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어른들의 작당 모이면 행복한 그들의 연말 파티
사회적 관계망에 잘 연결되어 있는 사람이 행복하다는 연구 결과를 들어보셨나요? 심지어 미국의 브리검영 대학교 연구팀은 사회적 관계망이 약한 사람이 사회적 관계망이 강한 사람보다 사망 확률이 50%나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지요. 사회적 관계망關係網이란 지식이나 감각 등을 공유하는 조직 또는 사람들의 결연을 뜻합니다. 뜻 맞고 감각 맞는 사람들이 결연해 가끔씩 편안한 공간에 모여 얼굴 보고 이야기 나누는 즐거운 모임 말입니다. 마음이 통하고 함께 즐길 거리가 있으니 이런 모임에서는 허심탄회하게 내 생각을 내놓고 남의 이야기를 들으며 삶의 힌트를 얻고 은근한 소속감도 느낍니다. 당신은 어떤 끈끈한 모임에 속해 있나요? 감각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모여서 올 한 해 즐겁게 만나며 보낸 네 팀의 특별한 연말 모임에 가보았습니다.

홍수원 관장과 입주자들이 소통하는 자리
보고재 빌딩 반상회

옆집은커녕 한집에 사는 가족 간에도 얼굴 마주할 시간이 없는 요즘, 하물며 집도 아니고 같은 건물에 일터를 둔 이들의 반상회라니 여간 특별한 게 아니다. 11월에 세 번째로 연 보고재 빌딩 반상회는 고리타분하게 친목만 도모하는 자리가 아니라 음식을 나누며 함께 배우는 시간이어서 더욱 의미 있었다. 건물주이자 반장 격인 갤러리 보고재 홍수원 관장이 연말 파티를 겸해 오화진 작가와 함께 핸드메이드 패브릭 브로치 만드는 시간을 마련한 것. 스튜디오 푸디의 요리 연구가 노영희, 아틀리에 헬레나플라워의 유승재 대표, 디자인 회사 더제이 김원섭 대표, 한복・침구 숍 반가의 이희종 원장, 황정현치과 황정현 원장, 피부과 담의원 김홍두 원장 등 저마다 하는 일은 다르지만, 이웃과 함께 공간뿐 아니라 시간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귀한 소통의 자리였다.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지고 통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취향과 코드가 맞느냐는 것이라지만, 관계를 만드는 것은 참여하고 공감하는 자세임을 그들의 반상회가 보여준다.
사진 김도원 와인협찬 롯데주류

리빙 스타일리스트 7인의 모임
스타일이 살아 있는 만남


하루 스케줄조차 잡기 어려울 만큼 바쁜 리빙 스타일리스트 일곱 명이 과천 알레 농장에 모였다. 고은선, 배지현, 문지윤, 민들레, 민송이, 심필영, 최지아 실장이 주인공. 작년부터 주기적으로 만남을 이어온 이들은 초기 멤버 민송이・민들레 실장과 고은선 실장을 중심으로 알음알음 친분이 있는 스타일리스트를 데려와 지금의 멤버를 갖추었다. 같은 일을 하고 관심사가 비슷해 누구보다 쉽게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터. 차 한잔 마시자고 시작한 모임이 캠핑도 하고 여행도 같이 갈 만큼 돈독해졌다.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만나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수다를 떨고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도 푼다. 하지만 직업 특성상 갑자기 일이 잡히는 경우가 많아 모든 멤버가 모이는 날은 거의 드물다고. <행복>의 촬영을 빌미로 멤버 일곱 명이 모두 모여 야외 파티를 열었다. 또다시 바쁜 한 달을 시작하는 이들이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시간이다.
사진 김도원 메이크업&헤어 성지안, 정지은 촬영협조 금양인터내셔널(02-2109-9800), 마이 알레(02-3444-4337), 서울신라호텔 패스트리 부티크(02-2230-3377), 존쿡 델리미트(02-2140-9082)

아름다운 한복 입고 우리 것을 찾는 축제
한복 파티

한남동의 ‘차이 김영진’ 아틀리에. 도착한 회원들은 당연하다는 듯 곱디고운 비단 한복으로
갈아입었다. 작년 연말에 “한복 파티 한번 해보자”는 누군가의 제안으로, 석 달에 한 번가량 한복을
입고 만나 담소를 나누는 모임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신경옥, 강신재, 최희영, 권순복, 김승희,
조미경,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 패션 스타일리스트 서영희, 셰프 장진우, 김지현, 동양화가 김선형
등 이날 모인 이들은 모두 문화계에서 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사들이다. 좀처럼 입을 일 없는
한복을 이렇게 기회를 만들어 즐기고 있는 것. 이들의 한복 파티는 우리 것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한복이라는 우리 근본의 아름다움을 찾는 문화 놀이인 셈이다.

