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이 어린 시절을 보낸 운현궁은 사람들로 붐비는 인사동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근대사에서 대원군의 정치 활동 근거지로도 유서가 깊은 곳이다. 그간의 세월을 말해주는 뿌리 깊은 나무들이 시원한 바람과 상쾌한 공기를 만들어낸다.
(왼쪽) 화이트 셔츠는 앤클라인, 케이프 스타일의 남색 모직 코트는 발리, 신축성 있는 인조 가죽 팬츠는 클럽모나코, 페이턴트 소재의 플랫 슈즈는 보테가 베네타 제품.
(오른쪽) 아이보리 컬러의 점잖은 터틀넥니트 톱은 보테가 베네타. 퀼팅한 레더로 어깨에 포인트를 준 블랙 모직 재킷과 와이드 팬트는 에르메스. 금속 막대를 엮은 가죽 목걸이는 구호 제품.
부암동의 유명한 산모퉁이 카페를 돌아 조금만 올라가면 백사실 계곡 입구가 나온다. 실제로 굽이치며 물 흐르는 절경의 백사실 계곡은 서울의 비밀 정원으로 불린다. 초석만이 쓸쓸히 남아 있는 <오성과 한음>의 주인공 이항복의 별장지 돌계단에 앉아 코끝을 감도는 숲 향기를 한껏 맡아볼 것. 상수리나무와 산벚나무가 군락을 이뤄 천지를 붉게 물들이고 있어, 서울 한복판에서 만나는 자연에 새삼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왼쪽) 피치 컬러의 터틀넥 스웨터는 에스까다, 스웨터 안에 입은 저지 롱 원피스는 피인더팟, 풍성하게 목을 감싸는 면 머플러는 보스 오렌지 우먼, 카키색 플랫 슈즈는 구호 제품.
(오른쪽) 아이보리 터틀넥 스웨터는 토즈, 자석식 버튼으로 여미는 니트 후드 재킷은 에스까다, 캐멀 컬러 스웨이드 팬츠는 AK 앤클라인, 따뜻한 양털 모카신은 아지닥 제품.
붉게 물든 담쟁이덩굴이 인상적인 작곡가 홍난파 선생의 가옥. 1930년 선교사에 의해 지은 서양식 집으로, 홍난파 선생이 세상을 떠나기 전 6년간 기거하던 곳이다. 집 앞 계단을 내려와 걷다 보면 고종이 어렵게 다시 세운 독립문과 독립운동가의 감옥으로 사용한 붉은 벽돌의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 이른다. 서대문 일원의 근대 건축물들을 통해 시간의 흔적을 되짚어볼 수 있는 길.
(왼쪽) 퍼를 트리밍해 캐주얼한 점퍼는 발리, 가죽 팔찌는 토즈, 화이트 니트 레깅스는 에르메스 제품, 폭신하고 따뜻한 양털 부츠는 러브 모스키노 제품.
(오른쪽) 터틀넥 니트 톱은 발리, 캐멀 컬러 재킷은 구호, 여러 개의 골드 뱅글은 브리오니, 스웨이드 소재의 미니 클러치백은 발리 제품.
서울에서 가장 낭만적인 길로 꼽히는 덕수궁 돌담길. 그 길을 따라 호젓이 걷다 보면 정동극장에 다다른다. 다양한 문화 공연이 펼쳐지는 극장 야외 홀은 공연 리허설로 분주하다. 극장 내 카페 테라스에 앉으면 조선 말기 미국인 선교사 아펜 젤러가 세운 한국 최초의 교회 건축인 정동교회와 최초의 근대식 중등 교육기관인 배재학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왼쪽) 블랙 터틀넥 스웨터는 모스키노, 은은한 광택이 고급스러운 브라운 블라우스, 카키색 레깅스 팬츠는 모두 스위트숩, 스카프는 구호, 미니 클러치백은 토즈 제품.
(오른쪽) 목뒤에 고정된 블랙 시폰을 스카프처럼 두를 수 있는 니트 톱과 플리츠 롱스커트는 브리오니, 케이프를 입은 듯한 반소매 재킷과 줄을 분리해 클러치백으로 들 수 있는 가죽 백은 구호 제품.
모델 이루영 스타일링 박명선 헤어 김선희 메이크업 김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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쏜살같이 흐르는 세월 속에서도 서울의 시간이 멈춰 선 길이 있다. 고즈넉한 가을 정취로 물든 서울, 그곳을 거닐고 싶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