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름은 사춘기의 상징으로 여기지만 이제는 성인에게도 흔한 피부 문제다. 지난 50년간 여드름은 나이에 상관없이 번져갔고, 수많은 20~40대가 여드름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20년간의 연구 결과를 통해 여드름으로 고민하는 사람의 연령이 높아졌다고 발표한 영국 브리스틀 대학교 연구팀의 얘기를 들어보자.
“성인 여드름은 전 세계적 문제라 할 정도입니다. 여드름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여기는 유전자에 엄청난 변화라도 생긴 걸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는 환경의 변화에 그 원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생활 방식, 식습관, 스트레스는 2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변했다. 그리고 이 세 가지는 모두 유전자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유전과 관련한 병들은 이러한 변화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다양한 원인들이 뭉쳐서 병이 되는 여드름이야말로 복합 만성 질환인 것이다. 여드름은 단순하지 않다. 증상만 놓고 보면 간단한데, 남녀노소 구분 없이 생기고 환자는 계속 늘어난다. 이제 여드름은 평생 관리하고 그때그때 치료해야하는 난치성 질환이 되었다. 여드름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상상을 넘어설 정도로 심각하다. 여드름이 우리를 죽일 수는 없지만, 우리를 울리고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확실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여드름은 천식이나 간질보다 더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준다. <영국 피부과학회지>에 실린 연구를 보면 여드름으로 스트레스 받는 20~30대 중 62%가 불안과 우울증을 경험하며, 심한 경우는 정신과 치료가 필요할 정도라고 한다.
여드름, 누구냐 넌
여드름은 피지선, 모낭, 털(모발), 털세움근육(입모근)으로 이루어진 모피지선에서 생기는 질환이다. 모공 아래의 작은 주머니를 모낭이라고 하는데, 모낭에는 작은 털과 털세움근육 그리고 기름과 비슷한 피지를 만드는 피지선이 있다. 피지 세포가 있는 모낭 안쪽도 피부처럼 각질이 생기는데, 이 각질은 피지와 뭉쳐서 털세움근육을 따라 모낭 밖으로 나온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모낭의 피지 분비가 증가하면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나고, 그 결과 여드름이 난다.
여드름에 좋은 음식, 나쁜 음식
흔히 지방이 많은 식품이 여드름에 더 안 좋을 거라 생각하지만, 피를 맑게 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여드름 환자는 실제로 GI(혈당지수)와 GL(혈당부하지수)에 따라 음식을 골라 먹는 편이 낫다. 이 지수가 높은 식품은 피하는 것이 좋은데, 대표적으로 밀가루 음식이다. 식빵이나 햄버거 같은 빵 종류와 국수류, 튀김 등이 해당한다. 같은 무게의 돼지고기와 식빵의 경우 돼지고기의 GI 지수가 식빵의 절반밖에 안 되는 것을 보면 우리 상식과는 많이 다르다. 이 밖에 기름기가 많고 당분이 많은 음식, 맵고 자극적인 음식, 인스턴트식품 등은 피하는 게 여드름뿐 아니라 건강에도 좋다.여드름으로 고민이라면 두부, 콩, 녹황색 채소, 버섯, 대구, 해초류, 현미 위주의 식사를 추천한다.
어떻게 씻을까
백화점이나 약국에 가면 수많은 여드름 관련 제품이 있다. 최고급 성분이라든가 외국에서 인기 있는 제품이라는 설명과 함께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의 제품도 많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세안이다. 여드름이 났을 때 어떻게 얼마나 자주 어떤 제품으로 세안해야 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여배우들이 자신의 세안법을 전파하기도 하고, 인터넷에도 수없이 많은 내용이 올라오지만, 모두 자신의 경험만을 얘기할 뿐 의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하나도 없다. 다만 2006년 <소아피부학>에 실린 하버드 대학교 연구진의 ‘세안 횟수에 따른 효과 분석’을 보면, 자극적이지 않은 세안제를 사용해 아침저녁 하루 두 번 세안하는 것이 여드름에 가장 효과적이다.