사진 어상선 촬영 협조 김청경 헤어페이스(02-3446-2700), 르프로제 아따블르(031-8017-6467), 페르노리카 코리아(www.pernod-ricard-korea.com)



강영길 작가와 지인들의 예술영화 감상 모임
물나무 영화방

11월 셋째 주 화요일 저녁 8시, 강북구 수유리의 더빵가게에 시진가 강영길을 비롯한 물나무 영화방 모임 회원들이 모였다. 이들은 보통 매달 셋째 주 화요일에 계동의 물나무 사진관에 모여 예술영화를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이날은 특별히 모임의 주요 회원인 가나아트의 이정권 본부장이 서울 속 문화 소외 지역인 수유리에 프랑스 셰프, 디자이너, 어반 가드너 등과 협업한 빵집 겸 전시 공간인 ‘더빵가게’를 열어 이곳에서 모인 것. 한예종 최민영 교수, 조각가 김택기, 사진가 강영길, 동양화가 김현정, 직장인 강유리・문영휘, 장흥아트파크 임미영 디렉터, 가나아트 이정권 본부장 등 회원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본 영화는 이치카와 준 감독이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단편을 영화화한 <토니 타키타니>였고, 영화처럼 소설처럼 각자의 삶에 은근히 숨기고 있던 고독과 중독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사진 어상선 촬영 협조 더빵가게(02-907-4193)



우리는 새로운 걸 배우며 놀아요
1 보고재 빌딩 반상회의 반장인 갤러리 보고재의 홍수원 관장. 
2, 5 한식과 훌륭한 마리아주를 이루는 산타리타 B1과 파티 분위기를 돋워준 랑송 샴페인. 
3 연말 파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유승재 대표의 글라스돔 장식. 
4 노영희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마련한 열 가지 한식 파티 요리. 
6 블랙 앤 화이트 콘셉트에 맞춘 의상에 그날 배워 만든 브로치로 포인트를 주었다. 

‘보물 창고’라는 뜻을 담아 보고재라 이름 지은 곳. 입주자들은 대한민국에서 바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나름대로 잘나가는 이들이지만 이들이 하나로 뭉치는 자리가 있으니 바로 반상회다. 11월 중순, 바쁜 연말 즈음을 피해 조금 이르게 연 송년 반상회 때 자신에게 선물을 줄 겸 오화진 작가와 함께 패브릭 브로치를 만드는 클래스를 해보자는 의견을 낸 이는 반상회 반장인 갤러리 보고재 홍수원 관장. 연말 분위기를 연출해줄 공간 장식은 헬레나플라워 유승재 대표가 맡았다. 심플한 자작나무 트리, 레드・골드 오너먼트로 장식한 글라스돔, 금칠나무에 오너먼트와 자연 소재로 조형미를 더한 오브제는 파티 분위기를 돋우기에 충분했다.

파티 음식은 노영희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준비했는데, 스탠딩 파티이니만큼 손으로 들고 먹기 편리하도록 일회용기에 담았다. 토마토 매리네이드와 무 샐러드, 굴배동치미냉채, 된장 소스 꾸리살구이, 채끝채소구이, 케일 쌈밥과 된장국, 잡채, 과일 디저트 등 메뉴만 해도 열 가지에 달하는 한식 요리는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코스 요리 못지않게 훌륭했다. 여기에 한식 요리와 잘 어울리는 레드 와인 산타리타 B1, 파티에 빠질 수 없는 랑송 샴페인까지. 맛있는 음식과 술로 미식을 즐기고 솜씨를 배우는 보고재 빌딩 반상회는 문화 코드와 경험을 중시하는 21세기형 풍류의 자리요, 신개념 반상회라 할 수 있겠다.


우리의 파티, 잡지 화보처럼 즐겨요
1 파티를 준비하는 문지윤, 민들레 실장. 
2 피크닉 분위기에 상큼함을 더해 준 스파클링 와인. 
3 리본으로 파티 장소를 장식하는 배지현 실장. 
4 레드 콘셉트에 맞춰 신은 빨간 신발. 
5 각자 취향대로 챙겨온 의자. 
6 파티에 빠 질 수 없는 케이크. 해산물 술찜, 삼겹살구이, 시나몬 사과구이 등과 올리브 잎으로 엮은 갈란드 같은 데코 용품을 가져와 푸짐하게 상을 차렸다. 

야외 파티를 하기로 한 날인데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고 세찬 바람까지 분다. 월간지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가장 분주한 시기인 11월 중순, 어쩌면 오늘은 기념비적인 날이다. 국내 잡지계에서 손꼽히는 리빙 스타일리스트들이 모두 모이니 인테리어 기자 입장에서는 괜히 마음이 든든했지만 스타일리스트들에게는 파티 자체가 또 하나의 업무였다. 차 안 가득 실어온 물건을 옮겨 테이블 위에 진열하고, 스태프들이 메이크업을 해주는 동안에도 “뭐든 해야죠”라며 꼼지락꼼지락 무언가를 만든다. ‘콘셉트’가 없으면 일할 수 없는 직업에 종사하는 탓에 촬영 전부터 기획하고 콘셉트에 맞춰 각자 준비물을 챙겨왔다.

