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이너 김서룡
“한복 소재 중 항라를 특히 좋아해요. 명주, 모시, 무명실 등을 세 올이나 다섯 올씩 걸러서 구멍이 송송 뚫리게 짠 옷감인데, 시원하게 입을 수 있어 여름옷에 주로 사용합니다. 어떻게 하면 겨울옷에 어울릴까 고민하다가 한 겹 한 겹 항라 원단을 겹쳐서 ‘김서룡식 한복’을 만들어봤습니다.”
▲ 디자이너 진태옥
“언젠가 전시회에 갔다가 하얀 누비 배냇저고리를 보고 어쩜 저렇게 예쁠까, 감탄한 적이 있어요. 그때 본 옷을 떠올리며 한복 저고리를 블라우스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비단으로 동정을 만들어 넓은 깃 위에 덧대고 옷고름 대신 잔잔한 단추를 달아 일상복에 가깝게 디자인했지요.”
▲ 디자이너 한혜자
“한복이라고 하면 흔히 조용하고 단아한 이미지를 떠올리지요? 그것은 그것대로의 멋이 있지만, 저는 한복이 지닌 ‘드레시’함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딸을 위해 붉은 비단에 노방을 한 겹 덧대어 강렬한 인상을 풍기는 한복 치마를 만들었어요. 한복은 화려한 드레스가 어울리는 공식 석상이나 기분 전환을 위한 과감한 의상으로 잘 어울리거든요. 한복이야말로 우리 고유의 오트 쿠튀르인 셈이지요.”
▲ 디자이너 이석태
“잘 재단한 두루마기와 배자를 보면 전통 한복이 지닌 미래 지향적 디자인에 감탄하게 됩니다. 주머니도 없고 소매도 없는 세련된 배자를 만들고 싶었는데, 한복 패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터라 한복 디자이너 백옥수 씨의 도움을 받아 라벤더빛 누비 배자를 만들었습니다. 겨울 코트 안에 조끼처럼 입으면 따뜻하면서도 멋스러울 겁니다.”
▲ 디자이너 임선옥
“색동은 아이의 저고리와 두루마기의 소맷감으로 사용하는 소재지만, 저는 이미 오래전부터 평소 디자인 작업에 사용해왔어요. 가볍고 신축성이 좋은 스판 쿠션 코트에 색동을 덧대 한복과 양복의 경계가 없는 외투를 완성했습니다.”
▲ 디자이너 스티브 J & 요니 P
“우리의 전통 옷을 현재로 데려와 생활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일상 한복’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면서도 한복 특유의 ‘손맛’을 느끼고 싶어서 한복 디자이너 차이 김영진 씨에게 손바느질한 누비 두루마기와 마고자를 변형시킨 망토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한복 고유의 소재와 색, 선을 응용한 좀 더 ‘젊은 옷’을 만들어보고 싶네요.”
▲ 디자이너 박승건
“왕의 의복인 건룡포에서 영감을 받아 두루마기를 만들었습니다. 한복이 지닌 점잖은 느낌을 위트 있게 중화하고 싶어서 평소 자주 사용하는 도트 프린트의 흰색 면 소재로 만들었지요. 흰색이라서 때가 잘 타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면으로 만들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 물세탁할 수 있으니까요.”
▲ 디자이너 최지형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사회 인식을 제고하고 보존·전승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아름지기와 함께 ‘한복 현대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그때 한복에 대해 배우면서 활동성과 멋을 두루 갖춘 배자의 매력에 푹 빠졌지요. 이번에 만든 울 소재 배자는 지극히 ‘최지형적’이면서 현대적 느낌을 살렸어요.”
스타일링 서영희 캘리그래피 강병인
- 한복의 재발견, 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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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한복을 입을까요? 자신만의 색色과 선線을 담아 직접 지은 한복을 입고 아홉 명의 디자이너가 모였습니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