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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고도를 담은 게스트 하우스 가장 교토다운 럭셔리
어떤 여행은 예기치 못한 순간 비로소 완성된다. 이른 새벽 산책길에 마주한 거리의 민얼굴에서, 갓 도정한 현지 쌀로 정성스레 지어 올린 아침 밥상에서, 도예 장인의 혼이 담긴 그윽한 차 한 잔에서 완성되기도 한다. 낯선 도시를 오감으로 만끽하는 공간, 지역의 유산을 존중하며 전통에 현대성을 새기는 공간. 자부심 강한 일본의 천년 고도에 파크 하얏트 교토가 존재하는 이유다.

지역에서 이름을 따온 스위트룸 히가시야마 하우스에서는 일대 명소와 기와지붕의 물결이 한눈에 담긴다.
흔히 ‘럭셔리 호텔’ 하면 떠오르는 익숙한 이미지가 있다. 거리를 집어삼킬 듯 으리으리한 외관이나 시선을 압도하는 휘황한 로비, 가까이 다가서기조차 조심스러운 초호화 아트 컬렉션 같은 것이 그렇다. 지난 2019년 개관한 파크 하얏트 교토는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럭셔리 호텔을 뒤따르는 무수한 키워드를 다시금 정의하는 공간이다. 고색창연한 일본의 옛 수도 중심부, 언덕을 끼고 낮게 도열한 기와지붕 한가운데서 낮에는 풍경과 키를 맞추고 밤에는 이웃과 조도를 맞추는 호텔. 누군가의 저택 같은 대문과 정원을 차례로 지나면 온화하고 나지막한 건물 사이로 철마다 빛깔을 달리하는 도시의 사계와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전통, 현대적 라이프스타일이 뒤엉켜 흐른다. 지역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은 건축부터 구석구석 현지 장인이 깎고 빚어 채워 넣은 기물까지. ‘가장 교토다운 럭셔리’를 누리고 싶다면 이보다 적격의 휴가지가 없다.


니넨자카의 오래된 저택처럼 자연스럽게 골목 풍경과 어우러진 파크 하얏트 교토 입구.
지역의 삶과 역사를 존중하는 방식
파크 하얏트 교토의 정체성은 ‘존중’이란 단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과거에 대한 존중, 전통에 대한 존중, 이는 곧 지역과 지역민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교토는 길바닥을 뒹구는 돌에도 천년 역사가 깃들어 있다는 일본의 유서 깊은 고도故都. 파크 하얏트 교토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문화유산 같은 이곳 교토 안에서도 유독 핵심 공간에 위치한다. 교토 시내 최대의 전통 건물 보존 지역인 니넨자카 언덕 중심부, 세계문화유산인 기요미즈데라(清水寺)와 중요 문화재인 야사카 탑이 마주 보이는 자리다. 즉, 교토다운 풍광을 조망하기에 더없이 훌륭한 거점이라는 의미다.


호텔 라운지인 더 리빙룸. 교토다운 그릇에 디저트를 담아 티와 함께 코스로 제공하는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글로벌 호텔 체인의 신상 럭셔리 호텔이 니넨자카의 역사적 풍광에 어떤 이질감도 없이 자연 스럽게 녹아들어 있다는 것. 2022년 12월 파크 하얏트 교토에 부임한 박경서 세일즈&마케팅 디렉터 역시 이곳의 첫인상으로 ‘조화’를 꼽았다. “그간 서울과 도쿄 등 대도시에서 보아온, 외관부터 위용을 자랑하는 호텔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집에 들어가는 듯 대문과 정원을 지나 로비로 향하는 건 새로운 경험이었죠. 호텔 입구가 겸손하다고 느낄 정도였으니까요.” 길가에 면한 오래된 건물을 허물고 다시 지으면서 본래 외형을 고스란히 살린 것도, 해가 저물면 입구의 조도를 한껏 낮추는 것도 모두 풍경과 하나 되기 위한 고심의 결과다. 실제 드론으로 상공에서 촬영한 영상을 보면 도대체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호텔인지 헷갈릴 정도. “그래서 파크 하얏트 교토는 럭셔리 호텔이 아니라 럭셔리 게스트하우스라고 합니다.”


7대째 전통을 이어온 가이세키 레스토랑 산소 교야마토.
물론 자부심 강한 천년 고도 한복판에 ‘파크 하얏트’란 이름의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서기까지 긴 시간과 많은 지역민의 이해가 필요했을 터. 실제 파크 하얏트 교토에는 세 개의 큰 축이 있다. 우선 호텔이 자리한 부지의 본래 주인은 현재까지 7대에 걸쳐 운영 중인 정통 가이세키 요리 전문점 ‘산소 교야마토(山荘京大和)’. 무려 1백45년 역사를 간직한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다. 또 다른 축은 일본 굴지의 종합 건설업체이자 도쿄타워를 시공하고 아베노 하루카스 등 여러 랜드마크를 설계한 다케나카 고무텐(竹中工務店)으로, 이 땅에 호텔을 세운 투자자 겸 건설사이기도하다. 즉, 산소 교야마토의 사카구치 스케오와 다케나카 고무텐의 다케나카 도우이치 이사 명예 회장 그리고 프리츠커 하얏트 호텔 앤 리조트 회장의 인연이 연결되며 각각의 이상을 하나로 모은 것이 바로 파크 하얏트 교토인 셈이다.


