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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가 전하는 삼베 이야기 빛과 바람, 정성으로 만든 옷
바느질은 옷의 기본이 되고 옷은 문화의 근간이 된다. 정성을 들여 옷을 짓던 우리의 어머니들은 자연에서 얻은 옷감으로 건강하고 편안한 옷을 만들어 입었다. 친환경이 트렌드가 된 요즘, 자연 그대로의 자연을 담은 삼베옷이 재조명받고 있다.


(왼쪽)
 입기 편하고 멋스러운 이새의 삼베 컬렉션.
(오른쪽) 천연 염료로 물들여 색을 내고, 전통 베틀 을 사용해 원단을 짜면 가장 자연에 가까운 순수한 옷이 완성된다.

천천히 더 천천히, 느림의 미학
우리 어머니 세대만 해도 옷을 직접 만들어 입는 일은 집을 가꾸거나 음식을 만드는 일과 함께 흔한 일상이자 대표적 집안일이었다. 옛사람들이 한 땀 한 땀 바느질에 쏟은 정성을 되살려 가장 자연에 가까운 소재로 옷을 만드는 우리 옷 브랜드 이새는 화학 성분이나 기계의 힘을 빌리는 대신, 순수한 자연과 손끝의 섬세함으로 옷을 짓는다. ‘집안일’을 뜻하는 순우리말이기도 한 이새의 옷은 들판에서 자라는 쐐기풀에서 섬유를 얻고, 천연 염료로 물들여 색을 내고, 전통 베틀을 사용해 원단을 짠 후 손바느질로 장식을 달아 완성한다.
봄/여름 시즌을 맞아 이새는 우리 고유의 삼베 소재에 주목했다. 현재 삼베를 패션 소재로 활용하는 곳은 거의 없다. 사실 삼베의 재료가 되는 대마를 재배하는 환경이 매우 열악해 재배하기 힘들어서 삼베를 짜는 장인을 찾기도 힘든 실정이다. 실제로 시골 할머니 몇몇 분이 가내수공업 형 태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데다 삼베 하면 상복을 떠올리기 때문에 일반 옷의 소재로 활용한다는 게 쉽지 않다. 이새는 안동 국제 탈춤 페스티벌에서 안동포 디자인 공모전을 진행하기도 하고, 서울패션위크를 통해 참신한 삼베옷을 무대에 올리는 등 우리의 전통 소재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자 삼베의 현대화를 시도 중이다.


1, 2 삼베는 함경도 지방의 북포와 육진포, 영남 지방의 영포, 강원도 지방의 강포, 전라도 곡성의 돌실나이 등이 유명하다. 삼베 길쌈은 삼의 품질에 따라 크게 생냉이 길쌈, 익냉이 길쌈, 무삼 길쌈으로 나뉜다.
3 한국적 색과 곡선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새의 삼베옷 디자인.
4 할머니 몇몇 분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전통 삼베옷은 한 땀 한 땀마다 정성이 엮여 있다.


이토록 다재다능한 삼베 삼베 좋은 줄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삼베를 만드는 과정은 지난하기 짝이 없다. 제작 공정도 복잡하지만 주로 수작업으로 만들기 때문에 생산량이 적고, 그렇다 보니 가격도 비싸다. 옛날 우리 어머니들은 음식이나 장항아리를 삼베 보자기로 덮었는데, 삼베가 지닌 탁월한 항균 효과를 오랜 경험을 통해 터득했기 때문이다. 삼베는 지금도 부엌에서 그 쓰임새가 다양하다. 찜기 바닥에 깔기도 하고, 식재료의 물기를 제거할 때도 쓰고, 간장이나 한약을 달인 후 찌꺼기를 거를 때도 사용한다. 이렇게 곰팡이를 억제하는 항균 기능과 탁월한 소취 효과 덕분에 최근에는 옷뿐 아니라 각종 생활용품과 화장품 원료로도 주목받고 있다.
대마 줄기 껍질의 안쪽에 있는 인피섬유靭皮纖維를 이용해 대마포, 즉 삼베를 짜는데, 삼베는 땀을 빨리 흡수ㆍ배출하고 통풍이 잘돼 건조가 빠르며, 열전도성이 좋아 시원한 것이 특징이다. 그뿐만 아니라 밧줄을 만드는 데 사용할 정도로 질기고 튼튼해 삼베로 만든 옷은 오래 입을 수 있고, 공기가 잘 통해 악취가 나지 않아 위생적이다. 게다가 전자파와 자외선을 차단하는 효과와 물에 대한 강도도 커서 세탁할 때 손상이 적은 등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부드럽고 고운 생냉이 길쌈으로 짠 안동포를 으뜸으로 치는데, 안동 지역은 토질과 기후가 대마 재배에 적합하고 제직 기술이 발달해 예로부터 임금님 진상품으로 안동포를 올렸다.

젊고 참신한 삼베옷의 재발견 삼베 하면 전통 의상을 떠올리기 쉽지만, 요즘 20~30대 여성에게 잘 어울리는 예쁜 원피스부터 비즈니스 룩에 걸맞은 재킷, 편안한 캐주얼 베스트, 실용적인 모자와 감각적인 브로치에 이르기까지 최신 유행에 맞는 스타일리시한 아이템이 많다. 삼베 특유의 자연스러운 질감과 색상은 그 자체로 은근한 멋을 내고, 컬러와 디자인에 따라 무궁무진한 변신이 가능하다. 특히 삼베는 항균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환경 오염으로 민감해진 피부에도 자극을 주지 않는 ‘건강한 옷’으로 통한다. 자연 친화적 소재와 자연 염색 그리고 한복 저고리 소매를 현대적 패턴과 디자인으로 재해석해 편안하면서도 선이 고운 옷을 선보이는 이새는 우리 고유의 아름 다움과 최신 유행을 접목한 다양한 스타일로 삼베옷을 제안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이새(02-763-6818) 

글 박경실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