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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돌, 여백으로 채우는 풍경 saladbowl studio 구창민
따스한 목재와 여백, 단정한 질감의 석재가 정갈하게 자리한 모습. 샐러드보울 스튜디오가 만드는 집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풍경이다. 그 모습은 집의 본질을 최우선에 두고 불필요한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디자인에서 비롯된다. 그들이 만들어왔고, 앞으로 만들어갈 집은 모두 새로 옮긴 스튜디오에 있었다.

샐러드보울 스튜디오의 여주 주택 프로젝트. 나무와 돌, 여백으로 공간을 만드는 그들의 아이덴티티가 드러나는 장면이다.
새로 옮긴 스튜디오에서 만난 구창민 대표. 그간 수집한 작품을 아카이빙하는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뒤쪽 사진은 김희원 작가의 작품.

새로 사무실을 옮겼어요. 어쩐지 도심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기분인걸요.
시골 같은 동네 분위기가 좋았어요. 주차장 뷰라 비록 창밖으로 수많은 견인차가 내다보이지만(웃음), 전보다 훨씬 넓고 쾌적해요. 오후에 드는 볕도 아름답고요.

패션, 그래픽, 브랜드 등 다양한 디자인을 해오다 2014년 샐러드보울 스튜디오를 열면서 공간 디자인에 정착했어요. 독특한 행보인데, 여러 분야 중에서도 공간 디자인을 택한 이유는 뭐였나요?
만들고 싶은 방향성이 있다면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더라도 공간 디자이너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하는지보다 뭘 하고 싶은지를 아는 게 더 중요하다고 여기면서 일해왔는데, 그 마음이 더 강했던 분야가 공간이었죠. 아파트 인테리어는 왜 이렇게 획일화되어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대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콘크리트 구조체와 목재, 프로젝트에 사용했던 가구가 어우러진 사무실.
그래서인지 샐러드보울 스튜디오가 만든 공간, 특히 집은 뚜렷한 색깔이 있어요. 따뜻함, 간결함, 단정함 같은 단어가 떠오릅니다.
다른 공간과 달리 집은 맨발로 걷고 맨몸이 닿기 때문에 촉감이 중요합니다. 시각보다 더 섬세한 영역이 촉각이에요. 그걸 염두에 두면서 디자인하다 보니 결국 마지막에 남는 건 편안함이더라고요. 질감이 살아 있는 자연 소재로 마감하는 것은 모두 편안함을 구현하기 위함입니다.

주거 공간을 주로 작업하게 된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요?
상공간은 표현력이나 시각적 쾌감이 중요한데, 제가 추구하는 방향은 화려함보다는 편안함과 따뜻함에 가까웠어요. 지금은 카페나 레스토랑 및 오피스도 작업하지만, 항상 출발점은 집이에요. 집의 확장이라 생각하고 디자인해요. 그 모습이 이제는 저희가 만드는 공간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은 것 같고요. 이건 의도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초반에 저희가 생각한 대로 완성한 공간 프로젝트를 SNS 같은 수단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렸어요. 그러다 보니 거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더 찾아오게 됐고요.


사무실 한쪽의 도서 아카이빙 존. 다양한 작품집과 매거진에서 레퍼런스를 얻는다.
주거 프로젝트는 어떤 단계를 거쳐 작업하나요?
사무실에서 클라이언트와 처음 미팅하면서 어떤 삶을 살고 있고, 살고 싶은지, 왜 저희를 찾아오게 되었는지 물어보고 제가 추구하는 주거 공간에 대해서도 말씀드려요. 그렇게 대화하면서 바라보는 방향이 비슷한지 살펴보고, 목표가 일치하면 계약합니다. 그다음에는 기존 공간의 물품 리스트, 미팅 때 나눈 이야기를 재료로 디자인을 시작해요. 클라이언트가 가장 좋아할 것 같은 안, 비용이 적게 드는 안, 마지막으로 우리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온전히 담은 안, 이렇게 세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서 두 번째 미팅 때 보여드려요. 본격적 이야기는 그때부터 시작합니다.

세 가지 안을 보여준다니 초반 작업이 굉장히 밀도 있게 진행되겠어요.
평면도를 보고 좋고 싫고를 판단할 수 있는 클라이언트는 드물어요. 전문가가 아니니까요. 3D 모델링은 도면보다 훨씬 쉽게 공간을 상상할 수 있어서 생각보다 쉽게 이견이 좁혀지고, 많은 결정을 할 수 있어요. 궁극적으로는 클라이언트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디자이너는 컨펌을 받는 수동적 태도로 작업하면 프로젝트가 산으로 가요. 클라이언트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논리적으로 제안하고, 주체적 태도로 집을 만들어가야 성공적인 프로젝트가 됩니다.

샐러드보울 스튜디오에서 쓰는 디테일은 어떤 것이 있나요?
난간을 디자인할 때 무늬목을 베이스로 하되 손으로 잡을 때 닿는 위쪽 면은 모두 원목으로 제작해 나무의 묵직함이 늘 닿게 한다거나, 단단한 덩어리감을 위해 현장에서 마감재를 붙이는 대신 각각의 부재를 통으로 만든 다음 현장에서 꽂아 넣는 것처럼 수고스러워도 공간이 풍부해지고 디자인이 명료해지는 디테일을 넣어요. 디테일은 우리가 지키는 태도라고 생각해요. 마이너스 몰딩이나 히든 도어는 지금은 흔하지만, 7~8년 전에는 최소한의 디자인으로 불필요함을 없애겠다는 태도였거든요. 이제 그런 디테일은 너무 일반화되어서 디자인처럼 느껴지지 않아요. 그래서 오히려 공예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긴쓰기를 보고 손잡이를 상상해본다거나 바구니 모서리의 마감을 수납장 도어에 적용해보는 식으로요. 도배를 하더라도 도배지를 어떻게 만드는지부터 시작해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공부하고 더 좋은 제품을 쓰려 합니다.


Project


송도 아파트
다섯 식구가 사는 아파트. 비내력벽의 위치를 적극적으로 조절해 주방&거실과 방의 영역을 바꾸었다. 폐쇄적이고 분리되어 있던 거실과 주방은 하나의 넓은 공간으로 변모해 가족들이 쉽게 모이게 됐고, 더 넓어진 방은 채광과 아늑함을 얻었다. 목재로 소방 배관을 감싼 천장은 한옥의 지붕 구조체처럼 은은하다. 



청라 주택
세 식구가 사는 주택. 목조로 지어 구조변경이 어려웠기에 기존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샐러드보울 스튜디오의 분위기를 더했다. 작고 기다란 창, 비정형 공간에 맞춰 가구도 자유롭게 배치하고, 욕실은 컬러풀한 수전과 아기자기한 타일로 마감해 아파트에는 없는 주택의 묘미를 살렸다.


샐러드보울 스튜디오
2014년 구창민 대표가 설립한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집에서 느끼는 편안하고 단순한 감각을 디자인 언어로 삼고 작업한다. 주거 공간으로 시작해 상공간, 미술관 등 다양한 공간을 넘나들며 스튜디오만의 분위기를 담아내고 있다. salad-bowl.co.kr


사진 샐러드보울 스튜디오 제공(프로젝트)

글 정경화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4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