파크 하얏트 교토의 최정상 층에 위치한 파고다 하우스. 럭셔리 빌라 분위기를 갖춘 시그너처 스위트룸이다.
전통과 현대의 섬세한 조우
외관을 지배하는 존중과 공존의 가치는 건물 내부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우선 입구에 들어서면 수목과 바위가 어우러진 정원이 자못 영적 자태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기타야마 식물원 대표이자 고다이지(高台寺)의 전속 정원사인 기타야마 야스오가 디자인을 맡아 식물 하나, 돌 하나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 결과물이다. 산소 교야마토로 향하는 돌계단 역시 정원의 숨은 역사적 통로. 에도시대의 다실을 비롯한 교야마토의 여러 유서 깊은 건물이 싱그러운 수목 사이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한 걸음 한 걸음 느긋하게 교토식 정원의 품위를 맛봤다면 이제 럭셔리 게스트하우스 내부를 본격적으로 탐험할 차례. 파크 하얏트 교토는 총 일흔 개 객실과 웰니스 센터, 카페와 레스토랑 및 바로 구성했는데, 모두 시대를 초월한 공간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환대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원에 감싸인 고요한 휴식처에서 도시의 사계를 체험하며 과거와 현대의 만남을 조우하도록 돕는다.

우선 캐주얼 다이닝 카페 ‘교토 비스트로’에서는 교토 남쪽 우지시에 4백 년간 뿌리내려온 아사히야키 도자기를 만날 수 있다. 16대 당주 마쓰바야시 호사이의 감독 아래 하나하나 정성껏 빚고 구운 도자기 컬렉션이 차 한잔에도 특별한 의미를 더해준다. 한편, 바 ‘고하쿠’에서 사용하는 텀블러는 히가시야마 산기슭에서 16대째 전통 방식으로 구리 제품을 주조해온 가나야 고로사부로의 작품. 현지 식물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교토 증류소의 드라이진 키노비Kinobi도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 에도시대부터 유일하게 맥을 이어온 당지唐紙 공방 기라가라초(雲母唐長) 역시 호텔에 전통의 숨결을 새긴 숨은 주역이다.


산소 교야마토에는 에도시대의 다실인 소요테이를 비롯해 여러 고풍스러운 건물이 자리한다.
기라가라초는 11대에 걸쳐 장인들이 새겨온 6백 개 이상의 목판화 문양을 보유하고 있는데, 호텔과 협업해 제작한 오리지널 문양으로 레터지를 만들어 제공하는 중이다. 기존의 당지 목판 6백 개에 새롭게 1백 개를 추가함으로써 일본 예술의 유산을 계승하겠다는 ‘헤이세이의 백문양 프로젝트’도 파크 하얏트 교토의 지원하에 진행하고 있다. 결국 호텔을 구석구석 훑고 매만지며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건 전통이란 ‘과거형’이 아니라는 사실. 과거는 현재와 끊임없이 부딪치며 서로 융합한다. 사방에서 번쩍번쩍 크고 작은 폭발이 일어나면, 버릴 것은 버려지고 남은 것은 다시 전통이 되어 유유히 흐른다. 즉, 교토의 천년 역사에 현대적 감각을 더하는 과정이야말로 파크 하얏트 교토가 추구하는 존중과 공존의 의미인 셈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매력적인 여행 도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초토화시킨 지난 3년 동안에도 꾸준히 신생 호텔이 들어선 교토에서 우리가 이 럭셔리 게스트하우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박경서 디렉터는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 입사해 호텔 세일즈, 홍보, 마케팅 등 여러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콘래드 서울에 합류해 개관을 함께했고, 2019년 콘래드 도쿄를 거쳐 지난해 12월 파크 하얏트 교토의 세일즈&마케팅 디렉터로 부임했다.
박경서 파크 하얏트 교토 세일즈&마케팅 디렉터 
새로운 여정의 시작

최근 몇 년 사이 교토에 호텔이 부쩍 늘었습니다. 여러 신생 호텔 사이에서 파크 하얏트 교토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먼저 위치적 장점을 말할 수 있습니다. 교토 시내 최대의 전통 건조물군 보존 지구 중심부에 호텔이 들어서 있으니까요. 즉, 해외 고객이 상상하는 ‘더 교토’ 안에 자리 잡고 있으며, 건물 외관은 기와지붕이 물결치는 거리에 완전히 녹아들어 있습니다. 특히 야사카 탑과 도시 전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은 교토에서도 최고라 할 만하죠. 1백45년 역사의 산소 교야마토에서 매일 한정 수량으로 준비하는 조식 역시 파크 하얏트 교토 고객만 즐길 수 있습니다.

