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7월 인구가 불행을 불러올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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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인구 충격’에 이견은 없다. 듣도 보도 못한 0.7명대 출산율답다. 원인은 뭘까? 그 까닭을 단정 짓지 않는 건 수천수만 가지가 뭉친 복합적 결과이기 때문이다. 인구 변화는 크게 둘로 나뉜다. 출생·사망의 자연 증감과 전입·전출의 사회 증감이다. 원래는 자연 증감의 영향력이 큰데, 갈수록 사회 증감이 몸집을 불린다. 특히 한국이 그렇다. ‘농·수·어촌→수도권역’이라는 현상이 ‘고출산→저출산’을 부추긴다. 로컬에 살았다면 아이를 낳을 사람이 서울이라 낳지 않거나 덜 낳는 식이다. 실제 17개 광영지자체의 출산율은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높아진다. 출산 장려도 좋지만, 전출 방어가 더욱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동할까? 십중팔구 ‘이동→교육→성공→행복’이라는 셈법을 위해서다. 한국처럼 노동 집약적 성장 경로에 특화된 사회에서 스스로 비교 우위의 인재임을 증빙해야 하는 환경은 대부분의 청년 인구를 경쟁으로 내몰 수밖에 없다. 성공 모델에 올라타려면 고학력·대기업의 생애 모형에 발을 들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고학력·대기업이 서울·수도권의 단일 거점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마치 블랙홀처럼 청년을 끌어당긴다. 즉, 행복해지기 위해 청년들이 이동하고, 그 결과는 초저출생과 로컬 소멸에 닿는다는 이야기다. 참 아이러니하다. 개개인의 합리적 지역 전출이 한국 사회의 충격적 인구구조를 만든 것이다. ‘행복 추구→서울 집중→초저출생→활력 감퇴→성장 둔화’의 역설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예전엔 그렇지 않았다. 인구는 행복과 직결됐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를 선진국으로 만든 일등공신은 사실상 인구 파워로 요약되었다. 전쟁 직후 아무것도 없던 황무지에서 두 세대 만에 압축·고성장의 혁신 신화를 잉태한 모범 모 델로 승화시킨 건 ‘인구 호재’ 덕이었다. 젓가락 문화의 손재주를 지닌 저비용·고효율의 거대 인구, 요컨대 베이비부머가 조립 가공·기초산업·고부가가치·혁신 기술의 성장 단계를 주도하며 제조·수출·대기업의 삼두마차를 완성했다. 행복을 찾기 위해 서울로 모여든 노동 집약·우수 인재의 거대 파워가 빚어낸 성공 방정식이다. 성장 과실 속에서 절대 빈곤을 벗고 행복을 맛보는 중류 사회가 펼쳐졌다. 이는 인구 보너스·인구 배당 효과다. 거대양질의 노동공급 이 행복사회를 열어젖힌 것이다.이제는 정반대다. 인구가 불행을 불러올 찰나다. 개별 인구의 행복 추구와 사회 전체의 불행 비용이 부딪 치고 있다. 행복하고픈데 불행해지는 패러독스다. 파랑새처럼 포장된 유토피아의 서울·수도권으로 인구는 몰리고, 그곳에 살고자 하는 사람은 고위험 카드인 후속 출생을 연기하거나 포기한다. 그야말로 초저출생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진분수(△)의 인구 피라미드가 역전(▽)되고 있다. 무너질 수밖에 없는 물구나무 신세다. 저성장·재정난을 악화시킬 인구병의 통증은 이제 시작이다. 사회의 힘이던 베이비부머가 이제는 먹여 살릴 짐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생산가능 인구는 급감하는데, 피부양 인구는 급증한다. 유지불능이다. 외신이 우리의 급변하는 인구구조와 그럼에도 무대책인 상황에 물음표를 던지는 이유다.
이대로면 갈수록 행복은 멀어진다. 명확하게 문제를 발굴해내고, 대응 액션을 마련해야 한다. 예정된 디스토피아의 경로에서 벗어나, 본연의 행복 루트로 되돌아갈 때다. 행복하고 행복할 수밖에 없는 생태계가 우리 목표다. 해법은 늘 문제에 내포되어 있다. 인구 충격을 오히려 행복 엔진으로 삼자는 얘기다. 당장은 부머 경제학을 소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초고령화를 짐 대신 힘으로 승화할 전략이 절실하다. 1천7백만명 5070(1955~1974년생) 세대의 부머 경제학은 새로운 행복 모델을 개막할 유력한 후보다. 65세의 퇴장 연령을 재수정해 복지 대상에서 활력 주체로 삼는다면 ‘늙은 사회의 커진 행복’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인구는 줄어든다. 세계 평균 출산율조차 인구 유지선(2.1명)에 근접한 상태다. ‘인구=국력’이 불러 온 행복 공식의 유통기한이 임박했다는 뜻이다. 새로운 기본값은 인구 감소형 행복 모델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 고무적인 건 달라진 인류 행복을 위한 상황을 만드는 데 한국이 근접했다는 점이다. ‘인구 감소=지속 가능’의 인류 과제가 한국 무대에서 실험될 것이다. 사람이 줄어도 행복은 늘어나는 한국형 신자본주의가 기대되는 이유다. 행복을 찾아 나선 퍼스트펭귄의 임무다.글 전영수(인구경제학자,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담당 최혜경
전영수(인구경제학자,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7월 11일은 세계 인구의 날입니다. ‘인구 충격’이라 부를 정도로 심각한 인구 감소 시대에, 인구경제학자에게 ‘인구와 행복의 상관관계’를 물었습니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지속가능경제학과 전영수 교수는 “인구 충격에서 오히려 행복 엔진을 찾자”고 이야기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빠른 길은 돈, 집, 학력, IT 능력, 투자 기술 등 ‘다 가진 채 늙어가는 인류 최초의 시니어’에서 찾는 것이라는군요. 전영수 교수는 인구 통계와 세대 분석으로 한국 사회의 변화를 읽어내는 사회경제학자로, 주요 관심사는 인구 변화, 고령사회, 복지 구조, 연대 경제, 신자본주의 등입니다. <요즘 어른의 부머 경제학> <인구소멸과 로컬리즘> <인구감소, 부의 대전환> <대한민국 인구 트렌드> <대한민국 인구·소비의 미래> <한국이 소멸한다> <이케아 세대 그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피파세대 소비심리를 읽는 힘> 등의 책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