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동시통역사 안미림 씨 사랑스럽고 이지적이게
동시통역사로 활동 중인 안미림 씨는 평소에는 여성스러운 실크 원피스를 즐겨 입지만 공식 석상에 나설 때는 보수적인 블랙 슈트를 입는다. “제 화장대에는 선물 받은 향수가 많이 놓여 있어요. 저마다의 향기가 있는 만큼 그날 옷차림에 따라 향수를 선택하죠.” 딱히 정해놓고 쓰는 향수가 없는 그는 얼마 전 그가 가진 두 가지 이미지를 동시에 대변할 수 있는 향수를 추천받았다. 사랑스러운 여성의 모습과 전문직에 종사하는 프로페셔널한 여성의 모습. 한 여자가 가진 다양한 이미지를 동시에 표현해줄 샤넬의 코코 마드모아젤이 바로 그것. “다양한 모습을 지녔지만 한 사람이라고 느끼는 건 같은 향기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 아닐까요.”
안미림 씨의 이지적이면서도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샤넬 코코 마드모아젤은 과일 향 대신 시트러스 향과 화이트 머스크 톤을 가미해 모던한 느낌을 잃지 않게 한다. 화이트 블라우스와 스커트는 르베이지, 진주 이어링과 메탈 골드 스트랩 워치는 스톤헨지, 진주 장식의 코르사주는 마우리지오 페코라로, 베이지 톤의 힐은 게스 슈즈 제품. 코코 헤라 콘솔 화장대 책상과 코코 블랙 협탁은 꼬모 까사, 난쟁이 세라믹 오브제는 도데카에서 판매.
(오른쪽) 패션 디자이너 김재환 씨 향수는 패션의 마침표
샤넬, 디올 등 대부분의 패션 하우스에서는 그만의 향수를 선보인다. 그만큼 향수는 패션 이미지를 대변하는 아이콘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시가 지원하는 ‘Seoul’s 10 Soul’ 디자이너로 선정되는 등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남성복 패션 디자이너 김재환 씨 역시 이에 동의한다. “컬렉션이 이미지라면 향수는 그 위에 풍기는 브랜드의 향기일 겁니다. 향수는 컬렉션의 마지막 점을 찍는 것이라 할 수 있는 만큼 패션 디자이너라면 꼭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죠.” 훗날 김재환 씨가 향수를 개발한다면 그의 브랜드 알라니 ALANI의 기본 철학인 ‘less is more(적을수록 많다)’가 잘 어울리는, 사람 개개인의 향과 잘 어우러질 수 있는 향기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시원한 느낌의 향을 좋아합니다. 흰색 무광 페인트가 잘 칠해진 높은 벽 같은 느낌!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아쿠아 디지오는 처음 향을 맡고 구입한 향수라서 기억에 남습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아쿠아 디 지오와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은 흰 셔츠라는 김재환 씨. 아쿠아 디 지오는 흰 셔츠처럼 자유와 여유로움을 대변하는 향수로 열대의 과일 향과 바다의 쌉싸래한 향기를 담았다. 코펜하겐 데스크는 매스티지 데코, 테이블 스탠드는 와츠, 코트 세라믹 오브제는 도데카, 뱀부 미니 돌맨 라디오는 렉슨에서 판매.
(왼쪽) 국제 변호사 니콜라스 박 향기는 나를 둘러싼 분위기까지 바꾼다
국제 변호사 니콜라스 박은 직업의 특성상 주로 포멀한 블랙 정장을 입는다. 업무적으로 만나는 사람들도 대부분 그와 비슷한 옷차림. 하지만 그를 다른 이들과 달라 보이게 하는 건 그만의 향기 덕분일 것이다. 따라서 평소에는 잘 사용하지 않더라도 중요한 자리가 있으면 꼭 향기로 마지막 개성을 더한다. “은은하게 퍼져 나가는 향기는 제 이미지를 만들어줄 뿐 아니라 저를 둘러싼 분위기까지 높여주는 역할을 하죠.” 그가 평소 선호하는 건 이세이 미야케의 남성 향수처럼 가볍고 신선한 향기지만, 클래식한 슈트를 입을 때는 그보다 조금 더 남성의 매력을 드러낼 수 있는 향수를 선택한다. 향수를 뿌릴 때는 여러 부위에 조금씩 뿌려 온몸에서 은은하게 향기가 배어나오게 하는 것이 그의 향기 공식이다.
클래식한 슈트 차림의 니콜라스 박과 잘 어울리는 ‘디올의 오 소바쥬 오드 뚜왈렛’은 싱그러운 시트러스 노트와 남성적인 우디 언더 톤이 조화를 이룬다. 딥 그린 컬러의 재킷은 브리오니, 스트라이프 패턴의 셔츠는 까날리, 도트 패턴의 타이와 레몬 컬러의 코튼 팬츠는 닥스, 아가일 체크 패턴의 양말은 프레드 페리, 브라운 스트랩 워치는 보스 by 갤러리어클락, 슈즈는 소다 옴므 제품. 레트로 플로팅 데스크는 매스티지 데코에서 판매.
