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든 내 두 눈은 멋을 쫓는다. 남편은 이런 내게 왜 그리도 여자들을 힐끔거리냐고 묻는다. 멋있게 꾸민 사람을 보면 눈도 즐겁거니와 옷을 잘 입었든 못 입었든 그들의 옷 입는 방식에서 스타일에 필요한 깨알 같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액세서리는 유독 꼼꼼히 살펴보는 부분인데, 요즘의 액세서리는 옷을 돋보이게하는 소품 이상의 역할을 한다. 프랑스에 거주하던 시절에는 유난스러울 만큼 감각적인 그들의 액세서리 연출법에 감탄하곤 했다. 티셔츠 차림에 진주 목걸이를 하고 금가락지와 은가락지를 여러 개 낀다거나 정장 바지에 흰색 테니스화를 신고 핸드백 손잡이에 스카프를 묶는 등 편안함은 물론 멋까지 알뜰하게 챙기는 실리적 스타일링은 그 당시 나에게 액세서리를 대하는 새로운 눈을 뜨게 했다.
그들에게서 배운 연출법을 몇 가지 소개하자면, 먼저 작은 보석이 박힌 소박한 반지에 심플한 반지 두어 개를 곁들여 끼는 것이다. 그러면 ‘손 차림’이 풍성해져 여성스러운 매력은 물론이거니와 손짓조차 드라마틱해진다. 그런가 하면 팔찌도 빠뜨릴 수 없다. 팔찌를 유난히 좋아하는 나는 늘 세 개 이상의 팔찌를 한꺼번에 끼는데, 어떤 이는 거추장스 럽지 않냐고 물어볼 정도다. 걷어 올린 흰 셔츠의 소맷부리 아래로 뜻밖의 조화를 이루는 여러 개의 팔찌는 한번 중독되면 헤어나오기 어려울 만큼 지독히 감각적이다. 또 옷과 어울리는 색상의 벨트가 없는 경우에 스카프는 훌륭한 해결사가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스카프 한 장에는 수많은 무늬와 색상이 담기는데 스카프 특유의 다채로운 컬러는 벨트로 활용했을 때 상상 이상으로 멋스럽다. 조그만 프티 스카프는 머리끈으로 활용하기도 좋고 묶은 머리 위로 드러나는 고무줄을 감추는 데도 효과적이다. 두 줄짜리 진주 목걸이도 필수 액세서리 중 하나다. 캐주얼한 라운드 네크라인 티셔츠를 입었을 때 그 진가를 톡톡히 발휘하는 진주 목걸이는 ‘막 입은’ 티셔츠를 고급스럽게 변신시킨다. 그런가 하면 재킷 가슴 언저리에 꽂는 브로치 역시 색다르게 활용할 수 있다. 소매를 살짝 걷어 올린 다음 소맷단을 브로치로 고정하거나 넉넉한 상의의 허리 폭을 좁게 잡아 브로치로 고정하기도 하고, 헤어핀 대신 머리에 꽂아 화려하게 연출하기에도 그만이다.
패션에서 액세서리의 위상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액세서리는 우리를 화사하게 밝혀주는 빛과 같은 존재다. 귀고리는 얼굴을, 목걸이는 몸과 얼굴을 반반씩, 핸드백은 몸 전체를 밝혀준다. 얼굴 양옆에서 대롱거리는 귀고리는 눈빛을 부드럽게 투사해주는 간접 조명인 셈이고, 핸드백은 옷차림 전체를 완성해주는 마침표 역할을 한다. 그러니 담백한 옷을 즐겨 입는 사람일수록 반짝이는 귀고리와 목걸이, 알록달록한 가방과 벨트를 곁들여 옷에는 없는 활기찬 색과 빛으로 온몸을 물들여보자. 꽃분홍색 옷을 한 벌로 쫙 빼입는 것보다 작은 분홍색 손가방을 드는 쪽이 훨씬 쉬울 테니 말이다.
지금 쇼윈도는 다가오는 여름을 위해 알록달록한 액세서리로 달궈지는 중이다. 튀는 색깔이나 과감한 액세서리는 자신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왔다면 이제부터라도 액세서리를 선택하는 데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영영 패션과 친해지기 어렵다. 옷으로는 다 채울 수 없는 색과 디자인을 액세서리로 충당하면 스타일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옷을 잘 입는다는 말의 의미에는 제 몫을 다하는 액세서리도 포함된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간소한 옷이 좋아지면서 옷에 힘을 빼게 되고 액세서리에 공을 들이게 된다. 액세서리는 무표정한 옷에 찍는 느낌표와도 같다. 지금 이 순간 제 짝을 기다리는 액세서리들이 서랍에서 하염없이 간택을 기다리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자. 액세서리와의 연애는 스타일 감각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만 할 패션의 필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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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이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