하고 로맨틱한 가구들까지 있어 특히 주부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다. 아무리 모던을 외쳐도 여자들의 마음속에는 이런 따뜻하고 로맨틱한 가구에 대한 열망이 짙게 드리워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나무는 그 질감으로 인해 우리 눈에 한층 두드러졌다면, 꽃은 다양한 방식의 패턴으로 적용해 하얗고 멀건 공간에 풍성함과 활기를 불어넣도록 디자인했다. 대표적인 예로 식물 패턴과 모티프의 전령, 토드 분체Tord Boontje의 디자인을 들 수 있다. 예성&Co.에서 소개하는 그의 조명기구나 이노이즈에서 소개하는 그의 테이블 웨어 시리즈는 이미 세계적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제품이다.
1 홈스앤가든(031-714-2022)의 스탠더드 수납장.
2 야오(051-747-4107)의 팜 화병. 야오에서는 오래된 티크 원목으로 가구를 만드는 영국 ‘올드 자바Old Java’의 가구를 선보이고 있다.
3 스토리샵(www.storyshop.co.kr)의 레카도 쿠션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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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론 아라드 특별 전시장 전경. 대도시 속에 자리한 ‘황후의 방’을 외부와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입구에는 그의 아트 퍼니처가 놓여 있다.
3 리빙 브랜드 마리메코의 전시 부스로 강렬하고 회화적인 프린트가 인상적이다.
* <사진 1> 협찬 (주)LG화학, (주)이건리빙, (주)대명 A.T.M, (주)아린 엠이이치씨&Valli&Valli
(왼쪽) 일본의 주목받는 일러스트레이터 신지 가토의 일러스트레이션이 더해진 테이블 매트.
(오른쪽) 행남자기에서 선보인, 문장을 색이 있는 선으로 표현한 작품.
인생의 드라마가 펼쳐질 그곳
조금은 비현실적인 공간이 환대를 받는 시대이다. 몽환적이거나 동화적이거나 초현실적인 기운이 감도는 공간에서 사람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그런 공간을 위한 아이디어로 가장 많이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일러스트레이션과 같은 그림. 시각적으로 먼저 사람의 감정이 동요되기 때문이다. 그다음에 빛이나 소리 등 한 차원 높은 접근이 이뤄진다. 올해 서울리빙디자인페어 특별 전시의 주제는 ‘황후의 방’이었다. 관람객들은 세계적인 디자이너 론 아라드, 그리고 구마 겐코가 제안한 힐스테이트 트렌드 포럼관에서 21세기형 드림 팰리스를 상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방인인 그들의 시각이 빚어낸 우리의 역사 속 공간. 론 아라드의 공간에 들어서면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허공을 떠다니는 영상이 연상된다.
실제로 그는 몇 해 전 멕시코시티의 호텔 디자인 프로젝트에서도 이와 비슷한 공간을 소개했고 거기에 방 안에 앉아서도 도시의 맥락을 읽어 들일 수 있게 했다. 마치 비트의 도시 속에 부유하는 인공 섬이 있고 그 안에서 이방인의 여유를 즐기듯 그것을 서울로 옮겨 와서는 ‘황후의 방’으로 재탄생시켰고 서울이라는 도시의 의미를 부여해보려 했다. 그가 제안한 황후의 방에는 중정이 있어 동서남북 어디와도 소통하는 공간이 된다. 황후의 방은 벽과 바닥을 비롯해 모든 것이 흰색이다. 그중에서도 벽면은 거대한 스크린이 된다. 론 아라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담기게 되는 영역이다. 황후는 침대에 누워 자신을 중심으로 빙 둘러싼 스크린을 바라보고 우리나라의 사계와 바깥 세상을 한눈에 바라보게 된다. 황후의 방은 더 이상 외부와 단절된 닫힌 공간이 아닌 것이다. 물 흐르듯 하면서도 신비로운 공간인 것이다. 전시 공간 앞에 놓인 억대의 론 아라드 의자 하나. 이것의 가격부터가 신비로웠다.
1, 3 목재용 도구와 DIY 페인트를 취급하는 쉐르보네(031-767-8176)의 부스 전경과 페인트 컬러 샘플.
2 우드워킹 아카데미(031-768-3303)에서 만든 목공 작품.
4 더숲(042-535-3220)의 전시 부스 내 워크숍 모습. 더숲은 전시 기간 내내 자체 워크숍을 운영했다.
Do Myself! 내 아이디어가 제품이 된다
네 번째 화두는 바로 스스로가 능동적인 창조의 주체가 되는 것, ‘Do Myself’였다. 한때 열풍이었던 DIY보다 좀 더 능동적이고, 전문화된 솔루션을 이용해 나의 아이디어로 직접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것은 가구일 수도 있고 타일일 수도 있고 벽지일 수도 있다.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참가했던 다양한 업체들은 개인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제품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했다.
우드워킹 아카데미는 평면 구성과 입체 구성의 과정으로 나누어 목재와 수공구를 다스리는 감각, 전통 목가구의 짜임 기법을 습득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데, 리빙페어 전시장에서는 그들이 직접 만든 작품을 함께 전시하여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외에도 목공 관련 부스가 여러 개 있었는데, 더숲에서는 전시장에서 직접 DIY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하고, 쉐르보네는 페인트, 목재 등 가구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다양한 재료를 소개했다. 타일 전문 브랜드 다스제다는 사용자가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전송하면 뮤럴 타일로 제작해준다. 일상적인 사진이어도 좋고 여행지에서 촬영한 멋진 풍경이어도 좋다. 이미지를 다스제다로 전송하면 800℃ 고온에서 소성시킨 타일로 만들어주는데 가로세로 각각 1m의 공간을 연출하려면 최하 30MB가 필요하다(일반적인 정보 속성으로 확인했을 때 3~4MB 이상). 이 외에도 자신의 공간을 직접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소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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