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남시 판교동 메종 시엘 안팎과 위아래가 막힘없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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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유리 창문으로 안과 밖이 연결된다. 부부는 언젠가부터 퇴근을 하면 빨리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한다. 집 안에서도 밖을 훤히 내다볼 수 있는 집, 이곳이 바로 부부가 꿈꾼 메종 시엘Maison Ciel ‘천국의 집’이다.
온 가족이 모이는 1층 거실 전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 햇빛이 잘 들고 아래층과 위층이 통하는 구조로 어디에 있어도 한 공간에 있는 듯하다.
부부의 삶은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특히 맞벌이 부부에게는 혼자 시 위층과 아래층이 통하게 한쪽을 시원하게 뚫었다. 아이가 있는 간을 보내야 할 아이가 가장 큰 걱정거리다.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김경진・하지연 부부도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어린 아들 시후가 염려스러웠다. 친정어머니가 아이를 돌봐주기 위해 부산에서 올라와 함께 지내고 있지만, 아내 하지연 씨는 혼자 있는 아버지가 신경 쓰였다. 남편 김경진씨는 그런 아내를 위해 장인과 장모를 모시고 살기로 결정했다. 직장이 가까운 판교동에 땅을 구입한 후 어떤 집을 지을까 고민하던 부부는 아이에스엠건축연구소 소장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을 접하게 되었다.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이중원 교수와 이경아 소장 역시 부모님을 모시고 두 아이와 함께 살기 위해 4년 전 판교에 집을 지었다. 건축 잡지와 전문 서적에 몇 번 소개된 적이 있는 이 집은 3대가 사는 집 ‘삼대헌’이다. 목조 주택이 아니라 전벽돌과 스테인리스를 사용해 지은 삼대헌은 김경진・하지연 부부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부부는 자신들이 찾고 있는 바로 그 집이 라고 확신하고 이경아 소장 부부를 찾아가 삼대헌을 구석구석 둘러보았다. 그리고 곧바로 “이런 집을 지어달라”고 부탁했다
1 카페 같은 집을 짓고 싶다는 김경진 씨의 바람이 가장 잘 구현된 주방. 거실과 주방 사이 문을 닫으면 공간이 분리돼 손님이 왔을 때 유용하다.
2 평수가 같은 다른 집에 비해 메종 시엘의 방은 면적이 적은 편이다. 방 안에서는 잠만 자고 주로 거실과 서재에서 생활하기 위해 의도한 것.
(왼쪽) 위층과 아래층이 통하게 한쪽을 시원하게 뚫었다.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어디에서든 서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통유리창이지만 냉난방비 걱정 없어요”
부부가 집을 짓기 전에 건축가에게 부탁한 것은 공간의 개방감이다. 어떤 집을 지을까 고민하면서 목조 주택도 여러 곳 방문해봤지만, 답답한 느낌이 먼저 들었다고 한다. 목조주택이 아늑하고 따스한 느낌이 있지만 부부가 원하는 집은 편안하면서도 막힘이 없는 공간이었다. 이 집을 짓기 전 부부는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가 설계한 운중동 빌라에서 살았는데, 삼면이 넓은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바깥풍경을 조망한 기억이 좋아 새로 짓는 집에도 유리창을 크게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일반 주택에서는 큰 유리창이 조금 불편할 만도 한데, 부부는 이 부분을 가장 강조했다. 삼대헌이 부부 눈에 띈 것도 네면을 막지 않고 유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건축가 입장에서도 이렇게 개방적인 건축주를 만난 건 행운이다. “사실 판교는 대부분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창이 작거나 발코니를 안으로 낸 폐쇄적 주택이많아요. 그런데 건축주가 유리에 거부감이 없고 적극적으로 사용하자고 해서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었죠.”
유리창을 크게 내기로 결정하면서 부부는 한편으로 냉난방비가 걱정되었다. “주택에서 사는 건 처음이라 아무래도 냉난방비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 고민했어요. 그런데 소장님이 삼대헌의 난방비 출금 내역을 다 보여주었지요. 물론 일반 아파트보다는 많겠지만 생각처럼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나지는 않더라고요. 실제로 이번 겨울을 지내면서도 매우 만족스러웠고요.”
1 지하 서재에 마련한 AV실. 스크린이 걸린 벽면의 파벽돌과 가구, 그림은 남편 김경진 씨가 꼼꼼이 고른 것들이다.
2 2층에 있는 작은 거실은 주로 김경진ㆍ하지연 부부와 아이가 생활하는 공간.
