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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부처님 오신 날 우리 곁의 불교
음력 4월 8일, 올해는 양력으로 5월 27일이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신자든 신자가 아니든 부처가 가르쳐준 진리, 이를 통한 대자유와 평안의 길은 누구나 꿈꾸는 것입니다. <행복>이 2023년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살아 있는 부처의 가르침을 들려드립니다. 작품을 통해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중생을 부처님 세계로 인도하는 한국의 대표적 승려 장인, 불세계와 외부 세계를 이어주는 현대 불교 건축물, 종교를 초월해 명상을 집중적으로 수행하는 공동체 공간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사진 속 불상은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상으로 사진작가 준초이가 촬영했다. 그는 2007년 금동반가사유상, 목조 미륵반가사유상, 백제관음상 등 백제 유물 을 장엄한 사진에 담아 <백제의 美>(한길사)로 펴냈다. 부처의 미소에서 말수는 적지만 온 동네 사람을 포용하던 옆집 아주머니 의 미소, 모나리자의 미소가 흉내 낼 수 없는 평안에 다다른 미소를 보았다고 한다. 지금 그는 이 ‘반가사유상의 미소’를 세계에 알리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철쭉 피는 계절에 부처가 오셨습니다
철쭉은 꼭 음력 사월 초파일 즈음, 산에 언덕에 피어 납니다. 온몸을 다해 피어 온 산을 불질러놓고도, 그 을음 하나 세상에 남기지 않습니다. 나뭇등걸 하나 태우지 않습니다. 제 몸 태운 빛으로 세상을 비추기 때문입니다. 그 꽃처럼 온몸을 공양해 세상을 비추고, 세상이 되고, 자기 자신이 된 이, 그가 부처라 했습니다. 철쭉 피는 계절, 부처가 오셨습니다. 신자든 신자가 아니든 많은 이가 산중 사찰에서, 책에서 부처를 만납니다. 하지만 독경이 끝나면, 산문을 나서면 그의 가르침을 잊습니다.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처럼 볼썽사납게 제 이익을 위해서만 싸우고 헐뜯고 삽니다.


인생 전문가, 부처
부처는 신이 아니라 뼈와 살을 갖춘 역사적 실존 인물이었습니다. 생로병사의 괴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출가해 지독한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사람입니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과학적인 삶의 방식과 태도를 스스로 깨우친 인생 분야 최고의 전문가죠. 부처는 이를 당시 대중의 언어(팔리어)로 아주 쉽게 설법했고, 당시 대중은 누구라도 그 말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빗대 제 삶의 괴로움을 해결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부처는 언제든 현실 부정을 서슴지 않던 혁명가여서 안도와 안주란 없이, 끝없는 구도의 길로 자신을 내몰았습니다. 그야말로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인간상이자 수행상이 부처입니다.


부처를 우리 품 안에
문학, 역사, 철학 등 모든 인문학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입니다. 그러므로 그 끝은 종교적 물음에 닿으며, 이는 불교의 물음이자 답이기도 합니다. 두려울 정도로 세상이 점점 복잡해집니다. 부와 사고의 양극화, 트랜스휴머니스트와 AI 공포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불교가 위대한 종교인 이유는 그 가르침의 끝이 ‘아는 데’ 있는 게 아니고, ‘내가 스스로 체험 하고 깨치는 데’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스스로 고민하고 체험하고 깨치게 하는 힘이 불교에 있습니다. 기원전 500년경에도, 서기 2023년에도 말입니다. 지금도 부처는 늘 우리 주변에 있는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부처라는 ‘인간 거울’을 열심히 닦아 품에 지닌 이들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으니 말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고민하고 체험하고 깨치는 인생길에서 그들이 도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행복>이 주목한 승려 장인은 출가한 구도자이면서 불화나 불상, 지화 등을 제작하는 기술을 지닌 장인입니다. 장엄한 불세계를 구현하려고 성심을 다했고, 이들이 만든 작품을 보고 사람들은 신앙심을 북돋았습니다. 무엇보다 이들의 노동은 종교적 실천과 수행 과정 중 하나였지요. “승장의 손은 수행하는 손”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습니다. 이 시대 대표적 승장의 이야기로 부처님 오신 날을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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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혜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3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