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층의 드레싱룸.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빨간 휴식용 침대 ‘바르셀로나Barcelona’가 창밖의 녹음과 대비를 이룬다.
2 실내 건축가 에르베 모로는 오래된 오두막집을 새로운 건축물로 개조했다. 가로로 길게 자른 삼나무로 외관을 마감하고 지붕을 경사지게 만들었다. 이페ipe 나무(중남미 열대우림에서 자라는 강도 높은 나무)로 만든 테라스에는 합성 패브릭 소재의 차양을 쳐서 시원한 그늘을 만들었다. 마르셀 반더스가 무이 제품으로 디자인한 테이블 ‘컨테이너Container’와 재스퍼 모리슨이 마지스 제품으로 디자인한 의자 ‘에어 체어Air Chair’가 있다.
‘진정한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는 열정적인 완벽주의자 에르베 모로. 그는 목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실내 건축가가 되기 전에 에베니스테ebeniste(나무로 가구를 만드는 사람)였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모던한 취향과 완벽한 기술을 접목시켜 멋진 가구와 공간을 디자인한다. 그의 에이전시가 리옹 근방의 칼뤼르에 있는 까닭에 그는 리옹 인근에 사는 사람들의 집을 주로 디자인한다. 최근 완성한 이 집 역시 리옹에 있다. 이 집을 간단하게 정의하면 ‘나무와 빛으로 이루어진 집’이라 할 수 있다. 옛날 구조물에 에르베 모로가 세운 집을 덧붙인 듯한 형태로, 가로로 길게 자른 삼나무로 마감한 외관이 돋보인다. 모로는 집 한쪽 옆에 작은 시멘트 길을 만들고 바닥에 조명 시설을 장치해 이 길을 따라 현관까지 갈 수 있게 했다. “이 집은 루트론 일렉트로닉스Lutron Electronics사의 자동 제어 장치로 모두 조정됩니다. 디지털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문이 열리고 보안 장치와 모든 전자 개폐 장치가 작동하게 됩니다.” 특히 현관문은 요란한 프레임 없이 단순하게 열리도록 만들었는데 이는 유동적으로 흐르는 삼나무의 가로선을 해치지 않으면서 지붕의 사선과 미학적인 대조를 이룬다.
1 에르베 모로가 디자인한 주방. 주홍색과 흰색 코리안이 참나무로 된 조리대에 생기를 부여한다. TV를 벽 안에 설치하고 모든 조리 기구를 빌트인했다.
2 사각 타일로 마감한 욕실. 제브라노 받침대 위에 놓은 세면대 위에는 에르베 모로가 디자인한 긴 거울을 달았는데 거울이 마치 공중에 매달린 듯하다.
3 거실보다 약간 높은 위치에 서재가 있다. 르 코르뷔지에와 샤를로트 페리앙이 만든 세계적인 라운지 체어 ‘LC4’의 곡선과 창문의 직선이 조화를 이룬다.
에르베 모로는 급격하게 경사진 지붕 아래에 거실을 만들고 거실에는 오픈식 벽난로를 설치했다. 벽난로는 회색 돌로 된 받침 위에 올려진 모양으로 광택이 도는 검은색 후드가 훌륭한 데커레이션 요소가 되기도 한다. 벽난로 뒤에는 가에 아울렌티Gae Aulenti가 디자인한 바퀴 달린 테이블과 디자인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와 샤를로트 페리앙이 디자인한 그 유명한 암체어 ‘LC2’ 두 개와 라운지 체어 ‘LC4’를 놓았다. 바닥에는 자전거 타이어의 튜브로 만든 검정 카펫 ‘비치클레타Bicicleta’를 깔아 기하학적인 선으로 이루어진 거실에 색다른 재미를 더했다. 모나리자의 곁눈질을 받고 있는 서재에는 제브라노 목재를 사용해 에베니스테로서의 감각을 한껏 뽐냈다. 그리고 주방은 바니시를 칠한 참나무와 두 가지 컬러(싱크대 상판은 흰색으로, 벽은 생기를 부여하기 위해 주홍색으로)의 인조 대리석 ‘코리안’을 사용해 모던하면서 실용적으로 완성했다. 소리에 매우 민감한 모로는 후드나 문의 잠금 장치가 매우 조용하게 작동되도록 특별히 신경 썼다. 그리고 집주인이 친구들을 초대해 음식 대접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을 고려해 주방을 거실보다 약간 낮게 배치해 초대받은 사람들이 주방에서 음식 준비하는 모습은 보지 못하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처럼 모로는 작은 요소 하나하나에도 집주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적용했다.
1 거실 옆에 있는 서재는 제브라노 나무로 완성했다. 에르베 모로의 스튜디오에서 디자인한 모나리자 그림이 걸려 있는 공간. 오른쪽에 있는 주름진 패브릭으로 된 병풍 모양의 조명등이 두 개 층을 모두 비춰준다.
2 경사가 심한 지붕 바로 아래에 있는 침실. 하얀 침대를 배경으로 게리트 리트벨트가 디자인한 적청의자가 놓여 있다. 의자와 대비되는 파란 톤의 조명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3 펜던트 조명등 ‘로열 사이즈Royal Size’가 불을 밝히는 다이닝룸. 테이블 ‘컬러스Colors’는 파토리니가 MDF 이탈리아의 제품으로 디자인한 것으로 벽난로의 검은색 후드와 조화를 이룬다. 의자 ‘팔로코Palocco’는 하비타트 제품.
무엇보다 이 집에서 강렬하게 눈길을 끄는 요소는 에르베 모로가 디자인하고 이 지역의 장인이 만든 나선형 계단이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된 이 멋진 계단은 발을 옮길 때마다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며 추상 조각 작품을 보는 듯하다. 다행히 계단에 빨간색 모듈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 계단을 오를 때마다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을 가라앉힐 수 있다. 집주인은 이 집의 날개 부분은 모두 사적인 공간으로 활용하길 원했다. 그래서 두더지색 모케트moquette(벨벳 같은 모직물)가 깔린 이 부분에는 테라스가 딸린 넓은 침실과 작은 거실을 개조해 만든 드레싱룸, 그리고 멋진 욕실을 두었다.
에르베 모로는 욕실도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완벽함을 추구했다. 제브라노 받침대 위에 올린 직사각형 코리안 세면대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긴 거울 등 세련되고 정제된 욕실은 디자인과 실용성을 모두 고려해 완성한 것. 수전 하나, 세라믹 타일 하나도 욕실의 기하학적인 디자인을 감안해 선택했고 거울에는 수증기가 서리지 않도록 특별한 기술을 적용했다. “저는 장인들이 하는 작업을 완벽하게 꿰뚫고 있습니다. 그들과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고 할까요? 그러나 무엇보다 제가 열정을 쏟는 부분은 빛입니다. 빛을 잘 이용해야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공간을 채색하며 미술 작품을 돋보이게 만들 수 있죠. 빛은 공간에 마술을 부리는 매우 중요한 건축 요소입니다.” ‘진정한 멋이란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그는 반복해 말한다. 그러나 외부와 내부 모두 아름다움과 기술이 완벽하게 결합된 이 집이야말로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훌륭한 건축물의 증거가 아니겠는가.
4 루트론 일렉트로닉사의 자동 제어 장치로 조절하는 조명이 원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이 조명은 삼나무로 마감한 건물 외관을 비추며 방문객들을 현관까지 안내해준다.
5 자연을 한껏 받아들이기 위해 높고 넓게 창을 낸 집의 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