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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복 같은 공간 디자인의 조건 42LAB 최익성
LAB의 최익성 소장은 작품처럼 놓이는 공간이 아닌, 그 공간을 향유하는 사람에게 집중하는 집을 구현한다. 거주자에게 꼭 맞는 옷과 같은 가구를 제작하는 것은, 그가 ‘좋은 집’을 만드는 비결 중 하나다.

오하플래닛 하우스 내부. 이탈리아의 오리지낼리티를 고민해 자체 제작한 가구. ⓒ박상국
42LAB 스튜디오에서 만난 최익성 대표.
42LAB(현 프로스콘스)이라는 카페 기획과 운영을 하기도 하며, 상업 공간을 작업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어떤 도움을 주었나요?
제가 직접 가게를 운영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부분들을 클라이언트에게 되짚어주고, 더 나아가 이후의 공간 확장성까지 함께 고민해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비용 절감으로 귀결되고요. 외적으로 멋진 것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오랫동안 잘 운영할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고요.

집은 내밀하고 사적인 공간이기에 클라이언트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이해가 특히 중요합니다. 주거 공간을 설계할 때 적용하는 디자인 철학은 무엇인가요?
요즘 우리나라 주거 인테리어 트렌드를 살펴보면, 모던하게 디자인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마치 일종의 교과서처럼 되어있어요. 문득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 다 다르고 삶이 다 다른데 모두 만족할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저희가 만드는 공간은 사람 사는 느낌이 나면 좋겠더라고요. 주거 공간의 본질은 편안함이고, 애초에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42LAB 스튜디오 내부. 구성원은 최익성 소장을 포함해 총 네 명이다.
대중성을 좇지 않는 마이너리티함이 클라이언트가 42LAB을 찾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컬러를 좀 더 과감하게 쓴다는 점과 가구를 자체 디자인한다는 점 때문에 특별해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를 통해서 클라이언트가 본인의 취향을 찾는 경우도 있어요. 취향이 확실하지 않으면 가구 디자인이나 컬러 선택이 과감해질 수가 없는데, 저희와 끝없이 대화를 나누며 점점 본인의 색깔을 발견하는 것이죠.

클라이언트의 공간이지만 디자이너로서 정체성이 자리 잡도록 하는 노하우는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오리지낼리티를 고집한다는 점. ‘멋’은 결국 오래된 것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만약 어느 클라이언트가 ‘미드센추리’ 콘셉트로 의뢰한다면, 저희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떠올리는 특징(컬러풀한 색깔)을 넘어서, 더 디테일한 본질적 요소를 찾으려고 해요. 예를 들어, 이전에 이탈리아에서 유학한 한 클라이언트가 이탈리아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어 해서 오래된 이탈리아 가구의 특징을 연구해보니 ‘유광성’이 도드라지더라고요. 당시 국내에서 하이글로시high-glossy를 떠올리면 기겁하던 때라 오랜 대화를 하며 설득해야만 했어요. 또 한 가지 애쓴 부분이 있는데, 미닫이문에 한지 장판지를 썼다는 점이요. 어릴 때 할머니 집 가면 있는 장판을 떠올렸어요.

집 레노베이션을 의뢰하기 전 건축주가 고민하고, 디자이너에게 알려주면 좋은 사항은 무엇이 있을까요?
버릴 것, 가지고 갈 것, 그리고 새로 구매해야 할 것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 또 한 가지는 앞서 말했듯 원하는 사항을 이미지 대신 글로 적으라는 것. 본인의 취향을 정리해가면서 글로 옮기다 보면, 본인이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어요. 디자이너는 그 글을 읽으면서 어떤 공간이 될지 상상할 수 있고, 오히려 더 흥미로운 집을 완성할 수 있고요.


Project

ⓒ박상국
오하플래닛 하우스
오하플래닛 하우스는 트렌드보다는 본인의 다채로운 취향을 오롯이 담기 원한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기반으로 완성한 주거 프로젝트다. 다양한 요소가 개성 있게 존재하되 서로 조화를 이루는, 사는 사람의 취향을 그대로 담아냈다. 클라이언트가 한때 거주한 이탈리아의 이국적 무드를 바탕으로 했으며, 커스텀 메이드 가구와 사용감이 묻어나는 아이템으로 채웠다. 현관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everyone has their own planets’라는 문구는 이 공간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표현해준다.


ⓒ맹민화
분당 아파트
오랜 시간 일본에 거주하다 귀국한 부부를 위한 공간으로, 아파트의 정형화된 구조에서 벗어나 일본의 오랜 주택에서 영감을 받았다. 와비사비 정신을 추구하는 클라이언트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고자 구조와 마감을 완성하는 작업에 특히 공을 들였다. 귀국하고 이 공간에 첫발을 내디딜 때 선물 같은 감동과 자연스러운 익숙함이 동시에 느껴지도록 디자인했다.


42LAB
건축을 전공하고 외식업을 운영해온 최익성 소장이 이끄는 인테리어 스튜디오. 42LAB의 ‘42(사이)’가 관계를 의미하듯 클라이언트와의 관계를 중요시하며, 그 원칙을 바탕으로 상업 공간부터 주거 공간, 브랜딩, 아트 디렉팅까지 다양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 대표작은 본인이 직접 운영 중인 카페 ‘프로스콘스’부터 침구 브랜드 ‘빌라델꼬또네’, 철재 가구 브랜드 ‘레어로우 하우스 성수’, 조명 브랜드 ‘라이마스 스튜디오’, 가방 브랜드 ‘스위치 성수’등이 있다. 최근에는 거주 공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가구나 소품을 공간에 맞춰 직접 제작하거나 콘셉트에 맞게 스타일링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42lab.work


사진 42LAB 제공(프로젝트)

글 백세리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4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