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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하우스의 문화 프로젝트 꿈을 담은 가방
생각의 전환과 마음의 순화가 필요한 일상, 우리는 꿈꾸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볼 시간이 필요하다. <행복>은 4인의 공예가와 함께 MCM 가죽 공방을 찾았다. 쓰고 남은 가죽 조각과 폐자재를 재활용해 패션 그 이상의 문화를 함께 나누고 싶어서였다. 평범한 생활과 예술적 삶이 서로 맞닿아 있음을 전하기 위해 제작한 네 개의 가방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과 일상 이야기, 여행, 멋 그리고 추억을 가득 채웠다.

MCM이 전하는 이야기
시간이 지날수록 의미가 깊어지는 것이 있다. 촉감으로 느끼는 일, 정성이 들어가는 일, 정교함을 필요로 하는 일. MCM의 가죽 장인들은 유연하고 능숙한 솜씨로 가죽을 무두질하고, 공방 한편에서는 드르륵드르륵 백 마디의 말을 뛰어넘는 재봉 소리가 들려온다.

다양한 컬러와 사이즈로 선보인 편지 봉투 모양의 러브레터 도큐먼트 케이스와 장지갑, 브랜드를 상징하는 MCM 로고 패턴의 비세토스 장지갑과 여행 가방 모두 MCM 제품.


이야기를 담다 _북 아티스트 유림 씨
우리는 간편하고 신속한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다. 디지털은 공기처럼 가볍고 빠르게 지나간다. 그러나 유림 작가는 종이를 바느질하고 곱게 풀을 발라 정리한 후 부드러운 가죽으로 책 표지를 싼다. 세세하게는 서른 가지 이상의 공정을 거치는 수제 책 장정은 그야말로 ‘느린 예술’이다. 영국 세인트 마틴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한 작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래픽의 필수 도구인 컴퓨터를 싫어했고, 직접 손으로 만드는 책에 마음을 빼앗겼다. MCM 가죽 공방에서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 가죽으로 만든 이 작품은 예술 제본 장정의 일부 공정을 적용해 완성했다.


MCM의 여행
MCM은 로마숫자 표기로 ‘1900년’을 의미한다. 1900년대는 기차와 비행기, 자동차를 이용해 인류가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한 시기다. 세계 역사상 중요한 변화를 상징하는 1900년의 여행 코드는 여유로움과 도전 정신이 공존하는 럭셔리 라이프를 전파하는 MCM의 브랜드 헤리티지와 그 여정을 함께해왔다.

MCM 아카이브에서 가져온 와펜 등 다양한 종류의 이미지를 프린트한 바스코라인 컬렉션은 백팩과 파우치, 지갑으로 구성된다. 모두 MCM 제품.

여행을 담다 _가죽 공예가 김세준 씨
가죽으로 만들 수 있는 건 무엇이든 만드는 가죽 공방JNK의 김세준 작가는 재단부터 바느질, 마감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을 핸드메이드로 작업한다. 하나하나 손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생산성의 불리함은 핸드메이드기에 가능한 탁월한 품질로 대치되는데, 김세준 작가의 작업물은 정교하고 숙련된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MCM의 자투리 가죽으로 만든 이 작품은 가죽 공방JNK를 세계에 알린 카메라 케이스를 비롯해 플리플롭, 휴대용 보틀 커버, 펜 케이스와 휴대폰 커버, 종이비행기 등 여행을 떠올리게 하는 실용적 소품으로 꽉 채웠다.

미니 사이즈의 실크 스카프는 MCM 제품.

MCM이 제안하는 멋
예술 작품을 접할 때 우리는 직접 보는 데서 감동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것이 내 생활 속으로 들어왔을 때 더 깊이 감동하게 된다. 독일을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 MCM은 바라보기만 하는 예술을 우리 곁에 가까이할 수 있게, 그리고 그 안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도록 패션을 선택했다.

악어가죽으로 만든 그레이 클러치백, 체인 스트랩을 탈착할 수 있는 옐로 클러치백, 나비 모양의 브로치, 악어가죽 소재의 레드 그립백, 수채화를 그려놓은 것 같은 스카프와 여행 가방은 모두 MCM 제품.

멋을 담다 _장신구 디자이너 김훈정 씨
가죽, 금속, 자개, 구슬, 깃털 등 다양한 소재를 이어 붙이거나 핸드 프린팅 그림을 그려 넣는 등 디자인이 신선한 브로치와 목걸이, 펜던트를 만드는 김훈정 작가는 틀에 박힌 소재와 선입견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조형미를 보여준다. 장신구의 매력은 평범한 스타일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힘이라 꼽는 그는 일상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지퍼와 단추 등 평범한 소재를 장신구로 만드는 것을 즐기다가, 주변에 한 점 두 점 만들어 선물한 것이 입소문 나면서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됐다. MCM과 함께한 이번 작업은 손바닥만 한 자투리 가죽조차 옷차림에 생기를 불어넣는 새롭고 완벽한 액세서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선글라스와 실크 스카프, 지퍼 여밈의 금빛 지갑, 넥타이, 체인 스트랩을 탈착할 수 있는 콤팩트한 사이즈의 옐로 클러치백, 붉은색 가죽 벨트는 모두 MCM 제품.

MCM과 1976년의 추억
MCM은 ‘Mode Creation Munich’의 약자로, 탄생지인 독일 바이에른 뮌헨에 대한 오마주다. 1970년대 뮌헨은 열정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의 글로벌 노매드와 당대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모이는 도시였고, MCM은 이러한 도시 분위기에서 영감을 받아 1976년 탄생했다. MCM 로고의 월계관은 명예로운 성취를 뜻하며, 전통에 대한 존중과 미래를 향한 진보를 의미한다. 함께 프린트한 다이아몬드 로고는 고대 유럽의 놀이용 카드에서 유래했으며, 전통에 대한 존중과 강인함 그리고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블랙 하드 케이스 여행 가방과 인형, 열쇠고리는 MCM 제품.

추억을 담다 _길종상가 김윤하, 류혜욱, 송대영, 박길종 씨
폐품 줍는 할머니의 경쟁자로 자신을 소개하는 박길종 작가는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해 새로운 가구를 선보인다. 폐품 디자이너, 재활용 디자이너로도 불리지만 목공 작업실 ‘길종상가’의 박길종으로 불리길 바란다는 그는 버려진 가구를 리폼하거나 목재만 사용한 책상과 책장, 사이드 테이블 등을 만들며 다각도로 변신이 가능한 재기발랄한 가구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MCM의 폐자재로 만든 인형의 집은 길종상가 만물상의 김윤하, 직물점의 류혜욱, 화랑의 송대영과 공동 작업한 것으로, 4인의 젊은 아티스트가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재현한 아기자기한 한 편의 동화다.

사자 인형이 달린 열쇠고리는 MCM 제품.


리터칭 김은수 제품 협조 MCM(02-2194-3854)

진행 박경실 기자 | 사진 김용일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2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