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내숭-제니티스’, 한지 위에 수묵담채, 콜라주, 128 ×188cm, 2013
결국은 자기 관리에 대한 의지의 문제다. 아기를 출산한 지 1년째인데 아직도 망가진 복부 실루엣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기자도 의지가 부족하기는 마찬가지. 급기야 남편이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는데, 기자는 “아기 키우면서 일까지 하느라 운동할 여력이 없어”라는 핑계만 늘어놓곤 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고도 마음 한구석은 늘 불편하다. 삼시 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고, 눈앞에 놓인 간식거리를 마다하지 않으며, 가까운 거리를 갈 때도 걷는 게 귀찮아 택시에 오르곤 하는 이중적 행동을 하니까.
김현정, ‘내숭-마라토너’, 한지 위에 수묵담채, 콜라주, 200×121cm, 2014
이렇게 늘 불편한 마음으로 사는 사람이 어디 나뿐일까?
이는 전 세계 현대인의 공통 숙제임에 틀림없다. 최근 ‘라이프스타일 컨설턴트’ 라는 애칭의 피트니스 밴드가 미국과 유럽에서 급성장하며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는 걸 보면. 피트니스 밴드가 생소한 독자를 위해 설명하자면, 누적 걸음 수, 칼로리 소모량, 활동 시간, 이동 거리, 수면 효율 등 일상의 패턴을 분석해 주는 기기로, 목표 설정 기능을 갖추어 이걸 손목에 차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게 된다. 과연 정말 도움이 될까? <행복이가득한집> 기자들도 이 기기에 대한 호기심이 높아 약 2주간 대표 기기를 직접 착용해보았다.
*작품은 김현정 작가의 ‘내숭’ 시리즈로, 일상생활 속 운동을 통해 표출되는 감정과 고민의 조각을 화폭에 담은 것. 김현정 작가는 발상이 참신하고 기법은 당돌하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 화단의 유망주로서, ‘내숭’을 주제로 네 번의 개인전을 개최했는데 그림이 계속 완판되는 등 대중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마을버스 타던 거리를 걸어가고, 예전보다 물을 더 마신다”
사용한 기기는 Fitbit 플렉스. 검정부터 네이비, 핑크 등 무려 열 가지 컬러로 출시. 13만 9천 원.
피트니스 밴드는 단순히 만보계 기능에 약간의 디자인을 더한 제품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직접 사용해보니 기능이 생각보다 많고 다양해 놀라웠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해 내 정보를 수시로 체크했다. 운동량이 부족하다 싶으면 부러 퇴근길 지하철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던 거리를 걸어가고, 마치 게임처럼 사람 모양 그래픽에 물을 채워 넣기 위해 평소와 달리 하루 필요량의 물을 마시는 내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또 밤에는 같은 침대를 쓰는 배우자조차 체크하지 못하는 내 수면 패턴을 분석해 뒤척인 시간과 실제 수면 시간을 구분해주었다. 평균을 내보니 새벽 4시경에 유독 뒤척인 횟수가 많았고, 그 이유를 찾아내 실제 수면 시간을 늘리려 노력한 이후 아침이 한결 개운해졌다. 매 순간 내가 더 건강한 선택을 하게끔 유도하고 보필해주는 꼼꼼한 비서와도 같은 존재였다._미술부 박성의 기자
“의식적으로 산책이나 스트레칭 시간을 갖는다”
사용한 기기는 조본 업 24. 가장 슬림하고 팔찌 같은 세련된 디자인이 특징. 21만 4천 원.
평소 숨 쉬는 것 빼고는 운동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도 늘 살찔까 염려하는 스타일이다. 피트니스 밴드를 착용한 채 하루를 보내고 들어오니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것만으로도 하루에 8천 보 이상 꽤 많이 걷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뿌듯했다. 그리고 그 수치를 점차 늘리기 위해 가까운 거리는 걸어야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날엔 휴식 시간 알림을 설정해 잠깐 일어나 산책이나 스트레칭을 하게 된 것도 놀라운 변화! 늘 피로감이 들었는데, 실제 수면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점도 좋았다.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는 걸 인식한 이후론 잠들기 전 캐머마일차도 한 잔 마시고, 향초도 켜두는 등 잘 자기 위해 노력하게 됐고. 결혼을 앞두고 있기에 드레스를 입는 그 날까지 계속 사용해볼 예정이다._편집부 박유주 기자
“스스로 더 걸으라고 채찍질하고, 과식에 제동을 건다”
사용한 기기는 비보핏. 세계적 GPS 기업인 가민에서 출시한 피트니스 밴드. 17만 6천 원.
애플 워치의 발표를 보며, ‘앞으로 손목 위 스마트 기기는 필수품이 될 거야’ 라는 얼리 어답터의 기분으로 피트니스 밴드를 찼다. 워낙 기계치이기 때문일까, 이 기기 활용법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제법 공부가 필요했다. 설명서를 꼼꼼히 읽고 동영상 자료도 봤지만, 내가 이 기기를 100% 잘 활용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가장 유용하게 사용한 건 하루 걸음 수 목표 설정 기능. 확실히 평소보다 더 걷고 계단을 오르게 됐다. 맛있는 케이크가 앞에 있어도 ‘이걸 먹으면 목표를 달성할 수 없어’ 하는 제어 의식이 발동하는 것도 매우 고무적인 결과. 가장 큰 장점은 방수력이 완벽해 샤워할 때 조차 착용하고 있어도 되니, 덜 귀찮다는 것. 이렇게 스스로 더 움직이고 덜 먹게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2주간 1.5kg이 감량했으니, 이 정도면 효과를 충분히 얻은 셈 아닐까? _편집부 강옥진 수석기자
"동기부여가 되어 미루고 미뤄온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사용한 기기는 인랩. 체성분 분석기로 유명한 인바디에서 만든 피트니스 밴드. 13만 9천 원대.
피트니스 밴드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하나하나 기능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영화 <허Her>에서처럼 내 24시간을 함께하며 감시하는 인공지능 운영 체제는 마치 비밀스러운 친구가 생긴 기분! 무엇보다 나의 운동량과 칼로리 소모량을 측정할 수 있으니 지금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먹고 걷던 일상의 행동을 좀 더 들여다보게 됐다. 그리고 섭취와 활동을 계획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고, 급기야 주말에는 미루고 미뤄온 자전거를 탔다. 6시간가량이나 자전거를 탄 후 활동량 수치가 얼마나 올랐을까 기대하며 봤는데, 아뿔사, 걷는 속도로만 측정이 돼 체크가 안 된 것이다.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더 많은 운동을 하게끔 자극과 계기를 마련해준 기기이니 고맙고,주변에 가볍게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_광고팀 이영상 차장
작품 협조 김현정
- 다 ‘내숭’이에요~ 운동해야 한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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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야 하는데” 혹은 “헬스장 다녀야 하는데”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사나요? 그래 놓고 실컷 먹고 움직이지 않는 건 아니고요? 굳이 굶지 않아도, 헬스클럽에 등록하지 않아도 살 뺄 수 있다는 사실, 다 아시잖아요. 실천할 의지가 부족했음을 인정하세요. 그리고 옆에서 계속 잔소리해주는 이 똑똑한 기기 ‘피트니스 밴드’의 도움을 받아보세요.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