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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트 있는 선인장 가든을 보여주마_가드너 천경화(가든스튜디오 대표) 
선인장 애호가들의 성지로 여겨지는 신사동 가든스튜디오. 선인장 특유의 무심한 매력에 푹 빠진 천경화 가드너는 상상력을 발휘해 위트 있는 선인장 가든을 만든다. 페도라를 쓰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이란!

1 흥미로운 선인장 정원을 제안하는 가든스튜디오의 천경화 대표. 2 러버메이드의 브루트 컨테이너를 선인장 화분으로 사용했다. 3 귀여운 피겨는 해외에서 구입한 것으로, 하나씩만 제작해 희소성이 높다.

오로지 선인장에만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있는가? 본래 선인장은 조경 인테리어에서 가장 고급 소재로 여기는 식물이자, 최근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뉴욕에서는 선인장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촬영하는 작가가 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정인혜 작가를 비롯해 선인장 테마의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가 많다. 눈에 자주 띄니까 자연스레 관심도 그쪽으로 향한다.

다른 식물과 차별화된 선인장만의 매력 포인트는? 우선 기르기 쉽다. 시멘트 건물에서도 쉽게 키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차가운 아스팔트로 뒤덮인 회색 도시에 잘 어울리는 점도 선인장의 매력이다.

쇼윈도의 선인장 정원은 마치 <걸리버 여행기>의 가든 버전처럼 보인다. 대형 기둥선인장을 심고 하단부에 크고 작은 에어 플랜트와 미니 선인장, 돌을 배 치하면서 미니어처 정원을 꾸몄다. 여기에 피겨를 넣으니 그야말로 상상력을 더한 위트 있는 정원이 완성된 것. 페도라를 씌운 선인장은 미국 서부 사 막의 카우보이를 떠올리게 한다. 철제 컨테이너는 직접 제작했으며 나무, 대리석 소재로도 만들 수 있다.

피겨에 매료된 사람이 많을 듯하다. 손톱보다 작은 피겨를 올려놓으면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미니 정원이 탄생한다. 사자, 얼룩말 등의 동물 피겨는 아담한 선인장 화분을 사막처럼 보이게 해주고, 태닝을 하거나 절벽을 오르는 듯한 동작을 취한 인물 피겨는 피식 웃음이 나게 한다.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해외에서 직접 수입한다.

선인장을 주제로 진행한 프로젝트가 있는가? 동양화를 그리는 이강희 작가와 협업해 선인장을 주인공으로 한 팝아트 작품을 만들고, 팝업 행사를 열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다.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브랜딩 회사 크리에이티브 크리에이터의 공방 브랜드인 블루 베이스먼트와 손잡고 ‘식물과 함께하는 가구’ 라는 콘셉트로 새로운 가구를 개발 중이다. 화분을 공간에 단순히 배치하는 수준을 넘어 가구와 식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할 예정이다. 문의 070-4353-0555, www.gardenstudio.co.kr


✔ 공간의 크기에 맞춰 원하는 소재로 컨테이너를 제작한 뒤, 크고 작은 선인장을 재미있게 배치했다. 페도라를 씌우거나 피겨를 매치하면 위트가 두 배!



나와 주변을 담는 성숙한 정원 문화의 제안_가든 디자이너 오경아(오가든스 대표)
“가든 디자이너는 정원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 그가 디자인한 정원은 온전히 사용자가 주인이다. 스스로 정원을 돌보면서 기쁨을 채워가는 성숙한 정원의 제안.

1 정원을 디자인할 때 지역 특징과 사용자의 정체성을 고려해 스토리가 있는 정원을 만드는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 2, 3 마당에는 사계절 화단과 텃밭 정원이 있다. 중도문 마을과 잘 어울리는 장식물도 함께 설치했다. 
오래된 정원처럼 편안한 느낌이다. 속초에 살면서 설악산을 빠뜨릴 수 없고, 중도문이라는 오래된 마을로 이사 오면서 이 마을을 제외하고 정원을 꾸밀 순 없다. 작년에 이사 와 이곳에서 서식하는 소재를 사용해 중도문에 어울리는 느낌의 정원을 꾸몄다. 담장 하나도 낡아 보이게 하고, 오래된 듯한 벽화도 그려 넣었더니 사람들은 내가 이곳에 굉장히 오래 산 줄로 착각한다.

지향하는 정원 디자인도 같은 맥락일 듯하다. 그렇다. 주변 환경과 지역의 정체성, 사용자의 성향을 고려해야 한다. 정원의 주인은 결국 그이기 때문. 가구나 작품처럼 디자이너의 스타일을 고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그곳의 식물을 사용해야 하므로 지역과 별개의 디자인을 할 수도 없다. 프로젝트를 위해 어느 지역에 가면 그곳 기후부터 살피고, 산에 오르는 것이 일이다.