소장 부부는 해가 들어오는 동쪽으로 거실과 테라스를 배치해 큰 유리창을만들었고, 그늘진 반대편 북서쪽에 화장실, 주방, 다용도실 등을 설계해 단열이 잘 되도록 했다. “북서쪽에 서비스 시설을 몰아 설계해 북서풍이 거실과 방안으로 들어오는 걸 막았어요. 실내로 바람이 들어올 틈을 최소한으로 줄인거죠. 또 서쪽 면에 바로 옆집이 접해 있어 창문을 거의 만들지 않았습니다.” 이 집에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개방감은 위・아래층 간의 소통이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옆을 막지 않고 1층부터 다락까지 철제 봉으로 이었다. 철판을 접어 한쪽 벽면에 꽂고 반대편을 철제 봉에 고정하는 시공은 기술적으로도 가장 신경 쓴 부분. 또 거실과 계단 사이에 천장을 뚫어 위층과 아래층에서 서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했다. 철제 봉 사이사이에 장식 선반을 만들어 실용성도 높였다. 집주인도 이런 디자인 요소를 가장 마음에 들어 했다.
“이런 게 주택에 사는 즐거움이죠”
1층에 있는 부모님 방, 2층에 있는 부부 방과 아이 방은 일반 집에 비해 면적이 적은 편이다. 밖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 방에서는 잠만 자고 나머지 시간에는 가족이 거실이나 주방에 모이도록 의도한 것이다. 또 지하에는 서재 겸 AV실이 있는데, 취재를 하는 동안에도 남편 김경진 씨는 이곳에서 책을 읽거나 인터넷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집이 제게 취미를 만들어주더라고요. 이 집에 이사온 이후로 영화를 보는 게 취미가 되었어요. 처음에는 120인치 스크린까지 필요할까 생각했는데, 잘 선택한 것 같아요.” 지하 서재 인테리어는 김경진 씨가 거의 주도했다. 탁 트인공간을 서재와 AV실로 구획하고 가구를 직접 골라 배치하거나 마음에 드는 그림을 구입해 걸었다. 그는 집을 지으면서 인테리어의 재미를 발견했다고.
3 지하 서재 한쪽 벽면에 붙박이 책꽂이를 만들어 부부의 수집품을 진열했다. 1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아내 하지연 씨와 어린 시후가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4 다락방은 시후의 놀이 공간. 친인척이 놀러 와서 하룻밤 지낼 때는 손님방으로 사용한다.
5 메종 시엘은 주택에 잘 사용하지 않는 유리와 스테인리스를 활용해 이 동네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집이다.
이 집은 동네에서도 예쁜 집으로 통한다. 지나가던 동네 주민이 예쁜 집을 지어주어 고맙다며 인사를 건네기도 했단다. 어머니가 다니는 교회 지인들이 자주 집을 구경하러 와서 오픈 하우스가 되기도 하고, 주말에는 성경 공부를 하기 위해 이 집으로 모인다. 남편 김경진 씨는 집을 지은 이후로 퇴근시간을 더욱 기다린다. “집에 들어오면 일단 공간이 뻥 뚫려서 기분이 좋아요. 또 실제로 생활하면서도 실용적으로 잘 설계했다는 걸 느껴요. 지하에서는 조용히 일을 할 수 있고, 2층 작은 거실에서는 밤늦게 아내와 와인을 마시며 휴식을 취해요. 1층 거실과 주방 사이에 유리문이 있어 손님이 왔을때 공간을 분리해 사용할 수도 있고요.”
주택에서 살면 때때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눈이 오면 집 앞의 눈을 치워야 하고 주차나 청소, 조경도 집주인 몫이다. 그런데 부부에게 이런 불편은 오히려 주택에 사는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아내 하지연 씨는 길을 걷다가도 쓰레기를 보면 얼른 주울 정도로 마을에 애착이 생겼다며 수줍게 웃었다.부부는 고심한 끝에 이 집 이름을 ‘메종 시엘’이라고 지었다. 해가 좋은 날에는 건물 외부 스테인리스와 유리에 하늘이 비친다고 지은 이름이다. ‘하늘집’인 동시에 ‘천국의 집’이란 중의적 뜻이 담겼다. 메종 시엘이라는 이름에서 부부가 이 집에서 생활하는 것을 얼마나 만족해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거실과 주방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작은 정원에는 2인용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겨울이라 조경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몇 번이고 아쉬워하는 부부는 얼른 초록이 번지는 봄이 오기를 고대한다.
이중원 교수와 이경아 소장은 미국 MIT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보스턴에 있는 건축사무소에서 근무한 부부 건축가다. 2011년 귀국해 아이에스엠건축연구소(02-577-3211)를 설립하고 자신들의 집 삼대헌을 비롯해 주택과 교회, 주거 단지 등을 설계했다. 성균관대 이중원 교수는 <건축으로 본 보스턴 이야기> <초고층 도시 맨해튼> 등 건축 서적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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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