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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노베이션 아파트에도 잘 어울리는 세미클래식 스타일
꼭 대지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지어야만 집에 스토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또 저택이나 큰 평수에서만 클래식한 인테리어를 구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네모난 서울 시내 중형 아파트에서 과감한 세미클래식 인테리어를 연출한 마르멜로 이경희 실장의 집. 디자이너로 일하며 현장에서 배운 것들을 하나하나 적용한 그 집에 가봤다.


블랙 컬러의 엠보싱 벽지로 캔버스를 싸서 만든 소품으로 갤러리 느낌을 연출했다.

1 벽돌을 하나하나 쌓은 모양으로 표현한 거울이 인상적인 현관. 이처럼 작은 디테일을 살린 공간이 눈에 띄는데, 특히 거울 한장 사이즈에 딱 맞게 배전함을 숨긴 아이디어가 재밌다.
2 몰딩을 넣은 문이 인상적인 안방 입구. 부티크 호텔 스위트룸을 연상케 한다. 
3 7~8년 전, 마시멜로 홈이라는 공예 카페를 운영할 때 만든 공예품들. 세미클래식 소품으로 제격이다.
4 이 집의 쇼케이스 같은 공간.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현관에서 제일 먼저 보이는 첫인상과도 같은 공간이라 컬러와 금장 액자를 활용해 가장 클래식하게 꾸몄다.

전기 패치카 앞에서 불을 쬐며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들을 때의 그 느낌이란! 유명 부티크 호텔이 부럽지 않단다. 패치카는 겨울뿐 아니라 눅눅한 장마철에도 요긴하다. 30분 정도만 켜두면 스산한 기운이 사라지고 공간이 한결 보송보송해진다고.

레노베이션 2년 만에 집 공개하는 사연
마르멜로 이경희 실장이 지금 살고 있는 봉천동 40평 아파트의 레노베이션을 마친 것은 2년 전 일이다. 2013년 1월,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기다리던 연락이 왔다. 그는 들뜬 목소리로, 또 한편으로는 미안한 듯 이제야 자신의 집을 보여줄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취재를 가면서 스타일리스트인 그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봤다. 사실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면서 사람들에게 얼마나 자신의 집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단란한 삶의 터전에서 얻는 생활의 활력과 내 몸에 꼭 맞게 꾸민 공간에서 느끼는 편안함은 아파트 브랜드 네임이나 규모와 상관없이 사는 이에게 만족감을 줄 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자신에게 인테리어 공사를 맡긴 사람들에게 자칫 두루뭉술해 보일 수 있는 이상을 분명한 실체로 증명해 보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신이 사는 집을 보여주는 것일 테니말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매체는 물론 일과 관련한 외부 사람도 자신의 집에 들이지 않은 것은 집에 대한 그의 뚜렷한 주관 때문이었다.

“레노베이션한 지 벌써 2년이 지났네요. 사실 2년까지 기다리려고 한 건 아닌데 이쯤 되니까, 아 뭔가 이제는 됐구나 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겉으로는 깔끔하고 똑떨어지는 클래식 스타일의 집이지만, 그 안에 따뜻한 온기가 가득한 집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동안 열심히 가족 여행을 갈때마다 소품을 사 오고, 두 딸과 함께 천을 재봉하며 소품을 만들었죠.”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프렌치 몰딩, 블랙&화이트 톤의 벽면과 가구들이 부티크 호텔을 연상케 한다. 클래식 스타일이 주는 이질감이나 과장됨 보다는 인테리어를 잘한 호텔에 와 있는듯 세련된 느낌이 드는데, 이는 모던 스타일을 믹스 매치한 세미클래식의 멋이라고. 이경희 씨가 제안하는 클래식 인테리어는 바로 이런 것이다. 보통 클래식 인테리어라고 하면 저택이나 큰 평수에서나 할 수 있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세미클래식은 사실 규모에 상관없이 몇 가지 스타일링 팁만으로 구현해낼 수 있단다. 그중 하나가 액자 장식이다. 실제 이 집에 사용한 액자만 해도 수십개. 굳이 걸지 않고, 겹쳐 세워놓는 것만으로도 멋스럽다. 단, 액자를 세팅할 때는 한두 개가 아닌 대여섯 개 정도를 장식하는 것이 좋다. 액자는 크 롬 소재의 실버 톤이 고급스러우며, 한지나 뜨개실 같은 것을 끼워 넣으면 한결 손맛이 느껴지는 집을 완성할 수 있다고.