(오른쪽) 플로리스트 구진경 씨 저마다의 향기가 있는 꽃처럼
꽃에 둘러싸여 사는 플로리스트인 만큼 향기에 관해 남다른 감각을 지닌 플라워 숍 아이비블러썸 대표 구진경 씨. “예전에는 이것저것 다양한 향수를 썼는데 지금은 한 가지만 써요. 꽃도 저마다의 향기가 있는 것처럼 사람도 그만의 향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 저만의 향기만으로 오래 기억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하나의 향수에 정착했어요.” 평소 캐주얼하지만 여성스러움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옷을 고르는 만큼 그가 선택한 향수도 싱그러움과 여성스러움을 동시에 담은 에르메스의 자르뎅 수르 뜨와다. “이 향수가 저만을 위해 만들어진 건 아니지만 저를 아는 누군가가 이 향을 맡았을 때 제가 떠올랐으면 합니다.”
캐주얼한 데님 소재의 원피스에 리본 벨트를 묶어 여성미를 강조한 구진경 씨. 그와 잘 어울리는 ‘에르메스의 자르뎅 수르 뜨와’는 머스크 향 없이 풀 향과 과일 향, 꽃 향이 어우러진 가볍고 싱그러운 향기를 지녔다. 원 숄더 원피스는 모스키노 칩앤시크, 이어링과 키치한 디자인의 브레이슬릿은 엠주, 리본 포인트의 레드 슈즈는 모스키노 제품. 와이드한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코코 지나 콘솔 화장대는 꼬모 까사에서 판매.
(왼쪽) 파티 스타일리스트 김성경 씨 향기는 나를 드러내기 위한 것
10여 년 전 광고 모델로 데뷔, 각종 드라마와 CF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은 김채연 씨는 지금은 본명인 김성경으로 돌아가 파티 스타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이미 업계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그는 파티 바이 에스의 대표다. “파티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는 건 화려한 장식뿐만 아니라 패션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지요. 또 너무 가볍지 않은 향수를 골라 그 자리에 제 향기를 남깁니다. 사라 제시카 파커의 러블리는 제가 외로워할 때 지인이 선물한 향수로 ‘나 오늘 향수 뿌렸어요’라는 이미지를 풍기는, 주목받고 싶을 때 사용하기 좋은 여성스러운 향입니다. 향수는 무언가를 감추기 위해 뿌리는 게 아니에요. 나를 드러내기 위해 뿌리는 것이죠.” 그 밖에 에르메스의 깔리쉬, 딥디크의 도손, 세린느 오 드 퍼퓸 등 다양한 향수를 쓰는 그는 때와 장소에 따른 패션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향수를 매치하는 것은 에티켓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스러운 핑크 드레스를 입은 김성경 씨가 선택한 향수는 할리우드 스타 사라 제시카 파커의 이름을 딴 향수 ‘사라 제시카 파커의 러블리’로, 만다린ㆍ베르가모트 등 풍부한 꽃향기가 퍼지고 화이트 앰버 등의 유혹적인 향으로 마무리된다. 인디언 핑크 톤의 튜브 톱 드레스, 클러치백, 플랫폼 샌들은 모두 아돌포 도밍게즈, 이어링은 금은보화, 샤넬 베네치안 미러와 안나 블랙그라스 콘솔은 안나프레즈에서 판매.
(오른쪽) 섬유 작가 이정아 씨 패션에 따라 향기도 달라야 한다
이정아 씨는 평소 작업에 몰두할 때는 패션에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일주일에 두세 번 강단에 서는 날에는 정장을 입는다. 그렇지만 분위기가 너무 무겁지 않게 하기 위해 캐주얼한 감각을 더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런 그의 최근 고민은 얼마 전 출산한 후 빠지지 않는 군살. 타이트한 옷을 즐겨 입던 그의 옷차림까지 달라졌다. “흐르는 듯한 실루엣이 있는 옷을 입어 체형을 커버하죠. 그리고 선이 정확하게 떨어지는 매니시한 겉옷을 걸치면 한결 늘씬하게 몸매를 잡아줍니다.” 이렇게 패션 스타일이 변하면서 달라진 건 그가 쓰는 향수. 중성적 매력을 담은 향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패션과 향기는 맥을 함께해야 하죠. 매니시한 옷차림에 플로럴한 향수를 뿌릴 수 없는 것처럼요.”
매니시한 룩이 잘 어울리는 이정아 씨와 닮은 ‘불가리의 블루 오 드 퍼퓸 II’는 남성도 쓸 수 있는 시원한 향이면서도 온화한 머스크 향이 잔향으로 남아 여성의 느낌도 잃지 않는다. 재킷은 프론트로우, 흐르는 실루엣의 롱스커트는 토크 서비스, 이어링은 블랙뮤즈, 볼드한 브로치는 모두 르베이지, 골드 뱅글은 블루마린, 클러치백은 바이커 스탈렛, 힐은 게스 슈즈 제품. 셀 소파 테이블은 꼬모 까사, 블루 철제 의자와 화이트 캔들 홀더는 도데카에서 판매.
사진 안지섭 패션 스타일링 차주연 세트 스타일링 성금실 헤어 김원숙 메이크업 조상준 일러스트레이션 김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