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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이제는 생각을 멈추고 운동해야 할 때

이제는 솔직히 인정할 때가 온 것 같다, 한국 사람은 행복해지기 힘들다는 걸. 사실 이건 이미 예전에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우리에겐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신경전달물질인 아난다마이드anandamide가 부족하다. 아난다마이드는 힘겨운 상황에서 곧잘 분비되는데, 잘 분해되면 공포와 불안을 이겨내기 쉽고 더 긍정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고 한다. 바로 이 고통을 극복케 하는 행복 물질인 아난다마이드가 한국인에게는 선천적으로 적다. 어느 정도로 적냐면 세계에서 가장 적다. 뭔가에 꼴찌가 되었다는 사실에 벌써 분노와 절망감을 느끼는가? 그럼 당신도 아난다마이드가 부족한 것이 맞다. 

 

저절로 행복해지기 힘들기 때문에 한국 사람은 행복해지기 위해 뭔가에 몰입한다. 무언가를 성취하고, 소유해서 남보다 더 많이 갖춰야 비로소 행복할까 말까 하는 것이다. 귀를 간질이는 아이의 웃음소리, 햇빛이 부서지는 냇가의 물결 따위에 쉽게 행복해지는 체질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대신 많은 경우에 우리는 애 좀 뛰게 하지 말라고 위층에 항의하러 올라가거나 왜 우리 동네만 재개발을 안 해주느냐는 시위대의 확성기 소리에 시달리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소진한다. 타고나지 못한 것도 억울한데 이 사회가, 주변 상황이 도통 도와줄 생각을 안 한다. 

 

우리에게 아난다마이드가 적어서, 그래서 작은 것으로 쉽게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생각이 너무 많다는 뜻이다. 내 눈앞의 오늘, 지금 이 순간이라는 경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거를 질책하고 미래에 압도당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아난다마이드를 어느 정도 의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행복해지는 일조차 그놈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다시금 스트레스를 받지만, 이왕 노력할 거 똑똑하게 제대로 노력해보자. 영민함과 근면성은 한국인이 아난다마이드 대신 타고난 체질이니까.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운동이다. 식상하고 뻔한, 반전 없는 반전에 오히려 놀랐는가?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게 정답이라서. 아난다마이드는 특히 힘든 운동을 할 때 많이 분비된다.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는 것보다는 일어나서 걷는 것이, 걷는 것보다는 숨이 차게 뛰는 것이 더 가성비가 좋다는 말이다. 마라톤 상황에서 자주 보고된다는 ‘러너스 하이’ 현상을 들어봤을 것이다. 어느 순간 고통이 사라지고 가슴 터지게 행복이 고취되는 바로 그때를 만드는 것이 아난다마이드다. 운동의 또 다른 장점은 아난다마이드 부족으로 끝없이 뻗어나가는 생각의 가지를 끊어낼 수 있다는 데 있다. 그 누구도 과거의 운동을, 미래의 운동을 혹은 남의 운동을 할 수는 없다. 운동은 오직 현재에만 그리고 나에게만 존재한다. 내 심장이 뛰고 내 폐가 부풀고 내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그 순간에 말이다. 모든 숨참과 벅참, 힘겨움과 뿌듯함이 뒤엉키는 그 순간 나의 온 신경은 오롯이 지금, 나를 향하게 된다. 그런데 그래서, 도대체 무슨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데? 

 

답은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뭐라도 하는 것, 움직이는 것이다. 수영, 헬스, 달리기 그 어떤 것도 단 하나의 유일한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일단은 그냥 문을 열고 나가야 한다. 무작정 걷다 보면 문득 뛰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혹은 어느 체육관의 입간판에 눈길이 가게 될지도 모른다. 해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면 ‘하지만’이라는 생각이 들기 전에 일단 해보길 바란다. 우리는 행복을 위해 타고나지 못한 뇌와 싸워야 한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해버리기 전에 뇌보다 먼저 움직이자. 선수를 치면 아난다마이드 합성 따위는, 행복은 일도 아니다.

 

8월이므로 우리의 행복을 ‘운동’에서 찾아보기로 했고, 탄탄한 상완이두근 같은 문체로 여성 독자를 운동의 세계로 인도하는 에리카 코치(황현정)가 적임자였죠. 에리카 코치는 평범한 가정에서 나고 자라 문과로 진학했고, 사무직 직장인으로 살아왔습니다. 다이어트할 것도 아닌데 운동을 왜 하냐며 술독에 빠져 살던 나날을 지나 마침내 ‘그 운동’을 만났을 때, 비로소 첫사랑에 빠졌고 인생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길던 입덕 부정기를 지나 운반인(운동인+일반인)에서 완전한 운동인으로 각성하자마자 아시아 세 번째 아이언메이든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여성 전용 체육관 ‘샤크짐’ 공동대표로, 샤크 코치와 함께 <떼인 근력 찾아드립니다>를 썼습니다. 이 사람이야말로 우리 같은 운반인에게도 ‘운동’하는 행복을 알게 해줄 만하죠? 

 

 

글 에리카 코치 | 담당 최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