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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메싸 마재철 대표 · 김희정 이사 부부 마침내, 집 이야기
좋은 디자인의 기준을 경험하는 표본 공간.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은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집’이라는 준비된 무대로 화답한 이노메싸의 마재철 대표·김희정 이사 부부를 만났다. 성남시 고등동에 지은 주택 이노후스Innohuset는 팬데믹으로 인해 부각된 집의 의미, 그리고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의 가치를 담았다.

북유럽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하는 이노메싸의 마재철 대표·김희정 이사 부부. 가구, 조명 등 리빙 아이템을 발굴하며 생활 공간인 '집'으로 자연스레 관심이 확장된 부부는 최근 집을 지으며 이노메싸에서 수입하는 가구와 조명은 물론 키친 시스템, 타일 등의 마감재, 외장재 벽돌까지 직접 수입하고 시공해 집 전체를 아우르는 라인업을 완성했다. 4층 주거 공간의 백미는 바로 리빙룸. 노출 콘크리트 마감과 박공지붕의 높은 천장고가 담백하면서도 입체적인 공간감을 선사한다.
미용사 아내를 위해 최초의 페달형 휴지통을 개발한 덴마크 디자인 브랜드 빕Vipp은 이후 각종 라이프스타일 제품은 물론 모듈 키친, 호텔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또 다른 브랜드 메누Menu가 오픈한 하이브리드 공간 더 아우도The Audo는 쇼룸을 비롯해 콘셉트 스토어, 카페, 레스토랑, 코워킹 플레이스, 부티크 호텔까지 함께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 한국 주택 시장 진출을 타진 중인 무인양품의 모듈 주택 역시 ‘무지’라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서 시작한 재화로서의 주거 프로젝트다. 무인양품의 아트 디렉터 하라 겐야는 숟가락에서 시작해 제품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레 ‘집’이라는 곳에 다다랐다고 이야기한다.


주방에서 바라본 거실. 거실 가운데 커다란 테이블을 두고 소파 대신 1인 암체어를 리듬감 있게 배치했다. 스테인리스 스틸 상판의 모듈 키친 시스템과 다이닝 테이블은 빕 제품.
2층 임대 세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바로 거실이 펼쳐지는 구조로 이노메싸에서 수입하는 가구를 비롯해 리폼Reform 키친 시스템을 시공했다.
삶이 빚어낸 스타일
2006년 인테리어 소품을 시작으로 가구, 조명을 비롯해 키친 시스템, 마감재까지 80여 개의 북유럽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하는 ‘이노메싸’가 집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행보다.

“한국에 에이전트를 둔 핀란드 제지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업무 차 북유럽 출장이 잦았는데, 갈 때마다 자연스럽게 보게 되는 가정집은 따뜻하고 아름다웠어요. 레스토랑이나 호텔, 뮤지엄뿐 아니라 일반 집에서도 의자와 조명 같은 디자인 제품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고 부럽기도 했죠.”


1층에서 지하층 계단으로 연결되는 핸드 레일 디자인까지 디테일에 심혈을 기울였다.
모든 것은 관심에서 출발했다.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커피 잔 세트나 테이블웨어, 아이 장난감을 하나둘 사 오다가 나중에는 해외 배송으로 가구, 조명 등을 구입하기 시작하더니 아예 회사를 그만두고 인테리어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우리나라도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주거 문화에 대한 관심과 욕구가 커질 거라는 기대와 확신이 있었다. 이런 예상은 적중했고, 북유럽 스타일은 2010년을 전후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 ‘스테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현재 이노메싸는 북유럽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하는 수입 에이전트이자 디스트리뷰터로 서울 양재동 본사외에도 헤이Hay 스토어 가로수길, 더현대 서울·롯데백화점 잠실·제주·부산·대구·김해에 지점을 운영 중이다.


일층과 지층은 이노메싸(02-3463-7752)에서 전개하는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만날 수 있는 콘셉트 스튜디오로 활용할 계획.
4층 주거 공간. 계단실을 중심으로 반 층 위에는 이 집에서 가장 전망 좋은 창이 있는 자녀 방, 반 층 아래엔 메인 침실과 욕실, 게스트룸을 구성했다.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이 여타 디자인 풍조와 다른 점은 궁전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북유럽 국가를 휩쓴 사회주의 정치 운동에 발맞춰 디자인과 건축 분야에서도 혁명이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무상교육이나 무상 의료처럼 누구나 훌륭한 디자인을 소유할 수 있게 됐다. 디자인 민주주의의 바탕에는 ‘단순함’이라는 키워드가 뿌리 깊이 박혀있다.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심플한 디자인과 실용성은 유행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요소이며, 누구나 자유로운 구성을 가능하게 한다. 1950~1960년대 장인이 직접 만든 가구는 대대손손 물려줄 수 있는 퀄리티로 현재까지도 빈티지 컬렉션으로 사랑받으며 타임리스 디자인의 가치를 이끌어냈다.