앞마당에는 옹기종기 다양한 정원이 모여 있다. 온실 앞 사계절 화단, 1년 먹거리가 담긴 텃밭 정원, 여름에 꽃 피우는 식물만 모은 여름 화단도 있다. 뒷 마당에 가면 담장을 따라 사초와 갈대 종류의 식물을 심어놓았는데, 우리나라에서 나는 갈대는 모두 모았다. 새롭게 갈대 정원이 뜨고 있기에 우리 집 정원에 먼저 심어봤는데, 바람을 타고 흔들리는 모습이 굉장히 멋스럽다.

요즘 무엇에 꽂혀 있는가? 양구에 있는 5만 평의 사과 농장을 디자인 중이다. 사과가 자라는 모습 자체가 경관을 연출하므로 사람들이 놀러 오는 농장. 물론 공부할 점이 많다. 디딤목을 일정하게 세워서 사과나무를 붙잡아 매야 하는 것, 사과꽃보다 개화 시기가 앞선 식물은 피해야 꿀벌이 사과꽃으로 날아와 수분하는 점 등은 이번에 알았다. 농장과 정원은 달라서 새로운 어려움이 있지만 확실히 재미있다.

예술가와 컬래버레이션한 정원이 인상 깊었다. 최근 2016 G-세라믹 라이프 페어에서 세라믹 아티스트 김지혜와 함께 ‘애프터눈티 가든‘을 전시했다. 작가가 만든 도자 소재의 정원용 스툴과 목공 테이블을 배치해 티타임을 즐길 수 있는 정원을 꾸몄다. 김해 클레이아트 미술관에 설치한 ‘한글 정원’은 캘리그래퍼 강병인이 쓴 이상의 ‘이런 시’를 철판에 타공으로 새긴 뒤, 개비언 담장처럼 만들어 세운 것이다. 타 분야의 예술인과 협업하면서 새로운 영감을 받고, 새로운 정원 문화를 시도하는 것이 즐겁다.

정원을 돌보면서 얻는 가장 큰 기쁨은 무엇인가? 정원은 내가 의도한 디자인이 절반을 만들고, 햇볕과 물, 바람과 흙이 나머지를 만든다.‘이 정도면 됐다’ 싶은 순간에 작년보다 아름다운 꽃이 피고, 자손들을 데리고 올라오는 것을 보면 묘한 기분이 든다. 나와 자연이 함께 만든다는 생각! 문의 blog.naver.com/oka0513

4 마당을 한 바퀴 돌면 아담한 정원을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다. 5 캘리그래퍼 강병인의 손 글씨를 따라 타공 철판을 만들고 개비언 담장을 꾸몄다. 6 작은 화단 여러 개를 조성하는 아이디어가 담긴 주택 정원.

✔ 자갈밭 곳곳에 구역을 나눠 여름 화단을 꾸몄다. 봄부터 가을까지 각 계절에 어울리는 꽃을 심으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일상으로 정원을 들이다_가든 디자이너 주례민(정원사의 작업실 오랑쥬리 대표) 
정원을 가꾸는 일이 이토록 감동으로 다가올 줄이야! 스스로를 ‘정원사’라 부르며 식물을 키우는 기쁨을 전하는 주례민 가든 디자이너. 그와 함께 있으면 정원의 경계가 사라지고 스타일이 무의미해진다. 오직 정원을 가꾸는 자만이 공감하는 ‘그것’만 있을 뿐.

1 자연스러운 편안함을 가장 중요시 여기는 오랑쥬리 주례민 디자이너. 2 홈 가드닝 수업을 듣고 실습도 할 수 있는 작업실. 3 이니스프리 본사 사옥에 꾸민 옥상 정원. 영국 정원의 내추럴함이 담겨 있다.  4 작업실 앞에 앙증맞은 포트 가든을 꾸며놓았다. 
당신이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해달라. 정원 디자인. 빈 땅에 꽃을 피워 허공에 그림을 완성하고, 마당에 심은 감나무, 텃밭에 심은 치커리, 창가에 둔 제라늄 화분을 책임진다. 식물과 사람 사이에서 밸런스를 맞추는 것, 이것이 나의 가장 큰 업이다.

작업실 이름이 독특하다. ‘오랑쥬리Orangery’는 프랑스어로 오렌지나무 온실이란 의미다. 르네상스 시대에 서유럽 사람들은 스페인 남부에서 오렌지 나무, 레몬나무를 키우는 것을 보고 자신들의 정원에서도 이들을 키우고 싶어 했지만 그곳의 차가운 겨울 기후는 시트러스종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렌지나무를 화분에 심어 키우다가 겨울이 되면 유리온실을 짓고 그곳으로 옮겨 키웠다. 이 유리온실이 오랑쥬리다. 정원을 아끼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오랑쥬리는 내가 꿈꾸는 미래의 내 모습이다.

