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9월 어느 날의 매미 울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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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덥나 보자.’ 오기를 부리듯 창문을 모두 열어놓고 에어컨은 틀지 않을 작성이었습니다. 늦여름에 속하는 나날임에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더위를 피하지 않고 견뎌보기로 마음먹은 휴일입니다. 매미가 기를 쓰고 울어댑니다. 창문에 배를 보이며 붙어 있습니다. 매미 한마리의 울음소리가 이렇게 크고 시끄러웠던가! 거의 악을 쓰면서 제 날개를 부비고 있는 거네요. 매미 울음소리만 아니면 조용하고 느긋할 오후였는데, 하던 일을 멈추고 말았습니다. '그래, 녀석은 7년이라 했던가? 애벌레로 땅속에서 견디다가 겨우 성충의 몸으로 한 달 살다 간다니까 그래야겠지···.' 너그러워지기로 마음먹었는데, 느닷없이 녀석이 울음을 딱 멈추었습니다. 그제야 저 멀리 있는 버스와 자동차와 여러 소리가 조합해서 들려옵니다. 매미 울음소리에 묻혀 있었지만 도심은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늘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 중 가장 큰 소리만 듣고 살아가고 있었겠구나··· 제법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아이 셋을 키우며 정규직도 아닌 일을 세 개나 하고 있으면서도 생활을 야무지게 하는 중년 여성이 있습니다. 그녀는 무엇 하나를 사더라도 본인이 직접 다녔답니다. 자기 노동력을 써서 현장에 가서 사는 만큼, 남의 손에 배달 받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싸겠지 생각하면서 악착같이 시간을 내어 다녔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쿠팡에서 자기가 발품 팔아 산 물건과 똑같은 것을 몇천 원이나 싼 가격에 팔고 집으로 배달까지 해주는 것을 알고 너무나 허탈했다고 합니다. 세상에 대해 일종의 배신감 비슷한 것도 느끼고, 도대체 세상이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이해도 안 되고, 한눈 한 번 안 팔고 외따로 너무 열심히 살고 있는 스스로가 한심하기도 하며 자책도 되더랍니다.
세상이 정말이지 ㅇ리를 두고 저만치 앞서서 너무도 빨리 돌아갑니다. 오래전에 배우고 익힌 것을 그대로 믿고 있으면 그것이 신념인지 고집인지, 불통되는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기술 발전이 가져온 세상의 변화일 것입니다. 그 때문에 내가 직접 발품 팔아 사는 것보다 싸게 구입하는 시스템이 가능해진 것일 테고요. 그래서 우리는 세상 따라 변해야 합니다. 내 가까이에서 들리는 소리만 듣게 되면 그 반경에 매몰되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과 멀어지기 마련입니다. 공부도 필요하고 모임에 가입도 하는 등 세상과 어떤 형태로도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온라인으로 등록도 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테크놀로지의 편리와 혜택도 알게 되니까요. 그런 방법을 몇 개 찾으면 좋겠다고 그녀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럴 때일수록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는 마음을 먼저 챙겨야 합니다. 시간이 흘러도 우리를 중심 잡게 해주는 시 한편을 같이 읽어봐요. 시인 이문재 님께 허락받고 '어제보다 조금 더'라는 시를 몇 줄 빼고 적었습니다.
어제보다 더 젊어질 수는 없어도
어제보다 조금 더 건강해질 수는 있다
어제보다 더 많이 가질 수는 없어도
어제보다 조금 더 나눌 수는 있다
어제보다 더 강해질 수는 없어도
어제보다 더 지혜로울 수는 있다
…
추신 : ‘생활을 디자인하면 행복이 더 커집니다.’ - <행복이 가득한 집>을 발행하는 생각입니다. <행복>은 취향껏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세상과 적절하게 연결할 줄 아는 가장 바람직한 커뮤니티입니다. 이번 호로 창간 38주년, 오랜 구독자분들이 증거입니다.
<행복이 가득한 집> 발행인 이영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