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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아름다운 집] 아트 컬렉터 아드리아나 아바스칼의 파리 집 갤러리 하우스
모델이자 아트 컬렉터인 아드리아나 아바스칼에게 디자인과 예술은 그저 생활일 따름이다. ‘옷’과 ‘그림’을 함께 걸 수 있는 공간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담은 파리의 아파트는 다카시 무라카미, 폴 맥카티, 가브리엘 오로즈코 등 거장의 다양한 작품이 제자리를 찾은 하나의 갤러리 같다.


다이닝룸은 네오클래식 스타일로 꾸몄다. 테이블 상판은 한국의 인조 대리석을 사용해 제작. 검은색 래커로 칠한 사이드보드는 1940년대 프랑스 빈티지 제품. 검은색 꽃병은 콘란 숍에서 구입. 사이드보드 위의 작품은 다카시 무라카미의 ‘Warhol Gold’, 벽난로 위의 사진 작품은 루이즈 롤러의 ‘Rainy day in Basel’이다.


<보그> <글래머> <마리끌레르> 같은 패션 잡지의 단골 모델이자 스페인 주얼리 브랜드 수아레즈Suarez의 메인 모델로 활동하는 아드리아나 아바스칼Adriana Abascal. 멕시코의 푸에르 토데베라크루즈에서 태어난 그는 1988년 미스 멕시코로 선발, 다음 해에 열린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서 4위를 차지한 특별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리고 2001년 스페인 최대 통신사인 텔레포니카 Telefonica의 전 CEO 후안 빌라롱가와 결혼하고 3년 뒤 런던으로 이사해 콘래드 블랙(캐나다 출신의 신문 재벌이자 칼럼니스트)이 살던 멋진 집에서 살며 세 아이 폴리나, 디에고, 지메나와 복작 복작 행복한 일상을 보냈다. 하지만 행복하던 결혼 생활은 2년 전 파경을 맞고, 아드리아나는 새 출발을 위해 과감히 파리행을 결심했다. “이혼 후 삶을 돌아보면서 문득 파리에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델로 활동하며 많은 경험을 쌓은 파리는 정말 여성적이고 우아하고 세련된 도시니까요.”

반면 인테리어 디자이너 캐롤 캐틀먼Carole Katleman은 로스앤젤레스에서의 삶을 사랑한다. 그는 1963년에 버프, 스트라우브& 헨스먼Buff, Straub&Hensman이 지은 비벌리힐스의 멋진 모더니스트 하우스에서 살고 있다. 그는 로스앤젤레스의 날씨와 그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심지어는 원하는 곳 어디에든 주차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도 사랑한다. 그래서 친구이자 클라이언트인 아드리아나가 파리에 있는 집을 꾸며달라고 부탁했을 때 캐롤은 거절하느라 애를 썼다. 파리에도 젊고 재능 있고 훌륭한 디자이너가 많으니 제발, 로스앤젤레스를 떠나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했을 정도. 그렇지만 아드리아나 역시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아드리아나는 캐롤만이 자신의 집을 디자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드리아나가 캐롤을 만난 것은 1990년대 후반, 캐롤과 동료 다니엘 쿠에바스가 함께 디자인한 마이애미의 모델 하우스에서였다.
“모델 하우스 안으로 들어가서는 이렇게 말했어요. ‘와우! 칫솔만 가지고 들어와도 살 수 있겠어.’ 마치 서로 알지도 못하는데 누가 내 마음을 다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지요.”
그때의 인연을 시작으로 캐롤은 런던과 파리에 있는 아드리아나의 집을 디자인했다. 캐롤은 아드리아나의 활동적이고 과감한 성격 덕에 매번 재미있는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아드리아나의 취향은 뛰어나요.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죠. 단, 쇼핑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 편이라 가구 쇼룸을 돌아 다니면서 직접 앉아보고 고르는 일은 드물죠. 그래서 디자이너에게 어마어마한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해준답니다.”


1950년대 클럽 체어와 오토만은 양털 가죽으로 다시 커버링했다. 플로어 조명등은 세르주 무이 제품이다. 과녁 그림은 우고 론디노네의 ‘ASCHTUNDZWANZIGSTERMAIZWEIT AUSENDUNDIVER’. 2004년 작품으로 캔버스 위에 아크릴. 오른쪽 벽에 걸린 브론즈 조각 작품은 셰리 르빈의 ‘Steer Skull Head(Horned)’.

