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덴마크인 부부의 핸드메이드 라이프 서울에서 보내는 첫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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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보내는 진짜 북유럽 스타일이란 무엇일까? 채도가 낮은 컬러와 단정한 패턴, 심플하면서 모던한 디자인, 실용적이면서 유행을 타지 않는 것. 북유럽에서 지낸 것과 비슷한 삶을 한국에서 경험하고 있다는 덴마크인 앤의 집을 보니 진짜 스칸디나비안 라이프란 이런 것이 아닐까 새삼 궁금해졌다.
1 제약 회사 노보 노디스크의 주재원인 남편 라스 야콥슨Lars Jacobsen을 따라 갓 두 돌이 지난 딸 필리파와 함께 작년 7월 한국으로 건너온 앤 그루에 라르센Anne Grue Larsen. 그의 가족이 크리스마스 식탁에 둘러앉았다.
2 한국 어린이집에 다니는 터라 이 집에서 한국말이 제일 능숙한 딸 필리파.
늦은 가을이지만 앤은 크리스마스 준비로 한창이었다. “덴마크에서 크리스마스는 가장 큰 명절이에요. 10월이면 보통 백화점이나 상점은 이미 크리스마스 분위기고, 12월 초면 집에도 오너먼트와 초 장식을 시작하죠.” 앤의 이야기 중 재미있는 것은 크리스마스 런치. 12월 내내 오후 2시 경부터 친구와 가족을 초대해 파티를 즐긴단다. 와인을 따뜻하게 데워 시나몬과 과일을 넣은 글릭을 마시거나 돼지고기를 껍질째 오븐에 구운 프리카딜레를 먹고, 미트볼이나 라이스 푸딩 같은 디저트도 먹는다. 크랜베리 소스를 올린 라이스 푸딩에는 아몬드를 잘게 부숴 넣는데, 볼 한 개에만 큰 아몬드를 넣어 그 푸딩을 먹은 사람에게는 선물을 주기도 한다.
우리를 초대한 앤 또한 크리스마스 전통 디저트를 대접했다. 바닐라 향과 씨앗, 아몬드 등으로 만드는 리스 모양의 바닐라 화환(Vaniljekrans) 쿠키는 손쉽게 집어 먹을 수 있도록 작게 공처럼 말았고, 말린 대추를 간 것과 홍차를 넣은 초콜릿도 만들었다. 색색의 젤리는 덴마크 사람들이 열광하는 리커리스liquorice(감초) 캔디인데, 덴마크 사람들이 젤리나 파우더로 만들어 커피에 넣어 먹는 간식이다. 거실 사이드보드 위에는 종이를 오려 만든 크리스마스트리 카드와 나무 소재 장식품, 촛대를 올려 장식했다. “향초 역시 북유럽인의 생활에서 빠지지 않는 소품 중 하나예요. 식사 때마다, 집 안 공간마다 올려두는데 냄새를 제거하는 게 일차적 이유이지만, 이 또한 휘게와 일맥상통합니다. 가족과의 정서적 유대감을 높여주죠.” 앤은 깔끔한 접시에 양초와 솔가지를 올려두었다. 북유럽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크리스마스 소품은 오너먼트인데, 풍경처럼 천장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도록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부엌 어귀에 매단 오너먼트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적 바탕에 북유럽 요소를 더하는 법
제약 회사 노보 노디스크의 주재원인 남편 라스를 따라 한국에 온 지 1년이 조금 넘은 덴마크인 앤의 집은 따뜻하고 깔끔했다. 전형적인 한국 아파트의 레이아웃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북유럽 스타일 특유의 ‘웜앤코지warm&cozy’가 잘 녹아든 공간이었다. 집 안에 들어서면 한국과 덴마크의 믹스 매치를 경험할 수 있다. TV와 소파가 마주 보는 전형적 한국 아파트의 레이아웃에서 벗어나 거실 한가운데에 소파를 둔 구조도 재미있지만, 식탁을 아예 소파 뒤쪽인 거실 정중앙에 배치한 것도 인상적이다. 가족들과 함께 아늑한 시간을 누리고자 꾸민 풍경인데, 한국에서도 최근 거실과 다이닝룸, 부엌을 하나로 합친 LDK(Living-Dining-Kitchen) 공간이 등장하는 추세다. 앤은 “북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치예요. 덴마크인의 정서인 휘게를 드러내는 요소지요”라며 부엌에 원형 식탁을 두고서도 거실에 6인용 식탁을 둔 이유를 설명했다.
1 앤의 그림과 직접 만든 핸드메이드 소품으로 꾸민 부부 침실. 스탠드형 조명등과 흔들의자를 놓아 안락함이 배가된다.
2, 3 유아용 가구와 북유럽 스타일 패턴 매트,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꾸민 필리파의 방은 앤의 감각이 집약된 공간이다.
4 앤이 직접 만든 필리파의 놀이 매트. 별, 물고기, 곰돌이 등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구성해 아이의 촉각을 자극한다.
