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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시 효과와 황금 비율이 관건 가늘고 길게 Long & Lean 실루엣 즐기기
올 봄과 여름을 강타하며 여성을 모두 ‘마른 인형’으로 만들길 원했던 ‘44 사이즈’ 열풍의 주인공은 바로 스키니skiny 팬츠였다. ‘입는다’라는 표현보다는 차라리 ‘신는다’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다리와 팬츠 사이의 틈을 단 1cm도 허용하지 않는 매우 타이트한 스키니 팬츠와 함께 다이어트 열풍은 여름까지 계속되었다.
이런 패션 분위기 속에서 좀 더 편한 실루엣의 의상을 기대하던 여성들에게 또 다른 비보가 전해왔으니 바로 ‘롱&린’ 실루엣. 신이 여자에게 주신 풍만한 실루엣을 외면이라도 하듯이 무조건 길고 가늘게 입기를 원하는 패션 트렌드의 바람은 겨울까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롱&린’ 실루엣이 제아무리 신장 170m 이상의 ‘44 사이즈’ 모델 몸매를 가진 여성만이 소화할 수 있는 유행 코드라 해도, ‘피하지 못하면 즐겨라’라는 말을 모토 삼아 제대로 알고 약간의 힌트만 가미한다면 패션쇼에 선 모델처럼 세련된 패션 감각을 뽐낼 수 있다는 낭보가 있으니 희망을 버리지말자.

‘롱&린’ 실루엣 무드의 출발점은 바로 뉴 욕 ― 런던 ― 밀라노 ― 파리로 이어지는 유명 패션 브랜드의 2006년 가을 ?겨울 컬렉션이라 할 수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개성이 무대 곳곳에 넘쳐나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블랙과 그레이의 모노톤 컬러에 상의와 하의가 모두 길어지고 늘어지는 듯한 실루엣 의상이 주를 이루었다. 발목까지 늘어지는 저지 원피스를 덮은 거대한 블랙 코트와 벨트로 허리를 강조한 질 스튜어트, 상 ?하의가 붙어 있는 니트 소재의 긴 점퍼 수트에 롱 카디건과 베레모로 멋을 낸 소니아 리키엘, ‘통짜 몸매’를 드러냈던 H라인 실루엣과 벨트를 응용한 X자형 실루엣까지 믹스한 지방시…. 이들의 컬렉션 쇼에서 선보인 의상들은 ‘롱&린’ 실루엣의 노하우를 찾기에 충분했다. 전체적으로 과장된 요소와 장식을 없애고 심플한 것이 특징. 어떠한 장신구도 배제한 채 블랙 수트와 스키니 팬츠로 절제된 모더니즘을 보여주었던 질 샌더의 컬렉션이나 벌키bulky한 니트 상의에 블랙 레깅스를 연출한 파코라반 컬렉션을 참고하면 또 다른 유행 키워드인 ‘블랙 고딕’룩을 ‘롱&린’ 실루엣과 절묘하게 매치하는 센스도 발휘할 수 있으니 참고해보자. 가늘고 긴 패션을 연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아이템으로는 스키니한 실루엣의 팬츠와 레깅스, 힙을 덮는 루스한 길이의 니트 소재 상의, 폭이 좁은 머플러 등이 있다.

‘롱&린’ 실루엣이 세계 4대 컬렉션을 점령한 후 국내 브랜드 역시 좀 더 ‘입을 수 있는’ 현실성 있는 아이템을 속속들이 출시하면서 스트리트 패션까지 가늘고 긴 실루엣의 연장선으로 패션계를 장악하였다. 하지만 패션 유행을 따른다고 66사이즈를 입는 통통한 몸매의 여성에게 체형이 드러나는 니트와 레깅스, 좁은 폭의 스키니 팬츠를 입으라고 감히 강요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포기하기는 아쉬운 일. 유행이란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욕심낼 ‘달콤한 솜사탕’과 같은 마력이기에 약간의 패션 센스를 이용해 도전해볼 만한 일이다. 힌트는 바로 ‘눈속임’을 통한 착시 코디법. 컬러와 디자인, 소재 등의 믹스 매치를 통해 완벽한 ‘위장 패션’을 연출해보자. 먼저 시도해볼 만 한 스타일은 바로 컬러 코디.