거실에서 다이닝룸을 바라본 모습. 하나만으로 임팩트가 느껴지는 무라노 글래스 샹들리에는 파리의 벼룩시장에서 구입했다.

드레스룸의 거울로 된 서랍장과 옷장은 이 공간에 맞게 제작, 설치했다. 상판에 거울을 붙인 흰색 오크 커피 테이블은 캐롤 캐틀먼과 다니엘 쿠에바스가 디자인했다. 테이블 위에는 바카라 크리스털 말 머리 조각이 놓여 있다. 흰색 암체어 역시 캐롤 캐틀먼과 다니엘 쿠에바스가 디자인, 암체어 커버링은 동기아(www.donghia.com)의 흰색 리넨으로 제작했다.


옷과 그림을 함께 걸 수 있는 갤러리 하우스 아드리아나는 가구 쇼핑 대신 수년간 쌓아온 아트 컬렉션에 관심을 집중했다. 그가 실제 예술 분야에 열정을 갖기 시작한 것은 아트 딜러나 다른 컬렉터들과 친분을 쌓으면서부터.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파리 갈르리 페로탱Galerie Perrotin의 딜러 캐시 베도비Cathy Vedobi로, 그는 아드리아나가 좋은 작품을 알아보는 심미안을 지녔다고 평가한다. 자신의 직관을 믿고 무조건 실행에 옮긴다는 것. 일례로 아드리아나는 다카시 무라카미가 아주 유명해지기 전 부터 그의 작품을 좋아했는데, 무라카미의 작품은 만화 같고 재미있어서 마치 자기 자신이 아이가 된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실제 그의 파리 집에는 무라카미의 작품이 두 점 있다. 현관문 위에 구름 같은 작품 ‘쿠마 쿤Kuma Kun’이 있고 다이닝룸에 ‘워홀 골드 Warhol Gold’가 있다. 그 밖에 크리스토퍼 울과 리처드 프린스의 그림들과 월리드 베시티의 콘셉추얼한 페덱스 박스 작품, 그리고 파올라 피비의 작품 몇 점이 집 안 곳곳에 있다. 거대한 유리 목걸이가 서 있는 듯한 장 미셸 오토니엘의 ‘Le Collier-porte’ 또한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중에서 아드리아나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은 침실에 있는 가브리엘 오로즈코의 그림이다. “정말 우아한 작품이에요. 멕시코 아티스트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죠!”
현관 홀에 있는 폴 맥카티의 작품 역시 그에게 큰 의미가 있다. 폴맥카티가 실리콘으로 제작한 독특한 이 작품은 2009년 아트 바젤에서 구입한 것. 작품은 아드리아나가 아파트를 선택할 때에도 많 은 영향을 주었다.
“파리로 이사를 결심하고 세 아이와 강아지, 그리고 나의 ‘맥카티’와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찾았어요. 폴 맥카티의 작품을 선택하면서 비로소 제가 머물고 싶은 곳이 바로 ‘옷’과 ‘그림’을 함께 걸 수 있는 갤러리 하우스라는 점을 깨달았지요.”


1 소파는 캐롤 캐틀먼이 디자인하고 캘리포니아의 클래식 디자인Classic Design에서 제작했다. 마빅 텍스타일(www.marvictextiles.co.uk)의 리넨으로 업홀스터리한 것. 소파 위에 걸린 작품은 리처드 프린스의 ‘My Neighbors Wife’. 캔버스 위에 아크릴과 실크 스크린. 브론즈 다리에 나무 상판을 얹은 커피 테이블은 폴 에번스가 1950년대 디자인한 제품이다.
2 거실에서 현관 홀을 바라본 모습. 조각 작품은 폴 맥카티의 ‘Mountaineer’로 2008~2009년 작품으로 실리콘으로 제작했다.

3 부엌 벽에 걸린 작품은 마이크 보셰의 ‘Tourism’. 테이블 위 유리잔은 에르메스 제품, 접시는 케이트 스페이드의 ‘세인트 키츠 피니스 비치’ 컬렉션이다.
4 커다란 유리 비즈 목걸이는 장 미셸 오토니엘의 ‘Le Collier-porte’. 1999년 제작한 작품으로 금을 입힌 홋카이도 유리 비즈로 만들었다.