대학에서 의상 디자인을 전공한 이경희 실장은 졸업 후 공예 디자인에 매 료돼 인터넷에서 마시멜로 홈이라는 공예 카페를 운영했다. 그런 탓일까, 자고로 집이란 마냥 시크하고 감각적이기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더 머물고 싶게 하는 아늑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가 공간에 온기를 불어넣는 또 다른 방법은 컬러다. 웜 그레이 컬러의 벽면, 화이트 소파에 매치한 연둣빛 쿠션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그는 앞으로도 레드, 네이비, 옐로 컬러를 사용한 세미클래식을 구현해보고 싶다고.


1 직사각형 공간을 반으로 잘라 작업실 겸 드레스룸을 만들었다. 옷이 많아서 드레스룸 한쪽에는 행어를, 다른 한쪽에는 접어서 보관할 수 있도록 칸막이를 짜 넣었다.
2 엄마를 닮아 손재주가 있는 작은딸 방. 시간 날 때면 엄마와 함께 외국 인테리어 잡지를 보거나 천을 만지며 노는 것을 좋아한다. 
3 공주처럼 높은 침대를 원하는 작은딸을 위한 디자인. 아기자기한 프렌치 풍 클래식 스타일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4 빨간색 창고 문이 인상적인 큰딸 방. 중학생이어서 공부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로 꾸몄다.

대표 소품을 블랙이나 화이트 컬러로 맞추면 한결 세련된 세미클래식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손맛이 느껴지는 한지를 끼워 넣어 만든 액자. 집 안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집이란 창작 공작소
“저희 집이니까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봤어요(웃음). 클라이언트에게 이렇게 해보면 어떻겠냐 제안한 여러 가지 스타일링을 직접 해보고 살면서 그 장단점을 경험해보고 싶었죠.”
그러고 보니 방문마다 스타일이 다 다르다. 안방은 부티크 호텔 스위트 룸처럼 몰딩이 들어간 양문형, 아이들 방은 창을 만들어 넣어 밖에서도 안이 들여다보이는 실용적 디자인을 적용했다. 바닥도 공간마다 다른데 안방은 블랙 컬러 헤링본 패턴의 마루, 아이들 방은 내추럴 톤 강화마루, 리빙룸과 다이닝룸은 화이트 폴리싱 타일로 소재를 각각 달리했다. 단, 거실과 주방에 경계를 두면 자칫 좁아보일 수 있어 바닥에 동일하게 폴리싱타일을 시공하고 카펫으로 공간을 분리했다.

이경희 씨 가족에게 다이닝룸은 홈 카페 같다. 식탁 의자 대신 벤치를 제작하고 벽면은 거울로 장식했다. 매일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외식하는 기분으로 즐겁게 식사하길 바라는 아내의, 그리고 엄마의 마음을 담은 디자인이다. 그 덕에 가족은 방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다이닝 룸에서 함께하는 시간을 더욱 즐긴다. 다이닝 룸은 발코니를 확장해 한층 넓은 주방에는 상부장을 넣는 대신 창을 크게 냈다. 3층이라 평소에 빛이 많이 들어오지 않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널찍한 조리용 아일랜드는 두 딸이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엄마를 도울 때 작업대로 나눠 쓰기에 부족함이 없다. 리빙룸, 다이닝룸 여기저기에는 가족 여행 갔을 때 구입해 온 동남아 스타일의 오리엔탈 소품이 놓여 있다. 동상이나 촛대 등 동양적 소품을 클래식 무드에 매치하니 공간이 더욱 재미있어졌다.

“사실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이 그래요. 기존 가구나 소품을 볼때 이런 점을 보완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점점 일을 벌이게 되죠. 이번에 가구 제작은 원 없이 해봤네요. 스케치하고, 다시 수정하고… 소파 하나 만드는 데 4개월이 걸렸어요. 없으면 없는 대로 바닥에 앉아 얘기하고 밥 먹고 그랬어요. 가족들이 많이 불편했을 텐데 이제는 오히려 그게 추억이 됐대요.” 긴 시간 동안 채근 한 번 하지 않고 기다려준 가족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이 묻어난다.

조명 덕에, 거울 덕에 카페 같은 다이닝룸이 완성됐다. 기성품은 좀처럼 사지 않는 그이지만 영국 앤티크 식탁은 마음에 꼭 들어 큰맘 먹고 장만했다. 이태원 바바리아에서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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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여정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