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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일탈 찾기
요리, 목공, 가드닝, 다실 등 일상 안에서 ‘일탈 찾기’에 주목한 디자이너의 취미 공간 솔루션.

1 아늑한 다실을 콘셉트로 한 박재우 대표의 홈 아틀리에.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다. 2 종이를 접어 만든 감성적 소품들. 
공간 디자이너 박재우_홈 아틀리에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전통 아름다움을 테마로 일상과 공간을 조화롭게 버무리는 공간 디자이너 박재우. 지음아틀리에와 컬처디자인플랫폼 ‘모두’의 대표이자 한국실내건축가협회와 한국디자인기업협회 이사로 재직 중인 그는 몸이 열 개여도 모자랄 정도로 숨 가쁜 하루를 보낸다.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을 내 취미 생활을 즐긴다는 것이 쉽지 않아요. 오히려 일상에서 짬짬이 즐거움을 찾기 위해 노력하죠. 요즘에는 오디오 쇼룸을 만들기 위해 청음실을 갖춘 오디오 매장을 견학하는데, 일도 하고 좋은 음악도 들으니 일석이조인 셈이죠.”

하지만 늘 혼자만의 여유를 꿈꿔온 그는 상상만 해오던 홈 아틀리에를 선보였다. 양식은 전통 사랑방에서 빌려왔다. 양반들이 차를 마시거나 술을 즐기고, 정사를 논하며 사색에 잠겼던 사랑방이야말로 우리네 뿌리에 스며 있는 취미 생활 공간이었다는 것이 그의 해석. 이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홈 아틀리에는 일과 일상을 분리한다는 목적을 더해 부스 안쪽을 향해 집을 세우고, 한 번 더 공간을 꾸미는 이중 레이어드 구조를 취했다. 밖에서 보면 창을 통해 따스한 불빛이 흘러나오고, 반갑게 맞아주는 듯한 새 오브제 너머로 김한규 작가의 목가구와 고아한 청송백자의 찻잔이 눈에 띈다. 이곳에서는 음악을 감상하거나 다도를 즐기고, 손끝 감각에 집중하며 무언가 만들기에 몰두할 수도 있다. 방식은 다르지만 목적은 하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반대편 선반에 는 그가 좋아하는 책과 직접 만든 한지 소품이 놓여 있다. 좋아하는 물건을 나란히 모아둔 풍경은 보기만 해도 그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든다. “집에도 선반에 다양한 컵을 모아두었어요. 바쁜 일상에서 누군가에게 요리해주는 일은 쉽지 않잖아요. 대신 집에 온 손님에게 차 한잔, 커피 한잔이라도 근사한 잔에 담아내 작은 즐거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사용자의 이야기를 공간에 명민하게 반영하는 박 대표. 그의 홈 아틀리에는 자신의 내면을 투영한 공간이자 모든 현대인을 위한 취미 공간 솔루션이다. 
이새미 기자 사진 김동오




1 부엌 가구를 만드는 과정을 일종의 건축으로 풀어낸 김애주, 김택수 디자이너. 2 그리드로 완성한 벽면은 S자 고리만 있으면 무엇이든 쉽게 걸 수 있다. 싱크볼과 와인 랙, 빌트인 시스템 등 스틸 소재로 통일한 주방 하드웨어는 프리미엄 부엌 가구 넵스의 협찬으로 진행했다. 
건축 디자이너 김택수, 공간 디자이너 김애주_ 홈 쿠킹 21세기 부뚜막을 짓다
요리하는 건축가 김택수가 자신이 설계한 주방으로 관람객을 초대했다. 시커먼 구로 철판 봉으로 만든 거대한 아일랜드 조리대와 벽수납장은 오히려 건설 현장의 가설물에 가까운 모습이다. 그야말로 모든 속살이 드러난 ‘열린 주방’. 실제 요리가 취미인 그가 꿈꾸는 워너비 키친이다. “주말에는 늘 요리를 해요. 외국 여행을 가면 조리 도구를 즐겨 사 오는데, 주방에 두는 순간 그것들의 존재감은 스멀스멀 사라지죠. 좋아하는 아이템을 수납장이나 서랍 안에 ‘모셔두지’ 않고 늘 보이는 곳에 둘 수는 없을까, 전시 공간의 모티프는 이처럼 아주 간단한 질문에서 시작했어요.” 공간을 구성하는 재료로 철근을 사용한 것은 무엇이든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소스 팬 하나에도 수많은 경험과 추억이 배어 있기에 천장에, 선반에 걸어두고 보는 것만으로도 요리를 즐기고 나누는 기분을 되새김할 수 있다는 것. 공간을 공동으로 기획한 디자인 A.J의 김애주 대표 역시 주재료를 철로 정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 “철근은 건축에서 가장 기본 요소지만, 콘크리트로 채우고 보드로 마감하고 도배, 페인트까지 덧입혀져 자신을 드러내지 않죠. 이 주방은 건축의 근간이 되는 ‘쇠’에 대한 오마주예요. 주거에서 가장 많이 쇠를 쓰는 곳 역시 주방이니 이질감이 덜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렇게 완성한 주방은 그야말로 기상천외하다. 거칠고 투박한 부뚜막 같기도, 김이 폴폴 나는 솥뚜껑이 연상되기도 한다. 철근으로 그리드를 구성한 벽 수납장은 S자 고리만 있으면 무엇이든 걸 수 있다. 아일랜드 조리대는 양옆을 오픈해 철근 봉이 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이는데, 불쑥 튀어나온 부분은 팬을 걸 수 있는 행어가, 안으로 들어간 부분은 컵을 넣을 수 있는 수납공간이 된다. 건축가와 대형 건설사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공간 디자이너가 가장 익숙한 소재로 완성한 ‘철의 부엌’. 이번 작업을 진행하며 두 디자이너는 철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단단하면서 때론 유연하고, 거칠지만 부드러운, 음식으로 따지면 된장 같은 발효 식품이랄까? 오래 숙성될수록 더욱 깊은 맛을 내는 된장처럼 오래도록 머무르고픈 ‘가족’의 부엌이다. 
이지현 기자 사진 이기태 기자




