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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디자이너 Daniela Gerini 컬렉터를 위한 파라다이스
밀라노 중심부에 위치한 1930년대 지은 다니엘라 제리니의 하우스는 기하학과 컬러, 아트와 디자인으로 가득 차 있다.

다니엘라 제리니. 자신이 디자인한 패브릭으로 감싼 테이블 두 개 사이에 기대 있다. 그 뒤에는 1920년에 제작한 대리석과 철제 콘솔 위에 베페 델 치아파의 그림 두 점이 놓여 있다.
테라스와 연결되는 낭만적인 온실. 주철과 대리석 테이블 위에는 화병 시리즈가, 벽에는 조 폰티의 도자기 그림이 걸려 있다. 빈티지 우산 꽂이는 피에로 포르나세티의 작품이다.
주방 통로에는 다시 도장한 18세기 가정집의 찬장과 파리의 마셰 오 푸크에서 가져온 항아리가 있다.
“저는 호기심이 많고, 새롭고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는 데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요. 따라서 저는 패션 디자이너이기 이전에 ‘수집광’이라고 생각합니다.”

패션 스타일리스트이자 디자이너 다니엘라 제리니는 색과 형태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로 디자인 프로젝트와 패션 컬렉션을 실현해왔다. “저는 모든 예술적 표현에 진정한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화가 소니아 들로네는 제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인물 중 한 명입니다. 그의 기이하고 추상적이며 화려하고 기하학적인 스타일이 제 패션 콘셉트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1920년 델 치아파의 동양주의 그림.
안토니아 캄피의 세라믹 패널과 다니엘라 제리니의 페인팅 ‘X Nera’.
다니엘라 게리니의 페인팅 세라믹 컵 ‘스위트 비’.
그런 그는 현재 밀라노 중심부에 위치한 신고전주의의 기념비적 건축양식이 특징인 1930년대 아파트에 거주한다.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배경을 지닌 제리니는 이곳에서 장소의 역사에 귀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해 주변 모든 것과의 관계를 재창조해나간다.

“저는 이곳이 활기차고 역동적인 집이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낍니다. 시간을 거쳐 무수한 이야기가 쌓인 공간에서 제 기분에 맞게 물건을 재배치하는 것을 즐깁니다. 이는 집을 둘러싼 20세기 건축의 공간적, 물질적, 환경적 특성을 재발견하는 또 다른 방법입니다. 사실 이 집은 저와 함께 성장해왔어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방에 쌓인 여러 시대의 물건이 제 패션 디자인 창조 과정에 영감을 준 것처럼요. 이 모든 것은 새로운 크고 작은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는 아이디어이자 자극제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디를 보든 저만의 분위기, 에너지, 경쾌함, 그리고 감성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안토니아 캄피의 1950년대 대형 도자기 조각품, 마리아 물라스의 사진 작품 ‘스카페타 로사’, 다니엘라 겐의 컬러 캔버스 작품을 전시한 현관. 데니노Denino와 함께 작업한 프레스코 장식에 맞춰 서재 테이블과 의자를 제작했다. 집 안에서 눈에 익은 가구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도면을 정확하게 구현하기 위해 모든 가구를 직접 디자인했다.
호주 출신 예술가 로드 더들리의 조각품 ‘소셜 애크로배틱’, 벽에는 루초 델 페초Lucio Del Pezzo의 작품이 걸려 있다.
피크닉을 즐기기 좋은 정원 테라스.
수집광의 365일
지금은 세상을 떠난 제리니의 절친한 친구이자 비아 산탄드레아에 위치한 제리니의 아틀리에를 디자인한 건축가 반나 브레가 볼초니스Vanna Brega Bolzonis는 제리니의 오래된 집을 보다 개방적이고 밝고 유동적인 공간으로 바꾸는 데 도움을 주었다. 예를 들어, 여름에는 거실 공간을 문밖으로 확장해 테라스로 이어지도록 했고, 아늑한 벽난로, 저녁 식사를 위한 공간, 베르제르, 장난감 및 대형 식탁을 위한 공간이 있는 매우 크고 유쾌한 주방을 설계했다. 특히 집의 중심인 거실에 힘을 주었는데, 겉보기에 서로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과 현대미술 작품, 오브제, 가구를 배치해 개성 가득한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흰색으로 칠한 철제 아치형 문 디자인 또한 그들이 심혈을 기울여 직접 고안한 아이디어다. 유리 부분에 실크스크린 프린팅을 사용해 건물의 공용 벽과 동일한 모티프를 준 것이다. 장식 문양을 박아 넣은 창문은 프렌치 건물 창문과 완벽한 대칭을 이룬다. 그뿐만 아니라 제리니가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새겨둔 시인 월트 휘트먼의 명언 “인간은 다양한 정체성을 담고 있다”와 영문학자 마리오 프라즈의 “집주인의 영혼을 닮은 집”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양피지 작품도 전시되어 있다. 제리니가 좋아하는 색상(특히 파란색과 노란색)과 기하학적 스타일, 다각형 및 부서진 형태 등이 이 집에 생명력을 가져다준다. 데이비드 트렘렛 스타일의 추상화, 그래픽으로 장식한 벽, 강력한 아크릴로 뒤덮인 직물 또는 캔버스, 촉감을 더한 천 테이블, 도트 패턴으로 완성한 토템 등은 모두 장소성을 고안해 맞춤 제작했다.


흰색 대리석 벽난로, 대형 안락의자, 사계절을 묘사한 에나멜 구리 그림이 있는 주방 공간.
레지던스 입구.
대리석 벽난로가 있는 거실. 에르네스토 타타피오레의 작품 ‘마사니엘로 푸오리 디 세’와 그림, 레드 벨벳 소파, 베르너 판톤의 라일락 안락의자. 벽난로 위에는 로드 더들리의 나무 조각품이 놓여 있고, 벽에는 루초 델 페초의 대형 그림이 걸려 있다.
한편 제리니가 직접 디자인하지 않은 오브제는 종종 쌍을 이루어 다양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무라노 유리 샹들리에나 피에르 폴린의 1960년대 오리지널 안락의자가 대표적 예다. 동시에 그는 개념적이고 원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해체된 조형적 특성을 선호한다. 벽난로 위에 놓인 네 개의 조각으로 구성한, 혁명적 인물의 상징인 안토니아 캄피와 에토레 소트사스의 도자기 꽃병처럼 말이다. 이들은 문화적·상징적 아이템이 인테리어에 어떻게 ‘세월’의 흔적을 더할 수 있는지 증명한다.

제리니는 미술품 수집 여정이 끝나지 않을 거라 말한다. “제 열정이기 때문에 절대 멈추고 싶지 않아요. 저는 호기심이 많고, 새롭고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요. 따라서 저는 패션 디자이너이기 이전에 ‘수집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Filippo Bamberghi

#고친집 #아파트 #거실 #주방 #현관/복도 #건축가
글 백세리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4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