피부과 치료
여드름을 치료하기 위해 20여 가지 방법을 사용하는데, 주로 스케일링이나 IPL, PDT 같은 방법이 대중적이다. 최근에는 1320nm의 레이저 파장을 이용한 신개념의 여드름 치료가 호응을 얻고 있다. 스케일링은 일주일 간격으로 받는 게 일반적이고, 가격은 1회 7만~12만 원 선. 붉은 여드름은 혈관 레이저 치료가 효과적으로, 1회 20만~40만 원 선이다. 부위와 증상별로 다르지만 3~4회 시술받아야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여드름에 의해 색소침착된 부위는 알라딘 필링 시술을 2~3회 하는데, 1회에 30만 원 선.
여드름 자국
붉게 뾰루지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가라앉히는 쪽으로 노력해야 할지, 빨리 곪게 해서 짜내는 게 나을지 고민한다. 피부과 전문의 김경진 원장은 최대한 달래서 가라앉히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염증성 여드름은 만질수록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여드름을 손으로 짜면 여드름이 없어진 자리가 검게 변색되어 한참 동안 남아 있는 색소침착이 생긴다. 이런 자국은 한번 생기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이상가니 손으로 여드름을 짜거나 뜯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여드름이 보내는 신호
내장에 이상이 생기면 몸은 제일 먼저 얼굴에 신호를 보낸다. 기혈의 순환 경로인 경락이 주로 얼굴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오장육부에 문제가 생기면 해당 경락이 지나는 부위에 여드름이 생기고, 여드름 난 부위를 잘 살펴보면 내부 어느 부위에 이상이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마 이마는 신체 장기 중 심장에 해당한다.
코 간, 폐, 위장과 관계가 깊다.
턱과 목 신장 기능이 저하되거나 자궁, 생식기의 기능이 약해지면 턱이나 목 쪽에 여드름이 난다. 여자는 생리 기간이 다가오면 턱 쪽에 여드름이 나기도 한다.
볼 왼쪽 볼은 간에 이상이 생길 경우, 오른쪽은 폐와 연관이 있다. 등 술과 기른진 음식, 스트레스, 흡연 등과 관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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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드름 토막 상식 Q&A Q 여드름은 피지 분비 과잉에서 비롯된다던데, 건성 피부는 왜 여드름이 나나? A 건조한 피부라고 해서 피지 분비가 적은 것은 아니다. 건조함과 피지는 관계가 없다. 여드름의 주요 원인은 피지의 과다 분비 때문이며, 따라서 건성 피부라면 여드름과 거리가 멀다. 하지만 피지 분비량이 적당하더라도 모공이 막혀있거나, 여드름 균으로 인해 각질이 두꺼워지거나, 잘못된 화장 습관으로 모공을 막아버린다면 여드름이 생길 수 있다. Q 갑자기 여드름이 났다. 응급조치법은? A 평소 여드름 연고와 스폿 항생제를 상비약처럼 준비해 둘 것. Q 여드름이 곪아도 짜지 말라고 하던데, 그대로 두면 점이 되지 않나? A “여드름을 잘못 짜면 점이 된다” 혹은 “여드름을 짜지 않고 놔두면 점이 된다” 는 등 여러 의견이 있지만 실제로 여드름은 점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여드름 끝에 멜라닌이라는 색소가 침착되어 검은 점으로 보일 뿐이다. 이것을 짜서 보면 여드름 씨의 끝이 까맣게 되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점으로 변할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Q 여드름 관리를 위해 피부과에 다니면 소문대로 피부가 더욱 예민해지나? A 악화되기 전에 치료해서 후유증을 막는 게 피부를 위해 더 낫다. 어차피 또 나니까 치료를 그만두자는 생각은 위험하다.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후유증이 생긴다. 여드름 관리는 후유증을 예방하기 위한 관리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
도움말 김경진(더미소피부과 원장), 노재광(스타일미클리닉 원장) 일러스트레이션 최익견 어시스턴트 박하영 참고 도서 <스킨 다이어트>, <여드름 한방으로 한 방에 해결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