개관 이후 지난 3년간의 눈에 띄는 성과를 꼽아본다면요?
중요한 성과 중 하나는 니넨자카, 이치넨자카 상점주와 히가시야마 사람들이 모여 이 일대를 각별히 사랑하고 지키며 가꾸는 활동을 해온 지역단체로부터 ‘교토다운 숙박 시설 표창’을 받은 것입니다. 호텔 건설부터 개업, 영업에 이르기까지 지역민들로부터 이해받고 교토다운 가치를 발현하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라운지인 ‘더 리빙룸’에서는 실제 집에서 즐기는 듯한 애프터눈 티를 제공하고자 3단 티 스탠드 대신 교토다운 접시에 디저트와 티를 페어링해 선보이고 있는데요, 이 애프터눈 티가 하얏트 그룹 전체에서 ‘최고의 애프터눈 티’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파크 하얏트 교토에서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궁금합니다.
파크 하얏트의 정의에 따르면 ‘Luxury is personal’입니다. 이는 호텔이 지닌 캐릭터에도 적용되는데, 지역 특성을 그대로 들여온 파크 하얏트 교토야말로 궁극의 ‘퍼스널’을 지닌 럭셔리 게스트하우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호텔 개관 당시 하얏트 호텔 앤 리조트의 프리츠커 회장이 참석해 “파크 하얏트 교토는 영적 경험이다. 당신 자신이 여기 있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고 말한 바 있죠. 저희는 모든 고객 개인의(personal) 럭셔리를 이해하고,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곳에서만 경험 가능한 가치와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이 저희의 명제라 생각합니다.


가장 교토다운 거리와 골목들이 파크 하얏트 교토를 감싸고 있다.
그러한 가치와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해 실제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아무리 좋은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해도 그 절차가 번거로우면 의미가 없습니다. 개인의 요구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도 매우 중요하고요. 호텔이 위치한 히가시야마 지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화 예술에 직접 참여하거나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 그리고 교토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충분히 담아낸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파크 하얏트 교토에는 이미 교토의 지역 문화와 함께 개발한 요소가 많이 녹아 있습니다. 그 모든 것에 담긴 역사와 전통, 깊은 이야기를 고객이 함께 경험하고 알아가도록 점점 더 확대 해나가는 것이 저희 역할이겠지요. 지역사회와의 교류 및 협업 역시 파크 하얏트 교토의 변치 않는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세일즈&마케팅 디렉터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파크 하얏트 교토는 2019년 10월 개관했지만, 코로나19로 모습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한 채 상당히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최근 여행이 재개되면서 저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이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죠. 세일즈와 마케팅 부서로서는 호텔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다시 한번 알리고 새기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전에 호텔 개관에 참여하면서 호텔이란 첫 문을 여는 순간부터 하루도 멈추지 않고 성장하는 ‘생명체 같은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요, 파크 하얏트 교토는 아직 세상에 그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지 않은 감춰진 아름다운 생명체라고 생각합니다. 고치 안에서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비로소 날개를 펼쳐 보일 파크 하얏트 교토를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준비 중인 새로운 이벤트나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투숙객 대상으로 산소 교야마토 체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석양이 아름답다고 하여 ‘소요테이(送陽亭)’라 명명한 다실에서 점심과 저녁 다도 체험을 즐기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죠. 실제로 일본의 마지막 사무라이들이 이곳에서 당시 에도 막부를 타도하기 위한 비밀 모임을 열었다고 합니다. 역사의 흔적을 느끼고 야사카 탑과 시가를 파노라마처럼 조망하면서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투숙객이 파크 하얏트 교토를 좀 더 알차게 누릴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
기요미즈데라로 이어지는 니넨자카와 산넨자카 거리를 정적에 휩싸인 이른 아침에 걸을 수 있는 것이 투숙객의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교토다운 아름다운 길을 산책하고 돌아온 뒤 교토 북부 교탄고 지역에서 추수해 갓 도정한 쌀로 지은 교야마토의 일식 아침 식사를 맛보는 것 역시 파크 하얏트 교토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경험이고요. 4층 테라스에서 야사카 탑과 시가 너머 서산에 지는 석양을 감상한 후, 고하쿠에서 키노비 오리지널 진을 사용한 시그너처 칵테일 ‘고하쿠 진토닉’과 함께 매직아워의 파노라마 뷰를 즐겨보세요.


사진 제공 파크 하얏트 교토

글 류현경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3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