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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도예가 들여다볼수록 아름답다
순백색은 튀지 않되 고결한 빛을 지녔고, 의도적으로 더하지 않은 광택은 수수하되 묵직한 멋을 전한다. 무위無爲의 소산처럼 보이나 실상은 겹겹이 쌓은 행위의 결과요, 그렇기에 쉽사리 흉내 낼 수 없는 기품이 느껴지는 이정은 작가의 작품. 그리고 고급스러운 무광 세라믹 용기에 선보이는 조 말론 런던 타운하우스 컬렉션과의 완벽한 조화를 감상해보길.

이정은 작가의 화이트 무광 세라믹 화병과 평면 작품 ‘절정’의 요소인 꽃 장식. 그 사이에 놓인 조 말론 런던의 타운하우스 컬렉션 중 와일드 베리 앤 브램블과 글로잉 앰버스 캔들.
‘순백의 무광 자기’는 이정은 작가의 시그너처 작업이다. “화려한 장식보다 담백한 멋에 더 끌려요. 저의 성정이기도 하고, 자라면서 받은 영향 때문이기도 하죠.” 우리나라 문화유산에 조예가 깊은 아버지가 백제 토기 컬렉터(한성백제박물관에 기증)인 덕분에 그는 어릴 때부터 단순한 색조와 유려한 선이 특징인 백제 토기를 접하며 자랐다. 작업을 하면 할수록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백제 토기에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언젠가부터 의식적으로 이를 더 연구하고 적용해나가는 중이란다.

요즘 가장 천착하는 것은 흙의 색. 이정은 작가는 색을 표현하기 위해 흙을 덧바르는 작업을 수차례 되풀이하는데, 흙이 겹쳐지면서 층 사이로 공기가 들어가기도 하고 붓에 쓸리기도 하고 다시 쌓이기도 하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 고유한 질감을 생성한다. “흙에는 백색·황토색·흑색 등 다양한 색이 있는데, 그걸 섞어서 작업하기도 해요.” 그리고 무광 작업은 이렇게 애써 만들어놓은 표면의 질감을 살리기 위한 필연적 기법인 셈이다.

이정은 작가의 작업실에는 곳곳에 전통 가구가 자리하는데, 사진 속 이층롱은 구한말에 만든 것으로 추정한다. 이층롱 앞에 놓인 작품은 문자도의 변형으로 인생의 무병장수, 부귀영화, 백자천손 등 복을 기원하는 '수복강녕'. 각 유닛 속 금 문양은 민화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표현한 것이다.

작품은 작가의 반영이다. 정갈하고 단아한 작품만큼이나 참한 외모에 차분한 성정을 지닌 이정은 작가.
한편 이정은 작가의 작품엔 간결함을 넘어 정갈함이 묻어난다. 살아오면서 일탈이라고는 해본 적 없을 것 같은 모범생 기질이 엿보인다. “초반에는 흙의 성질을 이겨내려고 가마에서 휠 것까지 계산해 완벽한 직선을 표현하려는 오기가 있었죠. 하지만 흙을 더 알게 되면서, 또 나이가 들어가면서 많이 풀어진 편이에요. 이제 좀 찌그러진 것도 예뻐 보이죠. 삶도 마찬가지로 예전에는 정해진 규범과 틀 안에서 벗어나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면, 요즘엔 삶의 변수도 조금은 초연하게 받아들이게 됐어요. 마치 가마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변화를 기대하는 것처럼요.” 작가 생활도 어느덧 13년 째. “느리고 미비하더라도 꾸준히 성실하게 성장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이정은 작가의 작품은 실로 들여다볼수록 눈부시게 아름답다.

순백의 무광과 간결하고 단아한 디자인이 심심하기보다 더없이 깊고 세련돼 보이는 이정은 작가 작품의 결처럼 조말론 런던의 타운하우스 컬렉션은 고급스러운 무광 화이트 세라믹 용기에 선보인다. 특히 영국의 고전주의적 건축 양식인 조지안Georgian 건축학에서 착안한 디자인으로, 오차 없는 비례와 균형이 자아내는 정갈한 절제미가 특징이다. 조 말론 런던의 타운하우스 컬렉션은 디퓨저와 캔들로 만나볼 수 있는데, 특히 캔들은 여섯 가지 향기와 여섯가지 디자인으로 만날 수 있다. 대표 향을 두 가지만 꼽으라면? 붉은 열매가 가득한 가시나무와 향긋한 태피스트리에서 영감받은 향기로, 하루의 모든 시간과 장소에 어울릴법한 와일드 베리 앤 브램블 캔들. 그리고 마치 포근한 밤 난로 앞에서 독서를 하며 책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듯 상상력을 자극하는 신비로운 향기의 글로잉 앰버스 캔들!

글 강옥진 기자 | 사진 김잔듸 제품 협조 조 말론 런던(02-6971-3228)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1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