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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패션] 화이트 예찬
이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색은 무엇일까. 금색도 아니고 빨간색도 아닌, 바로 흰색이다. 흰색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아름답고 범접하기 어려운 색이며 무궁무진한 색이기도 하다. 백자의 흰색과 크로셰 레이스의 흰색은 같지 않다. 세상의 현란한 색을 무색케 하고 또 그 모든 것을 포용하는 넉넉한 흰색을 예찬한다.


(왼쪽) 화이트는 자연이 준 선물이다
모시
모시풀은 줄기를 벗기면 속이 보드라워 이것으로 실을 뽑아 베를 짤 수 있다. 덜컹거리는 수직기에 앉아 가는 실로 모시를 짜는 이의 수고 덕분에, 초여름이면 옛 규방의 여인들은 다듬이질로 곧게 편 모시 저고리와 치마를 입고 더위를 식힐 수 있었다. 모시는 옷을 지으면 잠자리 날개 같고, 남은 자투리 조각을 이으면 보자기 예술을 선보인다. 자연 소재가 지닌 백색 그대로의 빛깔을 입으면 절로 고운 사람이 되는 듯 하다. 요즘은 모시옷을 손질할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다. 우아하게 입고 거닐 길도, 갈 데도 많지 않다. 그래서 차이의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 씨는 모시를 결혼식 때 입는 예복으로 승화시킨다. 크리스털을 달고, 코르사주로 만들고, 저고리에 베일을 달아 보는 이들을 감탄하게 한다.

모시 단속곳, 모시 치마, 모시 허리치마, 헤어 장식에 사용한 코르사주, 손에 든 헤어 장식은 모두 차이 김영진(02-333-6692).

(오른쪽) 화이트는 클래식한 우아함이다
진주
시대를 뛰어 넘는 진주의 매력은 진귀한 아름다움을 구형으로 빚어내는 자연의 창조적 힘에 있다. 다른 보석은 땅에서 파내고 연마해야만 광채를 발하지만, 진주는 태어난 모습 그대로 아무런 가공을 하지 않아도 아름답다. 건강한 조개의 눈물로 탄생한 진주. 이 세상 그 무엇보다 강한 생명력으로 태어난 보석이다. 진주의 단아한 흰색은 그냥 흰색이 아니다. 연한 분홍색이나 푸른색 혹은 다양한 무지개색을 연출하는 흰색 진주가 최상품이다.

여러 매듭법을 사용해 다양한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는 아코야 Akoya 롱 비드 네크리스와 돌멩이 위에 놓인 은은한 빛이 감도는 진주 반지, 아코야 비드 링은 모두 타사키(02-3461-5558). 코냑병을 커팅한 유리 장식품은 이서(02-512-3686),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힌 나뭇잎 모양이 커다란 실버 진주를 하나를 감싸고 있는 브로치와 작은 유리병에 세팅한 핑크빛이 살짝 감도는 진주 네크리스는 디아망(02-544-9270).


(왼쪽) 화이트는 여자의 로맨스다
레이스
오래전, 구멍 난 옷을 아름답게 수선하기 위해 처음 생겨난 레이스. 18세기 말 프랑스혁명으로 궁정이 몰락하자 정점에 있던 레이스 기술이 급속히 저하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레이스가 없이는 오트 쿠튀르도, 생애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서 있는 신부도 상상할 수가 없다. 레이스는 2011년 가장 트렌디한 소재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겨울에는 요염하고 관능적인 블랙 레이스가 대세지만, 봄과 여름에는 로맨틱하고 청순한 화이트 레이스가 강세를 보인다. 몇몇 디자이너는 네온 컬러로 물들인 컬러풀한 레이스를 선보였지만, 레이스의 묘미는 역시 화이트에 있다. 여자라면 누구나 레이스의 로맨틱함과 순수함이 가끔씩 그리워질 때가 있다.

섬세한 크로셰 레이스를 사용해 귀족적인 느낌이 나는 드레스. 잔잔한 플라워 코튼 패브릭을 더했다. 랄프로렌 컬렉션(02-3670-8166) 제품.

(오른쪽) 화이트는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이다
코스메틱
화장품의 역사는 화이트에 대한 열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흰 피부를 표현하기 위해 납 가루분까지 사용했으니 말이다. 독성으로 인한 따가움을 참으면서 하얀 피부를 가꾸고자 한 열망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일본만 하더라도 “여자의 피부가 희면 일곱 가지 결점을 가릴 수 있다”는 속담이 있다. 과거엔 흰 피부색을 강조하기 위해 이마의 머리카락과 눈썹을 모두 밀기도 했다. 현대 코스메틱 제품은 안전 면에서 문제가 없지만, 여전히 그 존재 이유는 화이트닝이다. 이제 그 열망은 첨단 과학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보다 더 하얗게 보다 더 투명하게’를 강조하면서.