당신의 철학이 담긴 프로젝트 한 가지만 꼽는다면? 2013년 고양국제꽃박람회에서 선보인 쇼가든 ‘오후의 테라스’. 덱을 깔아 테라스로 꾸미고 걸터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첫날만 해도 사람들이 선뜻 다가가지 못했는데, 주말에 가보니 여기저기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편안하게 노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온전히 즐기는 정원이야말로 내가 꿈꾸는 것이다.

당신의 정원이 풍기는 분위기는? 자연스러운 편안함. 꽃과 나무가 조화를 이뤄야 하고, 계절감을 반영한 색감을 담아야 한다. 질서가 없는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나름의 규칙이 있어 단정해 보인다. 식물의 표정을 세세히 살펴보며 심어야 하기에 식재를 직접 하는 편. 식물을 선택할 때도 농원을 찾아가고, 몇몇 식물은 친정집에서 직접 기르기도 한다.

주로 어떤 사람이 오랑쥬리를 찾는가? 문을 열 때만 해도 ‘사람들이 찾아올까?’ 하는 생각이 앞섰는데, 막상 오픈해보니 정원에 관심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더라. 얘기할 곳도 마땅치 않고, 배울 만한 곳도 딱히 없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말이었다. 그냥 식물이 좋아서 오는 사람도 있고, 이쪽 분야의 일을 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지금까지는 홈 가드닝 클래스만 진행했는데, 내년부터는 주택 정원 가드닝 클래스를 마련해 야외 정원을 꾸미는 노하우도 알려줄 계획이다. 문의 031-8017-3850, www.orangery.co.kr


✔ 손님을 기분 좋게 맞아주는 웰컴 가든! 어떤 꽃이라도 좋다. 정원으로 나가 잔잔한 꽃과 풀을 꺾어 손님 수대로 준비한 작은 유리병에 꽂아둘 것



분재 기법으로 유려한 선을 그리다 _원예가·가드닝 컨설턴트 박기철(식물의 취향 대표) 
식물을 하나의 콘텐츠로 보고 가장 근사한 자리를 찾아주는 박기철 원예가. 그는 야생 초목을 중심으로 관엽식물과 분재 기법을 활용해 식물의 선과 형태를 강조하고, 화기 그리고 주변 풍경과의 조화를 추구한다. 

1 야생의 원초적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화기는 튀지 않는 디자인을 고른다. 2 스튜디오 벽을 캔버스 삼아 줄기로 선을 그리는 식물들.3 식물의 취향을 운영하는 박기철 대표. 광고 회사 카피라이터로 일한 경험을 살려 이곳을 꾸려가고 있다. 
식물을 하나의 콘텐츠로 바라보는 시선이 흥미롭다.도시에서 식물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빌딩 사이에서 빛나는 그들의 ‘의외성’ 때문이라 생각한다. 예쁜 걸 몸에 두르거나 곁에 두는 건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자연스러운 욕구가 아닐까? 내겐 식물이 그런 존재다. 식물이 가장 돋보이도록 나머지 요소는 절제하는 편. 

식물, 특히 야생 초목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야생 초목은 생김새가 똑같은 식물이 하나도 없다. 가공하지 않은 자연의 모습을 나만의 색깔로 재해석하고 다듬어나가는 것이 묘미! 작업자의 성향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낼 수도 있고, 계절에 따라 꽃이나 열매도 볼 수 있다.

식물을 심은 화기도 모두 멋스러워 보인다. 시선이 삭물에 집중되도록 화기는 튀지 않는 형태와 컬러를 택하는 편. 주로 사용하는 화기는 투박한 느낌의 검은색 화기로, 물을 가둬놓고 저면 관수를 할 수 있는 기능성 제품이다. 야생초목을 기르기 힘든 이유는 영양을 최소한으로 공급하기 위해 물을 하루 이틀에 한 번꼴로 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면 관수가 가능한 화기를 사용하면 5~6일에 한 번씩 물을 받아놓아도 식물이 건강하게 자란다. 이 화기는 별도의 마개가 있어 평소에는 직수형으로 사용하다가, 장기간 외출하거나 출장을 갈 때 마개를 닫고 물을 듬뿍 주어 저면 관수를 할 수 있다. 

스튜디오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곳을 택한 특별한 이유는? 간판도 달지 않고, 전면 창과 쇼윈도도 옛것 그대로 사용 중이다. 나는 오히려 여기에 식물 스튜디오가 있다는 티를 내고 싶지 않았고, 좀 더 과장하면 어떤 이의 눈에도 띄고 싶지 않았다. 단, 조금만 주의할 수 있다면 이 공간을 발견할 수 있는데, ‘식물의 취향’은 바로 ‘그들’을 위한 공간이다. 작업실은 오후 2시가 되면 햇볕이 만들어낸 식물의 그림자로 한층 풍성하게 채워진다. 

