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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쉬Lush 화장품이 아닌 가치를 팝니다
자연에서 얻은 신선한 재료를 키친이라 부르는 작업장에서 정해진 레시피에 따라 직접 손으로 만들고, 커다란 덩어리를 썰어 종이에 싸서 판매하며, 제품마다 제조자와 제조 일자를 밝힌 라벨을 매단다.’ 이처럼 그동안 우리가 알던 러쉬의 모습은 터럭만큼에 불과하다. 화장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가치’, 바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파는 이 브랜드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갈구하는 진짜 행복의 한 귀퉁이를 발견한다

1 러쉬는 슬러쉬 펀드를 통해 콜롬비아 분쟁 지역의 산호세평화 공동체를 지원한다. 이 공동체에서 생산한 카카오를 구매해 피스 마사지 바, 테라피 마사지 바, 보디로션 등의 원료로 사용하고, 이들의 생산품이 공정 무역 제품과 오가닉 제품으로 인증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2 비닐포장을 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제품을 매장에 진열하고 판매하는 ‘고 네이키드 캠페인’을 벌인다. 러쉬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배쓰 밤. 

세상의 고명한 학자들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세상의 보통내기들에게 내민 해답지 하나가 있다. ‘행복은 결국 사람이다.’ 나아닌 존재(사람을 포함한 모든 존재)와 관계 맺음이 화기和氣로울수록 행복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자연과 구순하게 살아가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담장 너머 골목 너머 국경 너머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고, 물ㆍ공기ㆍ자원을 지구와 의좋게 나눠 쓰다 보면 행복은 우리 집 문지방을 넘어들어올 거라는 말이다. 하지만 당신은 “그렇게 일별하기에 세상의 문제는 너무 크고, 세상은 변하지 않으며, 원래 인간이란 종이 누군가와 진심으로 더불어 산다는 건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기보다 어려운 일이야. 그리고 결정적으로 난 그런 문제에 신경 쓸 여력이 없어”라고 후렴구처럼 되뇌는가? 내 아이가 행복하기를, 아니 내가 사는 세상보다는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는 이라면, 이렇게 행동하지 않고 포기하는 순간마다 슬그머니 죄책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래서 세상의 고명한 학자들은 또 덧붙인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꼭 정치적 행동을 하고, 과격하게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건 아니라고. 개인의 행동 하나하나가 지구의 변화와 연결되어 있으니 내게 절실한 것을 조금씩 바꿔나갈때 세상은 더 나아진다고. 21세기의 현자들까지 입 모아 충고한다. 최소 포장 제품을 구입하고, 쓸모없는 우편물을 줄이고, 동네 가게를 이용하고, 우리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구입하려 애쓰고, 절수기를 사용하고, 이사를 덜 다니고, 공동육아를 고민하는것처럼 일상적 방법으로도 세상은 점점 더 나아질 거라고

러쉬의 ‘바르는 자선냄비’로 불리는 채러티 팟 보디 크림. 부가세를 제외한 판매 수익금 전액을 환경, 동물, 사람의 조화로운 삶을 지켜나가는 단체에 기부한다.
“우리는 믿습니다!”
러쉬라는 이른바 ‘컬트cult 브랜드’를 우리가 사랑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줄곧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비누를 만든다’를 모토로 내세워온 러쉬는 화장품 하나를 장바구니에 담으면서도 ‘이것이 올바른 소비인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소비인가’를 소비자가 자신에게 질문하게끔 만드는 아주 독특한 브랜드다. ‘환경, 동물, 사람이 조화로운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브랜드 이념으로 무장한 이들은 친환경, 동물보호, 천연 재료 사용이라는 기본 원칙에서 모든 것을 시작한다. 회사 안에 크리에이티브 구매팀을 따로 구성해 건강하고 믿을 수 있는 재료가 있다면 세계의 어떤 곳이라도 찾아가 직접테스팅한 과일과 채소, 최상의 에센셜 오일로 제품을 만들어낸다(최근 식료품 회사들은 이런 방법을 도입하는 추세지만 화장품 회사가 원료를 직접 구입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또 사용한 재료를 정직하게 고객에게 알리려는 방침 또한 유별난데, 패키지 디자인에 모든 재료를 눈에띄게 표시한다. 예를 들면 녹색은 자연산, 검은색은 안전한 합성물을 의미한다. 또 러쉬는 무분별한 산림 벌채와 오랑우탄 멸종의 원인이 되는 팜 오일의 소비를 줄이기 위해 팜 오일을 쓰지 않는 핸드메이드 비누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

제품의 40%를 포장 없이 판매해 포장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치즈처럼 덩어리를 썰어 파는 러쉬 제품만의 특징은 바로 이런 철학에서 비롯했다). 불가피하게 포장이 필요한 제품은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활용한 포장지인지, 재활용이나 자연 분해가 되는지를 꼼꼼히 확인한다. 마스크와 보디 크림 등을 담는 용기 블랙 포트는 무독성 물질로 완벽하게 재활용한다. 판매 수익금 전액을 환경, 동물, 사람의 조화로운 삶을 지켜나가기 위한 단체에 기부하는 ‘채러티 팟’이란 제품도 따로 있다. 특히 모든 원재료는 동물 실험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동물 실험을 거친 원료조차 거래하지 않는 강경노선을 펼치고 있다. 이 세상에서 동물들의 무고한 죽음이 영원히 사라지길 바라는 이들의 신념 때문이다.

