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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리포트 현명한 화장품 소비자가 되기 위하여
하루에도 수십 개씩 새로운 화장품이 쏟아져 나온다. 집안 대대로 비법을 전수한다는 화장품, 유명 연예인이 만든 화장품, 심지어는 전기공학자와 패션모델도 화장품을 만드는 세상이니 화장품 시장은 참 넓고도 복잡하다. 그런데 과연 이 모든 화장품을 믿고 사용해도 될까?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랑콤 스킨케어 연구소를 방문했다. 8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오직 화장품만 만들어온 브랜드에서는 과연 어떻게 화장품을 연구하고 있을까? 랑콤이 분석한 한국 여성의 화장품 소비 성향, 화장품 개발에 앞서 고려하는 안전성 문제 그리고 혁신적 성분을 찾아내는 과정을 취재했다.


1조 4백억 원의 연구비와 3천6백76 명의 연구원
희귀한 바다생물 추출물만 사용한다는 화장품, 수천 년을 이어져온 한의학의 비법을 담은 화장품 등 환상에 가까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장품이 많다. 그런데 이런 환상적 이야기가 늘어날수록 우리는 어떤 화장품을 선택해야 할지 점점 더 혼란에 빠져든다. 1935년에 선보인 제품을 지금도 그대로 판매하고 있는 랑콤은 78년 전에도 그리고 현재도 여전히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화장품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제품의 뛰어난 효능이라는 이야기를 말이다. 유럽,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 곳곳에 열여덟 곳의 센터를 운영하며 3천6백76명의 연구원과 생물학, 심리학, 피부학, 약물학 그리고 때로는 메이크업의 발색 성분을 연구하는 지질학자까지, 각 분야의 권위자와 함께 화장품을 개발하는 이유도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한 환상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대신 효능 자체를 광고하기 위해서다. 그 예로, 2011년 한 해에만 7억 2천1백만 유로(약 1조 4백억 원)를 연구 개발에 투자했고, 6백13개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세계 곳곳에 있는 1백여 곳의 연구소와 연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매일 6.3가지 화장품을 사용하는 한국 여성
화장품 시장에서 랑콤의 종합 판매율은 세계 1위를 차지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화장품 브랜드의 비결이 무엇인지 랑콤 아시 아퍼시픽 스킨케어 마케팅 매니저 숀 첸 씨에게 물었다. “이토록 훌륭한 성과는 전 세계 고객이 랑콤을 신뢰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랑콤 또한 여성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다는 뜻이고요. 15년 전까지만 해도 화이트닝 제품에 대한 랑콤의 노하우는 전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아시아 여성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그에 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를 거듭했고, 그 결과 유럽 브랜드 중에서는 처음으로 화이트닝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통계를 보면 한국의 뷰티 시장 규모는 세계 9위에 랭크돼 있다. 그중 메이크업 부문은 6위, 스킨케어는 5위를 기록하는데, 아시아는 향수 수요가 유럽과 미국에 비해 적은 것을 감안하면, 이 순위는 놀라울 정도로 높은 것이다. “한국 여성은 다른 고객보다 훨씬 다양한 요구를 합니다. 계절의 영향도 많이 받는 편이고요. 피부 보습을 매우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고, 특히 ‘동안’에 대한 욕구를 강하게 표출합니다. 중국이나 일본 여성과 비교하자면 중국 여성은 브랜드를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 한국 여성은 효능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국 여성은 아름다움을 관리하는 것을 생활의 한 부분으로 여깁니다. 일본 여성은 매일 3.4가지 제품을 사용하는 반면, 한국 여성은 6.3 가지 화장품을 매일 사용하는 것이 이를 증명해주지요.”

아르망 프티쟝 회장이 랑콤을 설립한 1935년 당시, 랑콤은 프랑스 최초의 럭셔리 뷰티 브랜 드였다. ‘뷰티업계의 베르사유’라고 불리며 여성을 위한 가장 호화롭고 매혹적인 향수와 스 킨케어, 메이크업 제품을 선보였다.