클래스를 2~3인 중심의 소규모로 진행한다. 이미 정해놓은 결과에 맞춰 작업하는 가드닝 클래스에 의구심이 들었다. 그보다 작업자 스스로 식물과 화기를 고르고, 자신의 스타일로 작업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 그 사람이 지닌 내면의 감각을 이끌어내는 것도 가드너의 역할이기 때문. 소규모로 진행하면 이러한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문의 02-745-6672, www.tasteofplant.com 

✔ 야생 초목은 작업자에 따라 온전히 새로운 형태로 가꿀 수 있다. 디자인이 화려하지 않은 화기에 심고, 그에 어울리는 톤의 자갈을 덮어주면 더욱 세련돼 보인다.



어번 가든을 총망라하다_가드너·보태니컬 디자이너 오주원(틸테이블 대표)
꽃은 시들기 때문에 매력적인 반면, 초목은 한결같아서 곁에 두고 싶은 존재다. 그래서 가드닝을 할 때 ‘공간과의 어울림’을 최우선으로 여긴다는 오주 원 가드너는 요즘 가장 핫한 보태니컬 디자인 그룹, 틸테이블의 수장이다.

1 틸테이블을 통해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가드닝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오주원 대표. 2 스튜디오에서는 초보자부터 전문가를 위한 다양한 가드닝 클래스를 진행한다. 3 매장에 들어서면 식물을 빼곡히 채운 공중 정원이 시선을 압도한다.
새로운 쇼룸&스튜디오 오픈을 축하한다. 벌써 성수동의 핫 플레이스가 된 듯 하다. 가로수길과 자곡동에 나뉘어 있던 쇼룸과 작업실, 스튜디오를 드디어 한데 모았다. 1층에서는 식물을 구입하고 심을 수 있으며, 지하 1층은 클래스를 진행하는 스튜디오와 쇼핑 공간으로 구성했다. 또 건물 입구와 옥상을 비롯해 각 층에 있는 테라스까지 빌딩 전체의 조경을 맡았는데, 저마다 특색있는 공간별 정원이 어번 가든을 위한 하나의 솔루션이 될 것이다.

이곳에서 어떤 작업을 보여줄 계획인가? 생활 속에 묻어나는 가드닝. 식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식물로 인테리어를 완성하는 아이디어를 총망라할 계획이다. 특히 맞춤형 화분과 식물을 매치하는 것이 주요 작업. 식물을 들여놓을 공간의 사진을 가져오면 디자이너와 함께 상담하면서 마음에 드는 화기를 선정하고, 그에 어울리는 식물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카운터 위에 꾸민 초록 정원이 인상적이다. 시공하기 만만치 않았을 듯한데? 알로카시아, 셀렘 같은 천남성과의 식물만 모아 꾸몄다. 스스로 물을 저장 할 수 있고 밝은 그늘을 좋아하는 관엽식물류을 모아 보태니컬 가든을 꾸몄다. 그 아래 조명등을 건 선인장 정원은 조명등의 빛과 열로 식물을 케어할 수 있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틸테이블의 화기는 분위기가 한결같다. 일부러 의도한 것인가? 자연의 일부인 식물은 인위적으로 형태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은 식물도 모양이 다르기에 자연스러운 형태를 보여줄 수 있도록 화기는 디자인을 최대한 절제하는 편이다. 과한 디자인이 아니라 어디서 본 듯한 느낌, 하지만 틸테이블에서만 볼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식물과 조화를 이루는 소품 셀렉션이 마음에 든다. 보태니컬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여줄 데코 소품도 함께 판매한다. 덴마크 아티스트 하게도른하겐 Hagedornhagen의 곤충 포스터부터 독일 불&슈타인Bull&Stein의 과일 오브제, 뜨개질로 만든 니트 선인장과 분재에 어울리는 소일베이커의 테이블웨어 등.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과 잘 어울리는 소품을 함께 판매한다.

곳곳에 분재 가든이 눈에 띈다. 요즘 유행인가? 분재만이 지닌 특화된 라인이 오리엔탈스러우면서도 모던하기 때문이다. 모던한 화기나 거친 질감과 단정한 디자인의 도자기 접시에 심어도 아주 근사하다.

식물을 기르면서 행복하다고 느낀 때가 있는가? 공간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긍정적 기 운을 주기에 행복하다. 그리고 식물과 더불어 나의 건강도 함께 신경 쓰게 된다. 식물은 곧 생활의 온도계이기 때문에 공간을 쾌적하게 꾸미게 해준다. 문의 02-544-7934, www.tealtable.com

4 식물과 화기 외에도 보태니컬 인테리어를 완성해줄 소품을 판매한다. 5 채도가 낮은 선인장과 다육식물을 모아 스모키한 분위기로 연출했다. 6 오리엔탈 무드가 담긴 분재 가든. 7 틸테이블만의 감성이 담긴 다양한 화기를 구입할 수 있다.

