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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먼트 라이프]이금혜 씨 가족 '한남더힐'입주기 새집에 가구 들이는 재미, 아시죠?
다들 ‘이사’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겁니다. 작은 신혼집에 새 가구를 들이던 그날, 조금 더 큰 집으로 이사해 아이 방을 꾸미던 그때. 그날 그때를 추억하며, 새집으로 이사한 이금혜 씨 댁에 다녀왔습니다. 한국의 베벌리힐스로 화제를 모은 ‘한남더힐’ 구경도 할 겸 말입니다.


블랙&화이트로 마감한 모던한 부엌. 빌트인 시스템 가구로 부엌이 완벽하게 정리 정돈되었다. 조리대를 따라 길게 난 부엌 창이 인상 깊다. 아일랜드 식탁 앞에 놓인 블랙 바 스툴은 도데카 제품.

올 3월, 이금혜 씨 가족은 이촌동에서 한남동으로 이사를 했다. 15년 만에 싸는 이삿짐이었다. 이금혜 씨가 다른 데로 이사를 가자고 하면 집 앞 한강 둔치에서 산책하길 좋아하는 남편이 매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사람 많고 복잡한 강남으로 이사 가는 건 절대 반대였다. 그러다 바로 옆 동네인 한남동에 ‘한남더힐’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듣고, 한강과 가깝고 아파트 바로 뒤에 남산도 있어 이사를 결심했다.

우선 한남더힐부터 구경해보자. 한남더힐은 단지의 경사와 각 동의 입지에 따라 플랫폼형, 테라스형, 타워형, 플레이트형 4가지로 나뉜다. 플랫폼형은 한 동이 총 3층인데 1ㆍ2 층은 복층 구조이고, 3층은 펜트하우스로 지었다. 테라스형은 집집마다 테라스를 갖춘 것이 가장 큰 특징. 타워형은 4면이 모두 개방되어 있어 전망을 즐기기 좋고, 플레이트형은 일조권이 좋은 위치에 놓여 있다. 이금혜 씨 가족은 원하던 91평 테라스형을 분양받았다. 테라스형은 경사진 지형을 그대로 살려 그야말로 언덕 위의 그림 같은 집이다. 층수로 따지면 2층인데 지대가 높아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하기에도 좋다. 도심 속에서 테라스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왼쪽)
아파트에서는 보기 드문 중정. 정원에 놓인 여인 조각상 덕분에 갤러리 같은 분위기가 난다. 조각상 주변에 조명을 설치해 밤에는 더욱 멋스럽다.
(오른쪽) 부엌에서 정원을 통해 보는 서재. 책장은 둘디자인에서 맞춤 제작한 것.

자투리 공간으로 탄생한 근사한 정원
평소 리빙 토털 숍 도데카를 즐겨 찾는 이금혜 씨는 지인에게서 박근아 대표를 소개받았다. 도데카의 주인이자, 둘디자인의 대표로 10년 넘게 인테리어를 맡아온 박 대표의 안목을 믿고 새집의 인테리어를 맡기기로 했다. 작년 11월 즈음, 모델하우스를 함께 둘러보며 본격적인 입주 준비를 했다. 바닥과 벽이 모두 천연 대리석으로 깔끔하게 마감된 새집인 만큼 기본 구조를 고치는 대공사는 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예쁘기만 한 집 말고, 편안한 집으로 꾸며보자고 마음을 맞췄다.

두 사람의 첫 작품은 집 안의 작은 정원이다. 분양 당시 야외 테라스가 방과 거실 사이를 가로질러 실내까지 길게 들어오는 기본형과 방을 거실까지 넓혀 방과 거실 사이의 자투리 공간을 메운 확장형 중 기본형 구조를 택했다. 방을 좀 작게 쓰는 대신 방과 거실 사이의 작은 공간을 정원으로 꾸미고 싶었기 때문. “남편이나 저나 정원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남편은 어릴 때부터 정원이 있는 집에 살아서 그리움도 있고요. 그리고 정원 옆 작은 방은 남편 서재로 찜해두었죠. 책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꼭 서재를 꾸며주고 싶었거든요.” 박근아 대표는 부부의 바람대로 멋진 정원을 완성했다. 방과 거실 사이의 자투리 공간이 야외 테라스와 길게 연결된 구조였는데, 중간에 문을 달아 실내와 실외로 공간을 나눴다. 겨울철 단열을 위해 야외 공간을 분리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에서다.

