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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나의 뇌가 집중해야 할 그곳

오랜만에 선배를 만났다. 술을 매우 좋아하는 선배였는데 그날은 한 잔도 입에 대지 않았다. 간염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뒤로 술을 완전히 끊은 것이다. 그러곤 자신이 학생들을 위해 해주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네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야. 그런데 세잎 클로버의 꽃말이 뭔지 알아? 행복이야. 우리는 주변에 널려 있는 행복은 외면한 채 오로지 행운만을 찾아다니고 있는 거야.” 


죽을 고비를 넘겼으니 평소에 지나치던 일상의 행복이 그분에게는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죽음과 같은 커다란 위기가 아니면 사람들은 왜 일상의 행복을 보지 못할까? 왜 우리는 눈앞의 행복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행운을 찾아다닐까? 


뇌 과학적으로 해석해보면 인간은 공감을 통해 소통하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서열 동물이기 때문이다. 즉, 인간은 비교를 통해 더 높은 서열로 올라가려는 뇌의 생존 본능을 지니고 있다. 그것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뇌는 이미 가진 것에는 더 이상 홍미를 느끼지 못하지만, 나에게 없는 것에는 집착하기 시작한다. 더 큰 권력과 더 높은 지위, 더 많은 물질이 나의 서열을 높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갈망하는 뇌의 나쁜 습관인 것이다. 그것이 일상의 익숙한 행복에는 마음을 닫고, 나에게 없는 것에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더 빠른 지름길을 찾아 행운과 같은 요행을 갈구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것이 우리 뇌가 지금 작동하는 일반적 시스템이다. 우리는 늘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나에게 없는 것을 계속 갈망한다. 

그러나 남과 비교하는 것은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싸움의 시작일 뿐이다. 왜냐하면 비교는 끝이 없고 더 높은 비교 대상이 계속해서 재생산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다. 그런데 이것은 얼핏 자신에 대한 관심처럼 보인다. 내가 갖고 싶은 것은 나에 대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질은 정반대다. 나에게는 없고 타인에게는 있는 그것에 집착하기 때문에 이것은 나에 대한 집중이 아닌 타인에 대한 집중이다. 


다시 말해 나에게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의 의미는 내가 바꿀 수 없는 외부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간다는 뜻이다. 타인이나 행운과 같은 외적 부분에만 집중하느라 지금 나에게는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에게 집중하지 않을 때는 당연히 일상의 행복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면 처음부터 싸우지 않으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상을 밖에서 찾지 말고 내 안에 두면 된다. 이제는 외부와 비교하는 것이 아닌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면 나 자신과 비교만이 남게 되고, 관심의 대상이 내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관심을 쏟는 것에 자신의 의식을 만들어낸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길고양이가 금방 눈에 띄고, 배가 고프면 주변 식당을 주의 깊게 보게 된다. 하지만 관심 없이 무심코 지나간 곳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일상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관심 없는 것은 나에게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관심 있는 것은 그것이 쌓여 내 삶을 결정짓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삶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 그 답은 명확하다. 바로 ‘나 자신’이다. 나의 뇌가 집중해야 할 곳은 바로 그곳이다. 왜냐하면 진짜 행복이 그곳에 있으니까.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온전히 나에 대한 집중이다. 그것만이 네잎 클로버를 찾으러 다니는 허상을 줄이고, 주변에 널려 있는 세잎 클로버를 소중히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되돌려줄 것이다. 세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다. 
글 손정헌(철학자) | 담당 최혜경 


손정헌(철학자)
“나의 뇌가 집중해야 할 곳은 나 자신”이며, “행복은 그곳에 있다”는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말이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행복하려면 나를 보라는 짧은 이야기, 8월의 잠언이 될 것 같습니다. 손정헌 님은 감정으로 세상을 바꾸는 철학자이자 마음 설계자입니다. 건국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한 그는 ‘왜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근본적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1천 권이 넘는 책을 탐독하며 뇌 과학, 심리학, 생물학을 깊이 있게 파고들었습니다. 삶의 크고 작은 고통과 좌절을 통과하며 한 가지 확신에 도달했는데요, ‘감정’이야말로 모든 행동과 결정의 핵심이며, ‘행복’은 생각이 아니라 감정과 뇌의 작용에서 비롯된다는 것이죠. 지금 그는 사람들에게 감정을 이해하고 활용함으로써 스스로 원하는 인생을 설계하는 방법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7월 초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른 <행복하지 않아서 뇌를 바꾸려고 합니다: 뇌과학이 증명한 삶의 변화를 이끄는 감정 설계>를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