✔ 식물과 어울리는 주제의 데코 소품을 매치하면 실내에서도 식물을 더욱 리얼하게 즐길 수 있다. 곤충 포스터와 나무 스탠드가 신의 한 수! 



플랜테리어의 정수_조경 디자이너 권지연(위드플랜츠 대표) 
세상에서 가장 작은 정원을 건축하는 조경 디자이너라 말하고 싶다. 위드플 랜츠의 권지연 대표. 그는 누구라도 자기만의 정원을 소유하는 즐거움을 느끼도록 테라리움을 비롯해 기발한 인도어 가드닝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1 위드플랜츠를 운영하는 권지연 디자이너. 조경학의 특성을 살려 건축적 테라리움을 개발했다. 2 공간 활용력이 뛰어나고, 식물을 관리하기 편한 월 플랜터. 공간에 맞춰 원하는 크기와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 3 숲의 탄생부터 몇천 년에 걸쳐 소멸되기까지의 과정을 표현한 기획 전시. 
스튜디오 오픈을 축하한다. 4월 5일 식목일에 기분 좋게 문을 열었다. 작업실로는 세 번째 공간이지만, 내가 추구하는 플랜테리어(Plant와 Interior의 조합어)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첫 쇼룸이기에 애정이 남다르다. 거실 소파, 사무실 책상, 창가 등에서 아름다운 정원을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보여줄 계획이다.

위드플랜츠에서 추구하는 플랜테리어란 무엇인가? 삭막한 회색 도시에서 싱그러운 식물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타협. 특히 식물 기르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쉽고 재미있게 가드닝을 할 수 있도록 실내에 적합한 컨테이너를 제작하고 식물을 제안한다.

작년 봄, 테라리움을 보고 마음에 들어서 나도 구입했다. 지금은 익숙하지만 당시만 해도 완전히 새로운 느낌이었다. 일분일초가 아쉬운 현대인이 공원까지 가지 않고도 나의 자연, 나의 공원을 즐길 수 있는 절충안으로 제안한 것이다. 테라리움 하면 떠오르는 흔한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해 외 사례도 많이 찾아봤다. 유리 볼 안에 다육식물과 선인장 네다섯 종을 심어서 작지만 볼거리가 많게 디자인했다.

스튜디오에서 볼 수 있는 플랜테리어 아이디어는? 가장 최근에 출시한 제품은 소파 뒤 벽면에 건 월 플랜터다. 작은 집에서도 공간에 대한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얕은 물받이 서랍이 있어 식물에 물 주기 편리하고 흙이 떨어질 염려도 없다. 야외라면 상관없지만 실내에서 식물을 기를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다. 컨테이너가 딸린 유리 소재의 사이드 테이블이나 가구 형태를 본뜬 디자인 컨테이너도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루며 실내 가드닝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공중에 매달린 이끼 볼 정원은 실제 집에서도 따라 할 수 있는 아이디어인가? ‘스트링 가든’이라 부르는데, 물론 일반 가정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물을 줄 때는 작은 양동이에 받아 이끼 볼 부분을 푹 담갔다 뺄 것. 5~10초 정도 기다렸다가 다시 걸거나, 예쁜 접시 위에 올려두면 좋다.

새로운 화기를 제작 중이다. 구리 용기를 사용하는 향초 브랜드 초마루와 함께 구리 소재의 화기를 제작했다. 금속 특유의 화려함이 더해져 색다른 분위기를 풍길 예정이니 많이 기대해달라. 문의 070-8835-6296, www.withplants.com


✔ 유리 볼 안에 형태와 색상이 다른 미니 선인장과 관엽식물 5~6종을 배치하고 돌과 자갈로 장식해주면 근사한 미니 정원이 된다.



식물로 여백의 미를 그리다_가드너·아트 디렉터 이혜원(아라비스튜디오 대표)
그래픽디자인과 브랜딩을 총괄하는 아라비스튜디오 이혜원 대표의 두 번째 직함은 공간과 식물을 컨설팅하는 피오리 클럽의 디렉터다. 선이 고운 식물을 골라 개성 있는 화기와 매칭하는 그는 식물을 통해 동양적 아름다움과 여백의 미를 전한다.

1 섬세한 식물과 앤티크한 스타일 화기, 질감이 거친 나무 스툴과 장우철 작가의 사진 작품이 조화를 이룬다. 2 여러 식물과 화기를 매치해서 꾸민 아라비스튜디오. 3 세련된 취향을 소유한 아라비스튜디오의 이혜원 디렉터. 
당신을 간략히 소개해달라. 아라비스튜디오를 운영하며 그래픽디자인과 아트 디렉션을 한다. 스타일리스트와 협업해 광고 비주얼을 제작하기도 하고,로고부터 웹사이트까지 제작하는 브랜딩 작업도 한다. 동시에 피오리 클럽을 만들어 공간과 함께 그에 어울리는 식물을 컨설팅하고, 식물을 주제로 작가들과 협업해 전시도 열고 있다.