5 앤이 한국에 온 뒤 영감을 받아 그리기 시작한 작품 ‘코리아 미츠 덴마크’. 두 나라의 국기를 오묘하게 섞어 독특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 집에는 앤과 남편 라스의 처녀ㆍ총각 시절의 흔적이 그대로 녹아 있다. “남편이 혼자 살 때 사용하던 가구 중 유일하게 ‘생존’한 것이 소파와 거실 사이드보드예요. 두 가지 다 일바Ilva라는 스웨덴 가구 브랜드 제품인데, 이케아보다는 가격이 약간 높지만, 가격 대비 훌륭한 소재와 마감 덕분에 싱글들이 자주 애용하는 브랜드지요.” 나무의 결을 살려 거칠면서도 자연스러운 멋이있는 사이드보드와 따뜻한 느낌을 주는 패브릭 소파, 널찍한 6인용 식탁으로 거실의 중심을 잡았다. 미니멀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남편의 가구에 소가죽 카펫이나 브라운 컬러의 에그 체어 등을 매치해 따뜻한 느낌을 더했다.
1 패브릭 소파에 따뜻한 느낌을 주는 캐멀 컬러 에그 체어와 러그를 배치한 거실. 한국 집의 획일적 구조와는 다른 레이아웃이 눈길을 끈다.
2 장독에 색을 입혀 같은 톤의 그림을 매치한 현관.
3 이브에 먹는 디저트와 덴마크의 국민 간식 리커리스(감초)를 올린 크리스마스 식탁.
4 코펜하겐에서도 그랬듯 부부는 한겨울에도 발코니에 앉아 차를 마시거나 일광욕을 즐긴다.
5 필리파를 위해 앤이 만든 놀이 매트와 구름 모양 베개도 집을 아늑하게 만들어준다.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발코니. “한국에서 살 집을 고르면서 아파트 열 채를 둘러보았어요. 그러다 이 집을 고른 건 온전히 발코니 때문이었죠.” 겨울과 밤이 길고, 지리적으로 햇빛이 부족한 ‘회색빛 도시’에서 북유럽인은 한겨울에도 햇빛을 좇아 밖으로 나간다. 발코니에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몸을 옷으로 꽁꽁 싸매고선 카페 테라스에 자리를 잡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코펜하겐의 아파트에도 집집마다 발코니는 필수다. 그래서 앤 또한 습관적으로 볕이 잘 드는 시간이면 이 집의 발코니에 나가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고 사색에 잠기곤 한다.
손으로 채워 더욱 따뜻한 집
앤은 덴마크에서 교육과 관련한 일을 했지만, 한국에서의 삶은 다르다. 그는 매일 아침 남편이 출근한 뒤 딸과 함께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면 온전히 자신의 취미에 집중한다. 어릴 때부터 해온 그림 그리기에 몰두하고자 작업실도 따로 마련했다. “몇 년 전부터 캔버스를 네모로 작게 나누어 모자이크처럼 색을 채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그린 작품은 대부분 한국 생활에서 영감을 받은 거예요. 지금 작업 중인 그림은 ‘코리아 미츠 덴마크Korea meets Denmark’라는 제목인데, 덴마크 국기와 한국 국기를 하나로 합했어요. 마치 저와 라스의 삶처럼 말이에요.” 앤은 자신이 그린 그림으로 집 안 곳곳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거실 식탁에는 골드 컬러를 톤온톤으로 녹여낸 큰 사이즈의 그림을 매치했다. “거실은 보다 편안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이 그림은 덴마크에 사는 시어머니의 집 안 풍경을 그린 거예요. 앤티크 스타일의 화이트와 골드 컬러 가구에 샹들리에가 인상적인 예쁜 집이죠. 부엌에 배치한 그림은 꽃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아름다운 꽃 한 송이와 부서지는 햇살, 이파리 등을 묘사했는데, 그림 덕분에 공간이 활기차 보여 아주 마음에 듭니다. 전체적으로 흰색이 테마인 게스트룸은 가장 컬러풀한 그림을 매치했고, 복도에는 아직 미완성인 작품을 걸어 여백의 미를 연출했지요.”
꽃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 그림은 부엌에 걸어 화사한 느낌을 더했다.
손재주가 많은 앤은 계절에 따라, 기분에 따라 그림 배치를 바꾸는데, 이에 맞는 소품을 활용해 코너를 꾸민다. 집이 따뜻해 보이는 건 그림 때문만은 아니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 항아리 모양의 귀여운 스툴을 발견해 출처를 물었다. “한국 장독에 색을 입혔어요. 감쪽같죠? 말끔하게 덧칠하고 뚜껑 크기에 맞는 방석을 더했죠. 그리고 제가 그린 같은 컬러의 그림을 매치했어요. 현관이 조금 화사해 보이나요?” 파스텔 톤에 북유럽 감성이 물씬 풍기는 필리파의 방에 들어서면 그의 솜씨가 더욱 돋보인다. 구름 모양의 패브릭 베개, 바둑판 모양의 캐릭터 플레이 매트, 에코백, 패브릭 바구니 등은 모두 그가 만들었다. 직접 그리고 만든 그림과 소품 덕분에 집이 한층 정감 있고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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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