6만 5천여 명의 직원과 1년 동안 6백13개의 특허 출원
1907년 유젠 슐러라는 화학자가 설립한 로레알 그룹에는 전 세계 6만 5천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그중 3천6백여 명은 연구원이다. 화학, 생명공학, 약학 등 30~40여 개 분야에 걸쳐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는 스킨케어 연구소에서 하나의 화장품을 개발하기까지는 과연 어떤 과정을 거칠까? 로레알 그룹 연구소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케롤린 블라티에 씨에게 물어보았다. “전 세계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는 완벽한 제품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궁금하다는 말이죠? 가장 먼저 여성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파악합니다. 화장품의 질감, 향, 효능에 관한 것 외에도 ‘몰래 카메라’를 장착한 거울을 보며 화장품을 바르는 테스터들의 반응을 분석해 각 나라별 제품 사용법 같은 문화적 차이까지 관찰하죠. 8백50명의 연구원이 재직하는 이 연구소를 포함해 전 세계에 열아홉 곳의 연구소가 있고, 서울을 포함한 열여섯 개 도시에서 테스트 센터를 운영하는데, 다양한 도시에서 진행하는 테스트를 통해 제품 개발 첫 단계부터 각기 다른 문화권에 속한 고객의 반응을 파악할 수 있지요.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마스카라 붓을 바르는 횟수라든가 파우더를 바르는 방법, 헤어 염색제의 사용량 등을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한국 여성은 다른 아시아 고객보다 피부 보습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고, 주름개선과 피부 탄력에 대한 관심도 다른 아시아 여성에 비해 높아요.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기초로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까지는 평균 2~5년간의 연구 기간과 1~2년간의 개발 과정이 필요한데, 이러한 세심한 연구를 통해 여성에게 꼭 필요한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찾아낸 랑콤의 혁신적 연구 결과는 특허 출원으로 이어진다. 로레알 그룹이 2011년 한 해 동안 출원한 특허는 모두 6백 13개에 달하는데, 핵심 원료뿐 아니라 마스카라 붓이나 텍스처처럼 다양한 개발품이 수많은 특허로 보호받고 있다. 하나의 제품이 무려 열 개의 특허를 갖고 있기도 한데, 출원하는 특허는 개당 10만 유로의 비용이 소요되니, 로레알 그룹은 매년 6백 개 이상의 특허를 출원하며 지적재산권 보호와 타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위해 많은 예산을 사용하는 셈이다.

랑콤 연구소는1천여 가지의 원료를 보유하고 있다. 화장품 원료를 믹싱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소는 각 원료가 투입되는 순서와 믹싱 시간 그리고 온도다. 각 포뮬러의 특성은 점도, pH, 색, 향, 안전성 테스트 등으로 정리되며 이곳 연구소에서 완성한 포뮬러는 사람의 지문처럼 각각의 기록을 남긴다.

랑콤 스킨케어 연구소 사이언티픽 디렉터
베로니크 델비뉴 박사의 세 가지 자랑

화장품도 첨단 과학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랑콤이 이뤄낸 과학적 성과는 무엇인가요?

비지오네르에 함유된 혁신적 활성 성분 LR2412, 제니피끄를 통해 보여준 유전체학과 활성성분체학의 진보, 압솔뤼에 농축된 랑콤 장미 줄기세포, 레네르지가 주목한 피부 구조학 등 모두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자랑할 게 많네요.

랑콤은 다른 브랜드와 어떻게 다른가요?
우리는 수많은 프로젝트를 수년에 걸쳐 연구합니다. 우선 피부 생물학부터 연구하기 시작하지요. 예를 들면, 줄기세포를 20년 동안 연구한 뒤에야 압솔뤼 프레셔스 셀을 출시했습니다. 또 14년간의 연구 끝에 어드밴스드 제니피끄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자면 피부 생물학 연구에 바친 시간, 새로운 화장품 적용 개발에 대한 연구, 최상의 활성 성분을 선별해 테스트하는 시간 그리고 여러 나라의 다양한 조건에서 테스트하는 시간까지, 화장품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진행하는 섬세한 연구와 테스트는 가히 독보적일 것입니다.

랑콤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무엇인가요?
랑콤 스킨케어 제품은 전 세계적으로 2백 가지 이상의 다양한 제품이 있다는 걸 알고 계시지요? 생물학과 약학, 화학, 생명공학, 통계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최고 전문가들과 개발한 최고의 제품들이지요.


화장품, 과연 피부에 안전한가?
화장품의 궁극적 목적은 피부에 작용하는 효능이다. 그러나 그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안전성이다. 특정 에센스가 ‘대박’을 터트리면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서 비슷한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유명 연예인이나 환상적 문구로 도배한 광고, 저렴한 가격 등을 내세워 소비자를 유혹한다. 그런데 과연 이렇게 속전속결로 만든 제품을 믿고 사용해도 될까? 효능은 둘째치고, 피부에 안전하긴 할까? 랑콤 연구소 스킨케어 디렉터 브 리지드 라봐드 씨는 화장품의 효능과 안전성에 관해 이런 답을 들려주었다. “랑콤은 모든 화장품을 시장에 선보인 시점부터 최소 3년간 그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3년에 걸쳐 행한 테스트와 동일한 결과를 내는 안전성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안전성 테스트를 통과한 포뮬러는 이어서 효능 테스트를 거치는데, 안티에이징 제품처럼 한 제품의 콘셉트와 기능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각 기능의 효능을 확실하게 증명하도록 기구나 기계를 통한 테스트, 피부 전문의 테스트 그리고 소비자 테스트를 통해 검증하지요. 모든 포뮬러에 필수적으로 무독성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연구소에서는 먼저 1~2kg의 소량으로 제품을 만든 후, 그 양을 100kg, 300kg까지 점차적으로 늘리며 테스트 제품을 생산합니다. 톤 단위로 생산하는 공장 규모의 제작에 앞서 생산량이 늘어남에 따라 그 변화를 미리 체크해 완벽한 품질을 검증하는 과정은 꼭 필요하지요.”