유난히 선이 가늘고 긴 식물의 조화가 돋보인다. 사적인 취향인가? 제법 오랫동안 키운 식물들이다. 어떤 건 10년이 넘게 키웠다. 식물들이 대체로 잎사귀가 넓은 대신 하나같이 줄기가 가늘고 아름다운데, 어린 시절 분재를 하셨던 할아버지의 영향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듯하다. 식물을 심고 원하는 형태로 다듬어가는 방식으로, 유려한 선은 여백의 미를 더한다. 최근 일본식 전통 꽃꽂이 기술인 이케바나를 배우고 있다. 정교하고 섬세하며 꽃의 방향을 중 요시 여기는 점에서 내 작업의 지향점과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식물도 식물이지만 화기를 매치하는 감각이 예사롭지 않다. 굳이 값비싼 화기 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물론 일본 교토에 가서 직접 구입한 도자 화기들도 있지만, 해외 빈티지 마켓에서 구입하거나 황학동에서 찾아낸 앤티크 스타일의 도자기와 토분도 있다. 이러한 화기에 식물을 심으면 오리엔탈 무드가 느껴져 독특한 공간을 연출한다.

우주 비행선처럼 독특한 형태의 화기는 직접 디자인한 것인가? 박윤지 작가와 협업한 ‘아워Our’ 플랜터다. 마른 들꽃과 물웅덩이 등 자연에서 포착한 아름다움을 프린트해서 만든 아크릴 소재의 화기로, 유리보다 견고하고 가벼워 식물을 기르기에도 유용하다. 여기에 다육식물과 난, 관엽식물 등을 혼합해서 심으면 아담한 파라다이스가 완성된다.

식물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팁이 있다면? 식물의 라인을 살펴보고 그에 어울리는 위치를 찾아줘야 한다. 줄기가 아래로 뻗어나가는 식물은 위쪽 선반에, 유접곡처럼 아담하고 나무 형상을 띤 식물은 눈높이에 두면 여백의 미를 만끽할 수 있다. 또 층층이 단을 이룬 가구에 잎과 줄기 형태가 서로 다른 식물로 레 이어를 쌓듯 배치하면 한층 풍성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문의 02-338-5774, www.araby.kr


✔ 식물을 높낮이가 있는 가구에 배치하면 한층 풍성해 보인다. 라인이 간결하고 선반을 레이어드하듯 겹친 가구도 이혜원 디자이너의 작품. 비아인키노와 컬래버레이션한 것이다.



보는 정원을 넘어 즐기는 정원을 꾸미다_가든 디자이너 서수현(가든디자인스튜디오 대표)
이름부터 독특한 ‘테트리스 가든’으로 주목받은 가든 디자이너 서수현. 영국 리틀 칼리지에서 정원 디자인을 배운 그는 사랑스러운 영국 정원을 한국의 주거 환경에 어울리도록 현대적 형태로 제안한다.

1 화려하게 만발한 꽃이 반갑게 맞아주는 작업실 입구. 2 영국풍 정원을 현대적으로 제안하는 가든 디자이너 서수현. 3 영국식 정원 요소를 곳곳에 녹여놓았다. 정원 디자인을 배운 뒤 직접 실습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4 테이블 중앙에 아름다운 화단을 꾸몄다. 5 꽃과 나무가 간결한 형태로 조화를 이루었다. 6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테라스에 만든 테트리스 가든. 공간에 따라 디자인할 수 있는 모듈형 컨테이너다. 
테트리스 가든은 무엇인가? 도형 블록을 쌓는 테트리스 게임처럼 베란다 같은 한정된 공간에서 내가 원하는 규모와 형태의 정원을 꾸미도록 모듈형 컨테이너를 이용한 정원이다. 정사각형과 직사각형 컨테이너로 공간과 취향에 맞춰 디자인하는 방식이다.

영국 정원의 진정한 매력은? 사랑스러움! 영국 정원에서는 작약, 목단, 수국처럼 얼굴이 크고 사랑스러운 파스텔컬러를 띤 꽃을 리듬감 있게 심는다. 여성이 좋아하는 유러피언 꽃꽂이 스타일을 확대한 버전이라고 할까? 나무도 부드러운 느낌의 나무, 끝이 뾰족한 나무, 네모나게 다듬은 나무 등을 심어 표정이 풍부한 정원을 꾸민다. 하지만 가장 큰 매력은 ‘시간이 주는 아름다움’. 정원 문화가 발달한 영국에서는 16세기부터 정원을 가꿔왔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흉내 낼 수 없는 세월의 멋을 담고 있다.