1 식물 전문가가 아니기에 식물을 조형적 오브제로 접근할 수 있었다는 베리띵즈의 윤숙경 대표. 식물을 디자인, 아트적 관점으로 필터링해 도회적이고 세련된 비주얼을 완성했다. 2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작한 비정형 아크릴 화분에 식물을 연출하니 조형적 오브제로 손색없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윤숙경_ 홈 가드닝 도시 가드닝의 새로운 정의
aA디자인뮤지엄의 전시 기획, 마이 알레 헤이 마켓 론칭, 도산공원 퀸마마 마켓 편집매장의 조경 디렉팅까지 요즘 가장 바쁜 디자이너를 꼽자면 바로 크리에이티브 집단 베리띵즈의 윤숙경 대표다. 코오롱 패션, 베네통 코리아 등에서 패션 마케터로 활동하다 우연히 접한 영국의 공원 문화에 매료되어 공원 브랜딩을 공부한 그는 ‘식물’을 디자인・아트와 접목해 색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며 자연을 늘우리 곁에 두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옷을 레이어드해서 입듯 식물도 어떤 화분에, 어떤 흙과 돌을 식재하느냐에 따라 모두 다른 룩을 연출해요. 하지만 식물은 늘 착하고, 예쁘고, 순한 오가닉 라이프로 대변되는 것 같아 아쉬웠죠. 식물도 충분히 섹시하고 세련될 수 있다는 생각, 베리띵즈의 작업은 그런 다른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그는 전시를 통해 식물이 지닌 고유한 실루엣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2015년 핫 키워드였던 선인장을 비롯해 표면에 털만 있는 텁텁한 식물부터 죽은 식물까지 테마를 묶어 필터링하며 식물을 비주얼적으로 매력 있는 오브제로 제안. 공간을 가로지르는 선인장 파티션, 나무를 모티프로 한 옷걸이에 무심히 걸린 조경용 앞치마 등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다르게 보는 시각이 일상의 공간과 어우러져 새로운 미감을 만들어낸다. 폴리우레탄 너머로 보이는 식물의 흐릿한 실루엣, 아크릴 화분과 선인장 초 등 도시에서 만나는 낯선 재료와 식물을 믹스한 오브제를 통해 관람객은 식물을 자연의 일부가 아닌 세련되고 감각적인 라이프스타일로 받아들인다. 그는 달맞이길의 문화 공간 숲공장과 협업해 장외 전시도 마련했다. 부산 지역의 바닷바람을 연상케 하는 기울어진 화분과 흙이 섞이면서 다른 지층을 만들어내는 아크릴 화분은 자연, 리빙 오브제를 넘어 하나의 설치 작품으로 손색없다. 히말라야처럼 광활한 대자연이 아닌 도시 생활 가까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소소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아이디어는 도시인이 식물을 한층 쉽게, 가까이 즐길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베리띵즈가 바라는 ‘어번 그린 리빙’의 핵심 가치다.
이지현 기자 사진 이기태 기자