1 러쉬는 창립 단계부터 어떤 이유에서든 동물실험을 하지 않으며 화장품 동물 실험 반대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2 매장 곳곳에 걸린 칠판 글귀들과 제품 하나하나에 붙은 설명문은 브랜드의 스타일을 지키기 위해 특별히 선발한 점원들이 일정한 필체로 펜을 사용해 적는다. 
3 러쉬는 제조 공장을 ‘키친’이라고 부르는데, 음식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직접 손으로 제품을 만든다는 뜻이 담겼다. 키친이라는 단어를 통해 알 수 있듯 모든 제품에는 레시피가 존재한다.

러쉬는 모든 제품에 FAT(Fighting Animal Testing) 라벨을 붙일 뿐 아니라 러쉬 프라이즈(매년 동물 실험 대체에 적극적으로 활동해온 개인과 단체에 총 25만 파운드-한화 약 4억 5천만 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동물 실험 반대 엑스포(화장품 강국인 대한민국에서 화장품 동물 실험의 실태와 폐해를 알리고 국내 화장품 동물 실험 금지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이어나간다) 등도 열고 있다.

창립자조차 “만약 이윤과 가치 중 하나를 포기하라면 우리는 이윤을 포기할 것”이라 말하는, 자본의 힘에 길들여져 본색을 잃고 마는 대부분의 주류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당당히 컬트 브랜드의 길을 걷는 러쉬. 그래서 기업이라기보다 환경 운동 단체나 동물 보호 단체 같은 느낌이 강한 러쉬가 발간하는 뉴스레터(러쉬 타임즈) 첫 장에 이들의 신념이 오롯이 담겨 있다. “우리는 촛불 아래의 고요하고 긴 목욕과 마사지 그리고 향을 통한 느낌들이 실수를 용서할 수 있는 여유로움, 모든 것을 잃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을 만들어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러쉬의 신선한 제품을 직접 손으로 만들고, 손수 제작한 라벨을 붙이고 우리만의 향기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을 믿습니다. 우리는 러쉬의 제품이 좋은 품질을 갖춰야만 하고, 그만큼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또항상 고객이 옳음을 믿으며, 그것이 우리에게 정당한 이익을 가져온다는 것을 믿습니다. 우리는 신선함이라는 단어가 마케팅을 넘어 정직함을 대표한다는 것을 믿습니다.” 믿어달라고 말하는 대신‘믿습니다!’라고 자신의 신념을 내보이는 브랜드!

4 공정 무역의 규범이라 할 만한 콜롬비아 산호세 평화 공동체의 카카오 농장. 
5 슬러쉬 펀드를 통해 공정거래를 거쳐 카카오 버터를 구매한 후 생산한 피스 마사지 바.

당신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다!
‘공생의 힘’을 믿는 러쉬는 공정거래 무역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산자 삶의 질까지 돌보는 ‘슬러쉬 펀드SLush Fund’를 마련했다. 말 그대로 지속 가능한(sustainable) 성장을 위해 만든 펀드로 러쉬의 포장과 재료 구매 비용의 2%를 적립, 그 돈으로황무지를 개간하고 지역 주민에게 친환경 농업을 전수한다. 또이를 통해 얻은 재료를 러쉬가 직접 공정한 가격에 거래해 제품을 만들고, 이 물품을 생산하는 지역 주민에게 수익과 함께 교육 지원, 의료 지원, 생활환경 개선, 더욱 품질이 좋은 원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 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슬러쉬펀드 수혜지는 40년 동안이나 정부와 게릴라 세력이 분쟁 중인서북 콜롬비아의 산호세 평화 공동체. 슬러쉬 펀드를 통해 평화공동체와 농민을 지원하고 공정거래를 거쳐 이 지역의 카카오버터를 구매한 후 러쉬가 만들어낸 제품이 바로 피스 마사지 바다. 그다음에는 가나의 파울 야보하 마을을 지원해 단 4년 만에 한 마을의 자급자족이 가능하고 그 안에서 지속 가능한 사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1995년 마크 콘스탄틴과 리즈 위어가 회사를 설립할 때부터 ‘나 아닌 다른 존재와 공생하기’라는 가치를 모든 것의 맨 앞에 둔 러쉬. 이 브랜드는 그동안 유명 배우와 모델을 내세운 광고한 번 하지 않고, 화장품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화려한 패키지나 엄청난 양의 샘플도 없이, 브랜드의 가치와 정신을 방해할 수있는 요소를 원천 차단하는 고집을 지켜왔다. 명품 왕국으로 불리는 LVMH와 세계적 화장품 제조사인 에스티 로더 컴퍼니의 합병 제안도 단호히 거절하면서 자신만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러쉬가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바로 이것일 것이다. “나 아닌 존재와 더불어 살아가다 보면 더 나은 세상이 올 것이다.” 바로 우리가 꿈꾸는 행복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선 세상.

글 최혜경 | 자료 제공 러쉬 코리아(1644-2357)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