또 실내 정원과 야외 테라스로 공간을 나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바닥에 잔디를 깔고 널따란 돌로 징검다리도 만들고 화분도 들여놨다. 그리고 친정아버지에게 결혼 선물로 받은 여인 조각상도 정원 안으로 들였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제일 처음 마주하는 곳이 바로 이 정원. 놀러 오는 이마다 정원 칭찬부터 하고는 조각상 앞으로 걸어간다. 이 집의 정원과 서재가 특별한 이유는 독특한 구조에 있다. 실내 정원과 맞붙은 서재 벽이 통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서재에 앉아 정원을 바라볼 수 있고, 서재에서 유리창을 열고 나와 정원을 지나면 바로 부엌이다. 부엌에서 커피를 내려 징검다리를 건너 남편에게 가져다주는 것도 색다른 재미라며 이금혜 씨는 소녀처럼 수줍게 웃는다.

야외 테라스는 기본적으로 덱이 깔려 있었다. 여기에 나무 소재의 티 테이블과 의자를 놓았다. 봄 햇살을 맞으며 차를 마시고 책을 보는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여름에는 남산의 녹음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는 자연이 살아 숨 쉬는 테라스다.


오렌지 컬러의 벤치가 눈에 띄는 거실. 소파, 암체어, 벤치가 어우러져 편안한 가족 휴식 공간이 탄생했다.

(왼쪽) 두 개의 대리석 기둥 사이에 테이블이 들어간 독특한 구조로 기둥이 프레임이 되고 거실이 그림이 되어 재미난 공간을 연출한다. 테이블 상판에 따로 블랙 무늬목을 덧대 거실의 블랙 소파ㆍ 벤치와 매치했다.
(오른쪽) 대리석 기둥 사이로 보이는 부엌. 등을 지고 서 있는 인형은 가족이 발리 여행할 때 구입한 것이다.


새집, 가구로 디자인하다
박 대표와 이금혜 씨가 가장 공들인 곳은 거실. 큰 공사 없이 가구로 공간을 디자인하기로 한 터라 넓은 거실을 어떻게 꾸밀 것인지 함께 고민했다. “외국 여행 때 잠시 머물던 호텔의 거실이 인상적이었어요. 거실에는 소파 하나에 소파 테이블, TV, 장식장을 두는 게 보통인데, 암체어 두 개와 티 테이블을 한쪽에 두어 거실 안에 작은 거실을 멋스럽게 만들었더라고요.” 그의 기억 속에 있는 거실 이야기를 듣고 박 대표는 그대로 한번 해보자며 반겼다.

부엌과 거실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고 이어지는 느낌이라 가구로 공간을 나누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이004는 한정된 공간을 더욱 넓게 또 짜임새 있고 유용하게 쓰는 방법이기도 했다. 이금혜 씨가 머릿속으로 그린 그림에 맞춰 논현동 가구 거리와 청담동 숍을 함께 돌아다니며 거실 소파를 골랐고, 소파 뒤에 나란히 둔 아이보리 암체어와 쿠션, 그 밑에 깐 러그는 모두 둘디자인에서 디자인하고 제작했다. 디자인 시안을 보여주며 이금혜 씨의 취향과 감각에 하나하나 맞춰나갔다. “거실이 워낙 넓다 보니 거실 벽을 그대로 두면 휑한 느낌이 들 것 같았어요. 밋밋한 대리석 벽에 풍부한 표정을 불어넣고 싶었어요. 벽을 따라 벤치를 만들면 어떨지 제안했더니 좋다고 하셨고요. 블랙 소파에 맞춰 무늬목으로 벤치를 짜 넣고, 오렌지 컬러의 패브릭 방석을 깔아 포인트를 주었죠.”

가족 행사가 많은 이금혜 씨 댁 사정을 잘 알고 있던 박 대표는 거실에 벤치를 두면 아무래도 실용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영국에서 공부하는 두 아들이 체스 두는 걸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벤치에 앉아 체스를 둘 수 있도록 벤치 중간에 서랍 달린 테이블도 만들어 넣었다. 소파에 앉아 책을 보는 남편, 벤치에 앉아 체스를 두는 두 아들 그리고 암체어에 앉아 남편과 아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과일을 깎는 이금혜 씨, 이것이 이금혜 씨 가족의 거실 풍경이다. 행복해보이지 않는가?

(왼쪽) 거실 안의 또 다른 거실. 화이트 암체어와 오렌지 컬러의 쿠션 그리고 러그의 조화가 멋스러운 공간이다.

(왼쪽) 디자이너 잉고 마우러 Ingo Maurer의 펜던트 등을 달아 재미를 더한 식사 공간. 수납공간이 넉넉한 빌트인 시스템 수납장에서 와인을 좋아하는 부부의 취향이 그대로 드러난다. 슬라이딩 도어로 수납장 개폐가 편리하다.
(오른쪽) 오픈형 수납장이 잘 짜인 드레스 룸. 수납장의 각 칸은 폭과 높이가 다양해 용도에 맞춰 체계적으로 수납할 수 있어 옷 정리하기가 쉽다.


