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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티크 애호가 김경옥 씨의 취향이 빛나는 집
집 안은 단장할수록 빛나는 법. 특히 앤티크 애호가의 집이라면 더욱 그러하리라. 오랜 세월 앤티크 스타일링 감각을 쌓아가며 집을 꾸미고 정성 어린 손길로 가꿔온 집주인, 그리고 이를 지켜본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함께 완성한 집을 찾았다.

거실에 놓인 19세기 앤티크 소파에 앉은 김경옥 씨. 박미진 실장은 거실 바닥재를 화이트 대리석으로 교체해 앤티크 가구가 돋보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복층 구조로 1층 천고가 높아 앤티크 샹들리에를 매달고, 창가 커튼봉도 철로 앤티크하게 제작해 프렌치 무드를 통일했다.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눈앞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속 주인공이 프랑스 파리 시내 한복판에서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난 것처럼. 가구부터 소품과 패브릭까지 온통 앤티크 제품으로 가득한 이 집은 실제로 서울 고층 아파트지만, 19세기 프랑스 파리의 어느 집에 초대받은 듯 기분 좋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매혹적인 공간만큼이나 남다른 자태의 안주인 김경옥 씨는 프랑스나 영국 등 유럽의 1백 년 이상 된 앤티크를 오랜 시간 모아왔다. 김경옥 씨가 애정을 갖고 수집해온 물건은 주로 19세기 유럽 여인들이 애장하던 모자, 양산, 레이스 블라우스나 스커트, 장갑, 핸드백 등 작은 소품부터 시간을 거슬러 그 시대 여인들의 생활상이나 시대 장면이 그려지는 램프, 워시 스탠드, 파이어 스크린, 파티션 등 다양하다.


골드와 그린 컬러 문손잡이는 포인트 역할을 한다.
앤티크 거울이 공간마다 놓여 있다.
박미진 실장이 유리 그릇으로 전등갓을 만든 주방 조명.
“앤티크는 오래된 것만이 지닐 수 있는 시간의 향이 배어 있어서 가구나 소품마다 스토리가 만들어지곤 합니다. 마음에 드는 앤티크 소품이나 가구를 들여 알맞은 자리를 찾아줄 때면 저만의 흥에 취해 밤을 새우기도 하지요. 앤티크는 이제 제 일상에 자리 잡아 시간과 함께 지나가고 있네요. 가족처럼요.”


취향은 공간을 덜어낼수록 돋보인다
작품 같은 앤티크 빈티지 가구와 소품은 어떤 공간에 어떻게 놓이는지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아파트에서 12년 정도 지낸 김경옥 씨는 실내 공간을 비우는 방향으로 변화를 주고자 최근 리모델링을 마쳤다. 김경옥 씨는 아끼는 물건을 정리해 오래도록 간직할 것만 한곳에 잘 모아 자신의 놀이방을 만들고자 했다. 그 바람이 계기가 되어 지난여름 지인에게 소개받은 디자인폴 박미진 실장에게 리모델링을 맡겼다. 박미진 실장은 모던 프렌치 감성을 공간에 잘 살리는 인테리어를 패브릭, 소품 등 공간 스타일링과 함께 진행한다. 무엇보다 그 자신이 앤티크 빈티지 컬렉터이기도 해 이 집 안주인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줄 적임자였다.

“10여 년 전부터 안주인분을 레이스라는 닉네임으로 알고 있었어요. 블로그에 앤티크 스타일링으로 꾸민 집 풍경을 올려 유명한 분이셨거든요. 저도 앤티크를 수집하기에 이분의 블로그를 들여다보며 참 신비한 눈을 지니셨다고 생각했어요. 구하기 어렵고 안목이 없으면 발견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앤티크 아이템을 많이 갖고 계세요.”