(왼쪽부터) 화이트에 대한 동경을 대변하듯 화이트 콘셉트의 패키지가 아름다운 코스메틱 제품들. 종이를 접어 만든 아이섀도 펜던트 패키지는 아우라 바이 스와로 브스키 Aura by Swarovski(02-3014-2951), 향초 ‘bougie parfum’ee’는 딥디크(02-514-5167). 브라이트닝 하이드레이팅 로션은 바비브라운(02-3440- 2848), 방금 샤워하고 나온 뒤의 맑고 상쾌한 비누 향이나 깨끗하게 다림질된 흰 셔츠가 연상되는 향수 ‘로’는 세르주 루텐(02-514-5167). 펄 파우더가 샤이니한 효과를 주는 메테오리트 펄-라이트 디퓨징 퍼펙트 프라이머 는 겔랑(02-3438-9627), 벽 위에 놓인 사각형 패키지의 아쿠아 젤 하이드레이터는 나스 Nars(02-6905-3747), 두 가지 텍스처의 눈가용 화이트 펜슬은 슈에무라(02- 3497-9775), 불규칙한 형태의 화병은 에이치 픽스(02-3461-0172) 제품.


화이트는 진정한 럭셔리이다
화이트 커플 룩과 소품
쇼핑할 때 화이트 아이템을 망설이지 않고 구입하는 이는 흔치 않다. 연필로 찍은 점만 한 오점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 화이트 룩과 소품은 더욱 호사스러워 보인다. 흔치 않아 더욱 강렬하다. 예전의 화이트가 순백의 아름다움, 청순미 등을 상징했다면, 최근의 화이트는 섹시하고 고혹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리고 지적인 화이트 셔츠부터 테일러드 팬츠 슈트, 레이스 디테일의 원피스까지 화이트 컬러가 트렌드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화이트 패션 아이템은 아이보리나 바닐라 등 화이트 컬러와 유사한 컬러를 매치하면 페미닌하고, 최상의 콤비인 블랙과는 가장 심플하면서 클래식한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

(왼쪽) 깔끔함이 돋보이는 코튼 재킷과 팬츠 슈트는 발리(02-3467-8313), 턱시도 셔츠와 그레이 컬러 포인트의 화이트 로퍼, 김주원 씨가 입은 아방가르드한 원 숄더 코튼 드레스는 모두 브리오니(02-540-4723), 네이비 스트랩 포인트 슈즈는 구호 (02-2076-7515),깔끔한 빅 토트백은 토즈(02-3438-6008), 김주원 씨가 들고 있는 다용도 볼 ‘Crushed Bowl’은 무토 by 이노메싸(02-3463-7752).

(오른쪽) 간치니 로고 버클로 포인트를 준 레더 빅 클러치 백과 남성용 로퍼는 페라가모(02-2140-9642), 여름 스타일의 포인트가 되어줄 화려한 화이트 뱅글과 화이트 목걸이는 디블루메(02-517-7820) 제품.



(왼쪽) 화이트는 심플함의 미덕이다
화이트 셔츠
옷을 잘 입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하나같이 “화이트 셔츠는 기본 중 기본”이라고 부르짖는다. 사람들은 점잖은 자리에 갈 때 눈부시게 하얀 셔츠를 즐겨 입곤 한다. 그러면서도 누구나 화이트 셔츠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나 쉽게 입을 수 있는 옷이라고 믿고 있다. 화이트 셔츠를 입으면 얼굴이 돋보이는데, 그 이유는 화이트가 얼굴에 빛을 선사하는 조명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화이트 셔츠를 통해 단순하지만 세련되고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다면 디자이너 진태옥 씨의 화이트 셔츠를 만나볼 것. 디자이너 진태옥 씨는 자신에게 화이트 셔츠란 디자인의 세포라고 말한다. 첫 번째 파리 컬렉션도 모두 화이트 셔츠로 구성했고, 그동안 컬렉션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화이트 셔츠가 항상 등장했다. 샤넬에 트위드 재킷이 있고, 비비안 웨스트우드에 뷔스티에가 있다면, 한국의 진태옥 씨에게는 화이트 셔츠가 있다. 그만큼 진태옥 디자이너의 화이트 셔츠는 특별하다.

슬리브가 커팅되어 자연스럽게 주름이 지는 슬리브리스 롱 셔츠, 핀턱 장식에 벨 슬리브 오버사이즈 셔츠, 밑단에 샤 소재로 볼륨감을 준 화이트 셔츠는 모두 진태옥 프랑소와즈(02-518-8029).

(오른쪽) 화이트는 담담함이다
백자
2004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 전시를 하고 2007년 유네스코 실을 획득한 백자 도예가 이기조 씨는 백자의 매력을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백자는 잴 수 없는 세계입니다. 이미 완성 너머에 있지요. 조선은 그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백자의 아름다움은 화려하지 않지만 옹색하지 않은 데 있습니다. 위풍당당함과 흙의 원초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청자가 유약의 맛이라면, 백자는 흙의 맛입니다. 저의 작업은 전통적인 백자의 미를 현대 생활에 맞게 되살리는 것입니다.” 그는 좋은 백자의 기준을 이렇게 말한다. 바로 ‘만지고 싶은 그릇’. 사랑하는 사람을 자꾸 어루만지고 싶듯이, 백자 또한 손끝으로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작은 대접, 면치기 제기 대접, 전 접시는 모두 이기조 씨 작품으로 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02-541-8484)에서 판매.



모델 김주원(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조민호 헤어 이선영 메이크업 박혜령 스타일링 박명선 세트 스타일링 장양미 

진행 김윤아 기자 사진 어상선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