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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전 <설백> 여는 도예가 김상인


도예가 김상인의 백자는 푸른빛이 서려 아스라하면서도 묘하게 포근한 흰빛, 바로 ‘설백’으로 유명하다. 전시명이 <설백>인 걸 보니 이번 전시 에서 설백의 백자를 주로 선보이는 건가?
그렇다. 우선 설백의 백자 이야기부터 하겠다. 조선 시대에는 기술적으로 완벽히 철을 제거하지 못했기에, 철이 발색해 진한 청빛이 나는 백자가 많았다. 현대에 와서 철분을 제거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그릇이 점점 하얘졌다. 나는 조선백자의 아름다움을 지향하고, 내 그릇의 조형미가 청빛과 더 어우러지기 때문에 설백 백자를 만들고 있다. 그런데 이 작업도 쉽지는 않은 것이, 우선 철이 함유된 흙을 찾아야 한다. 경남 산청의 사질토를 채취해서 수비(흙과 물을 섞어 곱게 거르는 작업)한 후 가장 이상적인 설백의 색과 질감을 찾아내는 데 10년이 걸렸다. 그 결과물을 모아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올해로 도자 작업을 시작한 지 만 30년, 백자 작업을 한 지는 만 20년 되는 해다. 이 시점에서 한번 정리하는 전시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LKATE 갤러리에서 전시 의뢰가 왔다. 앞으로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나도 유백 작업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내 나이에, 내 상황에서 더 끌리는 색감이 설백이기 때문에 설백에 몰두하는 것 같다.

<설백>전에서는 주로 어떤 작품을 선보이나?
대부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그릇을 전시할 예정이다. 항아리를 몇 점 전시 작품에 넣긴 했지만 주는 식기이다. 내 작업이 ‘쓰임이 있는 공예’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전시도 그와 맥락을 같이하고 싶었다.

그릇을 만들 때 완상용이 아닌 쓰임이 있는 그릇, 즉 기능에 집중하기 때문에 무게, 음식을 담는 공간, 쌓는 방법 등을 우선시한다고 들었다.
현대의 주거 공간이 평면적이지 않고 입체적 식탁 형태를 선호하다 보니 그릇도 입체적으로 바뀌는 것 같다. 내가 추구하는 그릇의 미와 가치는 음식이 담길 때 완성된다. 그래서 항상 음식이 담기는 걸 상상하면서 작업한다. 그릇 자체만 보면 좀 밋밋할 수도 있고 재미가 덜할 수도 있지만, 음식을 직접 담아본 사람은 좋아하는 그릇이다. 나는 내가 만드는 상상력과 음식을 담는 사람의 상상력이 공유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셰프와 협업을 즐겨 한다.




김상인의 도자는 힘을 슬쩍 뺀 조선백자의 조형미에 강원도 소반, 구름 문양, 제기 등을 현대적으로 진화시킨 디자인으로 알려져 있다. 도예가 김상인에게 조선백자는 어떤 존재인가?
조선백자를 처음 배울 땐 미루고 미루는 숙제 같은 존재였다. 첫 5~10년은 ‘이렇게 밍밍하고 멋이 안 나는데 이게 왜 예쁘지?’ 하루에도 수없이 자문하면서 끌어안고 수련하던 기억이 있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박물관에 조선백자를 만나러 가고, 짝사랑하듯 탐하던 단계도 있었고, 그렇게 10년, 15년… 연인 같은 관계가 되었다. 지금은 뭔가 넘어야 하는 산 같은 단계 같다. 시즌 1을 끝내고 시즌 2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할까. 이번 전시가 그런 시기일 것이다. 시즌 2가 되면 친구 같은 친숙한 관계이면 좋겠는데, 그게 가능할지는…. 열심히 해보는 수밖에는 없다. 흙도 준비되고, 유약도 준비되고, 형태도 준비되었으니!

파르라니 아름다운 백자는 아직도 우리에게 가까이하기엔 살짝 먼 당신이다. 도예가가 주는 ‘슬기로운 백자 생활’을 위한 팁이라면?
우리나라 음식은 오방색, 즉 화려한 색이 많아 백자에 음식을 담을 때 가장 이상적으로 아름답다. 그런데 현대적 공장에서 만든 백자는 눈부시게 하얗다. 그림을 그릴 때도 너무 하야면 머뭇거리게 되지 않나. 약간 미색을 띠거나 거칠어서 밀도가 있는 백자를 고르면 근사하게 음식을 담기가 좀 더 수월할 것이다. 그리고 처음 시작할 때는 평평한 그릇보다는 오목한 그릇을 사용하면 좋다. 해인요의 팁을 드리면 뚜껑이 있는 그릇을 쓰면 좀 더 품위 있게 음식을 담을 수 있다. 내용물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고, 뚜껑을 열었을 때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손쉬운 방법이다.


김상인 개인전 <설백>
기간 5월 31일(수)~6월 22일(목), 월요일 휴관
장소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 189 LKATE 갤러리
전시 도슨트 이벤트 6월 15일(목) 오후 2시
자세한 내용은 '행복이 가득한 집 홈페이지 클래스 코너'를 참고하세요.
https://www.designhouse.co.kr/event/event_detail/684

글 최혜경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3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