부엌은 빌트인 시스템이 잘되어 있었다. 와인 셀러, 오븐, 식기세척기, 새로 나온 의류관리기 스타일러까지 빌트인된 것. 그뿐 아니라 수납공간도 넉넉했다. 이금혜 씨가 20년간 알뜰살뜰 모은 그릇을 채워 넣고도 아직 자리가 남았다. 빌트인된 부엌에 새로 들인 가구는 식탁과 의자다. 부엌의 빌트인 시스템 장들이 자칫 차가워 보일 수 있어 식탁은 원목으로, 의자는 가죽 소재로 골랐다. 와인을 즐기는 부부는 아일랜드 식탁에 맞춰 블랙 바 스툴도 두 개 샀다. 스툴만 놓아도 제법 바 분위기가 날 거라고 박 대표는 알뜰한 조언을 해주었다.

드레스 룸도 잘 갖춰진 편. 항상 옷가지를 정리하는 일이 골칫거리였는데 이 집으로 이사 오면서 한 짐 덜었다. 안방 안쪽으로 드레스 룸이 있는데, 창 쪽으로 난 통로를 따라 들어가면 3면을 수납장으로 짠 공간이 두 곳이나 있다. 아무것도 없을 듯한 좁고 긴 통로에 수납장이 은밀하게 있는 알찬 공간이다. 오픈형 수납장이라 옷을 꺼내 입기도 편하고 여닫이문이 달려 있어 문을 닫으면 깔끔하다.

안방과 아이들 방의 침대와 침구 세트는 원하는 헤드 모양, 침대 높이와 넓이까지 고려해 둘디자인에서 맞춤 제작했다. 가족에게 꼭 맞는 편안한 잠자리를 디자인한 셈. 아이들의 책상과 책장도 모두 아이들의 학업 방식과 생활 패턴에 따라 맞춤 제작한 것이다. 큰아이 방은 그레이 컬러로 차분한 분위기로 꾸몄고, 작은아이 방은 블루 컬러로 밝고 경쾌한 느낌을 살렸다. 그리고 암체어를 하나씩 제작해 넣었다. 대학생인 두 아들이 공부를하다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엄마 이금혜 씨의 마음이다. 창가에 놓인 암체어에서 아이들은 음악도 듣고, 만화책도 보며 휴식을 즐긴다. 현관에 멋스러운 스툴을 둔 것도 눈에 띈다. 왜 하필 현관에 두었을까 싶었는데, 신발 신을 때 편히 앉아서 신을 수 있도록 한 안주인의 세심한 배려다.

(오른쪽) 작은아이의 방.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책상과 연결된 책장을 한쪽 벽에 짜 맞춰 넣었다.

새 가구들로 집 안을 채워나가는 맛, 이금혜 씨는 이사를 준비하는 내내 중독성 강한 이 맛에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무작정 예쁜 것보다는 우리 집에 어울리는 가구, 가족에게 필요한 가구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고른 덕에 보면 볼수록 흐뭇해진다고. 별다른 공사 없이 가구만으로 오랫동안 꿈꿔온 예쁜 집에 살게 됐으니 말이다. 두 사람이 ‘마음’으로 꾸민 새집, 시간이 지나면 헌 집이 되는건 당연한 일이다. 대신 그 헌 집은 새집으로 이사 오던 날의 설렘과 그로부터 쌓은 추억으로 더욱 멋스러워질 것이다. ‘가족의 추억’은 새집에 가장 마지막으로 채워 넣는 진짜 가구일 테니.

새집에 새 가구 들일 때 참고하세요
“ 기존의 가구 중 무엇을 가지고 갈지, 새 가구는 무엇이 필요한지 결정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새집을 어떤 분위기로 바꾸고 싶은지 기본 콘셉트를 결정하세요. 별다른 공사 없이 집을 꾸밀 때는 가구 연출이 관건이고, 명확한 콘셉트가 꼭 있어야 합니다. 소파나 침대, 식탁 등 부실별로 중심이 되는 큼직한 가구를 바꿀 때는 가구가 놓일 곳의 마감재와 잘 어울릴지 생각해보고, 사이드 테이블이나 서랍장, 선반 등을 새로 살 때는 함께 놓일 가구의 스타일과 컬러를 고려하세요. 요즘은 책장이나 책상 등을 맞추는 집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디자인은 물론 컬러나 소재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_ 박근아 씨(도데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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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기원재 기자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