김경옥 씨의 남편이 주로 쓰는 침실은 다운된 그린 톤을 사용했다. 바닥에 단을 올려 타일을 깐 안쪽 창가가 이 방의 포인트.
앤티크 식탁이 놓인 바닥에 패턴 타일을 깔고, 한쪽에 대리석 아일랜드 식탁을 만들어 거실과 다르면서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한 주방 풍경.
박미진 실장은 김경옥 씨의 앤티크 컬렉션의 매력이 더 드러날 수 있도록 인테리어 요소는 더하기보다 빼는 쪽으로 초점을 맞췄다. “워낙 잘 꾸미고 사셔서 저는 전체적으로 톤과 소재를 바꿔드리고, 라인만 잡아드렸어요. 몰딩은 거실 쪽만 포인트를 주고, 다른 곳은 심플하게 방향을 잡았고요. 문선도 간결하고 집 안 색감도 튀지 않게 선택했어요. 색감은 있지만 톤 다운해 도드라지지 않게 했더니 가구와도 조화를 잘 이루고요.” 바닥 마루의 톤에 따라 집 안 분위기가 달라졌다. 거실은 고급스럽고 모던한 화이트 대리석으로 바닥을 밝게 하면서 앤티크의 럭셔리함이 더 부각되었다. 문이나 벽도 화이트 톤으로 밝게 바꿨다.

또 레노베이션을 통해 따뜻한 소재와 차가운 소재를 적절히 믹스 매치해 세련된 인테리어 느낌을 자아냈다. 오래된 가구로 자칫 세련미를 놓칠 뻔한 공간이 덜어내는 인테리어로 옛것의 오라와 심플함의 세련미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 “특히 차가운 물성의 철재 소재를 추가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도 의도했어요. 거실 중문은 철공 작업으로 모던함을 살렸고, 같은 철로 커튼봉을 앤티크하게 제작해 프렌치한 느낌을 더했고요.”


2층 창고를 개조한 세탁실로, 그린과 골드 컬러 톤이 포인트다. 박미진 실장이 추구하는 실용적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공간.


생활에 편리함을 더하는 디자인이 아름답다
박미진 실장은 집주인의 취향이 미적으로 잘 드러나는 것 만큼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공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집은 구조변경을 통해 실용성을 살렸다. 남편과 아내의 공간을 나눠 1층 침실은 남편 방으로, 2층 공간은 김경옥 씨가 원하던 놀이방과 개인 침실, 세탁실로 구성해 생활하기 편하게 만들었다. “2층 방은 사용하기 조금 불편한 점이 있었는데 확장하고, 침대도 아예 그 방으로 옮기는 등 배치를 바꾸면서 완벽한 제 공간이 되었어요.” 특히 김경옥 씨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2층 세탁실이다. 1백년이 넘은 앤티크 패브릭이 많은 김경옥 씨는 이것을 보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손빨래하고 풀을 먹이고 다림질하며 관리하는 데도 많은 시간을 쏟는다. 그 정성을 이해하는 박미진 실장은 2층에 창고이던 공간을 세탁실로 바꿔 방 옆에 위치하게 해 손빨래할 때마다 이동하기 쉽도록 동선을 정리했다.


웨인스코팅 프레임으로 프렌치 모던 스타일의 침실을 완성했다.

“편해진 만큼 세탁을 더 자주 하게 되더라고요. 요즘 제가 일을 더 많이 하는 거 있죠.(웃음)” 또 주방에 쓰임새를 더하기 위해 패턴이 튀지 않으면서도 포인트가 되는 대리석으로 아일랜드 식탁을 추가했는데, 가족이 모두 가장 마음에 들어 한 부분이기도 하다.

집 안 곳곳에 여러 색깔이 어우러지는 변화를 보며 행복했다고 말한 김경옥 씨. 그리고 만나고 싶은 사람은 뜻이 있으면 언젠가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며 소회를 밝힌 박미진 실장. 앤티크와 프렌치 감성의 취향을 각자의 삶에서 오랜 시간 갈고닦은 두 사람. 결국 맞닿은 인연과 안목이 함께 만들어낸 더욱 아름다운 공간이다.



디자인폴 박미진 대표는 프렌치 스타일 인테리어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다. 만화가이던 그가 우연한 기회에 시공한 프렌치 스타일의 집이 네이버 카페 ‘레몬테라스’에서 엄청난 호응을 얻으면서 스타 디자이너로 떠올랐다. 클래식부터 모던한 감성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프렌치 무드의 인테리어디자인을 선보인다.


설계와 시공 디자인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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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지혜 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2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