평소 영국식 정원을 조성할 때 기후와 환경 조건이 다른데, 어려움은 없는가? 당연히 똑같을 순 없다. 하지만 식물을 선정하고 심는 방식을 따르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영국풍 정원을 꾸밀 수 있다. 꽃이 돋보이도록 옆은 비워두거나 대비되는 색깔의 꽃을 심기도 하고, 어느 방향에서든 꽃의 표정을 볼 수 있도록 지그재그 방향으로 돌려가며 심기도 한다. 여기에 조형물을 설치하거나 티타임을 즐길 수 있도록 정원용 가구를 놓으면 예술품처럼 아름다운 정원이 완성된다. 단, 현대의 주거 형태에 맞춰 한 번 더 다듬는 편. 같은 영국식 정원이라도 내가 디자인하면 모던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당신의 정원 스타일이 담긴 이곳 온실에 대해 소개해달라. 유리온실과 정원을 갖춘 하우스로, 이곳에서 가든 디자인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직접 실습해볼 수 있도록 영국식 정원 요소를 옹기종기 모아두었다. 내 디자인을 근사한 정원으로 실현해주는 시공업체 플로시스와 함께 사용한다.

코리아 가든쇼에서 ‘단청’이라는 이름의 한국식 정원을 발표했다. 과거 양반들이 세속을 떠나 자연을 벗 삼아 살기 위해 꾸민 별서 정원에서 모티프를 얻은 것으로, 자연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한국식 정원과 현재의 주거 환경을 접목했다. 보편적인 ㅁ자 형태의 중정식 정원으로, 개울을 건너면서 자연의 영역에서 인간의 영역 으로 들어와 정원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 작업해보고 싶은 정원이 있다면? 영국 콜체스터 지역의 베스샤토Beth Chatto 정원에 그래블Gravel 가든이라는 자갈 정원이 있다. 관수를 하지 않고 빗물로만 관리하도록 식물을 배치했는데, 보기에도 아름답고 관리하기도 편해 언젠가는 꼭 만들어보고 싶다. 문의 010-3387-5786, www.가든디자인.kr


✔ 크기가 다른 토분 두 개를 이용해 2단 화기를 만들고, 꽃대가 올라오는 허브류는 위 칸에, 아래로 퍼지는 식물은 아래 칸에 심으면 한층 풍성해 보인다.



식물을 수집하는 즐거움 _가드너·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윤숙경(베리띵즈 대표)
각종 전시 기획부터 공간&식물 스타일링까지 분야의 경계를 넘어 종횡무진 활동하는 윤숙경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지금 내로라하는 가장 바쁜 디자이너이자,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유쾌한 가드너다.

1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은 윤숙경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2 큐비즘 컨테이너를 레이어드해서 형형색색의 실내 정원을 꾸몄다. 3 이끼 모양의 러그와 이끼, 선인장을 활용한 정원.
비주얼 작업을 할 때 항상 식물을 접목하던데, 식물에 관심을 가진 것은 언제인가? 나의 가드닝은 런던 유학 시절부터 시작됐다. 처음 도착해서 정착한 런던 외곽의 한 변두리에서 모든 것이 낯선 그때, 길을 가다 어두운 그린빛의 매력적인 식물 하나를 구입했다. 그 식물을 창가에 두고 키웠는데, 함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그때부터 식물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독특하게도 기괴한 모양의 식물을 수집하게 되었다. 흥미로운 친구를 사귀면서부터 실내 가드닝을 즐겼다.

실내 정원을 꾸밀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개인의 취향! 야외 정원은 지리적 여건과 계절의 특성을 반영하지만, 실내 정원은 온전히 집 안에서 이뤄지므로 무엇보다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는 것이 우선이다.

블록을 닮은 큐비즘cubism 컨테이너에 대해 설명해달라. 기하학 형태와 다면각을 갖춘 ‘큐비즘’ 컨테이너는 식물과 조화를 이루며 아트피스적 성격을 더해주는 아크릴 소재의 화기다. 형태와 크기, 색상이 천차만별이어서 하나만 놓아도 근사하지만 여러 개를 함께 배치하면 독특한 실내 가든을 완성할 수 있다. 특히 투명한 컨테이너는 식물을 담은 모양새도 하나의 디자인 요소. 자갈과 흙을 차곡차곡 쌓아 자연의 레이어를 만들기도 하고, 에어 플랜트를 걸쳐 공중에 떠있는 모습 그대로 즐길 수도 있다.

식물과 함께하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자연과 함께하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자연의 콘텐츠를 기획하는 나 같은 이에게는 식물도 하나의 오브제다. 조형미가 뛰어나거나 색감, 빛깔, 패턴이 묘한 식물은 그야말로 아트피스! 때론 사치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하나 둘 모은 식물 컬렉션을 보면서 자연이 만든 작품, 자연이 만들어낸 경이로움을 느낀다.

