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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노트로 거인되기

거인이라는 말이 거창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진심으로 우리 자신, 그리고 우리 이웃이 거인이 되기를 희망한다. 서열 사회, 경쟁 사회에서 우리만이라도 자신을 보듬고 높이 평가하며 자존감을 지니도록 해줘야 한다. 그렇게 생각을 반복하다 보면, 그리고 우리 몸에 몇 가지 습관을 들이다 보면 우리는 모두 거인이 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나로 하여금 거인이라는 단어를 쓰게 해준 사람이 있다. 내가 학장으로 있는 ‘아이캔유튜브대학’의 1기생 중 부산에 거주하는 이 선생님이 바로 그분이다. 이 선생님은 어릴 적 공부할 기회를 얻지 못했고 그래서 공부에 한이 맺힌 분이다. 사이버 대학도 시도해봤지만 공부가 손에 익지 않아 실패를 거듭했다. 점점 작아지는 자신에게 불만만 품다가 아이캔유튜브대학의 강의를 수강하면서 변화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 선생님은 공부한 내용이 몸에 착 붙어 점차 자신이 거인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그분은 수강 소감에 “거인이 되어 내 아이들을 내 어깨에 태우고, 적어도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멀리 넓게 보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썼다. 나는 물론 다른 수강생들도 이 선생님의 글을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그분이 어느 날 갑자기 거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까닭은 무엇일까? 아이캔유튜브대학의 교육 프로그램이 좋아서? 전혀 아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그분은 예전에도 열심히 해왔다. 답은 의외로 아주 작은 데 있었다. 노트가 바로 그것이다. 그분은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아하~’ 하고 알아들은 내용을 키워드로 노트하기 시작했다. 수강이 끝나면 노트한 것을 훑어보고는 다시 독서 카드에 핵심 내용을 정리했다. 책을 읽어도 마찬가지로 노트를 하고 몇 장의 독서 카드에 책 내용을 자기식으로 요약했다. 놀랍게도 공부한 것, 책 읽은 것이 점점 내 것으로 피부에 녹아드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그분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노트 하나로 거인이 될 수 있겠다는 환희로운 자부를 느꼈던 것이다. 

 

이 에피소드에는 두 가지 비밀이 숨어 있다. 하나는 키워드 메모라는 방법이다.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으며 문장을 줄줄 쓰는 것이 아니라 키워드로 핵심만 메모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메모할 키워드를 찾기 위해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이렇게 노트에 메모하는 간단한 행위 만으로도 우리는 지식 습득 과정에 진정성 있는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다른 하나는 노트에 쓰는 것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다시 읽어 보고 재정리하거나 색연필로 예쁘게 꾸몄다는 것이다. 노트는 형식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메모한 내용을 너무너무 사랑해서, 읽어도 보고 되뇌어도 보고 심지어는 노트에서 더 중요한 것에 예쁘게 표시도 해보고 해야 한다. 이렇게 지식이 자기화되어가는 과정을 경험하지 않는 한 우리는 거인이 될 수 없다. 

 

노트를 한다는 것은 기록형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침에 일어나 노트를 펴고 오늘 하루 가장 핵심이 될 일을 메모하고, 또 일과 중에 할 일 혹은 저녁 시간에 놀고 쉴 것까지 메모한다. 일할 때나 강의를 들을 때, 그리고 책을 읽을 때도 무조건 노트를 펼친다. 무엇인가 구상을 할 때는 머리에 떠오르는 것을 메모하고 생각하고를 반복한다. 잠자기 전, 하루 종일 메모한 것을 펼쳐보고 빙긋이 웃기도 하고 색연필로 꾸며보기도 한다. 그러고는 일기를 쓰고 잠을 청한다. 이렇게 일상을 보내는 사람은 소모적이지 않은 누적되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노트가 삶의 무기로 정착되었는데 어떻게 우리가 거인이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구독자가 22만 명에 달하는 유튜브 채널 ‘김교수의 세 가지’ 크리에이터이자, 올봄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른 <거인의 노트>의 저자 김익한 교수. 그는 1998년 한국국가기록원을 만들고, 2000년에 기록관리법을 만든 명실상부한 국내 1호이자 최고의 기록학자입니다. 1980년대 격동의 시기, 역사와 실천 사이에서 방황하던 그는 “비록 지금의 내가 난쟁이일지라도 내가 남긴 기록을 디딤돌 삼아 가장 높은 곳에 선, 거인이 된 자신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기록학에 투신했다고 합니다. 서울대 국사학과와 도쿄대 대학원 역사학과를 거쳐 현재 명지대 기록학대학원 명예교수로, 아이캔유튜브대학 학장으로,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원장으로, ‘문화제작소 가능성들’ 대표이사로 기록하고 성장하는 삶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글 김익한(한국국가기록연구원 원장) | 담당 최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