또 하나의 거실은 바로 ‘드레스룸’ 대리석 벽난로 위에 거울이 걸려 있고 헤링본 패턴의 나무 바닥재가 깔린 전형적인 파리의 아파트. 캐롤 역시 인테리어에서 중점을 둘 부분은 아트 컬렉션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꾸미는 대신 되도록 편안하고 고요하고 조화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고급스러운 갤러리 분위기를 완성하기 위해 전체적으로 하얗게 도장하고, 마치 액자 프레임처럼 몰딩 디테일을 더한 것이 특징. 또한 원래 가지고 있던 가구를 최대한 활용했다. 런던에서 바다를 건너온 가구로는 서재에 있는 자크 아드네의 책상과 의자, 현관 홀에 있는 지오 폰티의 의자, 그리고 다이닝룸에 있는 데이비드 윅스의 천장 조명등 등이 있다. 특히 데이비드 윅스의 조명등은 새 공간에 맞춰 길이를 줄이는 비용이 상당했다. 하지만 좋은 가구를 창고에 넣어두는 것보다는 현명한 선택이라는 게 아드리아나의 지론이다. 캐롤이 구조적으로 가장 크게 손댄 부분은 거실로, 큰 거실에서 작은 거실로 이어지던 문을 막았다. 그 덕분에 큰 거실에 새로운 벽이 생겼고 여기에 우고 론디노네의 극적인 과녁 그림을 걸었다. 그리고 벽으로 막은 작은 거실을 드레스룸으로 만들었다. “아드리아나의 친구 중 몇몇은 깜짝 놀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어떻게 작은 거실을 옷장으로 바꿀 수가 있지?’”

하지만 아드리아나에게 널찍한 드레스룸은 꼭 필요한 공간이다. 모델이라는 직업상 옷은 무척 중요하기도 하고, 쇼핑한 아이템을 다양하게 스타일링 해보는 것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드레스룸의 가장 큰 특징은 거울로 마감한 서랍장과 옷장. 모두 공간에 맞게 맞춤 제작한 것으로, 상판에 거울을 붙인 흰색 오크 커피 테이블과 흰색 암체어는 캐롤과 다니엘이 직접 디자인했다. 이사한 후 드레스룸은 아드리아나가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가 되었다. 친구들이 오면 이곳 한쪽의 라운지 체어에 앉아 함께 커피나 와인을 즐긴다고.
처음에는 로스앤젤레스를 떠나 멀리 파리에서 일하는 것이 썩 내키지 않던 디자이너 역시 결과물에 매우 만족한다. “우리 둘이 함께 ‘아드리아나’의 삶을 좀 더 편안하고 우아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 과정에는 심장이 멎을 정도로 감동적인 순간도 있었다. 예를 들면 어느 날 저녁 거실 창으로 밖을 내다봤는데 에펠탑 불빛이 반짝이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어요.” 캐롤이 사랑하는 비벌리힐스에서도, 아드리아나가 즐겨 찾던 런던의 템스 강변에서도 이런 경험은 없었을지니.

아트워크 속에는 눈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가치가 담겨 있다. 아티스트의 풍부한 영감이 이끄는 세계는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할 뿐 아니라, 그것이 놓인 공간마저도 아티스틱한 에너지로 호흡하게 하니 이 집이 생동감 있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침대 헤드보드 위에 걸린 작품은 파올라 피비의 ‘Pearls’. 베드 리넨은 100% 이집트 새틴 면으로 제작한 것으로 아니치니(www.anichini.com)에서 주문 제작했다. 화장대 위에 걸린 작품은 가브리엘 오로즈코의 ‘Samurai Tree’. 금박을 입힌 삼나무 위에 달걀 템페라 방식으로 작업했다.

거실의 암체어 두 개는 폴리시드 모던(www.polishedmodern.1stdibs.com)에서 구입. 암체어 왼쪽에 있는 작은 테이블은 1960년대 빈티지 제품이다. 오른쪽 벽에 걸린 작품은 아담 매퀸의 ‘Mainz’. 캔버스 위에 아크릴과 껌으로 작업했다.

번역 박진영 | 자료 제공 파이 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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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안 필립스Ian Phillips | 담당 이지현 기자 | 사진 스테판 줄리아드Stephan Julliard/Tripod Agency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2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