앞으로의 작업이 더욱 기대되는데,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배우 유아인의 자택 조경을 꾸미고 있다. 그가 지닌 감성과 굵은 선울 지닌 소재, 식물 수종을 매치하는 데 초점을 두었더니 젊은 감성이 담긴 정원이 완성될 듯하다. 또 퍼들하우스의 후속 버전인 미니하우스의 브랜딩을 진행 중이다. 건축가 배대용이 숲속에 디자인한 공간으로, ‘가까운 자연에서 만날 수 있는 하루’를 테마로 공간을 꾸밀 계획이다. 문의 02-6204-4163, www. verythings.org


✔ 흔한 플라스틱 화분도 연출하기에 따라 감각적인 화분이 될 수 있다. 메탈 분위기의 테이프를 붙여서 그리드, 스트라이프 패턴의 화기로 즐겨보자.




모던한 숲, 포트 가든으로 초대 _가드너 서혜란(뜨레조경_헤라의 뜰 대표)
컨테이너의 높낮이와 디자인, 색상 그리고 식물에 따라 정돈된 분위기의 실내 정원을 꾸밀 수 있다. 모던한 스타일의 ‘포트 가든’을 제안하는 서혜란 가드너의 이색 정원을 만나보자.

1 다양한 컨테이너로 꾸민 포트 가든. 2 모던한 포트 가든과 수채화 같은 야외 정원을 제안하는 서혜란 가드너. 3 실제로 시공한 포트 가든 사례. 식물의 높낮이와 잎 형태를 달리해 풍성하게 꾸몄다. 

‘뜨레조경_헤라의 뜰’은 어떻게 시작했는가? 뜨레는 이탈리아어로 ‘3’을 의미하고, 한국어로는 ‘뜰에’를 풀어 적은 것이다. ‘농원・텃밭・흙’의 느낌이 좋아서 뜨레조경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세 사람이 함께 시작했다가 혼자 남으면서 ‘뜨레조경_헤라의 뜰’이란 애칭을 붙였다. 

이곳에서 디자인한 포트 가든은 뭔가 달라 보인다. 대체로 모던한 인테리어를 좋아하는 사람이 나의 포트 가든을 선호한다. 깔끔한 화기에 식물을 심고 형태를 단정하게 다듬어 모던한 분위기를 내기 때문. 이때 화기 선정이 가장 중요하다. 톤과 무드가 비슷하면서도 높낮이와 형태를 달리하면 더욱 멋스러워 보인다. 색상이 어울리지 않는다면 래커 칠을 해서 맞추는데, 잎의 앞 ・뒷면과도 어울리는 색상으로 칠하면 한결 우아한 포트 가든이 완성된다.

포트에 사용한 액세서리도 다양해 보인다. 화기의 질감과 식물 형태를 고려해 거친 돌이나 매끄러운 돌, 바크, 마삭 등을 매치한다. 이뿐 아니라 식물 디자인도 하나의 방법이다. 잎이 많이 져서 휑해 보이는 나무는 빈티지한 화기에 심어서 나무의 형태를 잡아가면 훨씬 멋스러워 보이고, 벤저민이나 관음죽처럼 잎이 많은 식물은 빽빽하게 두면 더워 보이므로 잎을 잘라내 시원한 느낌이 나도록 수형을 만들어가면 좋다. 식물을 골라 화기에 심는 것 이상으로 수형을 만드는 일 역시 나만의 개성 있는 정원을 꾸미는 노하우다.

반면 야외 정원은 수채화처럼 은은한 느낌이 든다. 개인적 취향으로는 잔잔한 들꽃으로 채운 소박한 정원을 좋아한다. 과시욕이 담기지 않고, 너무 튀지도 않아야 한다. 봄에는 제비꽃, 민들레가 가득하고 여름이면 망초꽃이 올라오는…. 야생화로 야외 정원을 꾸밀 때는 자랄 것을 대비해 띄엄띄엄 심지만 나는 오히려 촘촘하게 심는 편이고, 바람결에 맞춰 식물의 선을 살리려 한다. 라벤더나 바늘꽃처럼 자세히 보아야 하는 작은 꽃도 얼굴이 잘 보이도록 심으니 수채화 같은 느낌이 많이 난다. “오래전부터 이곳에 있어온 정원 같다”는 말을 들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

실내에서도 야생화를 기를 수 있는가? 노루오줌, 수국, 옥잠화, 호스타 등이 베란다에서도 충분히 잘 자랄 수 있는 식물이다. 식물을 심을 때는 높이가 30cm 이상 되는 넉넉한 크기의 화기에 배수가 잘되는 흙을 담고 심은 후 물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주는 것이 좋다. 문의 02-507-515, herasgarden.blog.me 


✔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이동식 키친 가든. 바퀴가 달린 수레에 물 주는 시기가 비슷한 채소류를 모아 심었다. 사진 속 규모면 4인 가족이 즐기기에 충분하다.  

일러스트레이션 전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