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여행하는 기분 호텔 닮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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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호텔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가장 핫하고 감각적인 공간에서 누리는 휴식이 달콤한 유혹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때의 추억을 집 안으로 들인다면 어떤 모습일까? 여행 중 호텔에서 머문 시간을 바탕으로 인테리어한 매력적인 아파트를 발견했다.
주방은 베란다를 확장 시공하고 대면형 아일랜드 가구를 설치해 가사의 편의성을 높인 공간과 다이닝룸으로 분리했다. 광택이 있는 타일에 회색 줄눈을 시공하고, 6인 식탁과 미니바를 배치해 카페 같은 분위기가 난다.
뉴욕 에이스 호텔을 꿈꾸다
낯선 도시로 여행을 떠나 호텔에 머문 적이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 시간이 이대로 멈추길 바란 기억이 있을 것이다. 호텔은 익숙지 않은 도시에서 온전히 긴장을 풀고 마음껏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그렇기에 충분히 스타일리시하고, 호텔 특유의 안락함을 갖춰야 한다. 이는 잘 정돈되고 간결한 공간을 전제로 한다. 여행 갔을 때 머문 호텔에서의 기억을 바탕으로 인테리어한 반포동 116㎡ 아파트. 이곳은 신은경 씨 가족의 아늑한 보금자리다. 광고기획사에 근무하며 공간에 대한 감각을 익힌 그는 여느 아파트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하고 획일적 구조의 아파트를 새롭게 꾸미기 위해 평소 눈여겨봐온 옐로플라스틱에 작업을 의뢰했다. “뉴욕에서 본 에이스 호텔이나 베를린의 미헬베르거 호텔, 소호와 마레 지구, 지유가오카의 스타일리시한 카페 분위기를 담은 집을 꾸미고 싶었어요. 인더스트리얼 분위기, 빈티지 분위기 등 그곳에서 본 요소를 다양한 공간에 반영하고 싶었죠. 집 고유의 안락함과 편안함도 물론 갖춰야 했고요.”
원하는 인테리어가 분명했던 은경 씨를 위해 전성원ㆍ김선희 디자이너는 그가 특히 인상 깊게 여긴 에이스 호텔을 모티프로 삼고 공간을 디자인했다. 호텔을 연상시키는 마감재와 조명등, 미니바 등을 설치하는 것은 물론 소품이 많은 집주인을 위해 체계적인 수납 솔루션을 제안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내용이었다.
사각 타일과 철재, 유리 등 산업 소재를 주로 사용해 인더스트리얼한 분위기를 연출한 뉴욕 에이스 호텔처럼 아파트는 철재와 타일을 비롯해 다양한 소재로 마감했다. 특히 주방겸 다이닝룸에서는 광택 타일을 시공하고 검은색 줄눈을 넣었는데, 타일에 빛이 반사돼 기존 벽지나 페인트 벽, 무광 타일이 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바닥은 헤링본 패턴 마루와 대리석 타일, 그레이 컬러의 솔리드 타일을 깔아 벽 없이 공간을 분리했고, 그 외 공간마다 소재를 조금씩 달리해 변화를 주었다. 블랙을 포인트 컬러로 활용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스메그 냉장고 옆에는 기둥에 등을 연결한 독특한 조명등을 설치했다. 이들 모두 광택이 없는 세련된 블랙 컬러로 도장한 것. 첫인상이 강렬한 거실의 사다리 선반은 구로 철판 소재로 책을 수납하거나 셋톱 박스와 이동식 스피커 등을 올려놓기 위한 용도로 제작했다.
1 직접 제작한 서재 가구. 공간의 규모와 목적에 맞게 구성했다. 2 수납 기능이 있는 가벽을 세워 복도를 확보했다. 벽에 걸린 그림은 줄리언 오피의 작품.
3 주방에서 바라본 거실. TV 위로 책이나 소품을 놓아둘 수 있는 검은색 선반을 설치했다. 4 에이스 호텔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공간. 철제 기둥과 조명등을 같은 블랙 컬러로 도장한 뒤 전선을 기둥 내부로 숨겨 전원을 연결했다. 5 욕실은 두 가지 타일로 시공해 유쾌한 변화를 꾀했다.
