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과 마이클 잭슨, 앤디 워홀과 바스키아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의 인스타그램엔 카니예 웨스트와 킴 카다시안 커플의 일상이 올라와 있고 힙합 가수 도끼가 쏟아내는 가사, 패션과 그라피티 아트는 언제나 그의 관심사다. 한때 조던 운동화를 모을 정도로 농구와 서핑을 즐겼고, 요즘엔 디제잉과 롱 보드 타는 재미에 푹 빠졌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의 파주 작업실에는 오랜 시간 수집한 각종 피겨와 영화 <백 투 더 퓨처>에 등장한 자동차 미니어처, 각종 미니 로봇 등 개성 있는 소품이 놓여 있었다. 바로 미술가 강준영의 취향이다. “건축가이던 아버지는 제 손을 붙잡고 현대미술 전시장을 즐겨 찾았어요. 제게 지구 반대편의 세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많은 정신적 가르침을 주신 분입니다. 열세 살부터 열아홉 살까지 유년 시절을 홀로 호주에서 보냈고, 당시 팝과 스트리트 문화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새로운 문화를 거부감 없이 빨리 흡수하는 편이에요. 그런 면에서 문화적 혜택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해요. 행운이었죠.”
그는 외로움에 빠져 있는 대신 팝 문화와 현대미술을 배웠다. 그의 작업은 이런 취향이 잘 드러난 세계다. 도자기와 페인팅,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그의 작업은 변화무쌍하고 기운생동하다. 그라피티를 떠올리게 하는 알록달록한 색감과 붓 터치는 그의 열린 사고와 자유로운 삶과 닮았다.
‘You were there -Flower series’, oil painting on canvas, 91×116cm, 2014
그의 스타일이 가장 잘 드러난 전시는 2013년 김해 클레이아크 미술관에서 개최한 개인전에서다. 그는 전시장 벽면을 모두 붉은 페인트로 칠하고 천장에 미러볼을 달았다. 마치 무도장을 연상시키는 공간 안에는 내내 사랑 노래가 흘렀다. 턴테이블에 도자기를 올려놓은 ‘Nostalgia+This is it!’(2010) 또한 잘 알려진 작품. 흥미로운 것은 그의 작업 밑바탕에는 사랑과 평화, 희망, 가정, 집 등 서정적 감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는 ‘널 위해 기도할게(I will Pray for you)’ ‘고마워(Thank you)’ ‘집만 한 곳은 없어. 사랑해(No place like home series 1- I love you…)’ ‘나는 너를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어(No place like home series 1- I was born to love you)’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하네요…’ ‘넌 날 웃게 해(You make me smile)’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아름다워!(You were there - You are more beautiful than you think!)’와 같이 사랑스러운 문장을 그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늘 행복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웃으면 좋잖아요. 세상에 좋은 이야기를 더 드러내고 싶어요. 각자가 처한 슬픔에서 빨리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그런 긍정의 기운을 상징적이면서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것이 예술가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행복> 7월호 표지 작품인 ‘I am telling you! 드로잉 시리즈 - Thank you and Thank you!’(drawing on paper, 53×48cm)는 그가 2010년에 작업한 것이다. 굴뚝에서 붉은색 연기가 피어오르는 집은 그에게 가족을 향한 사랑을 의미한다. 그는 사랑, 행복, 슬픔, 분노 등 다양한 이야기가 공존하는 집이 사랑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이는 생전에 헌신적으로 가족을 돌본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이자, 3대가 함께 살던 연희동에 대한 추억이기도 하다.
‘Nostalgia+This is it!’. glazed ceramic, turntable, 50×50×52cm, 2010
강준영 작가에게는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문장으로 기록하고 드로잉으로 구체화한 다음 적합한 매체를 골라 그림을 마무리하는 일련의 작업 순서가 있다. 그만큼 그에게 생각을 기록하는 행위는 자아를 드러내는 강렬한 욕구이자 작업의 밑바탕이다. 현재 진행 중인 ‘2000일간의 드로잉 작업’ 프로젝트도 마찬가지. 4년 전에 시작한 작업으로 하루에 한 장씩 하루도 빠짐없이 드로잉을 남기는 것. 작업실 한편에 쌓인 종이 위에는 마치 일기장처럼 그날그날 떠오른 생각을 드로잉과 기호로 표현한 메시지가 기록되어 있다.
“피곤하거나 과음한 날에도 드로잉을 계속해요. 일기처럼 하루하루 기록하는 행위가 중요합니다. 드로잉이나 텍스트로 단 하루도 빠짐없이 작업을 이어오고 있어요.” 강준영 작가의 일상은 하나의 드로잉이나 문장이 되어 도자기 또는 캔버스에 담길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들여다보는 일은 마치 작가의 일기를 훔쳐보는 것과 같다. 강준영이라는 세상을 탐험하는 즐거움! 미술가 강준영은 홍익대학교에서 도예와 유리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도예 전공을 수료했다. 2006년 갤러리쌈지에서 선보인 개인전을 시작으로 통인화랑, 갤러리현대, 김해 클레이아크 미술관, 갤러리버튼 등에서 일곱 번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수의 그룹전에 참가했다. 2006년 이천세계도자엑스포에서 클레이 올림픽 대상을 수상했으며, 올가을 싱가포르 갤러리 휴에서 개인전, 갤러리 아키의 소속 작가로 런던 사치 갤러리에서 전시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