1 평소 예술 작품과 앤티크 가구, 소품을 컬렉션하는 공간・제품 디자이너 김유라 대표. 강렬한 오렌지 컬러로 페인팅한 공간에 작품 같은 가구와 진짜 작품을 매치해 홈 갤러리를 완성했다. 2 우아한 곡선과 빈티지한 색감이 돋보이는 그랑지 장식장에 접시, 촛대 등을 작품처럼 장식했다. 
공간 제품 디자이너 김유라_ 홈 아트 컬렉팅 그림 하나, 가구 한 점
텍스타일 디자이너로 송월타월의 디자인과 마케팅을 컨설팅하고 패션 주얼리를 포함한 홈&리빙 브랜드 유라K 콜렉션을 론칭한 미오인터내셔널 김유라 대표. 취미를 테마로 그가 연출한 공간은 아트 작품 수집을 즐기는 컬렉터의 집, 즉 실제로도 예술 애호가인 자기 자신의 이야기다. 작품과 가구, 음악, 향기가 어우러진 공간은 강한 듯하면서도 심리적으로 활력을 불어넣는 오렌지 컬러를 사용해 평면적 벽체와 입체적 가구, 소품이 시각적으로 조화를 이룬다. “갤러리나 아트 페어에 가면 작품을 살리기 위해 모든 벽을 흰색으로 마감했잖아요. 하지만 집이 갤러리일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벽도 공간의 중요한 요소인 만큼 개성 있는 연출이 필요하죠. 회색, 보라색, 파란색, 오렌지색 등 원색으로 마감해도 충분히 작품 또는 가구와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패션섬유학을 전공하고 유학 시절 텍스타일과 색채학을 전공한 덕분에 패션 회사에 근무하던 시절에도 새 매장 공간 연출과 디스플 레이를 도맡았다는 김 대표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전공 분야인 색채와 연결해 컬러가 공간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게 됐단다. “무엇보다 벽에 색이 있으면 햇빛이 비칠 때 조명등의 톤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무드를 즐길 수 있어요. 전시 공간의 오렌지색 벽 역시 조명 연출에 따라 경쾌하거나, 클래식한 다른 무드를 연출할 수 있고요.” 전시관은 크게 세 개 공간으로 구성했다. 클래식한 무드의 그랑지 장식장과 화장대, 카시나의 책상을 중심으로 각각 어울리는 작품을 배치했다. 벽면에 포인트를 주는 스트라이프 패턴은 고무 밴드로 간단하게 연출. 블랙 가구에는 골드 펄이 들어간 밴드를, 파스텔컬러가 돋보이는 작품에는 원색 밴드를 가로로 매치해 시각적 재미를 줬다. 줄리언 오피Julian Opie, 니콜라스 보데Nicholas Bodde 등의 작품은 예화랑, 가구는 수입 가구 편집매장 엔포유 제품으로, 예술 작품과 작품 못지않게 잘 만든 가구가 완성한 일상 예술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이지현 기자 사진 이기태 기자




1 가라지 아틀리에 한편에 만든 리페어 공간에서 작업을 즐기곤 한다는 가구 디자이너 이세희 공동 대표. 목공과 캠핑, 서핑을 즐기는 자신의 이야기를 공간에 담아 냈다. 2 하이브로우의 시그너처 아이템인 우유 박스로 테이블과 벽 선반을 만들었다. 집은 집이되 가족과 떨어져 취미 생활에 몰두할 수 있는 한 뼘 공간이다.
가구&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 이천희, 이세희_ 홈 퍼니싱 나목수 씨의 창고형 아틀리에
취미로 목공을 즐기던 배우 이천희와 건축을 전공한 그의 남동생 이세희가 함께 론칭해 남자들의 아웃도어 라이프 로망을 자극한 핸드메이드 가구 브랜드 하이브로우. 이번 전시의 주제인 ‘취미’는 가구, 캠핑, 서핑을 좋아하는 형제의 일상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그들은 자신들을 투영한 ‘나목수’라는 가상 인물을 설정하고 그들의 실제 작업 공간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목공을 좋아하면서 액티브한 취미도 즐기는,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볼 만한 공간을 꾸미고자 했습니다. 실제 집의 지하 차고를 개조해 자신만의 취미 공간으로 사용하는 형의 아이디어에서 모티프를 얻었지요.”

이세희 디자이너는 형제가 실제로 사용하던 자동차를 가운데 두고, 한 편에 간단한 가구를 만들거나 차를 손볼 수 있는 리페어 공간을 마련했다. 다양한 목공용품을 보기 좋게 정리할 수 있는 타공판은 물론, 파이프 지지대에 나무 받침을 더한 선반 등으로 거칠지만 감성적 분위기를 연출한 것. 특히 한쪽 코너에는 간이침대와 책상을 만들었는데, 주말에 가족과 떨어져 취미 생활에 몰두할 수 있는 나만의 프라이빗 공간이다. 반대편에는 캠핑용 의자와 수납 박스를 활용한 테이블, 보드 등을 두어 가족과 함께 바비큐를 즐기거나 노천카페 기분을 낼 수 있다. 남자들의 관심사를 눌러 담은 집약체인 셈이다. 이러한 아틀리에 공간의 키 아이템은 하이브로우의 시그너처 아이템인 우유 박스. ‘나에게 필요한 가구를 직접 만들어 쓴다’는 브랜 드 모토를 담아 공간을 효율적으로 분할해주는 파티션으로, 아웃도어용 테이블로, 벽에 걸면 수납선반으로, 스툴과 화분 등으로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스마트 가구다. “실내에서는 가구나 수납함으로 사용하다가 무게가 가벼워 야외에 들고 나가면 테이블이나 스툴로 활용할 수 있어 저희 형제가 애용하는 아이템입니다.” 이세희 디자이너는 상황과 쓰임에 따라 가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우유 상자를 활용한다면 자신의 관심사를 담는 한 뼘 공간을 만드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덧붙였다. 
손지연 기자 사진 김동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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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미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