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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션 에세이 결혼식에 뭐 입고 가지?

결혼식에 참석할 때는 ‘신부를 위한 흰색’만 제외하면 대부분의 정장 차림이 무난하다. 일반적으로 흰색과 검은색은 피하는 것이 예의이며, 식장이 야외인 경우 색상이 화려한 의상을 입으면 화사한 결혼식 분위기와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신부를 넘어서지 않는 멋은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그런데 결혼식에 어떤 옷차림으로 가야 하는지 의견을 나누는 중 외국인과 한국인의 관점이 사뭇 다른,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는데 바로 블랙 의상을 대하는 태도였다. 서양인 친구들의 경우 검은 옷은 곧 장례식과 직결된다. 그리하여 블랙은 물론 남색이나 짙은 회색 등 분위기가 가라앉는 색상은 결혼식 하객 의상으로 기피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한국인 친구들의 대답에서는 검은색, 회색, 남색 정장이 자주 거론되었다. 어떤 한국 친구는 되도록 점잖은 옷을 입고 간다고도 했는데, 이런 것을 보면 우리나라 결혼식 하객 옷차림에서 중시하는 점은 ‘단정함’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멋의 제국 프랑스 역시 결혼식에 참석할 때만큼은 단정한 스타일을 최고로 치기는 하나, 단정함을 연출하는 방식이 우리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검은 옷을 최대한 배제하고 부드러운 파스텔 계열의 색상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은데, 보수층에서는 팬츠 슈트도 제외 대상이다. 인테리어 디자인 컨설팅을 하는 멋쟁이 파리지앵 친구 하나는 제아무리 이브생로랑의 턱시도라 해도 결혼식에 검은 옷과 바지를 입는 건 절대 안 된다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외국인 친구들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면, 손잡이가 달린 일반 핸드백을 들고 결혼식에 가는 건 그야 말로 ‘시크’하지 않단다. 매끈한 소재의 슈트나 원피스를 입고 고급스러운 실크 스카프와 깨끗하게 손질한 구두, 크기가 작은 클러치백을 매치하는 게 결혼식 옷차림의 기본이라나? 결혼식에 참석할 때는 꼭 어떻게 입어야 한다는 공식 같은 것은 없지만, 한 가지 뚜렷한 사실은 평상복과는 확실히 달라야 한다는 점이다.

봄꽃처럼 결혼식도 만발하는 5월, 갑자기 날아든 결혼식 초대장에 당황하지 않으려면 미리 슈트 두 벌과 원피스 한 벌 정도를 준비해두자. 슈트를 고를 때는 두 벌의 상의와 하의를 교차해 입을 수 있도록 색상과 스타일에 유의하면 일석사조 효과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피스와도 매치할 수 있어 여러모로 실용적이다. 또 칙칙하다는 이유로 검은색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물론 검정보다는 회색이나 남색을 권한다). 검정 재킷을 입는다면 베이지나 아이보리 색상의 스커트를 입고, 안에는 크림색이나 연한 민트 톤의 실크 블라우스를 받쳐 입는다. 단, 어두워 보일 수 있으므로 연분홍이나 노랑 등 파스텔 색조의 스카프를 두르고 색상이 밝은 구두를 신으면 분위기가 봄처럼 화사해진다. 치마보다 바지가 편하다면 허벅지까지 넉넉히 내려오는 롱 재킷을 걸치는 것이 짧은 재킷을 입었을 때보다 ‘갖춘 모양새’를 내기 좋고, 되도록 굽이 5cm 이상 되는 하이힐을 신어야 옷맵시가 산다. 정장의 딱딱함이 부담스럽다면 상의와 하의 중 한 가지를 니트로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느다란 면사나 실크사로 짠 편물 스웨터는 진주 목걸이나 스카프 등 액세서리만 잘 매치하면 여느 디자이너 의상 못지않게 드레시해 보인다. 스타일 아이콘으로 통하는 톱 모델이자 가수 장윤주 씨는 얼마 전 결혼식에 참석할 때 부드러운 베이지 셔츠와 노란 꽃무늬 실크 스커트를 입었다. 거기에 진주 목걸이, 꽃잎 모양의 다이아몬드 귀고리, 골드 체인이 달린 빨간 가방 그리고 마놀로 블라닉의 하이힐을 매치했는데, 그날의 옷차림은 하객 패션의 모범 답안이라 할 만했다. 결혼식 참석을 앞두고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이라면 옷 잘 입는 톱스타들의 결혼식 패션에서 힌트를 얻는 것도 꽤 괜찮은 아이디어다.

글을 쓴 김은정 씨는 <마리끌레르> <엘르>의 패션 디렉터와 <마담휘가로> 편집장을 거쳐 샤넬 홍보부장으로 일하는 등 언제나 패션과 밀착한 생활을 해왔다. 현재 각종 잡지와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는 패션 칼럼니스트이자, 감각적 스타일을 자신의 것으로 잘 버무리는 방법을 쓴 <옷 이야기>의 저자이기도 하다.


일러스트레이션 이명화

글 김은정 | 담당 박경실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