“북유럽 스타일은 단순한 트렌드로 규정지을 수 없어요.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도움 없이 누구나 라이프 디자이너가 되어 하나하나 직접 꾸미기 때문에 똑같은 집이 없죠. 바로 이것이 북유럽 디자인을 특징 짓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이자 공식을 뛰어넘는 ‘삶이 빚어낸 스타일’이죠.” 마재철 대표는 이런 장점 때문에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을 고객에게 자신 있게 소개해왔지만, 한편으론 아쉬움도 컸다. 바로 플랫 구조와 획일적 마감의 인테리어에서 오는 한계다. 지금까지 이노메싸의 역할이 주어진 공간에서 마지막 단계에 하는 데커레이션에 한정되었다면, 건축부터 큐레이션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 첫 번째 프로젝트가 바로 성남시 고등동에 지은 주택 이노후스다.


리빙룸 안쪽에 자리한 오디오룸. 마재철 대표가 퇴근 후 음악을 들으며 와인 한잔 즐기는 공간으로, 목까지 받쳐주는 편안한 빈티지 라운지체어를 두었다.
‘집’이라는 준비된 무대

“제가 한 살 때부터 살았으니까 고향이나 마찬가지죠. 저기 보이는 앞산에서 뛰어놀았어요.”

경기도 성남시 고등동의 주택 단지 입구에 자리한 이노후스는 노출 콘크리트와 벽돌, 박공지붕의 단순한 형태지만 담백하면서도 묵직한 특유의 건축 어조가 담겨 있다. 먼저 캔틸레버 구조로 길게 튀어나온 파사드가 눈에 띈다.

“땅이 삼각형 모양이었어요. 주차장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가 고민이었는데, 1층 건축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건물 앞으로 배치하는 방법으로 선택한 구조가 바로 캔틸레버였고, 덕분에 2~4층의 주거 공간이 공중 부양하듯 앞으로 툭 튀어나온 독특한 파사드가 완성됐죠. 지하와 1층은 이노메싸 스튜디오로 사용할 계획이고, 2~3층은 임대 세대로 구성했어요. 3층엔 어머니가, 4층엔 저희 가족이 살아요.” 설계는 스위스에서 활동하는 스토커-리 아키테티 STOCKER LEE Architetti(www.stocker-lee.ch) 이동준 건축가가 맡았다. 예전에 이동준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을 임대해 쇼룸을 운영한 적이 있는데, 설계와 디자인은 물론 기능과 디테일까지 편안하게 사용한 경험이 있어 언젠가 집을 짓는다면 꼭 설계를 맡기겠다고 점찍어뒀다. 이후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며 인연을 맺어오다 주택 부지가 결정되고 바로 설계를 의뢰했다.


성큰 구조의 테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이 따스한 공간감을 선사하는 지하층. 파사드에서 1층 스튜디오로 연결되는 천장 보와 지하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의 단면이 건축에 입체적 율동감을 더해준다.
“흔히 건축이라고 하면 멋있고 번쩍번쩍한 무언가를 생각하는데, 오히려 아이들이 ‘집’ 하면 떠올리는 단순한 이미지가 더 강한 힘을 지니죠. 박공의 맞배지붕은 단위 지구 규제 사항이었어요. 불필요하게 소재를 낭비하고 싶지 않아 노출 콘크리트를 내외부 마감으로 선택했고, 가스 및 빗물 배관을 모두 매립해 마감의 완성도를 높였죠.”

돌출된 파사드의 외장재로 사용한 벽돌은 페터 춤토어가 개발한 피터슨 테글Petersen Tegl 제품으로, 흙을 도자처럼 높은 온도로 구워 자연스러운 텍스처와 색감이 돋보인다. 얇고 긴 형태에 워낙 강도가 높아 시공하기 까다롭지만 자연스럽게 에이징된 느낌이 멋스럽다.


집을 지으며 건축 자체의 완성도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싶었다는 마재철·김희정 부부. 캔틸레버 구조, 스킵 플로어 등 설계 자체도 임팩트가 있지만 노출 콘크리트의 퀄리티, 모든 배관을 계산해 매립하는 등 디테일도 돋보이는 부분이다.
방문은 물론 아르네 야콥센이 디자인한 문손잡이 등 액세서리까지 설계 초기 단계에 결정했다.
1층 이노메싸 스튜디오로 들어서면 천장의 보가 파사드에서 안으로 연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시각적 연장감은 물론 건물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빔 역할을 하는 보는 밖에서 안으로, 지하층의 계단으로 리드미컬하게 연결되며 공간의 자연스러운 동선을 유도한다.

“지하와 1층 스튜디오는 ‘좋은 디자인의 기준을 경험하는 표본 공간’으로서 역할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에요. 바닥과 욕실 타일은 부홀렉 형제가 디자인한 제품을 시공했고요, 수전 등 액세서리는 모두 볼라Vola 제품 이에요. 주방 가구는 장 누벨이 디자인한 리폼Reform 제품인데, 건축과 오마주한 가구라는 점이 건물 콘셉트와 맞을 것 같아 적용해봤어요.”


