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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클래식이다 무난한 것이 가장 쓸모 있다는 사실
유행이란 그 속성상 낭비를 조장한다. 패션에서 진짜로 고수가 되려면 새로운 유행이 전파되기 전에 물건을 사고 시즌이 끝날 때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이렇게 수명이 짧은 패션 트렌드 속에서 58년 동안 유행하는 가방이 있다. 가죽에 금속 체인을 엮은 어깨끈, 각 잡은 사각형, 다이아몬드 모양의 퀼팅으로 전 세계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은 가방 얘기다.

혁신해야 할 것과 전통을 존중해 남겨야 할 것
고전 중의 고전으로 꼽히는 몇 가지 패션 아이템이 있다. 그것은 단순한 액세서리를 넘어 스타일 아이콘이 되고, 그 유행이 오래 지속되면 명품이란 호칭을 얻어 우상의 자리에 등극한다. 퀼팅 파우치 형태로 1929년 샤넬 역사에 처음 등장해 1955년 2월에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한 ‘2.55 백’은 여성용 백에 처음으로 어깨끈을 단 혁명적인 가방이다. 손에 들어야 하는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한 숄더백은 여성의 한쪽 팔을 가방으로부터 해방시켰다. 고상함과 기능성을 겸비한 이 백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담았다. 무거운 짐을 넣어도 끊어지지 않도록 고안한 금속 체인 끈, 가방의 내용물이 보이지 않도록 하는 접이식 구조, 립스틱을 수납할 수 있도록 설계한 안주머니, 가방 안쪽 좌우에 블러셔와 파우더를 넣을 수 있도록 만든 두 개의 주머니, 가방 뒷면에 단 작은 팁tip 주머니, 연인에게 받은 러브레터를 숨길 수 있는 비밀 주머니 등은 모두 여자에 대한 깊은 이해를 엿볼 수 있는 장치다.

유행을 뛰어넘는 존재감
1990년대부터 가방을 포함한 가죽 소품은 명품 브랜드 입문 아이템으로 향수와 겨룰 만한 정도가 되었다. 브랜드 입장에서도 이런 현상은 매우 반가웠다. 그도 그럴 것이 가방은 옷과 달리 사이즈 구분도 없고 사기 전에 입어볼 필요도 없다. 게다가 옷만큼 유행을 타는 것도 아니니, 가장 팔기 쉬운 명품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런 현상은 1980년대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이 시기 미국에서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여성도 남성의 서류 가방 같은 것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업무용 가방을 고를 때는 화려함보다는 고급스러움과 실용성이 선택의 기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급 가죽 가방은 아무래도 비싼만큼 부담이 컸기에 유행을 탈 것처럼 보이는 디자인은 외면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사회 활동을 하는 여성에게 가죽으로 만든 견고한 숄더백은 신분을 상징하는 징표이자, 매우 실용적인 액세서리로 주목받게 된다.


1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퀼팅한 아이보리 가죽 백은 65만 원, 케이트 스페이드.
2 옷차림을 경쾌하게 연출하는 붉은색 숄더백은 69만 원, 케이트 스페이드.
3, 5, 6, 8 양가죽, 악어가죽, 트위드, 페이턴트, 데님 등 다양한 소재로 선보이는 2.55 백과 클래식 백은 샤넬.
4 미니 사이즈의 검정 숄더백은 니나리치.
7 부드러운 가죽 질감의 숄더백은 89만 5천 원, 타임.


패션은 변해도 스타일은 남는다
모두가 알고 있는 트렌드는 이미 구식이라 말해도 과장이 아니다. 몇 번 입었을 뿐인데 어느새 유행이 지나가 버린 옷을 우리는 셀 수 없이 봐왔다. 1955년 2월에 만들었다고 해서 ‘2.55’라는 이름이 붙은 샤넬의 퀼팅 백이 인기를 끌자, 여러 패션 브랜드가 앞다투어 다양한 버전의 퀼팅 백과 체인 숄더백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퀼팅 가공은 가방의 내구성을 강화하고 형태가 변하는 것을 방지해주며, 가죽에 금속 체인을 엮어 만든 어깨끈은 무거운 짐에 견딜 수 있게 한다. 도시 거리에서나 해변가에서나, 청바지를 입었을 때나 이브닝드레스 차림일 때나 모두 어울리는 가방은 그리 많지 않다. 실용적이면서 멋스럽고, 클래식하면서 지극히 현대적인 가방 역시 흔치 않다. 유명한 코코 샤넬의 말처럼 패션은 유행처럼 왔다 가지만 스타일은 영원하다. 그리고 무난한 것이 실은 가장 쓸모 있다는 사실 역시 세월을 관통하는 진리다.



손 모델 주민희 네일 아트 한혜영(블러시 라운지) 참고 도서 <클래식 패션> <샤넬 전략> <명품의 조건> <워너비 샤넬> 제품 협조 니나리치 액세서리(02-772-3303),샤넬(02-3708-2006), 타임(02-547-3825), 케이트 스페이드(02-2250-9640)

진행 박경실 기자 | 사진 한정훈(H팩토리 스튜디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2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