동선이 편리하면 일상이 심플하다
동선을 짜임새있게 구성한 공간에서는 생활이 간편해진다. 호텔 룸에 들어서면 외투와 가방을 코트룸에 보관하고 실내로 들어가는 것도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선희 디자이너는 손님 초대가 잦아 커다란 다이닝룸을 원한 집주인의 바람과 가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동선을 한 번에 해결했다. 주방 베란다를 확장한 뒤 대면형으로 아일랜드 가구를 설치하고, 양옆에 냉장고와 세탁기&건조기를 배치해 설거지와 요리, 세탁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ㅁ자 공간의 유틸리티룸을 완성한 것. 한층 넓어진 주방 공간에는 6인용 식탁을 배치했다. 신은경 씨는 주방에서의 작업이 편안해지자 요리하는 횟수도 자연스레 늘어났다고 말했다. 가장 공들인 공간은 침실이다. 오로지 쉼에 초점을 맞추고 욕실과 침실이 하나로 연결되도록 오픈형 구조로 설계해 편리하다.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만한 작은 테라스는 단을 높인 뒤 족욕 공간으로 꾸몄다. 침대 프레임은 디자인 팀에서 직접 제작한 것. 침대 높이가 낮아 더욱 안정적이고, 협탁을 대신할 공간을 갖추고 싶다는 요구 사항을 반영한 것이다. 여기에 침구 커버나 블랭킷을 수납할 수 있도록 프레임 한쪽에 수납장을 짜 넣었다. 서재는 조명과 다리 기능을 겸하는 철제 파티션을 책상 중앙에 배치하고, 양쪽으로 마주 보도록 의자를 놓아 두 사람이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침실과 욕실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 본래 욕실은 벽으로 막혀 있었는데, 이를 제거한 뒤 오픈형으로 구조를 변경하고, 대리석 타일을 깔아 공간을 확실히 분리했다. 기존 욕실 천장에 맞춰 침대 헤드 부분의 천장도 단 내림을 한 뒤 천장형 에어컨을 깔끔하게 설치했다.
보이는 수납, 보이지 않는 수납
신은경 씨가 주목한 옐로플라스틱의 강점은 수납공간을 체계적으로 짠다는 점이다. 근사한 소품은 드러내 보이도록 오픈 수납을 지향하고, 그 외 수납공간은 눈에 띄지 않도록 최대한 감췄다. 유독 신발이 많아 현관의 신발장만으로는 수납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던 집주인을 위해 현관과 거실 사이에 가벽처럼 키 큰 장을 세우고, 미처 수납하지 못한 신발을 수납했다. 가벽은 현관에서 거실이 바로 보이는 것을 막아주면서 공간이 한층 아늑해 보이는 효과를 냈다. 주방 한쪽에 꾸민 미니바는 보이는 수납공간으로 마련한 것. 차와 커피 애호가인 신은경 씨는 예쁜 틴 케이스만 모아 선반에 수납하고, 자칫 복잡해 보일 수 있는 주방 가전은 서랍장 위에 한데 몰았다. 서랍 안에는 커틀러리와 접시류를 가지런히 정돈했다. 포인트는 서랍 손잡이. 카페 분위기를 내기 위해 손잡이 하나까지도 디테일하게 고른 것이다.
반면 거실의 가벽과 침대 프레임의 수납장, 서재의 키 큰 장 등 수납에 초점을 맞춘 가구는 벽 색깔과 같은 톤으로 제작하고, 터치식 손잡이를 적용해 최대한 눈에 띄지 않도록 했다. 이처럼 수납을 바탕으로 스타일을 살린 집은 그가 꿈꿔온 부티크 호텔로 완성되었다. 그곳에서 그의 가족은 집처럼 편안하면서도 호텔처럼 감각적이고, 카페처럼 아늑한 그 곳에서 낯선 도시에서 느낀 설렘을 떠올리며 하루하루를 여행하는 기분으로 살아간다.
디자이너 전성원과 김선희가 조언한다
호텔에서 모티프를 얻은 디자인 요소
1 사다리 콘셉트의 선반 사다리에서 모티프를 얻은 선반. 얇은 프레임에는 잡지나 책을 꽂아놓을 수 있으며, 고재로 만든 계단에는 셋톱 박스와 스피커를 놓아 AV용 선반으로 활용 중이다.
2 자투리 공간에 설치한 미니 행어 키 큰 장과 서랍장 사이 남는 공간을 활용해 작은 행어를 만들었다. 검정 프레임으로 심플하게 제작해 모던한 공간에 포인트가 된다.
3 오픈 수납을 강조한 세면대 진정한 인테리어의 기본은 수납! 거추장스러운 수납장 대신 세면대 하부에 공간을 마련해 수건과 헤어 드라이어, 기타 욕실용품을 말끔히 정리했다.
4 주방을 유쾌하게 연출해줄 만능 선반 창문 하나까지 개성 있게 꾸미기 위해 구로 철판으로 제작한 프레임에 독특한 유리를 끼우고, 중앙에 선반을 설치했다. 선반 위에 와인병과 액세서리를, 하부에 고리를 달아 다양한 키친 툴을 수납했다.
5 힐링을 위한 족욕 공간 침실에 딸린 작은 테라스는 단을 높인 뒤 좌식 스타일의 족욕 공간으로 꾸몄다. 하얀 파벽돌로 계단을 만들고 패턴이 독특한 러그를 깔아 모던한 침실과는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6 공간에 힘을 더하는 문 디자인 한 번 필름 시공을 한 문은 다음에도 같은 시공법을 택해야 한다. 나뭇결 무늬가 있는 검은색 필름을 입혀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하고, 타공 창에 디자인 유리를 끼워 장식 효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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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