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동안’이라는 단어는 남녀 누구나 듣고 싶은 최고의 칭찬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나이보다 젊게 살고, 젊게 보이는 것은 자기 절제와 자기 관리에 성공한 사람의 특징이기도 하니까요. 이러한 동안 열풍속에서 무분별한 여러 비법을 검증 없이 행하고 있는 것이 전문가로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실제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이는 동안은 피부과적으로는 콜라겐 변화(잔주름, 모공, 탄력)와 색소 변화(잡티, 기미, 검버섯)가 25세 전후의 피부 완성기 때와 비슷한 수준인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나 기준치가 없는 상황에서 막연한 동안에 대한 환상은 잘못된 시술이나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저를 찾아온 환자 중에도 반복적인 무리한 시술로 인해 표정 변화 없는 어색한 얼굴이 되어 대인기피증이 생긴 사례도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나이에 비해 좀 더 성숙한 외모나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게 인정받은 반면, 현대는 어려 보이고 젊게 사는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하는 사람을 본인의 능력 혹은 경쟁력으로 인정해주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사실동안 만들기는 가장 기본적인 생활 습관에 달렸습니다.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인 의식주 문제와 가장 기본 욕구(식욕, 수면욕, 배설욕, 성욕)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며, 그 외에 외부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야 가능합니다.
우선 첫 번째는 먹는 문제. 음식 문제에 대해 얘기하자면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농업이 현대화되고 가축 사육이 대형화하면서 지나치게 기름지거나 보존하기 간편한 음식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이는 긍정적으로는 식량 문제의 해결을 가져왔지만, 부정적으로는 사람에게 필요한 필수영양소 섭취의 불균형을 초래했고, 이로 인해 현대인은 비타민이나 미네랄 등이 부족한 상태에 처하게 되었습니다(현재 채소나 과일은 50여 년 전과 비교하면 50% 이상의 미네랄과 비타민이 부족합니다). 또한 식습관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패스트푸드가 유행해 곡물이나 채소, 과일 등의 섭취가 점점 더 부족해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비만, 고혈압, 당뇨, 심장 질환 등 만성 서구형 질병 역시 점점 더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이러한 잘못된 식습관은 전통적인 한식으로 식탁을 바꾸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습니다. 아침에 빵이나 우유 대신 밥과 두부를 넣은 된장찌개를, 저녁에 소주에 삼겹살을 먹을 때도 상추나 고추, 마늘 등을 함께 섭취해 부족한 비타민과 미네랄, 섬유질의 섭취를 높이면 충분히 개선이 가능합니다.
두 번째는 수면 문제. 수면은 낮 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가장 좋은 보약입니다. 하루에 최소 8시간의 수면 시간만 지켜도 건강과 피부를 위해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이 8시간의 수면은 주로 밤에 이루어져야 하며, 규칙적으로 행해져야 합니다(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의 수면은 몸에서 여러 가지 호르
몬의 생성을 도와 피부 재생에 필수적입니다).
세 번째는 배설 문제. 배설 욕구는 음식만 조절해도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입니다. 지나치게 기름진 음식, 육류 위주의 식습관, 불규칙한 식사 등이 원활하지 못한 배설의 원인입니다. 또한 지나친 다이어트나 음식 조절은 단기적으로 예뻐 보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신체 조절 능력의 변화를 유발하며 피부의 탄력을 떨어뜨려 노화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넷째는 성욕. 성욕은 인간이나 동물이 생존할 수 있는 원동력이며 문화와 패션, 동안에 대한 욕구가 시작된 근본 원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이 이성에게 가지는 관심과 욕구는 태초부터 시작된 것으로, 어떠한 종교나 문학작품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는 항상 중요하게 다루어왔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무분별한 성생활이나 자유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절제와 이해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친밀한 스킨십이나 성생활은 삶의 긍적적 요소로 작용해서 노화를 방지하고, 엔도르핀과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해져 다이어트에도 좋은 작용을 하며 생활에서도 자신감을 심어줍니다. 또한 면역력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호르몬의 분비도 왕성해집니다. 마지막으로 동안을 방해하는 외부의 스트레스 요소(술, 담배, 자외선,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여야 합니다. 피부 노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자외선만 차단해도 동안의 방해 요소인 잔주름, 기미, 잡티, 모공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피부과 전문의인 저도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100% 지키기는 너무 힘든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도 채소나 과일보다는 육류 위주의 기름진 식습관을 즐기는 편이며, 술로 인한 늦은 귀가로 잠이 부족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부족한 미네랄과 비타민은 영양제로 보충하고, 술은 가급적 집에서 아내와 함께 마시려고 하며, 부족한 잠은 가끔 낮잠으로 보충하기도 합니다. 이런 바른 생활 습관 실천으로도 동안 만들기에 부족함을 느낀다면 비로소 그때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도 늦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생활 습관이 교정되지 않으면 제아무리 첨단 시술이라도 노화의 속도를 늦추는 데 일시적인 도움을 줄 뿐입니다. 시술이 필요한 경우라도 유행을 좇거나 비싼 시술을 맹신하기보다는 본인에게 알맞은 맞춤형 시술을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글을 쓴 최호철 원장은 피부과 전문의이자 대한노화방지의학회 창립 회원이며, 줄기세포를 이용한 피부 치료와 임상 연구를 시행했다. 현재 압구정 유니 동안피부과 원장으로 맞춤형 동안 관리와 노화 지연 및 방지 분야에 대한 연구, 집필 활동을 하며 생활 습관 교정을 통한 웰에이징 라이프를 전파하고 있다.
문의 02-577-7788, www.unimediskin.co.kr
- [전문가에게 듣는다] 생활 습관을 바꿔 동안 만들기
-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