마침 이번 시즌 블랙이 유행 컬러란 사실은 가늘고 길게 연출하고 싶은 여성의 욕망에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 도회적인 세련미를 품고 있는 블랙 컬러는 원래 눈에 보이는 것보다 몸이 축소되어 보이게 하는 착시 현상을 가지고 있다. 2006년 가을 ?겨울 컬렉션 중 블랙 와이드 팬츠에 무릎까지 내려오는 저지 코트를 같은 컬러로 매치하여 당당한 여성 룩을 연출한 샤넬의 파리 컬렉션이나 시폰 블라우스와 울 소재의 팬츠를 믹스하여 블랙 컬러로 조화를 이룬 DKNY 뉴욕 컬렉션을 참조하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단 올 블랙은 잘못하면 지루하거나 무거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티셔츠 정도는 빛바랜 듯한 오트밀 컬러의 아이보리나 화이트로 포인트를 주고 신발은 반짝이는 페이턴트patent 소재를 매치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 힌트는 비율로 즐기는 ‘롱&린’ 실루엣. 소위 ‘옷을 입어도 태가 안 난다’는 말을 듣게 되는 경우가 바로 상 ?하의의 비율을 1:1로 정확히 나누는 것. 허리 라인을 중심으로 과감하게 올리거나 내리거나 구분을 짓는 것이 필요하다. 하이 웨이스트 라인의 원피스와 레깅스로 다리를 길어 보이게 연출하거나 스키니 팬츠에 롱 니트 카디건을 입고 원래의 허리선보다 낮게 와이드 벨트로 포인트를 주는 것이 좋다. 이번 시즌에는 그런지 룩에 어울리는 오버사이즈 상의나 고딕풍의 원피스에 유난히 많은 벨트 장식이 연출되어 또 다른 유행 아이템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 하나의 스타일 노하우는 바로 소재로 즐기기. 니트의 부활이 예고되고 있지만 웬만큼 가늘지 않고서야 니트(특히 굵은 실로 느슨하게 짜여진 벌키bulky형은 금물)는 원래 신체보다 과장된 실루엣을 만들어준다. 만약 니트를 선택한다면 가느다란 실로 짜여진 얇은 니트에 조끼나 카디건을 믹스매치 해보자. 마지막으로 액세서리 코디법을 추가한다면 어느 정도의 ‘롱&린’실루엣 즐기기는 완성될 듯하다. 심플한 의상들이 대거 등장하며 이번 시즌 눈에 띄게 활약하는 액세서리의 비중도 축소된 편이지만 과장된 크기의 백이나 오히려 작고 미니멀한 클러치 백을 선택해 ‘극대화의 묘미’를 누리는 것이 좋다. 이 밖에도 톤다운 된 유광의 페이던트patent 슈즈나, 블랙을 보다 고급스럽게 연출해주는 골드 컬러의 주얼리 등을 적절하게 믹스하면 세련된 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 헤어와 메이크업에서는 전체적으로 로맨틱한 고딕 블랙 룩에 맞춰 블랙과 브라운 컬러의 스모키 메이크업이 강세. 긴 생머리 보다는 자연스럽게 볼륨을 준 헤어스타일까지 갖춰진다면 완벽하게 ‘롱&린’실루엣을 재현할 수 있다.

이 정도 패션 노하우만 명심한다면 블랙커피와 차가운 샐러드로 끼니를 대신하는 ‘말라깽이’ 신드롬에 당당히 맞서면서도 패션 유행 센스를 발휘할 수 있다. 패션은 이미지를 파는 산업이라 무대에 선 마른 모델이 입은 옷을 보며 ‘나’와 동일시하고 싶은 것이 모든 여자의 자연스러운 욕망이다. 하지만 그 이미지를 만든 것은 현실 세계의 ‘나’라는 사실 또한 잊지 말자. 지난 10월에는 2007년 봄 ?여름 패션을 미리 선보이는 파리 컬렉션이 열렸는데 그중 장 폴 고티에 쇼에 등장한 모델 중 132kg의 체중이 나가는 모델이 등장해 최근 패션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빼빼 마른 모델을 풍자했다. 이런 소식을 미루어 짐작해보건데 내년 봄쯤이면 여성의 실루엣은 두루뭉술한 또 다른 실루엣이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생겨난다. 계절마다 변해가는 유행 스타일 의상에 몸을 맞추지 말고 자신의 몸에 어울리는 세련된 스타일 노하우를 터득한다면 옷 입기에 대한 해법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답이 되는 비밀의 열쇠만 찾는다면 더 이상 ‘패션 추종자’가 아닌 ‘패션 리더’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다.

심희정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6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