고등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결혼 후 다시 이주해 살았으니 고향과 마찬가지. 지하층 성큰 테라스에 본가에 있던 장독대를 옮겨두었다.
부홀렉 형제가 디자인한 타일, 볼라의 액세서리 등 실용적 아이템으로 구성한 욕실.
어떤 브랜드든 공간에서 경험을 만드는 역할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와 스마트폰으로 어디서든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오픈런을 하는 것처럼 역설적이게도 구매가 아닌 공간 경험으로서 오프라인 숍의 중요성이 점점 더 부각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노메싸 역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만 즐길 게 아니라 더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에요. 지하와 1층 스튜디오에서 좋은 디자인의 기준을 경험했다면, 2층 임대 세대는 이노메싸가 지은 집에 실제로 머물면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싶어요. 건축과 디자인은 그저 물리적 준비에 불과해요. 준비된 무대에 사람이 올라야 연출이 완성되듯 ‘이노메싸가 지은 집’도 다양한 삶이 채워지길 바랍니다.”


스위스에서 활동하는 이동준 건축가가 설계한 이노메싸의 집 이노후스. 대지 면적 330.57m2, 연면적 710.5m², 지하 1층, 지하 4층 규모로 이노메싸 스튜디오, 마재철 대표 가족의 주거 공간, 임대 세대로 구성했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의 힘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2~4층 주거 공간으로 연결된다. 마재철·김희정 부부의 집은 4층으로 스킵 플로어skip floor(각 층계마다 반 층 차 높이로 설계하는 방식)를 적용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현관으로 들어서면 거실과 주방이 오픈 플랜 방식으로 펼쳐지고, 오른편 계단 반 층 위와 반 층 아래에 침실과 욕실이 자리한다.

4층 주거 공간의 백미는 박공 구조의 높은 천장이다. 주방 가구는 빕의 모듈 키친을 적용, 천장 조명은 생략하고 주방 위쪽에 북쪽으로 창을 낸 것이 특징이다. 남쪽의 빛은 강렬하기 때문에 오히려 커튼으로 가려야 한다면, 북쪽 빛은 하루 종일 들어와도 눈에 부담을 주지 않기 때문에 북쪽에 통창을 내면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다는 것.


4층 주거 공간의 메인 침실. 2~4층 주거 공간은 같은 층이라고 해도 창문 크기와 위치가 조금씩 다르다.
“집과 쇼룸에서 제 담당은 정리 정돈이에요. 평소에도 청소하기 쉽고 관리하기 편한 것을 지향하죠. 처음에는 노출 콘크리트가 차갑게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페인트칠을 하지 않아도 되고, 벽지 바꿀 일 없으니 편할 것 같아요. 층별로 굳힌 시기가 달라 약간씩 톤 차이가 나는데, 인공적이지 않아서 오히려 좋고요. 채광에 따라, 조명에 따라 늘 색다른 느낌을 주는 것도 재밌어요.”

항상 조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아파트에 살다 보니 형광등에 더 익숙했다는 마재철 대표. 천장에 직접 조명을 달지 않은 것도 이번이 처음인데, 저녁에는 플로어 램프와 테이블 램프, 촛불까지 부분부분 간접조명을 켜고 어두우면 어두운 대로 ‘작고 조화로운 빛’의 아름다움을 즐긴다.


장 누벨이 디자인한 키친 시스템과 노출 콘크리트 마감이 조화를 이루는 건물 1층의 라운지 공간. 에어컨, 조명의 레일까지 매입 시공해 마감의 완성도를 높였다.
2019년 설계를 시작해 설계만 1년, 허가 내는 데 또 1년이 걸렸다. 스킵 플로어 구조에 전 층 모두 바닥 난방을 시공하고 배관을 미리 계산해 매립하는 등 모든 디테일의 합과 비례한 시공 기간까지…. 팬데믹 기간 중에도 스위스와 한국을 오가며 건축가와 회의와 수정을 반복하는 동안 부부는 한 번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스위스는 집이 오래될수록 밸류가 높아진다고 하더군요. 집을 지으면서 가구도, 건축도 패스트푸드는 아니면 좋겠다는 바람이 컸어요. 최소 1백 년은 살 수 있는 건물을 지어야 하지 않을까, 당장은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많더라도, 오래 사용해도 퀄리티가 변함없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만족도가 높아지겠지요. 자주 바꾸는 게 아니라 10년, 30년, 50년을 내다보고 디자인하고, 만들고, 선택하는 태도야말로 지금 필요한 라이프스타일의 핵심 키워드죠.”

이노메싸Innometsä의 ‘메싸metsä’는 숲이라는 뜻이다. 뻔한 말 같지만 자연과의 조화,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높은 품질과 내구성으로 사랑받는 북유럽 스타일은 언제나 지속 가능할 것이다. 숲이 변하지 않는 것처럼.


행복교실
이노후스 오픈하우스에 초대합니다.
아래 링크에서 참가 이유를 적어 신청하세요.
http://www.designhouse.co.kr/event/event_detail/657

일시 2023년 1월 9일(월) 오후 2~3시
장소 성남시 고등동 (상세 주소 추후 공지)
인원 10명 참가비 1만 원

#지은집 #주택 #거실 #방/침실 #욕실 #발코니 #현관/복도 #원룸/복층
글 이지현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2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