랑콤을 빛낸 스타 제품5

1 랑콤 UV 블랑 엑스퍼트 멜라노라이저 스팟 이레이저
색소침착의 원인에 근본적으로 작용해 다크 스폿을 방지하고, 멜라닌 생성을 억제해 맑은 피부로 가꾼다. 30ml, 14만 5천 원.
2 랑콤 압솔뤼 프레셔스 에센스 올레오-세럼 갈조류와 플랙스 추출물로 구성한 활성 성분이 칙칙한 피부 톤을 맑게 개선하고, 푸석푸석한 피부를 매끄럽게 가꿔준다. 30ml, 35만 원.
3 랑콤 비지오네르[LR 2412 4%] 어드밴스드 스킨 코렉터 식물의 자가 치유 현상에서 고안한 LR2412 성분이 노화된 모공과 탄력을 개선해 생기 있는 피부로 가꾼다. 30ml, 12만 원.
4 랑콤 어드밴스드 제니피끄 젊음의 활성 성분을 연구하는 유전체학과 활성성분체학에서 발견한 단백질 합성 촉진 성분이 피부 탄력을 강화하고 보습력을 높여준다. 가격 미정.
5 랑콤 레네르지 멀티-리프트 크림 피부를 구성하는 표피층, 표피와 진피 접합층, 진피 상부와 진피 하부 그리고 피하지방층에 작용해 탄력을 되살려준다. 50ml, 15만 원.

로레알 리서치 & 이노베이션 센터의 안전 측정 디렉터
발레리 마시니-에테브 박사와의 3문3답

‘화장품 보안관’이라고 들었습니다. 위험한 일처럼 들리는군요. 피부에 위험한 성분과 상황을 잡아내는 일을 하고 있어요. 책임이 막중한 일이지요. 로레알 그룹과 연구소의 안전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는 직원이 1백여 명입니다. 독물학자, 제약학사, 의사, 생물학자, 화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협업하는 부서로, 프랑스와 미국 그리고 아시아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의 첫 번째 미션은 제품의 무독성과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이며, 각 나라의 화장품 관련 법규에 따라 원료부터 완제품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안전성을 보장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피부에 안전한 성분과 위험한 성분을 어떻게 구별하나요?
“이 성분이 위험한가?”라는 질문은 적합하지 않아요. 휘발유는 잠재적으로 폭발과 화재, 혹은 가스 중독 같은 여러 위험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는 성질이 있습니다. 휘발유의 이러한 성질은 인위적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이지요. 휘발유처럼 극도로 위험한 성분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비추어볼 때 “이 성분이 위험한가?”라는 물음은 정확한 질문이 아니에요. “위험한 상황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더 적합할 겁니다. 모든 성분은 잠재적 독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어떤 성분의 위험성은 그 성분의 사용 방법과 노출 환경, 함량 등으로 규정됩니다. 제품의 안전성과 위험을 검증하는 과정은 특수한 지식과 노하우가 필요하고, 우리 안전 정책팀은 방대한 지식과 성분 자체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테스트 결과를 대입해 위험한 성분을 잡아냅니다.

정말 여러 가지 상황이 존재할 텐데요, 화장품으로 인한 위험한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지는 어떻게 검증하나요?
우선 각 원료 속에 내재된 잠재적 위험 요소를 분석하는 것을 가장 첫 번째로 실시합니다. 두 번째 사안은 함량에 관한 부분입니다. 첫 번째 단계의 안전성 테스트를 통과한 원료가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정 함량을 찾아내는 것이지요. 세 번째는 각 제품을 소비자가 어떠한 환경에서 어떤 위험 요소에 노출되어 사용하는지를 관찰하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검증 결과로 얻은 위험 요소는 수치화되고, 이렇게 계산된 수치의 1/100이 로레알 그룹의 모든 완제품이 가질 수 있는 최대 위험 수치입니다. 다시 말해 위험한 요소를 발견하면 그것을1백 배로 대입해 테스트해보고, 그래도 아무 이상이 없을 때 비로소 제품을 만든다는 뜻입니다. 마지막으로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랑콤의 수많은 제품은 갖가지 다양한 원료로 만들지만 모든 제품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한 가지 성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성분의 이름은 바로 ‘안전’이지요. 



취재 협조 랑콤(080-022-3332) 

글 박경실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