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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도, 손잡이도 필요하다면 다 만듭니다" Shawoo Studio 박창욱
샤우 스튜디오가 작업한 공간은 자세히 볼수록 더욱 마음에 든다. 똑같은 흰 벽도 질감과 강도에 차이를 두고, 집 안에 오래된 콘크리트 기둥을 그대로 살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거칠기만 한 건 아니다. 마음에 드는 하드웨어가 없을 땐 하나하나 직접 맞춰 제작하는 어려움도 감수한다. 다른 집과 차별화된 느낌을 줄 수만 있다면.

옥인동 연립을 레노베이션한 프로젝트. 오래된 콘크리트 기둥을 그대로 노출하고 가벽 윗부분도 러프하게 마감했다. ⓒ서선규
규모가 작은 공간이라도 클라이언트의 예산과 환경을 고려해 디자인한다는 샤우 스튜디오 박창욱 소장. 무無트렌드를 지향하며 최대한 단순하고 담백하게 집을 만들려고 한다.

사무실보다는 작업실처럼 느껴지는 공간이에요. 타이벡 원단으로 만든 커튼과 리폼 소파도 그렇고, 최근 작업한 공간들이 떠오르기도 해요.
가장 최근에 작업한 옥인동 빌라는 샤우 스튜디오 방식대로 만든 흰색 집이에요. 흰색 바탕의 집이지만 질감과 강도가 모두 다르죠. 석고보드를 세우면 매끈한 벽이 되고 작업도 수월할 텐데, 저는 거친 질감이 집 안에 섞이는 게 조화롭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콘크리트 벽 그대로 표면만 갈아내고 페인트칠을 했죠. 어떤 집은 오래된 콘크리트 기둥을 그대로 노출하고, 가벽을 세울 때도 위쪽을 일부러 거칠게 마감하기도 하고요. 어쩌면 좀 투박하고 먼지가 많이 나고 노동 집약적인 일이 꽤 많죠.

집을 고칠 때 어떤 집을 만들어야겠다는 철학이 있나요?
어떤 것은 시간이 조금 지나면 예전 것을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하죠. 하지만 집은 시간이 지나도 집주인의 취향이 묻어나서 더욱 애정이 가죠. 저희는 그런 집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어떨 때는 일부러 트렌드를 회피하기도 해요. 최대한 단순하고 담백하게 집을 만들려고 하죠. 저는 좋은 배경, 캔버스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타이벡 원단으로 만든 커튼과 동일한 원단으로 리폼한 소파가 눈에 띄는 이곳은 샤우 스튜디오의 사무실이다. 벽에는 유리와 금속으로 직접 제작한 조명등이 걸려 있고, 천장에는 레일을 설치해 커튼을 여닫을 수 있게 했다.
배경이 대부분 비슷한 것이 아파트인데요, 아파트를 고칠 때 어떤 것에 가장 초점을 맞추나요?
아파트는 벽을 무작정 부술 수 없다는 게 기본 전제죠. 콘크리트 벽이 기둥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조건이라 해도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벽을 부술 수 없지만 만들 수는 있죠. 필요에 따라 벽을 더 만들어서 공간을 쪼개면 됩니다. 작은 집에 더 효과적인 방법이에요. 몇 년 전에도 같은 맥락으로 집을 4등분한 곳이 있어요. 그리고 현재 작업 중인 아파트는 방은 세 개인데 공간은 다섯 개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벽을 모두 셔터처럼 뜯어내고 분리할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어요. 벽을 열면 거실이 확장되고, 필요에 따라 벽을 닫아 분리하고요. 필요한 하드웨어는 저희가 만들 생각입니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직접 제작한 하드웨어 디테일 덕분에 독특한 느낌이 들 것 같아요.
저는 항상 수많은 스튜디오 중 샤우 스튜디오를 찾아준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합니다. 아파트나 주거 공간의 형태가 비슷하니까 클라이언트에 맞춰 다양했으면 하는 거죠. 각자의 니즈에 맞춰서요. 특별한 장식이 아니라, 이런 작은 하드웨어를 맞춤 제작하면 조금이라도 차별화된다고 생각하니까. 욕실에 어울리는 거울 장을 만들고, 금속판으로 비디오 폰이나 토글 스위치를 제작하고, 또 가구 손잡이까지 직접 만들죠. 그런 디테일까지 모두 집과 하나인 것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Project


원서동 한옥
2년간 한옥에 살며 어두운 실내, 추위, 좁은 욕실, 낮은 보 등의 불편함을 느낀 클라이언트. 주요 기둥을 남겨두고 마당을 포함한 모든 부분을 재구성했다. 주방과 욕실은 증축하고, 주방에는 유리 지붕과 벽을 더했다.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따라 필요한 만큼 방 개수를 늘리고, 철거한 기둥을 이용해 테이블을 제작했다.


ⓒ서선규
옥인동 연립
오래된 연립주택을 최대한 철거한 후 작업한 공간. 콘크리트 기둥을 그대로 살리고, 베란다 바깥쪽에 있던 벽돌 벽도 그대로 남겨두고 페인트칠로 마감하는 식으로 작업해 집 안에 다양한 질감이 혼재되어 있다. 붉은 주방 바닥은 마모륨 소재를 사용했으며, 욕실 거울 장은 클라이언트 취향에 맞게 제작했다.


샤우 스튜디오
2004년 박창욱 소장이 설립한 곳으로, 상업 및 주거 인테리어 스튜디오다. 수많은 스튜디오 중에 샤우 스튜디오를 선택해 찾아준 이유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클라이언트만을 위한 차별화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조명등과 가구도 제작해 판매한다. shawoo.co.kr

글 손지연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4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