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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아들의 집

나와 아들의 집

-집을 통해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주는 선물

 

-정경수 / 디아-로그 소장 (www.dia-log.org)

 

 

 

‘제게는 다섯 살 난 아들이 하나 있고요, 얼마 전에 이혼을 했습니다. 그래서 2주 마다 주말에 아이를 볼 수 있는데, 그때 이 집에서 같이 시간을 보낼 계획이에요. 짧은 시간이겠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저와 여러 가지 크고 작은 기억들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몇 해전 겨울 한 건축주가 찾아와, 자신의 현재 상황과 미래에 계획하고 있는 집에 대해서 이야기 내용이다.

첫 미팅을 마치고 집을 짓고 난 후, 이 분의 새로운 일상이 될 하루, 한 주 혹은 한 달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출근을 위해 바쁘게 움직일 아침시간이며,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는 저녁 시간 일터에서 돌아와 현관문을 열 때, 식사를 마치고 맥주 한잔을 하며 TV를 볼 때 등의 상황들 말이다. 또 2주 만에 만난 아이와 집에 들어오는 길이나, 주말 오후 집안 어딘가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 잠자기 전 같이 샤워실에서 목욕을 할 때 등의 상황들 말이다. 아이에게 2주 만에 보는 아빠란 어떤 느낌일지와 아빠가 사는 집은 15년 후 성인이 될 아이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을까?

 

 

이 집은 이런 고민 속에서 만들어졌다. 집은 길에서부터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길에 면하는 앞마당과 그 뒤로 서있는 집과 옆마당, 뒷마당 순으로 구성된다. 앞마당은 남향으로 단지 내 도로와 마주하고 있어 항상 경쾌한 분위기이다. 집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길이 하루 종일 밝고 이웃들이 있어 기대감을 준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옆 마당 경계에는 작은 꽃나무 한 그루를 심어 동네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보호한다. 그리고 옆 건물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그늘과 아름다운 배경이 되는 뒷산은 아버지와 아이가 편히 쉴 수 있는 가족들만의 공간이 된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앞마당을 가로질러 현관문을 열면 첫 번째로 만나는 공간은 내부마당이다. 내부 공간이지만 ‘ㅁ’자 한옥의 중정처럼 실내의 공간을 외부 공간처럼 만들어 반려견도 키우고 여러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마당과 내부 공간 사이에는 30cm의 단 차이를 두어 앉아 있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경계 벽 전체를 문으로 만들어 계절이 변해도 혹은 여러 손님들이 집에 방문하는 여러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사용이 가능하다.

내부 마당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가면 한쪽으로는 거실이, 다른 한쪽으로는 주방과 식당이 분리되어 자리 잡고 있다. 서로 다른 기능들을 분리하여 배치함으로써 건축주가 평소에 해야 하는 집안 일을 조금이나마 줄여주고자 함이다. 주방과 식당 앞으로는 수평의 긴 창을 두어 뒷산을 배경으로 식사할 수 있는 작은 호사스러움도 주었다.

 

 

 

2층에 오르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아이의 놀이방이다. 이 방은 공간 속에 들어간 작은 박스처럼 보이는데 2층과 다락 공간의 구심점이 된다. 방의 내부는 여러 개의 개구부를 만들어 아빠가 아이들 쉽게 볼 수 있도록 했으며, 아이는 개구부를 통해 부분부분 보이는 아빠의 모습에서 재미있는 상상에 빠질 수 있도록 했다.

 

2층에서 또 한가지 신경 쓴 것은 화장실이다. 한층 바닥면적이 12.5평인 이 작은 집의 화장실은 2.5평으로 건식과 습식 부분으로 나누어 디자인했다. 건식부분에는 세면기와 변기를 두어 평상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습식 부분에는 샤워 공간과 욕조를 두어 2주마다 갖게 될 아이와 아빠의 목욕시간에 모자람이 없도록 만들었다.

 

 

 

 

아이의 놀이방 오른편으로 보이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다락이 나온다. 계단 중간에 계단참을 크게 만들고 그 뒤로 긴 계단 세단을 만들어, 작은 계단식 극장 공간을 마련했다. 극장 공간과 다락 사이는 오픈형 책장으로 분리하여 혼자 작업하고 독서를 좋아하는 건축주에게 작은 작업실을 마련해주었다.

이 집은 한층 바닥면적이 12.5평으로 2층에 다락을 얹은 집이다. 연면적 25평과 다락 8평의 작은 집이지만 여러 기능을 닮을 수 있는 작은 공간들을 만들고 그 공간과 공간 사이에 여러 건축적 이야기들을 만들어 놓은 집이다. 건축가로서 가장 많이 배우고 보람찼던 순간은 집이 완공되고 나서부터다. 집이 완공되고 아이가 주말에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이 집은 동네 아이들의 아지트가 되었다고 한다. 아이에게 2주 마다 오는 집이 어색하고 낯선 곳이 아닌 친구를 사귀고 그 친구들과 즐겁게 놀 수 있는 기쁨의 장소가 된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런 아이를 보며 마음속 빈자리를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처음의 고민처럼 나의 건축주가 아들에게 주고 싶었던 집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들 모두에게 '집'과 그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집은 작은 우주다. 작은 행성들이 끊임없이 우주 안에서 돌듯이, 우리들의 기억들은 집을 배경으로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기억들로 인해서 한 사람이 만들어진다. 나의 건축주가 바랬던 것은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그런 것처럼 아이가 부족함이 없는 한 사람으로 성장해 주길 바랬던 것이 아닐까 싶다. 아버지와 아들에게 이 집이 오랜 시간 여러 좋은 기억들을 만들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

 

 

---건축개요---

-대지위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대지면적: 209 m2

-지역/지구: 자연녹지지역

 

-건축면적: 41.73 m2 (12.62평)

-연면적: 83.46 m2 (25.24평)

*(다락면적: 33.65m2 (10.18평))

 

-건폐율: 19.97% (법정: 20%)

-용적율: 39.93% (법정: 100%)

 

-건축규모: 지상2층+다락

-건축구조: 목구조

-최고높이: 8.8 M

 

-주차대수: 1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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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haha7@yahoo.com 201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