민송이・민들레 실장은 며칠 준비한 음식을 데커레이션하고 배지현 실장은 마른 나뭇가지에 빨간 리본을 달아 분위기를 돋운다. 마지막 촬영 컷을 확인하는 건 최지아 실장의 몫. 모두 같은 일을 하지만 꽃을 잘 장식하는 사람, 음식을 잘하는 사람, 손재주가 좋은 사람 등 각자 자신 있는 분야가 있기 때문에 미리 약속하지 않아도 손발이 척척 맞는다. 그렇게 차린 테이블은 여느 화보 이상으로 풍성했다. 태어나서 처음 화장을 했다며 연신 거울을 들여다보는 고은선 실장, 이른 아침부터 촬영하고 급히 달려왔다는 문지윤 실장, “우린 먹으면서도 먹는 얘기만 해요”라며 얼마 전 다 함께 다녀온 제주 이야기를 풀어놓는 심필영 실장 등 촬영이 끝난 뒤에도 수다가 끊이지 않는다. 늘 한정된 조건에서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경험 때문인지 강추위 속에서도 촬영장에는 유쾌한 엔도르핀이 감돌았다.


한복의 품위를 몸소 느껴요
1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이 회원의 옷매무새를 일일이 다듬어주고 있다. 
2, 5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자태가 아 름다운 참석자들. <행복> 팀에서 취재를 간다고 하자 특 별히 김청경 헤어페이스에서 꽃단장을 돕고 ‘차이 김영 진’ 팀에서 스타일링을 완성해주었다. 
3, 4, 6 흥을 돋 우는 데 음식과 와인이 빠질 수 없다. 한복 파티 소식에 페르노리카 코리아에서 풍미가 일품인 제이콥스 크릭 의 레드&화이트 와인을 제공했다.

‘짜잔’ 하고 아름답게 변신한 서로의 모습을 보며 하하 호호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한복을 입으면 왠지 다소곳하게 행동하게 돼요.” “어릴 때 하던 공주놀이 같지 않나요?” 또다시 하하 호호! 신기하게도 이날 모인 이들의 연령대는 20대부터 50대까지 층이 넓은데도, 한눈에 봐서는 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다채로운 색상과 세련된 디자인의 한복을 입은 이들은 하나같이 미모나 나이와 상관없이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분위기를 발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복은 민속 의상 차원이 아니라 패션 아이템으로 손색없죠.”

하얀 저고리를 재킷 삼아 통 넓은 검정 바지와 매치한 패션 스타일리스트 서영희의 말. “한복은 입는 사람의 피부 톤, 눈동자 색, 음양의 조화에 맞춰야 제맛이죠. 그러니 한복을 빌려 입는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은 결혼할 때조차 한복을 생략하는 세태를 안타까워했다. “우리는 매달 조금씩 돈을 모아 서로에게 한복을 맞춰주기로 했어요. 한 마디로 ‘한복 계’라고 할까요?” 인테리어 디자이너 신경옥이 이 모임의 목적을 이야기한다. 회원들에게 물어본 한복의 매력을 종합하자면? ‘품격이 있고, 주체성이 느껴지며 절제미와 균형미가 있는 아름다운 우리 옷!’


예술영화를 보며 삶을 털어놓아요
1, 6 물나무 사진관에 모일 때마다 장흥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회원이 직접 만든 요리를 케이터링 서비스처럼 멋지게 차려준다.
2~5, 7 수유리의 더빵가 게 모임 때는 와인에 프랑스 셰프의 빵을 곁들여 먹으며 일본 영화를 보았다.

“아는 사람 좀 모아볼까?” 7개월 전쯤, 강영길 작가가 작품을 위한 피사체를 찾을 요량으로 가나아트의 이정권 본부장에게 물었다. 그리하여 어느 날, 그들의 친구인 김현식 대표가 운영하는 계동의 물나무 사진관에서 세 사람이 별안간 불러낸 좋은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회사원, 패션 디자이너, 뮤지션, 주부, 조각가, 영화감독 등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이지만, 와인을 곁들여 나누는 대화가 너무나 재미있었다. “형, 다양한 사람이 목적 없이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게 너무 좋더라. 우리 모임 만들까?” 이정권 본부장의 전화를 받은 강영길 작가는 예술영화를 같이 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날짜는 매월 셋째 주 화요일 저녁 8시, 직장인과 기혼자를 배려한 최적의 시간을 찾아 알리니 일전에 모인 사람들이 한달음에 달려왔다. 1인당 3만 원씩 회비를 내면 카페를 하는 회원이 맛난 와인과 요리를 준비한다. 벌써 일곱 번째 모임, 그동안 라르스 본 트리에르 감독의 <멜랑콜리아>,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내가 사는 피부>, 찰리 코프먼 감독의 <시네도키, 뉴욕> 등의 예술영화를 섭렵했다. 간단한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본 후 영화에서 가지를 친 각자 사는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이 시간의 위로와 자극이 참으로 묘하다. 자기 세계에 움츠려 살던 작가들은 모임을 시작한 지 불과 수개월 만에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한 자신을 발견했다. 교과서 같은 직장 생활과 육아에 경직돼 있던 비예술계 회원들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삶의 자극과 감성의 영감을 얻으며 매달 격 없는 소통의 장면이 그들의 일상에 영화처럼 남는다.

 

기획 <행복> 편집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